[취재K] 71년 의정사에 YS가 유일…국회의원 제명 어려운 이유는?

입력 2019.02.12 (07:07) 수정 2019.02.12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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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회에서는 자유한국당 김진태, 이종명, 김순례 의원에 대한 제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4당은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모독한 이들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오늘(12일) 오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20대 국회에는 이미 26건의 국회의원 징계안이 제출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단 한 건의 징계안도 윤리특위에서 의결되지 않은 채, 23건은 특위에 머물러 있고 3건은 슬그머니 철회됐습니다.

1979년 10월 4일 김영삼 총재의 제명안 처리를 막기 위해 신민당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 의장석을 에워싼 모습.1979년 10월 4일 김영삼 총재의 제명안 처리를 막기 위해 신민당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 의장석을 에워싼 모습.

71년 의정사에 '제명 의원'은 YS뿐

사실 국회의원에 대한 제명이 실제 이루어진 것은 한국 의정사에서 단 한 차례뿐입니다. 1979년 10월 4일 여당인 공화당, 유정회 소속 의원 159명은 당시 신민당 총재인 김영삼 의원을 제명했습니다.

박정희 정권에 대한 미국의 견제를 요청한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 내용이 빌미가 됐습니다. 신민당 의원들이 징계안 회부에 반대해 국회 본회의장 의장석을 점거하자, 국회 의장은 장소를 옮겨 본회의를 열고 경호권을 발동해 야당 의원의 참석을 막고서 제명안을 가결시켰습니다.

김영삼 총재는 이때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오고야 만다"는 역사적 성명을 남겼고, 날치기 통과의 여파는 박정희 유신정권을 흔든 부마항쟁으로 이어졌습니다.

국회의원 징계안, 224건 발의돼도 본회의 회부는 1건


국회의원들의 윤리의식을 제고하겠다며 국회 윤리특별위원회가 설치된 1991년 이후 오늘까지 발의된 국회의원 징계안은 224건에 이릅니다.

하지만 이 가운데 본회의에 회부된 징계안은 단 한 건에 불과합니다. 18대 국회에서 여성 아나운서에 대한 성희롱 발언을 한 강용석 의원에 대한 제명 징계안이었는데, 이마저도 처음에는 본회의에서 부결됐습니다. 강 의원에 대한 징계안은 재추진돼, 결국 한 단계 낮은 징계인 30일간 국회 출석정지가 내려졌습니다.

19대 국회에서는 성폭행 혐의가 제기된 심학봉 의원에 대한 제명이 추진됐습니다. 하지만 본회의 표결에 앞서 심 의원은 의원직을 사퇴해 실제 징계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윤리특위가 생기기 전인 1966년 김두한 의원과 1975년 김옥선 의원도 본회의 회부에 앞서 의원직을 내려놓기도 했습니다.

징계안 발의는 많은데, 실제 징계 안 하는 이유는?


① "동료의원끼리 불편하게…" 그릇된 동료의식

국회의원 징계가 실효성있게 추진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회의원이 '동료 의원'에 대한 징계에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는 징계요구권이 동료 의원들에게만 있다는 점을 현행 법의 한계로 지적합니다. 국회의원들이 굳이 동료의원을 징계하는데 앞장서 서로 불편한 관계를 가질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징계 대상 사유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이를 위반했을 때 징계요구 없이 징계심사를 받도록 하거나, 일정 수의 시민이나 이해관계자의 요구가 있을 때 징계 절차에 착수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② "가만 있으면 폐기되는데…" 기한 없이 방치하는 징계안

이 같은 문제를 보완하게 위해 설립된 기구가 윤리심사 자문위원회입니다. 윤리심사 자문위원은 윤리특위의 요청을 받아 징계안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는데, 각 교섭단체 대표가 추천한 자문위원은 국회의원이 아닌 사람으로 구성됩니다.

윤리심사 자문위는 법정 상설기구로, 윤리특위가 징계 심사를 하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의견 청취기관입니다. 국회의원이 아닌 전문가로부터 국회의원 징계에 대한 의견을 듣도록 했다는 점에서, 국회의원이 징계요구권을 독점하는 문제를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문위원회의 의견을 받은 뒤에도, 국회 윤리특위가 움직이지 않으면 징계는 이뤄지지 못합니다. 자문위는 윤리 특위의 요청을 받은 뒤 최장 2달 안에 의무적으로 의견을 제출해야 하지만, 윤리특위의 징계안 의결에는 아무런 시한이 없습니다.

상당수 징계안이 임기만료 폐기되는 건, 실제로 윤리특위가 징계안을 심사하지 않고 방치하기 때문입니다. 비상설 상임위원회인 윤리특위는 20대 국회에서 3년간 8번 열린 데 그쳤습니다.

특히 20대 후반기 원구성 이후에는 두 차례 열린 데 그쳐, 징계안에 대한 심사는 단 한 차례도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③ 재적의원 2/3 찬성 필요, 미국·일본보다 엄격한 '제적' 요건

국회의원 징계안이 본회의에 회부되더라도, 한국 의회의 징계 의결 요건은 다른 나라에 비해서도 엄격합니다.

국회의원을 제적하려면 헌법에 따라 재적의원 2/3 이상의 찬성이 필요합니다. 반면 미국과 일본은 재석의원의 2/3 이상을 요건으로 하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야4당이 5.18 광주 민주화운동 폄훼 발언을 한 의원 3명에 대한 제명을 추진하지만, 가결을 장담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유명무실한 국회의원 징계, 이번에는 다를까?

정치인들에 대한 징계안이 제출되는 것은 징계 집행에 이르지 않더라도 그 자체가 정치행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징계안이 남발되었다 슬그머니 철회되거나, 임기가 끝날 때까지 방치되었다 폐기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국회의원 징계 제도는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과연 국회가 이번에는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국회의원 세 명에 대해, 엄격한 윤리적 잣대를 본회의까지 지켜낼 수 있을까요?

*참고자료
이희주, 의원 윤리심사제도 개혁 해외사례에 대한 심층분석을 통한 제도개혁 시사점(2016.12.) 국회입법조사처
전진영, 주요국 의회의 의원징계 유형, 이슈와 논점(2011.9.6), 국회입법조사처
정호영, 국회의원징계심사제도의 현황과 개선방향, 국회보(2012. 10), 국회
홍성걸, 국회의원 윤리심사와 겸직제한의 제도적 한계와 개선방안, 입법과 정책(2018.4), 국회입법조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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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K] 71년 의정사에 YS가 유일…국회의원 제명 어려운 이유는?
    • 입력 2019-02-12 07:07:29
    • 수정2019-02-12 07:29:33
    취재K
현재 국회에서는 자유한국당 김진태, 이종명, 김순례 의원에 대한 제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4당은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모독한 이들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오늘(12일) 오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20대 국회에는 이미 26건의 국회의원 징계안이 제출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단 한 건의 징계안도 윤리특위에서 의결되지 않은 채, 23건은 특위에 머물러 있고 3건은 슬그머니 철회됐습니다.

1979년 10월 4일 김영삼 총재의 제명안 처리를 막기 위해 신민당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 의장석을 에워싼 모습.
71년 의정사에 '제명 의원'은 YS뿐

사실 국회의원에 대한 제명이 실제 이루어진 것은 한국 의정사에서 단 한 차례뿐입니다. 1979년 10월 4일 여당인 공화당, 유정회 소속 의원 159명은 당시 신민당 총재인 김영삼 의원을 제명했습니다.

박정희 정권에 대한 미국의 견제를 요청한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 내용이 빌미가 됐습니다. 신민당 의원들이 징계안 회부에 반대해 국회 본회의장 의장석을 점거하자, 국회 의장은 장소를 옮겨 본회의를 열고 경호권을 발동해 야당 의원의 참석을 막고서 제명안을 가결시켰습니다.

김영삼 총재는 이때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오고야 만다"는 역사적 성명을 남겼고, 날치기 통과의 여파는 박정희 유신정권을 흔든 부마항쟁으로 이어졌습니다.

국회의원 징계안, 224건 발의돼도 본회의 회부는 1건


국회의원들의 윤리의식을 제고하겠다며 국회 윤리특별위원회가 설치된 1991년 이후 오늘까지 발의된 국회의원 징계안은 224건에 이릅니다.

하지만 이 가운데 본회의에 회부된 징계안은 단 한 건에 불과합니다. 18대 국회에서 여성 아나운서에 대한 성희롱 발언을 한 강용석 의원에 대한 제명 징계안이었는데, 이마저도 처음에는 본회의에서 부결됐습니다. 강 의원에 대한 징계안은 재추진돼, 결국 한 단계 낮은 징계인 30일간 국회 출석정지가 내려졌습니다.

19대 국회에서는 성폭행 혐의가 제기된 심학봉 의원에 대한 제명이 추진됐습니다. 하지만 본회의 표결에 앞서 심 의원은 의원직을 사퇴해 실제 징계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윤리특위가 생기기 전인 1966년 김두한 의원과 1975년 김옥선 의원도 본회의 회부에 앞서 의원직을 내려놓기도 했습니다.

징계안 발의는 많은데, 실제 징계 안 하는 이유는?


① "동료의원끼리 불편하게…" 그릇된 동료의식

국회의원 징계가 실효성있게 추진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회의원이 '동료 의원'에 대한 징계에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는 징계요구권이 동료 의원들에게만 있다는 점을 현행 법의 한계로 지적합니다. 국회의원들이 굳이 동료의원을 징계하는데 앞장서 서로 불편한 관계를 가질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징계 대상 사유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이를 위반했을 때 징계요구 없이 징계심사를 받도록 하거나, 일정 수의 시민이나 이해관계자의 요구가 있을 때 징계 절차에 착수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② "가만 있으면 폐기되는데…" 기한 없이 방치하는 징계안

이 같은 문제를 보완하게 위해 설립된 기구가 윤리심사 자문위원회입니다. 윤리심사 자문위원은 윤리특위의 요청을 받아 징계안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는데, 각 교섭단체 대표가 추천한 자문위원은 국회의원이 아닌 사람으로 구성됩니다.

윤리심사 자문위는 법정 상설기구로, 윤리특위가 징계 심사를 하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의견 청취기관입니다. 국회의원이 아닌 전문가로부터 국회의원 징계에 대한 의견을 듣도록 했다는 점에서, 국회의원이 징계요구권을 독점하는 문제를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문위원회의 의견을 받은 뒤에도, 국회 윤리특위가 움직이지 않으면 징계는 이뤄지지 못합니다. 자문위는 윤리 특위의 요청을 받은 뒤 최장 2달 안에 의무적으로 의견을 제출해야 하지만, 윤리특위의 징계안 의결에는 아무런 시한이 없습니다.

상당수 징계안이 임기만료 폐기되는 건, 실제로 윤리특위가 징계안을 심사하지 않고 방치하기 때문입니다. 비상설 상임위원회인 윤리특위는 20대 국회에서 3년간 8번 열린 데 그쳤습니다.

특히 20대 후반기 원구성 이후에는 두 차례 열린 데 그쳐, 징계안에 대한 심사는 단 한 차례도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③ 재적의원 2/3 찬성 필요, 미국·일본보다 엄격한 '제적' 요건

국회의원 징계안이 본회의에 회부되더라도, 한국 의회의 징계 의결 요건은 다른 나라에 비해서도 엄격합니다.

국회의원을 제적하려면 헌법에 따라 재적의원 2/3 이상의 찬성이 필요합니다. 반면 미국과 일본은 재석의원의 2/3 이상을 요건으로 하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야4당이 5.18 광주 민주화운동 폄훼 발언을 한 의원 3명에 대한 제명을 추진하지만, 가결을 장담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유명무실한 국회의원 징계, 이번에는 다를까?

정치인들에 대한 징계안이 제출되는 것은 징계 집행에 이르지 않더라도 그 자체가 정치행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징계안이 남발되었다 슬그머니 철회되거나, 임기가 끝날 때까지 방치되었다 폐기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국회의원 징계 제도는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과연 국회가 이번에는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국회의원 세 명에 대해, 엄격한 윤리적 잣대를 본회의까지 지켜낼 수 있을까요?

*참고자료
이희주, 의원 윤리심사제도 개혁 해외사례에 대한 심층분석을 통한 제도개혁 시사점(2016.12.) 국회입법조사처
전진영, 주요국 의회의 의원징계 유형, 이슈와 논점(2011.9.6), 국회입법조사처
정호영, 국회의원징계심사제도의 현황과 개선방향, 국회보(2012. 10), 국회
홍성걸, 국회의원 윤리심사와 겸직제한의 제도적 한계와 개선방안, 입법과 정책(2018.4), 국회입법조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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