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에 붙인 ‘made in China’…‘중국발 00%’의 비밀

입력 2019.02.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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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4일, 2003년 이후 최악의 미세먼지가 전국을 뒤덮었습니다. '나쁨' 단계의 고농도 미세먼지는 1월 11일부터 15일까지 닷새나 이어졌습니다. 최근 국립환경과학원이 이 기간 미세먼지 원인을 분석해 발표했습니다. 결과는 '국외 영향 75%', 국립환경과학원은 이 결과를 중국에 전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6일 국립환경과학원이 발표한 1월 고농도 미세먼지 원인 분석 결과지난 6일 국립환경과학원이 발표한 1월 고농도 미세먼지 원인 분석 결과

이후 몇 가지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75%는 어떻게 나온 수치인가?' '왜 중국발이 아니고 국외 영향인가?' 연구를 수행한 국립환경과학원과 전문가를 찾아 의문점을 하나씩 풀어봤습니다.

실시간 미세먼지 지도, 그 정체는?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순으로 어스윈드맵, 일본 국립환경연구소(Sprintars), 안양대 기후에너지환경융합연구소, 일본 기상협회 제공 자료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순으로 어스윈드맵, 일본 국립환경연구소(Sprintars), 안양대 기후에너지환경융합연구소, 일본 기상협회 제공 자료

위 그림은 국내외 미세먼지 정보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자료들입니다. 현재 미세먼지 분포와 며칠 뒤의 예상 농도까지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시간에 따른 이동 양상을 볼 수 있어 중국발 미세먼지의 유입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많은 국민이 중국발 미세먼지의 실체를 알게 된 데는 이들 자료가 한몫했습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연구에도 이와 비슷한 자료가 사용됐습니다. 먼저 이 자료의 정체부터 알아봤습니다.

인터넷상에는 이들 자료가 위성에서 실제 관측해 얻은 결과물로 소개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지도의 정체는 관측 자료가 아닌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입니다. 실시간 관측값을 나타낸 것이 아니라 컴퓨터로 모델을 작동시켜 나온 예상 값이라는 의미입니다. 위성 자료처럼 지도상에 누구나 보기 쉽게 표현돼 있지만, 실은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쳐 계산된 결과물입니다. 먼저 어느 지역에서 얼마만큼의 오염 물질이 뿜어져 나오는지 배출량 통계를 알아야 합니다. 그다음 각 지역에서 뿜어져 나온 오염 물질이 바람 등의 기상 조건에 따라 어떻게 이동하는지 예측합니다. 그런데 오염 물질은 단순히 이동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이동 중에 다른 오염 물질과 반응해 새로운 미세먼지를 만들어 내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것들을 종합적으로 계산해서 지도 위에 그래픽으로 표현한 것이 위 결과물입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이번 연구에 사용한 방법도 CAMx(Comprehensive Air quality Model with eXtensions)라는 미국의 대기오염 예측 모델을 이용한 계산 방식입니다.

한반도에 날아온 ‘made in China’ 미세먼지

그렇다면 이 모델에서 '국외 영향 75%'는 어떻게 나왔을까요? 일반인들도 예측 모델을 시간에 따라 살펴보면 눈대중으로나마 미세먼지가 어디에서 얼마나 왔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모델을 실제 운영하는 전문가들은 눈대중이 아닌 숫자로 그 값을 정확히 알아낼 수 있습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이기에 얼마든지 계산이 가능한 것입니다. 또 한국에서 배출된 오염 물질에는 'made in Korea', 중국에서 배출된 오염 물질에는 'made in China'와 같이 꼬리표를 붙인 뒤 계산하면 국가별 영향도 알아낼 수 있습니다.


아주대 김순태 교수 연구팀의 2018년 4월 20일 미세먼지 예측 모델아주대 김순태 교수 연구팀의 2018년 4월 20일 미세먼지 예측 모델

위의 두 그림은 아주대 김순태 교수 연구팀에서 사용하고 있는 미세먼지 예측 모델로 지난해 4월 20일 새벽 2시의 미세먼지 농도를 예측한 자료입니다. 첫 번째 그림은 동북아시아 전체에서 배출된 오염 물질이 기상 조건에 따라 어떻게 이동하고 영향을 미치는지 예측한 자료입니다. 두 번째는 중국 북동부. 중국 남동부, 남한, 북한으로 오염 물질 배출 지역을 나눈 뒤 각각에 해당하는 꼬리표를 달아 주변 국가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주는지 계산한 그림입니다. 이 두 자료를 통해 남한에 떨어진 전체 미세먼지 가운데 'made in China' 꼬리표를 단 미세먼지가 얼마인지 계산하면 중국발 미세먼지의 비율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 방법을 배출원 배분법(PSAT, Particulate Source Apportionment Technology)이라고 합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이번 연구도 지난 1월 11일~15일에 전국에 떨어진 미세먼지 가운데 외국산 꼬리표를 단 것과 국내산 꼬리표를 단 것을 나누어 분석해 나온 결과입니다.

왜 ‘중국발’ 아닌 ‘국외 영향’인가?

이번 연구 결과의 또 다른 의문점은 '왜 중국발이 아닌 국외 영향으로 조사했는가'입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발표한 보도자료를 보면 국외 영향은 중국, 몽골, 북한, 일본 등의 영향을 모두 포함한 것이라고 설명돼 있습니다. 앞서 본 것처럼 배출원 배분법 방식의 연구는 국가별 영향을 조사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중국발이 몇 %인지 적시해 중국에 연구 결과를 제공했다면 더욱 강한 압박 수단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입니다. 국립환경과학원에 왜 국외 영향으로 뭉뚱그려 조사했는지 확인해봤습니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최진영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사는 배출량 자료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모델 수행의 기초 자료가 되는 국가별 배출량이 정확하지 않다는 설명입니다. 최 연구사는 "중국뿐만 아니라 몽골이나 북한의 경우 배출량 통계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낮다"고 밝히고, "국가별 오염 물질 배출량이 정확해야 모델 결과도 믿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외 영향을 국가별로 나누어 발표할 만큼 자료의 신뢰도가 높지 않다는 설명입니다.

미세먼지 원인 분석, 국제 공동 연구가 필수적

그동안 중국발 미세먼지를 증명하는 게 왜 어려우냐는 의문이 숱하게 제기돼 왔습니다.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다음과 같은 비유를 들며 미세먼지 원인 분석의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내 옆에서 한 사람이 담배를 피우고 있고, 강 건너편에 천 명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고 합시다. 내가 마신 담배 연기 중에 어느 쪽이 얼마나 많다고 알아낼 방법이 있을까요?" 실제 관측을 통해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반도로 유입되는 양을 알아내기는 매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최근 인공위성과 항공기 관측 등의 방법이 동원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양을 알아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앞으로도 당분간은 예측 모델이 미세먼지의 원인을 추정하는 주요 방법으로 사용될 전망입니다. 추정량의 신뢰도를 높이려면 앞서 본 것처럼 모델에 입력되는 국가별 배출량 자료의 정확도부터 높여야 합니다. 이 때문에 많은 전문가가 중국뿐만 아니라 북한, 몽골, 일본 등 다른 동북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 연구가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미세먼지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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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세먼지에 붙인 ‘made in China’…‘중국발 00%’의 비밀
    • 입력 2019-02-12 10:00:30
    취재K
지난달 14일, 2003년 이후 최악의 미세먼지가 전국을 뒤덮었습니다. '나쁨' 단계의 고농도 미세먼지는 1월 11일부터 15일까지 닷새나 이어졌습니다. 최근 국립환경과학원이 이 기간 미세먼지 원인을 분석해 발표했습니다. 결과는 '국외 영향 75%', 국립환경과학원은 이 결과를 중국에 전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6일 국립환경과학원이 발표한 1월 고농도 미세먼지 원인 분석 결과
이후 몇 가지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75%는 어떻게 나온 수치인가?' '왜 중국발이 아니고 국외 영향인가?' 연구를 수행한 국립환경과학원과 전문가를 찾아 의문점을 하나씩 풀어봤습니다.

실시간 미세먼지 지도, 그 정체는?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순으로 어스윈드맵, 일본 국립환경연구소(Sprintars), 안양대 기후에너지환경융합연구소, 일본 기상협회 제공 자료
위 그림은 국내외 미세먼지 정보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자료들입니다. 현재 미세먼지 분포와 며칠 뒤의 예상 농도까지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시간에 따른 이동 양상을 볼 수 있어 중국발 미세먼지의 유입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많은 국민이 중국발 미세먼지의 실체를 알게 된 데는 이들 자료가 한몫했습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연구에도 이와 비슷한 자료가 사용됐습니다. 먼저 이 자료의 정체부터 알아봤습니다.

인터넷상에는 이들 자료가 위성에서 실제 관측해 얻은 결과물로 소개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지도의 정체는 관측 자료가 아닌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입니다. 실시간 관측값을 나타낸 것이 아니라 컴퓨터로 모델을 작동시켜 나온 예상 값이라는 의미입니다. 위성 자료처럼 지도상에 누구나 보기 쉽게 표현돼 있지만, 실은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쳐 계산된 결과물입니다. 먼저 어느 지역에서 얼마만큼의 오염 물질이 뿜어져 나오는지 배출량 통계를 알아야 합니다. 그다음 각 지역에서 뿜어져 나온 오염 물질이 바람 등의 기상 조건에 따라 어떻게 이동하는지 예측합니다. 그런데 오염 물질은 단순히 이동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이동 중에 다른 오염 물질과 반응해 새로운 미세먼지를 만들어 내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것들을 종합적으로 계산해서 지도 위에 그래픽으로 표현한 것이 위 결과물입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이번 연구에 사용한 방법도 CAMx(Comprehensive Air quality Model with eXtensions)라는 미국의 대기오염 예측 모델을 이용한 계산 방식입니다.

한반도에 날아온 ‘made in China’ 미세먼지

그렇다면 이 모델에서 '국외 영향 75%'는 어떻게 나왔을까요? 일반인들도 예측 모델을 시간에 따라 살펴보면 눈대중으로나마 미세먼지가 어디에서 얼마나 왔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모델을 실제 운영하는 전문가들은 눈대중이 아닌 숫자로 그 값을 정확히 알아낼 수 있습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이기에 얼마든지 계산이 가능한 것입니다. 또 한국에서 배출된 오염 물질에는 'made in Korea', 중국에서 배출된 오염 물질에는 'made in China'와 같이 꼬리표를 붙인 뒤 계산하면 국가별 영향도 알아낼 수 있습니다.


아주대 김순태 교수 연구팀의 2018년 4월 20일 미세먼지 예측 모델
위의 두 그림은 아주대 김순태 교수 연구팀에서 사용하고 있는 미세먼지 예측 모델로 지난해 4월 20일 새벽 2시의 미세먼지 농도를 예측한 자료입니다. 첫 번째 그림은 동북아시아 전체에서 배출된 오염 물질이 기상 조건에 따라 어떻게 이동하고 영향을 미치는지 예측한 자료입니다. 두 번째는 중국 북동부. 중국 남동부, 남한, 북한으로 오염 물질 배출 지역을 나눈 뒤 각각에 해당하는 꼬리표를 달아 주변 국가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주는지 계산한 그림입니다. 이 두 자료를 통해 남한에 떨어진 전체 미세먼지 가운데 'made in China' 꼬리표를 단 미세먼지가 얼마인지 계산하면 중국발 미세먼지의 비율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 방법을 배출원 배분법(PSAT, Particulate Source Apportionment Technology)이라고 합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이번 연구도 지난 1월 11일~15일에 전국에 떨어진 미세먼지 가운데 외국산 꼬리표를 단 것과 국내산 꼬리표를 단 것을 나누어 분석해 나온 결과입니다.

왜 ‘중국발’ 아닌 ‘국외 영향’인가?

이번 연구 결과의 또 다른 의문점은 '왜 중국발이 아닌 국외 영향으로 조사했는가'입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발표한 보도자료를 보면 국외 영향은 중국, 몽골, 북한, 일본 등의 영향을 모두 포함한 것이라고 설명돼 있습니다. 앞서 본 것처럼 배출원 배분법 방식의 연구는 국가별 영향을 조사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중국발이 몇 %인지 적시해 중국에 연구 결과를 제공했다면 더욱 강한 압박 수단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입니다. 국립환경과학원에 왜 국외 영향으로 뭉뚱그려 조사했는지 확인해봤습니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최진영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사는 배출량 자료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모델 수행의 기초 자료가 되는 국가별 배출량이 정확하지 않다는 설명입니다. 최 연구사는 "중국뿐만 아니라 몽골이나 북한의 경우 배출량 통계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낮다"고 밝히고, "국가별 오염 물질 배출량이 정확해야 모델 결과도 믿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외 영향을 국가별로 나누어 발표할 만큼 자료의 신뢰도가 높지 않다는 설명입니다.

미세먼지 원인 분석, 국제 공동 연구가 필수적

그동안 중국발 미세먼지를 증명하는 게 왜 어려우냐는 의문이 숱하게 제기돼 왔습니다.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다음과 같은 비유를 들며 미세먼지 원인 분석의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내 옆에서 한 사람이 담배를 피우고 있고, 강 건너편에 천 명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고 합시다. 내가 마신 담배 연기 중에 어느 쪽이 얼마나 많다고 알아낼 방법이 있을까요?" 실제 관측을 통해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반도로 유입되는 양을 알아내기는 매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최근 인공위성과 항공기 관측 등의 방법이 동원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양을 알아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앞으로도 당분간은 예측 모델이 미세먼지의 원인을 추정하는 주요 방법으로 사용될 전망입니다. 추정량의 신뢰도를 높이려면 앞서 본 것처럼 모델에 입력되는 국가별 배출량 자료의 정확도부터 높여야 합니다. 이 때문에 많은 전문가가 중국뿐만 아니라 북한, 몽골, 일본 등 다른 동북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 연구가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미세먼지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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