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회담 D-15…김정은 1차와 다른 행보, 같은 목적

입력 2019.02.12 (16:26) 수정 2019.02.12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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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회담 2주 전쯤 일시 공개…아직까지 2차 회담 날짜 장소 함구
■김정은, 1차 회담 준비하며 현지활동…지금은 두문불출


2차 북미정상회담이 15일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노동신문에선 여전히 관련 소식을 찾아볼 수 없다. 지난해 1차 북미정상회담 직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당시 북한은 회담 한달여 전인 5월10일 노동신문을 통해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의 방북과 함께 북미정상회담을 준비한다고 주민들에게 알렸다. 현 시점과 비슷한 개최 보름 전 즈음인 5월27일에는 더 나아가 회담 날짜까지 공개했다.

그렇다면 회담 개최 보름을 앞두고 날짜까지 공개한 지난해, 그리고 아직까지 관련 소식을 알리지 않는 올해 행보 중 어느 게 더 '북한' 스러울까? 전문가들은 지난해 북한의 행보가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많이 내놓는다.

당시로 상황을 되돌려보자. 지난해 5월24일 트럼프 대통령은 갑작스레 1차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선언한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남북정상회담이 이틀 뒤인 5월26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회담 성사를 못박고 싶었기 때문에 날짜를 공개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이 나온다. 트럼프의 예상치 못한 행동이 없었다면 회담 일자는 지도자의 안전을 위해 직전까지 기밀사항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로 떠난 그 다음날에야 출국 소식을 알렸다.

1,2차 회담 모두 한달 전 상황 공개

김영철로부터 방미 보고받는 김정은김영철로부터 방미 보고받는 김정은

이와 비교해 2차 북미정상회담 준비 과정은 아직까진 순조롭다. 이번엔 지난 달 24일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의 방미 보고를 받으며 북미회담의 실무적 준비를 지시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습이 실렸다. 전례와 비교해 둘 다 실제 회담일을 한달 쯤 앞두고 보도가 됐다. 오히려 북미간 실무협상이 이례적으로 외부에 공개된 것에 주목하는 목소리도 있다.

내용도 대동소이하다. 지난해 5월 10일 북한은 "실무적인 문제들과 그에 해당한 절차와 방법들이 심도있게 논의됐다"고 전했다. 이번에도 김영철의 보고를 받은 김 위원장은 "2차 조미수뇌상봉의 실무적 준비에 대한 과업과 방향을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앞서 올해 신년사에서 "앞으로도 언제든 또다시 미국대통령과 마주앉을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바라는 회담의 형식은 일관돼 보인다. 미국은 북한에 회담을 요청하고 북한은 이를 수락한다.

같은 듯 다른 김정은 행보

지난해 1차 회담을 앞두고 6월 9일 수산식당을 찾은 김정은지난해 1차 회담을 앞두고 6월 9일 수산식당을 찾은 김정은

그렇다고 북한이 지난해 1차와 같이 준비 중이라고 보기엔 차이도 있다. 1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이 공개되고 회담 당일까지 김 위원장은 외부 공개활동을 이어갔다. 강원 철로 공사장을 둘러봤으며, 원산갈마 공사장을 찾아 격려했다. 회담이 있는 6월에도 대동강수산물 식당 등 현장을 찾았다. 이런 현지 료해(시찰)은 지난해 12월 원산구두공장이 마지막이다.

지난해 2월1일 평양 무궤도차 공장 시찰지난해 2월1일 평양 무궤도차 공장 시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봐도 차이가 난다. 지난해 1월부터 2월 건군절까지 김 위원장은 '민생행보'를 이어갔다. 국가 과학원과 평양교원대학 그리고 평양 제약공장을 잇따라 현지 지도했다. 또 새로 개발한 무궤도전차 공장을 찾았다. 건군절 70주년 대규모 열병식에 참석한 후에는 내한공연한 삼지연 악단을 환영했다.

물론 올 들어서도 김정은 위원장의 언론 노출은 이어졌다. 1월엔 4차 북중정상회담이라는 큰 이벤트가 있었다. 지난 8일에는 건군절을 맞아 행사에 참여했다. 이렇게 보면 현재 김 위원장의 행보는 외교와 국방에 치중하는 모습이 두드러진다. 대신 올 들어 최룡해와 박봉주가 현장을 누비고 있다.

북한식 ‘경제 로켓’은 어떤 궤도로 발사될까.

정상회담 내용을 보도한 노동신문정상회담 내용을 보도한 노동신문

김 위원장의 두문불출이 자연스레 2차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연상시킨다. 김 위원장의 요구는 경제다. 무엇보다 '제재 완화'로 보인다. 1차 회담이 끝난 직후 노동신문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조선 측이 도발로 여기는 합동군사훈련 중단, 관계진전에 따른 제재완화 그리고 단계적·동시적 행동 이행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종전선언'은 지난해 10월 이후 노동신문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이미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을 제안했다. 종전선언의 가치가 예년같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경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1차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일본과 한국이 도울 것이고 미국이 직접 투자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2차 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잠재력'을 거론하며 '경제로켓'이 되라고 부추긴다. 경제 로켓의 일반적인 궤도는 IMF를 시작으로 세계은행 등을 거쳐 WTO 가입이다.

회담이 열릴 베트남은 이를 위해 이념보다 실리를 쫓았다. 같은 사회주의 모자를 쓰고있지만, 지정학적 갈등 관계인 중국과는 거리를 두었다. 특히 안보와 패권을 위해 점령했던 캄보디아에서 전격 철수한 것은 베트남 지도부의 '신의 한수'였다. 미국은 환영했고 ASEAN은 사회주의 베트남을 포용했다. 도이머이 정책의 마중물이 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 베트남에서 열릴 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신의 한수'를 바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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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차 회담 D-15…김정은 1차와 다른 행보, 같은 목적
    • 입력 2019-02-12 16:26:39
    • 수정2019-02-12 16:27:37
    취재K
■1차 회담 2주 전쯤 일시 공개…아직까지 2차 회담 날짜 장소 함구
■김정은, 1차 회담 준비하며 현지활동…지금은 두문불출


2차 북미정상회담이 15일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노동신문에선 여전히 관련 소식을 찾아볼 수 없다. 지난해 1차 북미정상회담 직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당시 북한은 회담 한달여 전인 5월10일 노동신문을 통해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의 방북과 함께 북미정상회담을 준비한다고 주민들에게 알렸다. 현 시점과 비슷한 개최 보름 전 즈음인 5월27일에는 더 나아가 회담 날짜까지 공개했다.

그렇다면 회담 개최 보름을 앞두고 날짜까지 공개한 지난해, 그리고 아직까지 관련 소식을 알리지 않는 올해 행보 중 어느 게 더 '북한' 스러울까? 전문가들은 지난해 북한의 행보가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많이 내놓는다.

당시로 상황을 되돌려보자. 지난해 5월24일 트럼프 대통령은 갑작스레 1차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선언한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남북정상회담이 이틀 뒤인 5월26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회담 성사를 못박고 싶었기 때문에 날짜를 공개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이 나온다. 트럼프의 예상치 못한 행동이 없었다면 회담 일자는 지도자의 안전을 위해 직전까지 기밀사항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로 떠난 그 다음날에야 출국 소식을 알렸다.

1,2차 회담 모두 한달 전 상황 공개

김영철로부터 방미 보고받는 김정은
이와 비교해 2차 북미정상회담 준비 과정은 아직까진 순조롭다. 이번엔 지난 달 24일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의 방미 보고를 받으며 북미회담의 실무적 준비를 지시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습이 실렸다. 전례와 비교해 둘 다 실제 회담일을 한달 쯤 앞두고 보도가 됐다. 오히려 북미간 실무협상이 이례적으로 외부에 공개된 것에 주목하는 목소리도 있다.

내용도 대동소이하다. 지난해 5월 10일 북한은 "실무적인 문제들과 그에 해당한 절차와 방법들이 심도있게 논의됐다"고 전했다. 이번에도 김영철의 보고를 받은 김 위원장은 "2차 조미수뇌상봉의 실무적 준비에 대한 과업과 방향을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앞서 올해 신년사에서 "앞으로도 언제든 또다시 미국대통령과 마주앉을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바라는 회담의 형식은 일관돼 보인다. 미국은 북한에 회담을 요청하고 북한은 이를 수락한다.

같은 듯 다른 김정은 행보

지난해 1차 회담을 앞두고 6월 9일 수산식당을 찾은 김정은
그렇다고 북한이 지난해 1차와 같이 준비 중이라고 보기엔 차이도 있다. 1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이 공개되고 회담 당일까지 김 위원장은 외부 공개활동을 이어갔다. 강원 철로 공사장을 둘러봤으며, 원산갈마 공사장을 찾아 격려했다. 회담이 있는 6월에도 대동강수산물 식당 등 현장을 찾았다. 이런 현지 료해(시찰)은 지난해 12월 원산구두공장이 마지막이다.

지난해 2월1일 평양 무궤도차 공장 시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봐도 차이가 난다. 지난해 1월부터 2월 건군절까지 김 위원장은 '민생행보'를 이어갔다. 국가 과학원과 평양교원대학 그리고 평양 제약공장을 잇따라 현지 지도했다. 또 새로 개발한 무궤도전차 공장을 찾았다. 건군절 70주년 대규모 열병식에 참석한 후에는 내한공연한 삼지연 악단을 환영했다.

물론 올 들어서도 김정은 위원장의 언론 노출은 이어졌다. 1월엔 4차 북중정상회담이라는 큰 이벤트가 있었다. 지난 8일에는 건군절을 맞아 행사에 참여했다. 이렇게 보면 현재 김 위원장의 행보는 외교와 국방에 치중하는 모습이 두드러진다. 대신 올 들어 최룡해와 박봉주가 현장을 누비고 있다.

북한식 ‘경제 로켓’은 어떤 궤도로 발사될까.

정상회담 내용을 보도한 노동신문
김 위원장의 두문불출이 자연스레 2차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연상시킨다. 김 위원장의 요구는 경제다. 무엇보다 '제재 완화'로 보인다. 1차 회담이 끝난 직후 노동신문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조선 측이 도발로 여기는 합동군사훈련 중단, 관계진전에 따른 제재완화 그리고 단계적·동시적 행동 이행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종전선언'은 지난해 10월 이후 노동신문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이미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을 제안했다. 종전선언의 가치가 예년같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경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1차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일본과 한국이 도울 것이고 미국이 직접 투자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2차 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잠재력'을 거론하며 '경제로켓'이 되라고 부추긴다. 경제 로켓의 일반적인 궤도는 IMF를 시작으로 세계은행 등을 거쳐 WTO 가입이다.

회담이 열릴 베트남은 이를 위해 이념보다 실리를 쫓았다. 같은 사회주의 모자를 쓰고있지만, 지정학적 갈등 관계인 중국과는 거리를 두었다. 특히 안보와 패권을 위해 점령했던 캄보디아에서 전격 철수한 것은 베트남 지도부의 '신의 한수'였다. 미국은 환영했고 ASEAN은 사회주의 베트남을 포용했다. 도이머이 정책의 마중물이 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 베트남에서 열릴 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신의 한수'를 바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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