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래의 최강시사] 김기식 “장하준의 재벌역할론, 식민지 근대화론과 같은 맥락”

입력 2019.02.14 (10:26) 수정 2019.02.14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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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하준 교수의 재벌역할론, 식민지 근대화론과 맥을 같이 해
- 재벌일가 몰아내면 국민이 고통? 90년대 삼성 불법승계 때 퍼트렸던 강소국론!
- 5천만 인구 규모에서 한 두 재벌이 국민 먹여 살리는 것 불가능해
- 리먼브러더스 사태 당시, 가장 안정적인 나라는 중소기업 강했던 독일과 대만
- 최근 몇 년간 삼성 수십조 이익 남겨도 국민들 생계 좋아졌나?
- 5대 재벌 비중 지나치게 높아... 기업생태계 양극화가 한국 경제 취약점
- 장하준, 삼성 상속세 깎아주고 그 재원으로 복지하자? 불가능한 얘기
- 삼성의 상속세 감면? 조세형평성 맞지 않고 재벌도 타협할 의사 없어
- 미국, 상속세 폐지 얘기 나올 때마다 가장 반대하는 사람은 최고 부자들
- 미국 부자들, 지속가능한 자본주의 성장위해 부자증세 서민지원 주장해
- 장하준의 주장은 친재벌 이데올로기만 강화시킬 뿐
- 국민 99%, 우리 재벌들 편법불법 상속으로 경영권 상속한다고 생각해
- 오너 일가에 의해 지배되는 기업,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
- 절대 왕조시대에도 3-4대를 이어 번창 못해... 가업승계와 경영능력은 별개 문제

■ 프로그램명 : 김경래의 최강시사
■ 코너명 : <진보의 향기>
■ 방송시간 : 2월 14일(목) 7:25~8:57 KBS1R FM 97.3 MHz
■ 진행 : 김경래 (뉴스타파 탐사팀장)
■ 출연 : 김기식 정책위원장(더미래연구소, 前 금감원장)



▷ 김경래 :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이슈들을 진보의 시각으로 들여다보는 <진보의 향기> 시간입니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인터뷰 관련된 얘기를 오늘 조금만 더해야겠네요. 내용은 다르겠지만요. 장하준 교수가 재벌대타협론을 예전부터 주장해왔던 부분인데 다시금 언론사에서 꺼내고 있죠. 재벌대타협, 그러니까 재벌을 어떻게 할 것인가, 개혁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거는 우리의 지금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과제이기도 하고 그런데도 제대로 잘 안 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고요. 여러 가지 논란들이 많습니다.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얘기를 좀 나눠보겠습니다. 궁금한 부분들이 많아서요. 안녕하세요?

▶ 김기식 : 예, 안녕하세요?

▷ 김경래 : 그런데 제가 호칭을 이게 좀 길어서요. 뭐라고 하는 게 좋을까요?

▶ 김기식 : 위원장이라고 하시죠, 정책위원장이니까요, 지금. 더미래연구소.

▷ 김경래 :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장, 김기식 위원장님이라고 제가 부르겠습니다. 일단은 장하준 교수의 전체적인 맥락을 보면 한국 경제가 재벌에게 빚진 게 굉장히 많다, 재벌 위주로 성장해온 것도 인정을 해야 된다. 여기서 시작된단 말이에요, 얘기가요.

▶ 김기식 : 예, 일변 그렇게 볼 수 있겠죠. 그런데 저는 장하준 교수의 이런 한국 경제에 있어서의 어떤 재벌 역할론, 재벌 중심의 성장론이라고 하는 게 어떤 맥락에서 보면 식민지 근대화론하고 맥을 같이한다고 봅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재벌이 부정적인 측면도 있었지만 재벌 덕에 우리 경제 이렇게 성장했지 않느냐고 하는 얘기는 마치 일제의 식민통치가 부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일제 식민통치 덕에 우리 봉건적인 조선이 근대화했지 않느냐라고 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죠. 그러니까 이런 식민지 근대화론이라는 게 우리 국민들이 듣기에는 황당하게 들리실지 모르지만 우리 장하준 교수도 영국에서 공부하고 영국에서 지금 교수를 하고 계신데 미국이나 영국처럼 전 세계에서 제국을 운영해봤거나 제국을 운영하고 있는 나라에서는 이런 식민지 근대화론이라는 게 이게 사학계의 역사학계나 경제사 쪽에서는 굉장히 유력한 이론으로 자리잡혀 있고요. 다시 말해서 누가 어느 나라가 어떻게 식민지를 지배하고 통치했느냐에 따라서 그 식민지의 발전 경로가 결정된다는 게 식민지 근대화론의 이론적 핵심입니다. 그러니까 재벌중심성장론이라고 하는 것은 한국이라고 하는 나라가 재벌 중심으로 성장하지 않은 다른 전략은 경로에 있을 수 없다는 건데 이것에 대해서는 상당히 논란이 있을 수 있는 거죠.

▷ 김경래 : 비슷한 맥락인데요. 대마불사론 이런 거 있지 않습니까? 이것도 우리 사회에 굉장히 많이 퍼져 있고 대중적으로 그 부분을 많이 인정들 하고 있어요. 어떻게 삼성을 바꿀 수 있느냐? 그러니까 예컨대 삼성을 없애는 건 아니겠지만 현실적으로. 삼성의 총수일가들을 어떻게 한꺼번에 정리를 할 수 있느냐? 이게 좀 과격한 거 아니냐? 삼성을 잘 키워나가야 되는데 지금은 맡겨줘야 되지 않느냐? 이재용 부회장 지금 체제가 들어서려고 하는데.

▶ 김기식 : 저도 장하준 교수 인터뷰를 보면서 조금 놀란 것은 이 씨, 정 씨를 삼성과 현대에서 몰아내면 온 국민이 20년간 고통받을 거다. 그 얘기는 마치 삼성과 현대가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을 다 먹여살린다는 얘기냐는 건데요. 사실은 이게 뭐 새로운 얘기가 아니고요. 90년대 삼성이 불법 승계 상속 문제가 될 때 90년대 많이 퍼트렸던 얘기가 강소국론입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핀란드 같은 나라에서 노키아가 핀란드 하나 다 먹여살리지 않느냐? 스웨덴에서는 발렌베리 가문이 경제의 50%를 차지하면서 다 먹여살리지 않느냐? 그러니까 똘똘한 재벌 한두 개가 대한민국을 먹여살릴 수 있다, 이런 논리였는데요.

▷ 김경래 : 많이 들었던 이야기예요.

▶ 김기식 : 그런데 이게 전혀 맞지 않은 얘기인 게요. 핀란드가 노키아가 진짜 엄청난 역할을 한 건 맞지만 핀란드의 인구가 400만입니다.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이 경제의 50%를 차지한 적이 있지만 스웨덴의 인구 규모가 900만입니다. 우리는 5천만이 넘는 나라거든요. 전 세계 어떤 경우에도 5천만 정도 되는 이런 경제 인구 규모를 갖는 경제 사이즈에서 한두 개의 재벌이 5천만 국민을 먹여살린다? 이건 가능하지 않은 얘기인 거죠. 오히려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났을 때 가장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 나라가 독일입니다. 그다음에 우리 아시아권에서는 대만이 굉장히 안정적인 경제 구조를 갖고 있는데 두 나라의 공통점은 매우 강한 중소기업들이 산업 기반을 이루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재벌 몇 개 잘 키워서 대한민국 먹고사는 문제 해결하자,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는 저는 우리 규모인 경제 사이즈에서는 전혀 타당하지 않은 얘기다. 이건 삼성이 작년에 육십몇 조 재작년에는 오십몇 조 넘는 정도의 이익을 남기지 않았습니까? 그렇게 삼성은 엄청난 이익을 얻었지만 우리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가 좋아졌냐? 안 좋아지는 거죠. 이게 바로 한두 개의 재벌로는 먹고살 수가 없는 우리 한국 경제의 규모를 얘기해주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 김경래 : 그러면 비중으로 봐도 현재 삼성, 현대 이런 대기업들, 재벌들의 비중이 우리 국민 경제에서 높다, 지나치게 높다? 이렇게 보시는 건가요?

▶ 김기식 : 지금 재벌, 특히 10대 재벌 또 좁게 보면 5대 재벌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나치게 높죠.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 재벌들의 어쨌든 규모를 줄여야 되냐 그게 아니고 지금 재벌들도 잘하게 하고 문제는 그것을 뒷받침하고 산업의 기반을 튼튼하게 해줘야 될 중소기업이 같이 성장하지 못하고 중소기업은 몰락해가는데 수출 대기업만 엄청난 이익을 갖고 있는 이런 어떤 기업 생태계에서의 양극화라고 하는 것이 한국 어쨌든 경제 구조에서 굉장한 취약점이 되고 있고요. 수출 대기업 몇 개가 아까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몇십 조씩 이익이 난다고 하더라도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다수의 고용과 또 이걸 차지하고 있는 이런 중소기업 부분에 있어서의 어떤 발전 없이는 우리 국민들이 느끼는 이런 어떤 어려움들이 해결되기 어렵다, 이렇게 보는 거죠.

▷ 김경래 : 이번에 장하준 교수 중앙일보 인터뷰에 보면 구체적으로 삼성과 관련해서 이런 얘기를 했어요. 이게 현실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얘기를 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인터뷰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삼성 상속세를 왜냐하면 이게 세습할 때마다 문제가 되니까 아예 그냥 상속세를 주식으로 국민연금에 기탁을 하게 하고 대신에 세율을 60%에서 25%로 깎아주자, 그리고 그 재원을 가지고 뭔가 좋은 데에 쓰면 되는 거 아니냐? 이런 얘기를 했어요. 이거 어떻게 보십니까?

▶ 김기식 : 첫 번째는 불가능한 얘기를 하신 거고요. 예를 들어서 세금은 국가에 내는 거고요. 국민연금은 보험료로 조성되기 때문에 세금으로 낸 주식을 국민연금에다 넣는다는 건 불가능한 얘기인 거고요. 더군다나 두 번째는 어쨌든 간에 60%의 상속세를 25%로 깎아주자는 거 아닙니까? 깎아서 주식으로 낸다고 하더라도 지금도 주식으로 낼 수 있습니다. 물납할 수 있습니다, 세금을. 그런데 어쨌든 35%의 세금을 깎아주자는 건데 그렇게 따지면 이건희 회장의 지금 재산 규모로 보면 이재용 씨는 수조 원의 세금을 절감하게 되는 거죠. 그런 점에서 조세 형평성의 차원에서도 맞지 않다,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이렇게 봅니다. 그래서 왜 이런 얘기를 하시나 이런 데에 대해서 조금 의문이 있고요. 결과적으로는 이렇게 얘기를 하면 마치 이재용 씨에게 세금을 물리는 것이 부당한 것처럼 세금을 깎아줘야 되는 게 맞는 것처럼 왜곡할 소지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 점에서 지금 미국에서 상속세 폐지, 이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오히려 그걸 가장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이 나오는 게 빌게이츠라든가 워렌 버핏 같은 미국의 최고 부자들이 상속세 절대로 폐지하면 안 된다는 얘기를 했고요. 리먼 사태 나고 나서는 오히려 그런 분들이 부자에게는 세금을 더 걷어서 그 돈으로 지금 구조조정 과정에서 고통받는 서민들에게 더 많은 세금으로 복지를 해주라고 얘기할 정도로 미국의 최고의 부자들이 상속세 폐지를 반대하고 부자에게 더 세금을 걷으라는 이유는 자본주의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이런 형태로 가야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거거든요.

▷ 김경래 : 그런데 이게 장하준 교수가 현실성이 있는지 없는지를 모르실 분이 아닌 것 같은데 굳이 이 얘기를 하는 이유가 혹시 이게 이렇게 파격적으로라도 재벌들이 일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자, 이런 차원이 아니었을까요, 아마?

▶ 김기식 : 뭐 재벌대타협론 얘기하시는데 재벌들한테 그 얘기 한번 해 보시라 그러세요. 일단 사실 우리가 많이 이야기하는 스웨덴의 살츠바덴 그 협약이라든가 이런 어떤 사회적 대타협 모델의 핵심은 세금에 대해서 있는 사람들, 소위 재벌들이 양보하는 게 핵심인데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소득세라든가 법인세라든가 이런 세금을 증세하는 문제와 관련해서 단 한 번도 재벌이 찬성한 적이 없거든요. 그러니까 다시 말해서 재벌 스스로가 타협할 의사가 전혀 없고 양보할 의사가 없는데 자꾸 이런 얘기를 하시는 거는 실제로는 재벌에 대한 규제 완화해줘라, 상속세 깎아주고 재벌의 경영권 지켜주고 하라고 하는 소위 친재벌적인 어떤 이데올로기만 남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저는 장하준 교수가 한국 사회의 현실을 잘 파악하고 계시지 못한 거 아닌가 이런 생각합니다.

▷ 김경래 : 그런데 상속세 얘기가 나와서 여쭤보면 지금 아까 말씀하셨잖아요, 미국 같은 데에서 상속세를 폐지하자 그러면 빌게이츠 같은 사람들이 반대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도 상속세를 좀 낮추자는 얘기들은 꽤 나오고 있어요, 기업들 중심으로 해서요. 너무 상속세가 높아서 아예 기업들, 자기 주식을 파는 사람들이 많다, 기업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중에 일부는 또 사실이 아닌 걸로도 밝혀졌지만요. 그런 부분들, 그러니까 상속세를 조정을 해서 기업들이 이런 표현은 좀 그렇지만 잘 편하게 물려줄 수 있게끔 그러니까 기업을 편하게 경영할 수 있게끔 해주자는 목소리들이 일부 있습니다, 있기는. 이 부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김기식 : 저는 대한민국 국민들, 길에서 어느 분을 붙잡고라도 과연 이런 재벌이나 이런 상속세와 관련해서 제대로 세금 내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으면 아마 99%의 국민들이 세금 제대로 안 내고 편법, 불법을 통해서 재산을 상속하고 기업의 경영권을 넘기고 있다고 보실 겁니다. 저는 세금의 문제와 관련해서 지금 우리 사회의 문제는 깎아주는 게 문제가 아니라 제대로 세금 내게 하는 것이 오히려 중요한 것 같고요. 또 가업 승계 얘기를 많이 한다고 그다음에 가업 승계가 마치 최고로 좋은 일인 것처럼 얘기하는데요. 저는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는 지나치게 대부분의 기업이 소위 오너 일가에 의해서 지배되는 기업이라고 하는 점이 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왕조 시대에도 현군이 2대를 넘어서 나오는 경우가 없습니다. 조선시대 전체를 통틀어도 영정조 2대만 나왔고요. 청나라가 전성기 누릴 때도 강희제, 옹정제, 건륭제 빼고는 이렇게 3대를 더 못 갔거든요. 그러고 나서 영정조 뒤에 조선도 청나라의 3대 황제 이후에 청나라도 다 몰락해갔거든요. 그러니까 재벌이라고 해서 이게 3대, 4대, 5대까지 갈 때 계속 소위 경영 능력이 있는 자손들이 경영을 할 수 있을 것이냐? 왕조시대에도 불가능했던 일이 가능하겠습니까? 그런 점에서 가업 승계를 저는 다 좋은 거라고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요. 한번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지금 삼성이 먹고살고 있는 게 반도체 때문에 크게 이익을 남기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 반도체 투자를 이재용 회장은 아니고 더군다나 그 아버지 이건희 회장도 아니고 창업주인 할아버지 이병철 회장이 25년 전에 투재해놓은 게 지금 와서 이렇게 엄청난 이익을 내고 있는 거거든요. 그런데 25년 전에 할아버지 이병철 회장이 결정했던 반도체 투자 이후에 지난 20년 동안 신수종 사업 그렇게 얘기함에도 불구하고 반도체를 넘어서는 투자를 못하고 있습니다. 이게 바로 창업자 세대들이 갖고 있는 기업가들의 능력에 비해서 후손으로 가업 승계될수록 과연 이 정도의 기업을 운영할 만한 경영 능력이 있느냐라는 것에 대한 회의를 갖게 하는 대표적인 어떤 사례죠.

▷ 김경래 : 그러니까 그런 재벌들, 경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후계자들이 경영을 하게 되는 이런 상황들을 개선을 해야 된다는 말씀이신데요. 그게 결국은 재벌개혁 중에 하나 아니겠습니까? 그런 구체적인 각론에 대해서는 앞으로 차근차근 계속해서 얘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듣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기식 : 고맙습니다.

▷ 김경래 :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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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래의 최강시사] 김기식 “장하준의 재벌역할론, 식민지 근대화론과 같은 맥락”
    • 입력 2019-02-14 10:26:32
    • 수정2019-02-14 14:25:06
    최강시사
- 장하준 교수의 재벌역할론, 식민지 근대화론과 맥을 같이 해
- 재벌일가 몰아내면 국민이 고통? 90년대 삼성 불법승계 때 퍼트렸던 강소국론!
- 5천만 인구 규모에서 한 두 재벌이 국민 먹여 살리는 것 불가능해
- 리먼브러더스 사태 당시, 가장 안정적인 나라는 중소기업 강했던 독일과 대만
- 최근 몇 년간 삼성 수십조 이익 남겨도 국민들 생계 좋아졌나?
- 5대 재벌 비중 지나치게 높아... 기업생태계 양극화가 한국 경제 취약점
- 장하준, 삼성 상속세 깎아주고 그 재원으로 복지하자? 불가능한 얘기
- 삼성의 상속세 감면? 조세형평성 맞지 않고 재벌도 타협할 의사 없어
- 미국, 상속세 폐지 얘기 나올 때마다 가장 반대하는 사람은 최고 부자들
- 미국 부자들, 지속가능한 자본주의 성장위해 부자증세 서민지원 주장해
- 장하준의 주장은 친재벌 이데올로기만 강화시킬 뿐
- 국민 99%, 우리 재벌들 편법불법 상속으로 경영권 상속한다고 생각해
- 오너 일가에 의해 지배되는 기업,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
- 절대 왕조시대에도 3-4대를 이어 번창 못해... 가업승계와 경영능력은 별개 문제

■ 프로그램명 : 김경래의 최강시사
■ 코너명 : <진보의 향기>
■ 방송시간 : 2월 14일(목) 7:25~8:57 KBS1R FM 97.3 MHz
■ 진행 : 김경래 (뉴스타파 탐사팀장)
■ 출연 : 김기식 정책위원장(더미래연구소, 前 금감원장)



▷ 김경래 :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이슈들을 진보의 시각으로 들여다보는 <진보의 향기> 시간입니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인터뷰 관련된 얘기를 오늘 조금만 더해야겠네요. 내용은 다르겠지만요. 장하준 교수가 재벌대타협론을 예전부터 주장해왔던 부분인데 다시금 언론사에서 꺼내고 있죠. 재벌대타협, 그러니까 재벌을 어떻게 할 것인가, 개혁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거는 우리의 지금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과제이기도 하고 그런데도 제대로 잘 안 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고요. 여러 가지 논란들이 많습니다.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얘기를 좀 나눠보겠습니다. 궁금한 부분들이 많아서요. 안녕하세요?

▶ 김기식 : 예, 안녕하세요?

▷ 김경래 : 그런데 제가 호칭을 이게 좀 길어서요. 뭐라고 하는 게 좋을까요?

▶ 김기식 : 위원장이라고 하시죠, 정책위원장이니까요, 지금. 더미래연구소.

▷ 김경래 :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장, 김기식 위원장님이라고 제가 부르겠습니다. 일단은 장하준 교수의 전체적인 맥락을 보면 한국 경제가 재벌에게 빚진 게 굉장히 많다, 재벌 위주로 성장해온 것도 인정을 해야 된다. 여기서 시작된단 말이에요, 얘기가요.

▶ 김기식 : 예, 일변 그렇게 볼 수 있겠죠. 그런데 저는 장하준 교수의 이런 한국 경제에 있어서의 어떤 재벌 역할론, 재벌 중심의 성장론이라고 하는 게 어떤 맥락에서 보면 식민지 근대화론하고 맥을 같이한다고 봅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재벌이 부정적인 측면도 있었지만 재벌 덕에 우리 경제 이렇게 성장했지 않느냐고 하는 얘기는 마치 일제의 식민통치가 부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일제 식민통치 덕에 우리 봉건적인 조선이 근대화했지 않느냐라고 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죠. 그러니까 이런 식민지 근대화론이라는 게 우리 국민들이 듣기에는 황당하게 들리실지 모르지만 우리 장하준 교수도 영국에서 공부하고 영국에서 지금 교수를 하고 계신데 미국이나 영국처럼 전 세계에서 제국을 운영해봤거나 제국을 운영하고 있는 나라에서는 이런 식민지 근대화론이라는 게 이게 사학계의 역사학계나 경제사 쪽에서는 굉장히 유력한 이론으로 자리잡혀 있고요. 다시 말해서 누가 어느 나라가 어떻게 식민지를 지배하고 통치했느냐에 따라서 그 식민지의 발전 경로가 결정된다는 게 식민지 근대화론의 이론적 핵심입니다. 그러니까 재벌중심성장론이라고 하는 것은 한국이라고 하는 나라가 재벌 중심으로 성장하지 않은 다른 전략은 경로에 있을 수 없다는 건데 이것에 대해서는 상당히 논란이 있을 수 있는 거죠.

▷ 김경래 : 비슷한 맥락인데요. 대마불사론 이런 거 있지 않습니까? 이것도 우리 사회에 굉장히 많이 퍼져 있고 대중적으로 그 부분을 많이 인정들 하고 있어요. 어떻게 삼성을 바꿀 수 있느냐? 그러니까 예컨대 삼성을 없애는 건 아니겠지만 현실적으로. 삼성의 총수일가들을 어떻게 한꺼번에 정리를 할 수 있느냐? 이게 좀 과격한 거 아니냐? 삼성을 잘 키워나가야 되는데 지금은 맡겨줘야 되지 않느냐? 이재용 부회장 지금 체제가 들어서려고 하는데.

▶ 김기식 : 저도 장하준 교수 인터뷰를 보면서 조금 놀란 것은 이 씨, 정 씨를 삼성과 현대에서 몰아내면 온 국민이 20년간 고통받을 거다. 그 얘기는 마치 삼성과 현대가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을 다 먹여살린다는 얘기냐는 건데요. 사실은 이게 뭐 새로운 얘기가 아니고요. 90년대 삼성이 불법 승계 상속 문제가 될 때 90년대 많이 퍼트렸던 얘기가 강소국론입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핀란드 같은 나라에서 노키아가 핀란드 하나 다 먹여살리지 않느냐? 스웨덴에서는 발렌베리 가문이 경제의 50%를 차지하면서 다 먹여살리지 않느냐? 그러니까 똘똘한 재벌 한두 개가 대한민국을 먹여살릴 수 있다, 이런 논리였는데요.

▷ 김경래 : 많이 들었던 이야기예요.

▶ 김기식 : 그런데 이게 전혀 맞지 않은 얘기인 게요. 핀란드가 노키아가 진짜 엄청난 역할을 한 건 맞지만 핀란드의 인구가 400만입니다.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이 경제의 50%를 차지한 적이 있지만 스웨덴의 인구 규모가 900만입니다. 우리는 5천만이 넘는 나라거든요. 전 세계 어떤 경우에도 5천만 정도 되는 이런 경제 인구 규모를 갖는 경제 사이즈에서 한두 개의 재벌이 5천만 국민을 먹여살린다? 이건 가능하지 않은 얘기인 거죠. 오히려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났을 때 가장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 나라가 독일입니다. 그다음에 우리 아시아권에서는 대만이 굉장히 안정적인 경제 구조를 갖고 있는데 두 나라의 공통점은 매우 강한 중소기업들이 산업 기반을 이루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재벌 몇 개 잘 키워서 대한민국 먹고사는 문제 해결하자,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는 저는 우리 규모인 경제 사이즈에서는 전혀 타당하지 않은 얘기다. 이건 삼성이 작년에 육십몇 조 재작년에는 오십몇 조 넘는 정도의 이익을 남기지 않았습니까? 그렇게 삼성은 엄청난 이익을 얻었지만 우리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가 좋아졌냐? 안 좋아지는 거죠. 이게 바로 한두 개의 재벌로는 먹고살 수가 없는 우리 한국 경제의 규모를 얘기해주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 김경래 : 그러면 비중으로 봐도 현재 삼성, 현대 이런 대기업들, 재벌들의 비중이 우리 국민 경제에서 높다, 지나치게 높다? 이렇게 보시는 건가요?

▶ 김기식 : 지금 재벌, 특히 10대 재벌 또 좁게 보면 5대 재벌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나치게 높죠.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 재벌들의 어쨌든 규모를 줄여야 되냐 그게 아니고 지금 재벌들도 잘하게 하고 문제는 그것을 뒷받침하고 산업의 기반을 튼튼하게 해줘야 될 중소기업이 같이 성장하지 못하고 중소기업은 몰락해가는데 수출 대기업만 엄청난 이익을 갖고 있는 이런 어떤 기업 생태계에서의 양극화라고 하는 것이 한국 어쨌든 경제 구조에서 굉장한 취약점이 되고 있고요. 수출 대기업 몇 개가 아까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몇십 조씩 이익이 난다고 하더라도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다수의 고용과 또 이걸 차지하고 있는 이런 중소기업 부분에 있어서의 어떤 발전 없이는 우리 국민들이 느끼는 이런 어떤 어려움들이 해결되기 어렵다, 이렇게 보는 거죠.

▷ 김경래 : 이번에 장하준 교수 중앙일보 인터뷰에 보면 구체적으로 삼성과 관련해서 이런 얘기를 했어요. 이게 현실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얘기를 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인터뷰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삼성 상속세를 왜냐하면 이게 세습할 때마다 문제가 되니까 아예 그냥 상속세를 주식으로 국민연금에 기탁을 하게 하고 대신에 세율을 60%에서 25%로 깎아주자, 그리고 그 재원을 가지고 뭔가 좋은 데에 쓰면 되는 거 아니냐? 이런 얘기를 했어요. 이거 어떻게 보십니까?

▶ 김기식 : 첫 번째는 불가능한 얘기를 하신 거고요. 예를 들어서 세금은 국가에 내는 거고요. 국민연금은 보험료로 조성되기 때문에 세금으로 낸 주식을 국민연금에다 넣는다는 건 불가능한 얘기인 거고요. 더군다나 두 번째는 어쨌든 간에 60%의 상속세를 25%로 깎아주자는 거 아닙니까? 깎아서 주식으로 낸다고 하더라도 지금도 주식으로 낼 수 있습니다. 물납할 수 있습니다, 세금을. 그런데 어쨌든 35%의 세금을 깎아주자는 건데 그렇게 따지면 이건희 회장의 지금 재산 규모로 보면 이재용 씨는 수조 원의 세금을 절감하게 되는 거죠. 그런 점에서 조세 형평성의 차원에서도 맞지 않다,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이렇게 봅니다. 그래서 왜 이런 얘기를 하시나 이런 데에 대해서 조금 의문이 있고요. 결과적으로는 이렇게 얘기를 하면 마치 이재용 씨에게 세금을 물리는 것이 부당한 것처럼 세금을 깎아줘야 되는 게 맞는 것처럼 왜곡할 소지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 점에서 지금 미국에서 상속세 폐지, 이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오히려 그걸 가장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이 나오는 게 빌게이츠라든가 워렌 버핏 같은 미국의 최고 부자들이 상속세 절대로 폐지하면 안 된다는 얘기를 했고요. 리먼 사태 나고 나서는 오히려 그런 분들이 부자에게는 세금을 더 걷어서 그 돈으로 지금 구조조정 과정에서 고통받는 서민들에게 더 많은 세금으로 복지를 해주라고 얘기할 정도로 미국의 최고의 부자들이 상속세 폐지를 반대하고 부자에게 더 세금을 걷으라는 이유는 자본주의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이런 형태로 가야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거거든요.

▷ 김경래 : 그런데 이게 장하준 교수가 현실성이 있는지 없는지를 모르실 분이 아닌 것 같은데 굳이 이 얘기를 하는 이유가 혹시 이게 이렇게 파격적으로라도 재벌들이 일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자, 이런 차원이 아니었을까요, 아마?

▶ 김기식 : 뭐 재벌대타협론 얘기하시는데 재벌들한테 그 얘기 한번 해 보시라 그러세요. 일단 사실 우리가 많이 이야기하는 스웨덴의 살츠바덴 그 협약이라든가 이런 어떤 사회적 대타협 모델의 핵심은 세금에 대해서 있는 사람들, 소위 재벌들이 양보하는 게 핵심인데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소득세라든가 법인세라든가 이런 세금을 증세하는 문제와 관련해서 단 한 번도 재벌이 찬성한 적이 없거든요. 그러니까 다시 말해서 재벌 스스로가 타협할 의사가 전혀 없고 양보할 의사가 없는데 자꾸 이런 얘기를 하시는 거는 실제로는 재벌에 대한 규제 완화해줘라, 상속세 깎아주고 재벌의 경영권 지켜주고 하라고 하는 소위 친재벌적인 어떤 이데올로기만 남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저는 장하준 교수가 한국 사회의 현실을 잘 파악하고 계시지 못한 거 아닌가 이런 생각합니다.

▷ 김경래 : 그런데 상속세 얘기가 나와서 여쭤보면 지금 아까 말씀하셨잖아요, 미국 같은 데에서 상속세를 폐지하자 그러면 빌게이츠 같은 사람들이 반대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도 상속세를 좀 낮추자는 얘기들은 꽤 나오고 있어요, 기업들 중심으로 해서요. 너무 상속세가 높아서 아예 기업들, 자기 주식을 파는 사람들이 많다, 기업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중에 일부는 또 사실이 아닌 걸로도 밝혀졌지만요. 그런 부분들, 그러니까 상속세를 조정을 해서 기업들이 이런 표현은 좀 그렇지만 잘 편하게 물려줄 수 있게끔 그러니까 기업을 편하게 경영할 수 있게끔 해주자는 목소리들이 일부 있습니다, 있기는. 이 부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김기식 : 저는 대한민국 국민들, 길에서 어느 분을 붙잡고라도 과연 이런 재벌이나 이런 상속세와 관련해서 제대로 세금 내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으면 아마 99%의 국민들이 세금 제대로 안 내고 편법, 불법을 통해서 재산을 상속하고 기업의 경영권을 넘기고 있다고 보실 겁니다. 저는 세금의 문제와 관련해서 지금 우리 사회의 문제는 깎아주는 게 문제가 아니라 제대로 세금 내게 하는 것이 오히려 중요한 것 같고요. 또 가업 승계 얘기를 많이 한다고 그다음에 가업 승계가 마치 최고로 좋은 일인 것처럼 얘기하는데요. 저는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는 지나치게 대부분의 기업이 소위 오너 일가에 의해서 지배되는 기업이라고 하는 점이 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왕조 시대에도 현군이 2대를 넘어서 나오는 경우가 없습니다. 조선시대 전체를 통틀어도 영정조 2대만 나왔고요. 청나라가 전성기 누릴 때도 강희제, 옹정제, 건륭제 빼고는 이렇게 3대를 더 못 갔거든요. 그러고 나서 영정조 뒤에 조선도 청나라의 3대 황제 이후에 청나라도 다 몰락해갔거든요. 그러니까 재벌이라고 해서 이게 3대, 4대, 5대까지 갈 때 계속 소위 경영 능력이 있는 자손들이 경영을 할 수 있을 것이냐? 왕조시대에도 불가능했던 일이 가능하겠습니까? 그런 점에서 가업 승계를 저는 다 좋은 거라고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요. 한번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지금 삼성이 먹고살고 있는 게 반도체 때문에 크게 이익을 남기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 반도체 투자를 이재용 회장은 아니고 더군다나 그 아버지 이건희 회장도 아니고 창업주인 할아버지 이병철 회장이 25년 전에 투재해놓은 게 지금 와서 이렇게 엄청난 이익을 내고 있는 거거든요. 그런데 25년 전에 할아버지 이병철 회장이 결정했던 반도체 투자 이후에 지난 20년 동안 신수종 사업 그렇게 얘기함에도 불구하고 반도체를 넘어서는 투자를 못하고 있습니다. 이게 바로 창업자 세대들이 갖고 있는 기업가들의 능력에 비해서 후손으로 가업 승계될수록 과연 이 정도의 기업을 운영할 만한 경영 능력이 있느냐라는 것에 대한 회의를 갖게 하는 대표적인 어떤 사례죠.

▷ 김경래 : 그러니까 그런 재벌들, 경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후계자들이 경영을 하게 되는 이런 상황들을 개선을 해야 된다는 말씀이신데요. 그게 결국은 재벌개혁 중에 하나 아니겠습니까? 그런 구체적인 각론에 대해서는 앞으로 차근차근 계속해서 얘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듣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기식 : 고맙습니다.

▷ 김경래 :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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