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 정기공채 폐지, 어떻게 바뀌나?

입력 2019.02.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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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대규모 정기 공채 폐지

현대·기아차가 연 2회 실시하던 대졸 정기 공채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해당 직무별 적합 인물을 뽑기 위한 상시 채용 방식을 도입할 예정이다. 재개 10대 그룹 가운데 공채를 폐지한 것은 현대·기아차가 처음이다. 그룹 전체 공채, 계열사 별 공채, 일부 경력직 상시 공채 도입 등 기존의 공채 방식의 일부 수정은 있었지만 대졸 공채의 전면 폐지는 60년 넘게 이어져 온 한국식 대졸자 채용 방식의 일대 전환점일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의 결정, 왜?

회사 측은 수시 채용 방식으로의 변화에 대해 "기존의 정기 공채로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대 변화, 미래 산업 환경에 적합하게 대응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설명한다. 1년에 2번 신입 사원을 뽑아 계열사 별 집합 교육을 시행하고, 본부별 교육, 부서별 교육을 마친 뒤 실제 회사 차원에서 적합한 사원이 되기 위해서는 수개월이 소요되는 게 일반적이다. 현장에서는 농담으로 "신입사원이 복사 하나 해오는 데만 몇 개월"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런 대졸자 정기 공채가 이제는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게 현대·기아차의 분석이다. 자동차 산업이 기존처럼 잘 굴러가는 차만 잘 만들면 되는 게 아니라, IT 기술을 접목한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 혁명에 빠르게 대응하길 요구하기에 수개월의 신입사원 교육 기간이 오히려 해가 된다고 한다.

기존의 정기 공채는 분명 현장의 필요로 지금까지도 이어져 왔다. 그룹, 계열사 차원에서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대졸자를 뽑아 회사의 '사람'으로 키워내는 방식은 구성원들의 소속감, 협업, 애사심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구성원이 곧 회사이며, 회사가 곧 구성원이라는 인식이 있다. "직원이 회사의 주인이다"는 구호는 과거 비약적인 산업화 시기에는 회사의 성장과 그룹의 외형적 발전을 이끌었다. 수백, 수천 명의 신입 사원은 '인정' 받는 대기업에서 '인재'로 성장해 '임원'이 되고, '은퇴' 후에는 계열사 사장까지 지내는 '이상적' 직장인의 삶을 꿈꿨다. 이런 시스템 속에서 정기 공채 방식은 그 채용 시기가 명확히 정해져 있어 채용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공채 시스템은 과거 우리가 경제적으로 따라가려 했던 일본에서 비롯된다. 일본은 이미 1920년대 대졸 정기 공채 시스템을 도입했다. 서구식 기업이 생겨났지만 사원을 어떻게 뽑아 교육해야 할지 혼란이 있었던 시기, 사회적 합의를 통해 각 기업이 대졸자들을 정기 공개 채용 방식으로 뽑기로 결정했다. 우리 대기업은 이 같은 일본의 영향으로 한국전쟁 이후 급속한 외적 성장과 함께 정기 공채를 시행한다. 그 시작은 삼성그룹으로 1957년 최초의 그룹 공채 당시 1천여 명이 지원했고, 총 27명이 합격해 삼성물산, 제일모직, 제일제당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다른 그룹들도 대졸 정기 공채 방식을 도입했으며 '공채 출신'이여야만 회사의 '적자(嫡子)'로 대접받는 회사 내 분위기까지 나타났다.

수십 년간 이어져 온 공채 방식은 그간 적지 않은 변화 또한 있었다. 필기시험 폐지, 그룹별 입사 시험 개발, 서류 전형 폐지, 토론 또는 PR 면접, 블라이드 면접, 인턴 채용 확대 등 사회, 경제적 요구에 기업이 일정 부분 호응하는 방식으로 달라졌다. 그리고 현재, 서류전형 -> 직무적성검사 -> 1, 2차 면접으로 이어지는 공채 방식은 기업마다 차이는 있지만 비슷하게 유지된다.

대졸자 채용, 어떻게 변화나?

앞으로의 대졸자 채용 방식을 예견하기 위해 현대·기아차의 행보에 주목할만하다. 핵심은 '직무 중심 선발'로 해당 업무에 적합한 사람을 언제든 뽑아 현장에 바로 배치하겠다는 구상이다. 취업 준비생은 업무에 필요한 능력을 갖추는 데 집중하고, 회사는 그 능력 중심으로 사람을 뽑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한다. 취업 희망자들이 힘들게 갖은 자격증 따고, 영어 점수 높이고, 그럴싸한 인턴 경력 채우기보다는 본인이 희망하는 업무와 관련된 역량을 기르는 데 주력하는 방향으로 구직 시스템이 옮겨 가야 한다는 것이다. 즉, 모든 일을 잘하는 '제너럴리스트'가 아닌 기본 이상의 '스페셜리스트'가 4차 산업 시대가 취업 적합 인물로 평가받는 시대가 오고 있다는 해석이다.

대기업 정기 공채는 우리 기업들의 오랜 관행으로 자리 잡았지만 해외 기업을 보면 수시 채용이 일반적이다. 심층 면접을 통한 직무 능력 평가, 적재적소 배치, 탄력적 인력 수급이 그 특징이다. 다국적 기업의 채용이 이러한 방식을 취하고 있어 국내 외국계 기업 비슷한 채용 과정을 거친다. 채용을 알리는 자사 광고 없이 홈페이지에 특정 능력의 인력이 필요한 때에만 채용 공고를 올린다. 해당 기업에 관심이 있는 업무 적합 구직자는 홈페이지를 통해 이력서나 자기소개서 등을 제출한다. 해당 기업으로부터 연락을 받으면 먼저 전화나 화상 면접 등을 통해 1차 면접이 진행되고, 이를 통과하면 수차례 지속적으로 기업의 인사를 만나 업무 적합도, 성장 가능성, 팀워크 능력 등 다방면의 평가 받는다. 규모가 큰 기업은 이런 채용 과정이 1년 가까이도 이뤄지기도 해 많은 취업 준비생들은 작은 회사라도 일단 첫발을 들이고 일을 하면서 이직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외 링크인(Linkedin)과 같이 개인이 채용 관련 사이트에 업무 관련 능력, 경력 등 본인의 정보를 상세히 올리는 사이트도 기업 채용의 한 축을 맡고 있다. 개인은 업무 중심의 자기의 장점을 알리고, 기업은 이에 기초해 적합한 사람을 찾는 방식이다.

현대·기아차가 밝혔듯 '직무 중심 선발'이 이뤄질 경우 현재의 공채 시스템과 다른 또 다른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크다. 바로 직무별 연봉 격차인데, 현재의 공채 시스템은 직무가 달라도 그룹, 계열사 차원의 연봉 형평성을 무시하지 못한다. 하지만 직무별 인력을 따로 선발하게 되면 해당 업무에 따른 연봉이 각각 책정돼 같은 신입 사원이라도 받는 연봉에서 차이를 보일 수 있다. 미국 대졸자들을 보면, 일반적으로 과학, 기술, 엔지니어링, 수학 등 소위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nd Math) 분야를 전공한 학생들의 취업이 상대적으로 쉬우며 연봉도 높은 경향이 나타난다. 미 인사 컨설팅 회사인 콘페리(Korn Ferry)는 2018년 미국 대졸자 평균 연봉을 분석했는데, 직종별 연봉은 2배가량이나 차이를 보인다.(아래 그래프 참고) 우리도 미국과 같은 상시 채용, 직무별 채용이 일반화되면 이러한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이는 또 다른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킬지 모른다.


다시 시작된 취업 걱정, 해법은?

현대·기아차가 채용 방식을 바꾼다는 소식에 구직자들은 "그럼 경력자만 뽑는 것 아니냐?"고 먼저 질문한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는 경력자 채용 방식이 주가 되리라 예측하지만 지금 현시점에 대해서는 각기 다른 대답을 내놓는다. 몇몇 학과를 제외하면 대학을 졸업해도 전문성에 큰 차이가 없는 현 취업 준비생들을 볼 때, 갑작스러운 경력 상시 채용으로의 이동은 어렵다는 반응이 하나이다. 반면, 곧바로 대학을 졸업한 구직자보다 작은 기업에서라도 전문성을 익힌, 수년의 해당 직무 경력이 있는 사람이어야만 대기업 취업이 가능한 시기가 곧 올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있다.

국내 한 대기업의 상시 채용으로의 전환은 앞으로 타 대기업들의 채용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예정이다. 현대·기아차는 정기 공채 폐지 발표와 함께 채용 규모에 대해선 현 규모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1만 명의 신규 채용 중 경력자 선발 수가 늘어나는 건 예정된 수순으로 보인다. 대학을 갓 졸업한 취업 준비생들의 대기업 입사 문이 좁아지리라는 사실은 쉽게 예견 가능하다. 문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 특히 연봉뿐 아니라 복지 혜택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큰 우리나라 기업 구조상 이와 같은 변화는 또 다른 경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선진국식 사회 안전망이 확고히 갖춰지지 않은 이 땅의 젊은이들이 대학 입학 경쟁 이후의 취업 경쟁, 그리고 여기에 더해 대기업 경력 입사까지 끝없는 '전쟁'만 이어가야 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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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15 08:00:41
    취재K
현대·기아차 대규모 정기 공채 폐지

현대·기아차가 연 2회 실시하던 대졸 정기 공채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해당 직무별 적합 인물을 뽑기 위한 상시 채용 방식을 도입할 예정이다. 재개 10대 그룹 가운데 공채를 폐지한 것은 현대·기아차가 처음이다. 그룹 전체 공채, 계열사 별 공채, 일부 경력직 상시 공채 도입 등 기존의 공채 방식의 일부 수정은 있었지만 대졸 공채의 전면 폐지는 60년 넘게 이어져 온 한국식 대졸자 채용 방식의 일대 전환점일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의 결정, 왜?

회사 측은 수시 채용 방식으로의 변화에 대해 "기존의 정기 공채로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대 변화, 미래 산업 환경에 적합하게 대응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설명한다. 1년에 2번 신입 사원을 뽑아 계열사 별 집합 교육을 시행하고, 본부별 교육, 부서별 교육을 마친 뒤 실제 회사 차원에서 적합한 사원이 되기 위해서는 수개월이 소요되는 게 일반적이다. 현장에서는 농담으로 "신입사원이 복사 하나 해오는 데만 몇 개월"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런 대졸자 정기 공채가 이제는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게 현대·기아차의 분석이다. 자동차 산업이 기존처럼 잘 굴러가는 차만 잘 만들면 되는 게 아니라, IT 기술을 접목한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 혁명에 빠르게 대응하길 요구하기에 수개월의 신입사원 교육 기간이 오히려 해가 된다고 한다.

기존의 정기 공채는 분명 현장의 필요로 지금까지도 이어져 왔다. 그룹, 계열사 차원에서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대졸자를 뽑아 회사의 '사람'으로 키워내는 방식은 구성원들의 소속감, 협업, 애사심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구성원이 곧 회사이며, 회사가 곧 구성원이라는 인식이 있다. "직원이 회사의 주인이다"는 구호는 과거 비약적인 산업화 시기에는 회사의 성장과 그룹의 외형적 발전을 이끌었다. 수백, 수천 명의 신입 사원은 '인정' 받는 대기업에서 '인재'로 성장해 '임원'이 되고, '은퇴' 후에는 계열사 사장까지 지내는 '이상적' 직장인의 삶을 꿈꿨다. 이런 시스템 속에서 정기 공채 방식은 그 채용 시기가 명확히 정해져 있어 채용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공채 시스템은 과거 우리가 경제적으로 따라가려 했던 일본에서 비롯된다. 일본은 이미 1920년대 대졸 정기 공채 시스템을 도입했다. 서구식 기업이 생겨났지만 사원을 어떻게 뽑아 교육해야 할지 혼란이 있었던 시기, 사회적 합의를 통해 각 기업이 대졸자들을 정기 공개 채용 방식으로 뽑기로 결정했다. 우리 대기업은 이 같은 일본의 영향으로 한국전쟁 이후 급속한 외적 성장과 함께 정기 공채를 시행한다. 그 시작은 삼성그룹으로 1957년 최초의 그룹 공채 당시 1천여 명이 지원했고, 총 27명이 합격해 삼성물산, 제일모직, 제일제당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다른 그룹들도 대졸 정기 공채 방식을 도입했으며 '공채 출신'이여야만 회사의 '적자(嫡子)'로 대접받는 회사 내 분위기까지 나타났다.

수십 년간 이어져 온 공채 방식은 그간 적지 않은 변화 또한 있었다. 필기시험 폐지, 그룹별 입사 시험 개발, 서류 전형 폐지, 토론 또는 PR 면접, 블라이드 면접, 인턴 채용 확대 등 사회, 경제적 요구에 기업이 일정 부분 호응하는 방식으로 달라졌다. 그리고 현재, 서류전형 -> 직무적성검사 -> 1, 2차 면접으로 이어지는 공채 방식은 기업마다 차이는 있지만 비슷하게 유지된다.

대졸자 채용, 어떻게 변화나?

앞으로의 대졸자 채용 방식을 예견하기 위해 현대·기아차의 행보에 주목할만하다. 핵심은 '직무 중심 선발'로 해당 업무에 적합한 사람을 언제든 뽑아 현장에 바로 배치하겠다는 구상이다. 취업 준비생은 업무에 필요한 능력을 갖추는 데 집중하고, 회사는 그 능력 중심으로 사람을 뽑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한다. 취업 희망자들이 힘들게 갖은 자격증 따고, 영어 점수 높이고, 그럴싸한 인턴 경력 채우기보다는 본인이 희망하는 업무와 관련된 역량을 기르는 데 주력하는 방향으로 구직 시스템이 옮겨 가야 한다는 것이다. 즉, 모든 일을 잘하는 '제너럴리스트'가 아닌 기본 이상의 '스페셜리스트'가 4차 산업 시대가 취업 적합 인물로 평가받는 시대가 오고 있다는 해석이다.

대기업 정기 공채는 우리 기업들의 오랜 관행으로 자리 잡았지만 해외 기업을 보면 수시 채용이 일반적이다. 심층 면접을 통한 직무 능력 평가, 적재적소 배치, 탄력적 인력 수급이 그 특징이다. 다국적 기업의 채용이 이러한 방식을 취하고 있어 국내 외국계 기업 비슷한 채용 과정을 거친다. 채용을 알리는 자사 광고 없이 홈페이지에 특정 능력의 인력이 필요한 때에만 채용 공고를 올린다. 해당 기업에 관심이 있는 업무 적합 구직자는 홈페이지를 통해 이력서나 자기소개서 등을 제출한다. 해당 기업으로부터 연락을 받으면 먼저 전화나 화상 면접 등을 통해 1차 면접이 진행되고, 이를 통과하면 수차례 지속적으로 기업의 인사를 만나 업무 적합도, 성장 가능성, 팀워크 능력 등 다방면의 평가 받는다. 규모가 큰 기업은 이런 채용 과정이 1년 가까이도 이뤄지기도 해 많은 취업 준비생들은 작은 회사라도 일단 첫발을 들이고 일을 하면서 이직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외 링크인(Linkedin)과 같이 개인이 채용 관련 사이트에 업무 관련 능력, 경력 등 본인의 정보를 상세히 올리는 사이트도 기업 채용의 한 축을 맡고 있다. 개인은 업무 중심의 자기의 장점을 알리고, 기업은 이에 기초해 적합한 사람을 찾는 방식이다.

현대·기아차가 밝혔듯 '직무 중심 선발'이 이뤄질 경우 현재의 공채 시스템과 다른 또 다른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크다. 바로 직무별 연봉 격차인데, 현재의 공채 시스템은 직무가 달라도 그룹, 계열사 차원의 연봉 형평성을 무시하지 못한다. 하지만 직무별 인력을 따로 선발하게 되면 해당 업무에 따른 연봉이 각각 책정돼 같은 신입 사원이라도 받는 연봉에서 차이를 보일 수 있다. 미국 대졸자들을 보면, 일반적으로 과학, 기술, 엔지니어링, 수학 등 소위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nd Math) 분야를 전공한 학생들의 취업이 상대적으로 쉬우며 연봉도 높은 경향이 나타난다. 미 인사 컨설팅 회사인 콘페리(Korn Ferry)는 2018년 미국 대졸자 평균 연봉을 분석했는데, 직종별 연봉은 2배가량이나 차이를 보인다.(아래 그래프 참고) 우리도 미국과 같은 상시 채용, 직무별 채용이 일반화되면 이러한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이는 또 다른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킬지 모른다.


다시 시작된 취업 걱정, 해법은?

현대·기아차가 채용 방식을 바꾼다는 소식에 구직자들은 "그럼 경력자만 뽑는 것 아니냐?"고 먼저 질문한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는 경력자 채용 방식이 주가 되리라 예측하지만 지금 현시점에 대해서는 각기 다른 대답을 내놓는다. 몇몇 학과를 제외하면 대학을 졸업해도 전문성에 큰 차이가 없는 현 취업 준비생들을 볼 때, 갑작스러운 경력 상시 채용으로의 이동은 어렵다는 반응이 하나이다. 반면, 곧바로 대학을 졸업한 구직자보다 작은 기업에서라도 전문성을 익힌, 수년의 해당 직무 경력이 있는 사람이어야만 대기업 취업이 가능한 시기가 곧 올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있다.

국내 한 대기업의 상시 채용으로의 전환은 앞으로 타 대기업들의 채용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예정이다. 현대·기아차는 정기 공채 폐지 발표와 함께 채용 규모에 대해선 현 규모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1만 명의 신규 채용 중 경력자 선발 수가 늘어나는 건 예정된 수순으로 보인다. 대학을 갓 졸업한 취업 준비생들의 대기업 입사 문이 좁아지리라는 사실은 쉽게 예견 가능하다. 문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 특히 연봉뿐 아니라 복지 혜택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큰 우리나라 기업 구조상 이와 같은 변화는 또 다른 경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선진국식 사회 안전망이 확고히 갖춰지지 않은 이 땅의 젊은이들이 대학 입학 경쟁 이후의 취업 경쟁, 그리고 여기에 더해 대기업 경력 입사까지 끝없는 '전쟁'만 이어가야 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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