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맞나요? 왜 기억이 바뀌죠?”…특수성 이해 못하는 법원

입력 2019.02.15 (08:23) 수정 2019.02.15 (09:3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지적장애인 여성이 성폭력을 당할 경우, 법원에서 가해자의 유죄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왜 저항하지 못했는지, 어느정도의 장애를 지니고 있는지 등을 설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성폭행 피해를 호소하는 여성이 돈을 받았다는 이유로 성매매를 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하죠.

전문가들은 장애와 성폭력에 대한 이해 부족을 지적합니다.

김민정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저항하지 않았다면 합의한걸까.

[양애리아/장애여성성폭력상담소 부소장 : "싫어도 하라고 하면 했어요. 선생님이 하라면 해야 됐어요. 그래야 착하다고 했죠. 어떻게 갑자기 가해자의 요구 앞에서는 단호해질 수 있을까."]

수준 높은 단어를 사용하면 지적 장애가 없는걸까.

[김예원/장애인권법센터 대표 : "(지적 수준이) 3살, 4살이라고 하는데 만나서 대화해보면 3살, 4살처럼 말하지 않거든요. 판단을 그렇게 밖에 못 한다는 거예요. 말을 그 수준으로 한다는 것이 아니고."]

사람마다 장애의 특성도, 정도도 모두 다른데, 끊임없이 신빙성을 의심받곤 합니다.

[김예원/장애인권법센터 대표 : "시간·방향·숫자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 지적 장애가 나온 거잖아요. 그런데 '네가 시간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으니 네 진술은 일관됐다고 보기 어려워'"]

[양애리아/장애여성성폭력상담소 부소장 : "가지고 있는 장애의 특성이 과연 특정 사실을 기억하거나 인지할 수 있는 정도인가부터 확인하지 않고 '어? 왜 그걸 기억 못하지?'"]

가해자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은 '이례적 행동'은 이해되지 않습니다.

[양애리아/장애여성성폭력상담소 부소장 : "성폭력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보낼 수 있단 말이죠. 그런데 '성폭력 피해자가 어떻게 다음날 가해자한테 하트를 보내? 이건 서로 동의한거야'..."]

[김예원/장애인권법센터 대표 : "내가 생각할 때 납득하기 어려운 것을 이례적 행동이라고 표현하잖아요. 비장애인 입장에서 생각을 하니까 '얘가 원한 거네'"]

가장 중요한건 피해자 관점에서 보는 겁니다.

[양애리아/장애여성성폭력상담소 부소장 : "가해자가 피해자의 상황을 어떻게 이용했는지를 봐라. 가해자가 피해자의 취약함을 어떻게 이용했는지를 보는 게 맞는 거죠."]

[김예원/장애인권법센터 대표 : "한층 더 장애에 대해 고려해야하고 사회 문화적 맥락이 고려돼야 해요. 기존의 판례 해석만으로는 (가해자들이) 다 빠져나갈 수밖에 없어요."]

KBS 뉴스 김민정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장애 맞나요? 왜 기억이 바뀌죠?”…특수성 이해 못하는 법원
    • 입력 2019-02-15 08:26:58
    • 수정2019-02-15 09:33:46
    아침뉴스타임
[앵커] 지적장애인 여성이 성폭력을 당할 경우, 법원에서 가해자의 유죄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왜 저항하지 못했는지, 어느정도의 장애를 지니고 있는지 등을 설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성폭행 피해를 호소하는 여성이 돈을 받았다는 이유로 성매매를 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하죠. 전문가들은 장애와 성폭력에 대한 이해 부족을 지적합니다. 김민정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저항하지 않았다면 합의한걸까. [양애리아/장애여성성폭력상담소 부소장 : "싫어도 하라고 하면 했어요. 선생님이 하라면 해야 됐어요. 그래야 착하다고 했죠. 어떻게 갑자기 가해자의 요구 앞에서는 단호해질 수 있을까."] 수준 높은 단어를 사용하면 지적 장애가 없는걸까. [김예원/장애인권법센터 대표 : "(지적 수준이) 3살, 4살이라고 하는데 만나서 대화해보면 3살, 4살처럼 말하지 않거든요. 판단을 그렇게 밖에 못 한다는 거예요. 말을 그 수준으로 한다는 것이 아니고."] 사람마다 장애의 특성도, 정도도 모두 다른데, 끊임없이 신빙성을 의심받곤 합니다. [김예원/장애인권법센터 대표 : "시간·방향·숫자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 지적 장애가 나온 거잖아요. 그런데 '네가 시간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으니 네 진술은 일관됐다고 보기 어려워'"] [양애리아/장애여성성폭력상담소 부소장 : "가지고 있는 장애의 특성이 과연 특정 사실을 기억하거나 인지할 수 있는 정도인가부터 확인하지 않고 '어? 왜 그걸 기억 못하지?'"] 가해자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은 '이례적 행동'은 이해되지 않습니다. [양애리아/장애여성성폭력상담소 부소장 : "성폭력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보낼 수 있단 말이죠. 그런데 '성폭력 피해자가 어떻게 다음날 가해자한테 하트를 보내? 이건 서로 동의한거야'..."] [김예원/장애인권법센터 대표 : "내가 생각할 때 납득하기 어려운 것을 이례적 행동이라고 표현하잖아요. 비장애인 입장에서 생각을 하니까 '얘가 원한 거네'"] 가장 중요한건 피해자 관점에서 보는 겁니다. [양애리아/장애여성성폭력상담소 부소장 : "가해자가 피해자의 상황을 어떻게 이용했는지를 봐라. 가해자가 피해자의 취약함을 어떻게 이용했는지를 보는 게 맞는 거죠."] [김예원/장애인권법센터 대표 : "한층 더 장애에 대해 고려해야하고 사회 문화적 맥락이 고려돼야 해요. 기존의 판례 해석만으로는 (가해자들이) 다 빠져나갈 수밖에 없어요."] KBS 뉴스 김민정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