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아동 생존권 침해하는 학대”…첫 헌법소원 간 ‘양육비 미지급’

입력 2019.02.15 (08:34) 수정 2019.02.15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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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부모가 이혼을 하면 자녀는 부모 한쪽과 살게 되죠.

그러면, 아이를 키우지 않는 측에서 양육비를 주게 되는데, 실상은 어떨까요?

열에 일곱은 양육비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라는데요.

소송을 통해 법원이 양육비 지급 판결을 해도 버티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합니다.

헌법소원까지 가게 된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어제, 헌법재판소 앞.

이혼 뒤 양육비를 받지 못한 한부모 가정의 부모와 자녀 260여 명이 모여 양육비 헌법 소원 심판 청구를 냈습니다.

[강민서/양육비 해결모임 부대표 : "양육비 미지급은 아이들의 기본권인 생존권을 침해하는 일입니다. 더 이상 저희 기본권이 침해받지 않도록 여러분께서 외면하지 말아 주시고요."]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건 아동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아동학대라며 목소리를 높였는데요.

[이준영/변호사 : "양육비 채무자가 작정하고 도망을 다니거나 또는 10일~20일 정도 감치를 감수하면 실제 양육비를 지급받을 수 있는 강제 수단이 되지 않습니다. 지금 대한민국 양육비 제도가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해서 없다 할 정도로 부실하다는 이야기고…."]

이번 헌법 소원에는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출국 금지와, 운전면허 정지, 신상정보 공개, 대지급제 등이 포함됐습니다.

그만큼 길게는 수십 년 동안 양육비를 받지 못했던 한부모 가정도 있었기 때문인데요.

[방민주/한부모 가정 양육자 : "백일 무렵부터 지금까지 아이의 안부를 묻는 전화며 문자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현재 아이가 고등학교 2학년인데 학원도 못 가고 있어요. 생활고로 인해서요."]

양육비를 받기 위해 싸워왔지만 제대로 된 법률이 없어 소용이 없었다는 부모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전 배우자와 연락이라도 닿길 바라는 엄마도 있습니다.

[김OO/한부모 가정 양육자/음성변조 : "OO 아빠, 어디 있는지 말씀해주시고 연락 닿을 수 있게 도와주세요. 그리고 양육비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아내가 가출을 하면서 헤어지게 된 김모 씨.

큰 아이 다섯 살, 둘째가 세 살 때였다는데요.

어느새, 11살이 된 작은 딸은 혼자 밥상을 차릴 정도로 훌쩍 자랐습니다.

이혼 절차를 밟으면서 한 아이당 월 30만 원씩 60만 원을 주기로 약속했지만 수년째 연락이 닿지 않고 있습니다.

[김OO/한부모 가정 양육자/음성변조 : "재산 조회나 여러 가지 다 조회를 했거든요. 자기 이름 된 거는 하나도 없게 만들어 놨더라고요."]

노모까지 쓰러지면서 제대로 일조차 못 하게 된 김 씨.

아끼고 또 아껴보지만, 생활은 늘 어렵다는데요.

[김OO/한부모 가정 양육자/음성변조 : "아이들은 '배우고 싶다, 어디 학원 다니고 싶다.' 그러는데도 내가 보내줄 수 없는 게 제일 가슴 아프고…. (아이가) 양육비 꼭 받으라고 안 주면 감옥에 보내야 된다고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아이가 13개월 때부터 별거를 해왔다는 김희진 씨.

별거 중에도 양육비를 한 푼도 못 받았는데요.

긴 소송 끝에 아이가 5살이 되던 해 결국 이혼을 했습니다.

위자료와 별거 중에 주지 않은 양육비 등 4500만 원, 월 70만 원의 양육비를 지급하라는 법원의 판결을 받았습니다.

[김희진/한부모 가정 양육자 : "'미안하고 너랑 잘살아 보려고 했는데 이렇게 됐어. 아이 양육비는 내가 최선을 다해서 줄게.' 했는데 1년 동안 한 푼도 못 받았죠."]

별거 기간을 포함하면 5년 넘게 양육비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돈이 없다는 이유였는데, 실상은 달랐다고 합니다.

[김희진/한부모 가정 양육자 : "'돈이 없어서. 진짜 돈이 없어.'라고 했는데 여자 친구랑 호화롭게 여행 다니는 사진 올리고. 옷 하나에 막 8, 90만 원짜리 입고 다니고."]

폭언과 협박 등으로 접근 금지 처분까지 내려진 전 남편은 그러나, 판결을 이행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고 김 씨는 주장했습니다.

일부에선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들의 사진과 신상정보를 공개하기도 하는데요.

[구본창/'배드파더스' 활동가 : "사이트에 신상 공개된 인원이 320명 정도 되는 거 같아요. 5개월 동안에 76명이 해결됐습니다."]

하지만, 양육비 미지급자들이 명예 훼손으로 고소하기 시작하면서 또다른 법적 분쟁에 휘말리는 위기에 처했습니다.

[구본창/'배드파더스' 활동가 : "신상 공개가 현행법상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소지가 있는데 한 건당 벌금이 500만 원이라고 치면 300건이 공개됐으니까 벌금만 15억 원이잖아요. 상당히 리스크가 크고 압박이 심할 수밖에 없죠."]

이처럼 양육비를 안 주고 끝까지 버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보니, 정부는 2015년 양육비 이행 관리원을 만들었는데요.

하지만, 법원의 결정이 내려져도 상대가 거부하거나 잠적해버리면 관리원에겐 양육비를 받아낼 강제성이 없다고 합니다.

때문에 양육비 평균 이행률은 30%대라고 하는데요.

게다가, 재산을 다른 사람 명의로 돌려놓거나 소득을 신고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입니다.

양육비를 받지 못한 부모들이 양육비 문제 해결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바라는 이유 한번 들어보시죠.

[김희진/한부모 가정 양육자 : "(전남편)이 하는 말이에요. 모든 비양육자들이 하는 말일 거예요. '판결문 그거, 그 종이 쪼가리 가지고 뭐 하려고 그래?' 처벌해달라는 거죠. 줄 수 있게끔."]

[방민주/한부모 가정 양육자 : "(감치 명령을 받고도) 도망가는 사람을 경찰은 그냥 보고만 있다니요. 법원에 쫓아다니기를 제가 수년간 했습니다. 지금 남은 게 뭐예요. 아무것도 없어요. 제가 어떻게 살아야 될지 정말 막막하고요."]

여성가족부는 국가가 미리 양육비를 지급하고 채무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내용도 검토하고 있지만 도입 시기는 미지수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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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아동 생존권 침해하는 학대”…첫 헌법소원 간 ‘양육비 미지급’
    • 입력 2019-02-15 08:43:34
    • 수정2019-02-15 09:4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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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부모가 이혼을 하면 자녀는 부모 한쪽과 살게 되죠.

그러면, 아이를 키우지 않는 측에서 양육비를 주게 되는데, 실상은 어떨까요?

열에 일곱은 양육비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라는데요.

소송을 통해 법원이 양육비 지급 판결을 해도 버티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합니다.

헌법소원까지 가게 된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어제, 헌법재판소 앞.

이혼 뒤 양육비를 받지 못한 한부모 가정의 부모와 자녀 260여 명이 모여 양육비 헌법 소원 심판 청구를 냈습니다.

[강민서/양육비 해결모임 부대표 : "양육비 미지급은 아이들의 기본권인 생존권을 침해하는 일입니다. 더 이상 저희 기본권이 침해받지 않도록 여러분께서 외면하지 말아 주시고요."]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건 아동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아동학대라며 목소리를 높였는데요.

[이준영/변호사 : "양육비 채무자가 작정하고 도망을 다니거나 또는 10일~20일 정도 감치를 감수하면 실제 양육비를 지급받을 수 있는 강제 수단이 되지 않습니다. 지금 대한민국 양육비 제도가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해서 없다 할 정도로 부실하다는 이야기고…."]

이번 헌법 소원에는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출국 금지와, 운전면허 정지, 신상정보 공개, 대지급제 등이 포함됐습니다.

그만큼 길게는 수십 년 동안 양육비를 받지 못했던 한부모 가정도 있었기 때문인데요.

[방민주/한부모 가정 양육자 : "백일 무렵부터 지금까지 아이의 안부를 묻는 전화며 문자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현재 아이가 고등학교 2학년인데 학원도 못 가고 있어요. 생활고로 인해서요."]

양육비를 받기 위해 싸워왔지만 제대로 된 법률이 없어 소용이 없었다는 부모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전 배우자와 연락이라도 닿길 바라는 엄마도 있습니다.

[김OO/한부모 가정 양육자/음성변조 : "OO 아빠, 어디 있는지 말씀해주시고 연락 닿을 수 있게 도와주세요. 그리고 양육비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아내가 가출을 하면서 헤어지게 된 김모 씨.

큰 아이 다섯 살, 둘째가 세 살 때였다는데요.

어느새, 11살이 된 작은 딸은 혼자 밥상을 차릴 정도로 훌쩍 자랐습니다.

이혼 절차를 밟으면서 한 아이당 월 30만 원씩 60만 원을 주기로 약속했지만 수년째 연락이 닿지 않고 있습니다.

[김OO/한부모 가정 양육자/음성변조 : "재산 조회나 여러 가지 다 조회를 했거든요. 자기 이름 된 거는 하나도 없게 만들어 놨더라고요."]

노모까지 쓰러지면서 제대로 일조차 못 하게 된 김 씨.

아끼고 또 아껴보지만, 생활은 늘 어렵다는데요.

[김OO/한부모 가정 양육자/음성변조 : "아이들은 '배우고 싶다, 어디 학원 다니고 싶다.' 그러는데도 내가 보내줄 수 없는 게 제일 가슴 아프고…. (아이가) 양육비 꼭 받으라고 안 주면 감옥에 보내야 된다고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아이가 13개월 때부터 별거를 해왔다는 김희진 씨.

별거 중에도 양육비를 한 푼도 못 받았는데요.

긴 소송 끝에 아이가 5살이 되던 해 결국 이혼을 했습니다.

위자료와 별거 중에 주지 않은 양육비 등 4500만 원, 월 70만 원의 양육비를 지급하라는 법원의 판결을 받았습니다.

[김희진/한부모 가정 양육자 : "'미안하고 너랑 잘살아 보려고 했는데 이렇게 됐어. 아이 양육비는 내가 최선을 다해서 줄게.' 했는데 1년 동안 한 푼도 못 받았죠."]

별거 기간을 포함하면 5년 넘게 양육비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돈이 없다는 이유였는데, 실상은 달랐다고 합니다.

[김희진/한부모 가정 양육자 : "'돈이 없어서. 진짜 돈이 없어.'라고 했는데 여자 친구랑 호화롭게 여행 다니는 사진 올리고. 옷 하나에 막 8, 90만 원짜리 입고 다니고."]

폭언과 협박 등으로 접근 금지 처분까지 내려진 전 남편은 그러나, 판결을 이행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고 김 씨는 주장했습니다.

일부에선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들의 사진과 신상정보를 공개하기도 하는데요.

[구본창/'배드파더스' 활동가 : "사이트에 신상 공개된 인원이 320명 정도 되는 거 같아요. 5개월 동안에 76명이 해결됐습니다."]

하지만, 양육비 미지급자들이 명예 훼손으로 고소하기 시작하면서 또다른 법적 분쟁에 휘말리는 위기에 처했습니다.

[구본창/'배드파더스' 활동가 : "신상 공개가 현행법상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소지가 있는데 한 건당 벌금이 500만 원이라고 치면 300건이 공개됐으니까 벌금만 15억 원이잖아요. 상당히 리스크가 크고 압박이 심할 수밖에 없죠."]

이처럼 양육비를 안 주고 끝까지 버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보니, 정부는 2015년 양육비 이행 관리원을 만들었는데요.

하지만, 법원의 결정이 내려져도 상대가 거부하거나 잠적해버리면 관리원에겐 양육비를 받아낼 강제성이 없다고 합니다.

때문에 양육비 평균 이행률은 30%대라고 하는데요.

게다가, 재산을 다른 사람 명의로 돌려놓거나 소득을 신고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입니다.

양육비를 받지 못한 부모들이 양육비 문제 해결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바라는 이유 한번 들어보시죠.

[김희진/한부모 가정 양육자 : "(전남편)이 하는 말이에요. 모든 비양육자들이 하는 말일 거예요. '판결문 그거, 그 종이 쪼가리 가지고 뭐 하려고 그래?' 처벌해달라는 거죠. 줄 수 있게끔."]

[방민주/한부모 가정 양육자 : "(감치 명령을 받고도) 도망가는 사람을 경찰은 그냥 보고만 있다니요. 법원에 쫓아다니기를 제가 수년간 했습니다. 지금 남은 게 뭐예요. 아무것도 없어요. 제가 어떻게 살아야 될지 정말 막막하고요."]

여성가족부는 국가가 미리 양육비를 지급하고 채무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내용도 검토하고 있지만 도입 시기는 미지수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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