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최대 흥행작 ‘유랑지구’ 단돈 1위안…‘해적판’ 천국 중국

입력 2019.02.15 (10:01) 수정 2019.02.15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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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SF 영화 ‘유랑지구(流浪地球)’. 개봉 3일만에 해적판이 유포됐다(사진 출처 : 바이두(百度) 영화 소개 페이지)


中 '한한령'인데 "한류 드라마 결방"에 들썩

얼마 전 종영한 국내 드라마 ‘SKY 캐슬’ 은 한국 상류층의 삶과 대학 입시를 블랙코미디로 그리며 큰 인기를 끌었다. 내용 전개가 절정으로 치닫던 지난달 말, 중국 포털 사이트 바이두(百度)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인 웨이보 실시간 검색어에 이 드라마가 상위권에 오르는 일이 벌어졌다. '2019 AFC 아시안컵' 축구 경기 중계로 드라마가 결방된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한국 콘텐츠를 금지한 중국 정부의 '한한령' 방침 속에서도 중국 네티즌들은 어떻게 한국 드라마를 볼 수 있었을까? 바로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불법 유통되는 '해적판' 때문이다.

중국에서 해적판은 한국 영화도 피할 수 없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보고서를 보면 2016년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 ‘부산행’은 중국에서 정식 개봉하지 않았음에도 그해 중국 내 유명 평점 사이트 '도우반(豆辯)'에서 28만 명의 중국 네티즌 참여 속에 8.2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얻었다. (여전히 미개봉인 2019년 2월 현재 기준, 누적 평가자는 47만 명에 달한다.)

중국에서는 한쥐왕(韓劇網) 등 해적판이 유통되는 사이트는 물론 주요 스트리밍 업체 텅쉰(騰訊·Tencent)비디오 등을 통해서도 한류 콘텐츠를 쉽게 볼 수 있다. 한한령의 존재를 공식적으로는 인정하지 않는 중국 정부는 이렇게 불법 유통되는 한류 콘텐츠의 단속에도 소극적이다. 그런데 이 저작권 문제가 지금 중국 영화계에 '발등의 불'이 됐다.

"‘유랑지구’를 단돈 1위안에"…춘절 최대 흥행작 '직격탄'

지난 5일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에 개봉해 엄청난 흥행을 이어가는 블록버스터 SF 영화 ‘유랑지구(流浪地球·The Wandering Earth)’. 하지만 영화 관계자들은 기쁨도 잠시, 해적판이 유통되면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중국 매체 베이칭바오(北靑报)는 지난 8일, ‘유랑지구’가 개봉 3일 만에 온라인상에서 단 1위안(약 165원)의 헐값에 불법 유통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불법 판매자들은 춘절에 함께 개봉한 ‘크레이지 에이리언(瘋狂的外星人)’ 등 다른 최신작들도 함께 팔고 있었다고 베이칭바오는 덧붙였다.

중국 영화 ‘유랑지구’ 해적판 유통 고발 보도 (사진 출처: 베이칭바오(北靑报) 홈페이지)중국 영화 ‘유랑지구’ 해적판 유통 고발 보도 (사진 출처: 베이칭바오(北靑报) 홈페이지)

‘유랑지구’를 만든 궈판(郭帆) 감독은 8일 자신의 웨이보를 통해 불법 유통되는 해적판을 신고해 달라고 호소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영화 제작자 궁거얼(龚格尔)도 베이칭바오와의 인터뷰에서 "흥행을 축하할 겨를도 없이 해적판을 막는 데 거의 모든 힘을 쏟았다"고 밝혔다.

中 "저작권 침해 사범 엄벌"…"이미 2000만 건 이상 조회"

결국, 중국 국가판권국은 10일 공식 웨이보를 통해 춘절 개봉 영화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경우 엄벌하겠다고 강조했다. 국가판권국은 이미 춘절에 앞서 '저작권 중점 보호 영화 명단'을 발표하면서 불법 복제·유통 행위를 엄격히 통제하겠다고 천명한 상태였다. 하지만 중국 매체들의 보도를 따르면 이 엄포가 무색하게도 명단에 들어있는 대부분 작품이 해적판으로 유포됐고, 이 영화들의 온라인 조회 수는 적어도 2000만 건 이상일 것이라는 추산이 나온 상태이다.

중국에서 영화 표 한 장당 가격은 지역과 극장마다 다른데 보통 50위안(약 8,300원) 정도이다. 불법 유통 건수를 단순히 영화 티켓 가격에 대입할 수 없겠지만, 수년 동안 노력해 영화를 내놓은 제작사들의 피해가 막대한 것만큼은 분명하다.

中 당국·매체 '불법 유통 근절' 한목소리...해외 콘텐츠는?

당국이 ‘유랑지구’ 등 춘절 흥행작들의 불법 유통에 대해 신속히 대응하는 것처럼, 중국 매체들도 적극적인 보도를 이어갔다.

화얼제젠원(華爾街見聞)은 업계 관계자의 말을 빌려 최근 불법 영상물 시장이 전문화되고 산업화하고 있다며 제작·유통 관계자들이 연루됐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과거 해적판이 극장에서 몰래 스크린을 찍어 화질과 음질이 떨어졌던 데 비해 최근에는 고화질의 해적판이 유포되고 있기 때문이다.

관영 파즈왕(法制網)은 저작권 침해 사범에 대한 약한 처벌이 해적판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라고 꼽으며 중국 사용자들도 저작권 보호에 동참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함께 실었다.

현재 미·중이 치열하게 기 싸움을 하고 있는 무역협상에서 저작권을 포함한 지식재산권 문제는 핵심 쟁점이다. 그동안 한류 콘텐츠 등 해외 지식재산권에는 '뒷짐'을 졌던 중국이 자국 콘텐츠에 보이는 저작권 보호 노력을 다른 나라에도 속도를 내 적용해 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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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15 10:01:52
    • 수정2019-02-15 10:19:21
    특파원 리포트
▲ 중국 SF 영화 ‘유랑지구(流浪地球)’. 개봉 3일만에 해적판이 유포됐다(사진 출처 : 바이두(百度) 영화 소개 페이지)


中 '한한령'인데 "한류 드라마 결방"에 들썩

얼마 전 종영한 국내 드라마 ‘SKY 캐슬’ 은 한국 상류층의 삶과 대학 입시를 블랙코미디로 그리며 큰 인기를 끌었다. 내용 전개가 절정으로 치닫던 지난달 말, 중국 포털 사이트 바이두(百度)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인 웨이보 실시간 검색어에 이 드라마가 상위권에 오르는 일이 벌어졌다. '2019 AFC 아시안컵' 축구 경기 중계로 드라마가 결방된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한국 콘텐츠를 금지한 중국 정부의 '한한령' 방침 속에서도 중국 네티즌들은 어떻게 한국 드라마를 볼 수 있었을까? 바로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불법 유통되는 '해적판' 때문이다.

중국에서 해적판은 한국 영화도 피할 수 없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보고서를 보면 2016년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 ‘부산행’은 중국에서 정식 개봉하지 않았음에도 그해 중국 내 유명 평점 사이트 '도우반(豆辯)'에서 28만 명의 중국 네티즌 참여 속에 8.2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얻었다. (여전히 미개봉인 2019년 2월 현재 기준, 누적 평가자는 47만 명에 달한다.)

중국에서는 한쥐왕(韓劇網) 등 해적판이 유통되는 사이트는 물론 주요 스트리밍 업체 텅쉰(騰訊·Tencent)비디오 등을 통해서도 한류 콘텐츠를 쉽게 볼 수 있다. 한한령의 존재를 공식적으로는 인정하지 않는 중국 정부는 이렇게 불법 유통되는 한류 콘텐츠의 단속에도 소극적이다. 그런데 이 저작권 문제가 지금 중국 영화계에 '발등의 불'이 됐다.

"‘유랑지구’를 단돈 1위안에"…춘절 최대 흥행작 '직격탄'

지난 5일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에 개봉해 엄청난 흥행을 이어가는 블록버스터 SF 영화 ‘유랑지구(流浪地球·The Wandering Earth)’. 하지만 영화 관계자들은 기쁨도 잠시, 해적판이 유통되면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중국 매체 베이칭바오(北靑报)는 지난 8일, ‘유랑지구’가 개봉 3일 만에 온라인상에서 단 1위안(약 165원)의 헐값에 불법 유통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불법 판매자들은 춘절에 함께 개봉한 ‘크레이지 에이리언(瘋狂的外星人)’ 등 다른 최신작들도 함께 팔고 있었다고 베이칭바오는 덧붙였다.

중국 영화 ‘유랑지구’ 해적판 유통 고발 보도 (사진 출처: 베이칭바오(北靑报) 홈페이지)
‘유랑지구’를 만든 궈판(郭帆) 감독은 8일 자신의 웨이보를 통해 불법 유통되는 해적판을 신고해 달라고 호소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영화 제작자 궁거얼(龚格尔)도 베이칭바오와의 인터뷰에서 "흥행을 축하할 겨를도 없이 해적판을 막는 데 거의 모든 힘을 쏟았다"고 밝혔다.

中 "저작권 침해 사범 엄벌"…"이미 2000만 건 이상 조회"

결국, 중국 국가판권국은 10일 공식 웨이보를 통해 춘절 개봉 영화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경우 엄벌하겠다고 강조했다. 국가판권국은 이미 춘절에 앞서 '저작권 중점 보호 영화 명단'을 발표하면서 불법 복제·유통 행위를 엄격히 통제하겠다고 천명한 상태였다. 하지만 중국 매체들의 보도를 따르면 이 엄포가 무색하게도 명단에 들어있는 대부분 작품이 해적판으로 유포됐고, 이 영화들의 온라인 조회 수는 적어도 2000만 건 이상일 것이라는 추산이 나온 상태이다.

중국에서 영화 표 한 장당 가격은 지역과 극장마다 다른데 보통 50위안(약 8,300원) 정도이다. 불법 유통 건수를 단순히 영화 티켓 가격에 대입할 수 없겠지만, 수년 동안 노력해 영화를 내놓은 제작사들의 피해가 막대한 것만큼은 분명하다.

中 당국·매체 '불법 유통 근절' 한목소리...해외 콘텐츠는?

당국이 ‘유랑지구’ 등 춘절 흥행작들의 불법 유통에 대해 신속히 대응하는 것처럼, 중국 매체들도 적극적인 보도를 이어갔다.

화얼제젠원(華爾街見聞)은 업계 관계자의 말을 빌려 최근 불법 영상물 시장이 전문화되고 산업화하고 있다며 제작·유통 관계자들이 연루됐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과거 해적판이 극장에서 몰래 스크린을 찍어 화질과 음질이 떨어졌던 데 비해 최근에는 고화질의 해적판이 유포되고 있기 때문이다.

관영 파즈왕(法制網)은 저작권 침해 사범에 대한 약한 처벌이 해적판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라고 꼽으며 중국 사용자들도 저작권 보호에 동참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함께 실었다.

현재 미·중이 치열하게 기 싸움을 하고 있는 무역협상에서 저작권을 포함한 지식재산권 문제는 핵심 쟁점이다. 그동안 한류 콘텐츠 등 해외 지식재산권에는 '뒷짐'을 졌던 중국이 자국 콘텐츠에 보이는 저작권 보호 노력을 다른 나라에도 속도를 내 적용해 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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