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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초만 기다려줬어도”…두 수험생의 엇갈린 운명
입력 2019.02.16 (08:08) 취재K
“2~3초만 기다려줬어도”…두 수험생의 엇갈린 운명
■연세대에 이어 서울시립대까지 '황당한 불합격 처분'…"1초 만에 끊긴 합격 전화"
■서울시립대, 인터넷 뜨거운 논란에 "합격 처리하겠다" 입장 번복

지난 14일, 수험생 A씨는 이른 아침부터 손에서 휴대전화를 놓지 못했습니다. 입학 원서를 넣은 서울시립대 추가 합격 통보 마지막날이었기 때문입니다. '원래 공부를 잘 하지 못했고 노력도 하지 않았지만, 고등학교 3학년 때 정신을 차려서 작심하고 공부를 시작했다'는 A씨. 그렇기에 서울시립대에서 걸려올 전화 한 통은 A씨에게 너무도 절실했고 간절했습니다.

하루종일 추가 합격 통보 전화만 기다리며 전전긍긍하던 A씨의 휴대전화에서 드디어 벨소리가 울린 건 그날 밤 9시 정각이었습니다. '02-6490…' 틀림없는 서울시립대 전화번호였습니다. A씨가 통화 버튼을 누르려던 그 순간, 전화는 바로 끊어져버렸습니다. A씨는 그 순간을 '1초'라고 표현했습니다. 당황한 A씨는 전화가 끊어진 직후 바로 같은 번호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방금 전화와서 받으려고 했는데 전화가 바로 끊어졌네요."
"아, 네. 한 분이 입학 포기를 하셔서 한 자리가 남아서 전화드렸는데요. 9시가 돼서 더 이상 학생을 받을 수가 없어서 끊었습니다."


'9시가 돼서 학생을 받을 수가 없다'. 알 듯 말 듯한 이 말은 무슨 뜻이었을까요? 사정을 알아보니, 서울시립대 추가 합격 통보 마감 시간이 밤 9시였습니다. 밤 9시가 임박한 시각, 입학을 포기한 합격생이 나타났고, 대기 순번에 있던 A씨가 추가 합격 대상자였지만 시립대에서 A씨에게 전화를 건 시간이 '밤 9시' 였기 때문에 불합격 처분이 됐다는 겁니다.



"2~3초만 기다려줬어도 내가 전화를 받았을거고…(중략)…학생들이 1년 동안 진짜 눈물 흘려가면서 공부했는데 그 뭣도 아닌 몇 초 때문에 대학을 떨어진다고?…"

A씨가 평소 활동하던 수험생 커뮤니티에 올린 글 가운데 일부입니다. 이 글에 달린 분노와 안타까움의 댓글은 3백 건에 육박합니다.

논란 일자 '합격' 번복…"인터넷에 글 안 올렸다면"

이 사례는 최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또다른 사례를 떠오르게 합니다. 바로 연세대에 합격했지만 등록금을 계좌 이체하는 과정이 꼬이면서 불합격 통보를 받은 홍 모 군 사례입니다. 홍 군은 "계속 문제를 제기하면 자신 말고 추가 합격한 수험생 등 너무 많은 사람들이 다친다"며 재수를 결심했는데요.

하지만 학교 측의 후속 대처에 따라 A씨와 홍 군의 운명은 엇갈렸습니다. 서울시립대 불합격 처분을 받은 A씨가 결국 그 다음날 합격 처분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에 올린 글의 힘이 컸습니다. 많은 댓글이 달리면서 논란이 커졌고, A씨의 사연이 기사화됐습니다. 서울시립대는 입학전형관리위원회를 열어 절차상 문제가 없는지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시립대 관계자는 "밤 9시에 전화가 끊어졌지만, 그 직후 A씨가 전화를 걸어와 입학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이를 연속된 행위로 봐야 한다고 결론내렸다"며 A씨에게 합격 통보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한 누리꾼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지 않았으면 그대로 불합격이었을 것 아니냐"며 축하 댓글을 남겼습니다. 또다른 누리꾼은 "수험생을 가지고 노는 것도 아니고, 수능 공부 때문에 마음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저런 식으로 일처리를 하느냐"며 개탄하기도 했습니다.



무엇이 두 수험생의 '엇갈린 운명' 갈랐나

기적적으로 입학 문턱을 넘은 A씨와 결국 재수의 길을 걷게 된 홍 군. 두 사람의 운명을 가른 건 무엇일까요? 힘겨운 수험생활을 견뎌온 지원자의 처지를 바라보는 각 대학의 시선일 겁니다. 홍 군을 불합격시킨 연세대는 "구제 방도를 찾으려 노력했지만, 이미 추가 합격 통보를 받은 학생의 불이익 등 입시 공정성과 형평성을 고려하면 원칙과 절차대로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고 불합격 사유를 설명했습니다. 서울시립대는 어땠을까요. 물론 A씨의 사연이 인터넷에서 논란이 되지 않았거나 기사화가 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는 실수를 인정하고 처분을 번복했습니다.

불합격자의 자리를 대신 차지한 추가 합격자의 유무 여부도 운명을 가른 요인 중 하나였습니다. 연세대는 홍 군을 불합격시키면서 추가 합격자를 이미 정해 통보했습니다. 대학이 홍 군을 구제할 수 없는 이유도 바로 이 '추가 합격 통보를 받은 학생의 불이익' 이었습니다. A씨의 경우 이른바 서울시립대에서 '문을 닫고 들어간' 추가 합격자였기 때문에 입학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혹자는 등록금 미납 문자를 받고도 정확한 사실 확인 없이 납부를 마쳤다고 오해하는 등 홍 군의 과실이 크기 때문에 불합격 처분이 정당하다고 말합니다. 해석은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성적 등 자격이 충분하고, 등록금이 없는 것이 아닌데도 납부 과정에서의 오류 때문에 문앞에서 좌절하고 등을 돌려야 했던 홍 군의 처지에 공감하고 안타까워하는 여론이 더 우세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지금까지 공부한 것들이 모두 물거품이 되어 다시 1년을 공부하여 재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부모님의 걱정과 불확실한 미래에 고통스럽습니다. 잘못될 결정을 바로잡고, 속히 학업에 매진하고 싶습니다."
-홍 군이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 중 발췌-


황당한 불합격 통보를 받은 수험생이 아니더라도, 홍 군이 쓴 이 문장은 모든 수험생들이 공감할 수밖에 없는 내용입니다. 대학 입학이 좌절돼 재수를 앞둔 학생이라면 더더욱 그렇겠지요. 홍 군에게 벼락처럼 떨어진 불합격 통보와 원론에 그친 듯한 대학 측의 입장이 못내 아쉽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 “2~3초만 기다려줬어도”…두 수험생의 엇갈린 운명
    • 입력 2019.02.16 (08:08)
    취재K
“2~3초만 기다려줬어도”…두 수험생의 엇갈린 운명
■연세대에 이어 서울시립대까지 '황당한 불합격 처분'…"1초 만에 끊긴 합격 전화"
■서울시립대, 인터넷 뜨거운 논란에 "합격 처리하겠다" 입장 번복

지난 14일, 수험생 A씨는 이른 아침부터 손에서 휴대전화를 놓지 못했습니다. 입학 원서를 넣은 서울시립대 추가 합격 통보 마지막날이었기 때문입니다. '원래 공부를 잘 하지 못했고 노력도 하지 않았지만, 고등학교 3학년 때 정신을 차려서 작심하고 공부를 시작했다'는 A씨. 그렇기에 서울시립대에서 걸려올 전화 한 통은 A씨에게 너무도 절실했고 간절했습니다.

하루종일 추가 합격 통보 전화만 기다리며 전전긍긍하던 A씨의 휴대전화에서 드디어 벨소리가 울린 건 그날 밤 9시 정각이었습니다. '02-6490…' 틀림없는 서울시립대 전화번호였습니다. A씨가 통화 버튼을 누르려던 그 순간, 전화는 바로 끊어져버렸습니다. A씨는 그 순간을 '1초'라고 표현했습니다. 당황한 A씨는 전화가 끊어진 직후 바로 같은 번호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방금 전화와서 받으려고 했는데 전화가 바로 끊어졌네요."
"아, 네. 한 분이 입학 포기를 하셔서 한 자리가 남아서 전화드렸는데요. 9시가 돼서 더 이상 학생을 받을 수가 없어서 끊었습니다."


'9시가 돼서 학생을 받을 수가 없다'. 알 듯 말 듯한 이 말은 무슨 뜻이었을까요? 사정을 알아보니, 서울시립대 추가 합격 통보 마감 시간이 밤 9시였습니다. 밤 9시가 임박한 시각, 입학을 포기한 합격생이 나타났고, 대기 순번에 있던 A씨가 추가 합격 대상자였지만 시립대에서 A씨에게 전화를 건 시간이 '밤 9시' 였기 때문에 불합격 처분이 됐다는 겁니다.



"2~3초만 기다려줬어도 내가 전화를 받았을거고…(중략)…학생들이 1년 동안 진짜 눈물 흘려가면서 공부했는데 그 뭣도 아닌 몇 초 때문에 대학을 떨어진다고?…"

A씨가 평소 활동하던 수험생 커뮤니티에 올린 글 가운데 일부입니다. 이 글에 달린 분노와 안타까움의 댓글은 3백 건에 육박합니다.

논란 일자 '합격' 번복…"인터넷에 글 안 올렸다면"

이 사례는 최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또다른 사례를 떠오르게 합니다. 바로 연세대에 합격했지만 등록금을 계좌 이체하는 과정이 꼬이면서 불합격 통보를 받은 홍 모 군 사례입니다. 홍 군은 "계속 문제를 제기하면 자신 말고 추가 합격한 수험생 등 너무 많은 사람들이 다친다"며 재수를 결심했는데요.

하지만 학교 측의 후속 대처에 따라 A씨와 홍 군의 운명은 엇갈렸습니다. 서울시립대 불합격 처분을 받은 A씨가 결국 그 다음날 합격 처분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에 올린 글의 힘이 컸습니다. 많은 댓글이 달리면서 논란이 커졌고, A씨의 사연이 기사화됐습니다. 서울시립대는 입학전형관리위원회를 열어 절차상 문제가 없는지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시립대 관계자는 "밤 9시에 전화가 끊어졌지만, 그 직후 A씨가 전화를 걸어와 입학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이를 연속된 행위로 봐야 한다고 결론내렸다"며 A씨에게 합격 통보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한 누리꾼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지 않았으면 그대로 불합격이었을 것 아니냐"며 축하 댓글을 남겼습니다. 또다른 누리꾼은 "수험생을 가지고 노는 것도 아니고, 수능 공부 때문에 마음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저런 식으로 일처리를 하느냐"며 개탄하기도 했습니다.



무엇이 두 수험생의 '엇갈린 운명' 갈랐나

기적적으로 입학 문턱을 넘은 A씨와 결국 재수의 길을 걷게 된 홍 군. 두 사람의 운명을 가른 건 무엇일까요? 힘겨운 수험생활을 견뎌온 지원자의 처지를 바라보는 각 대학의 시선일 겁니다. 홍 군을 불합격시킨 연세대는 "구제 방도를 찾으려 노력했지만, 이미 추가 합격 통보를 받은 학생의 불이익 등 입시 공정성과 형평성을 고려하면 원칙과 절차대로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고 불합격 사유를 설명했습니다. 서울시립대는 어땠을까요. 물론 A씨의 사연이 인터넷에서 논란이 되지 않았거나 기사화가 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는 실수를 인정하고 처분을 번복했습니다.

불합격자의 자리를 대신 차지한 추가 합격자의 유무 여부도 운명을 가른 요인 중 하나였습니다. 연세대는 홍 군을 불합격시키면서 추가 합격자를 이미 정해 통보했습니다. 대학이 홍 군을 구제할 수 없는 이유도 바로 이 '추가 합격 통보를 받은 학생의 불이익' 이었습니다. A씨의 경우 이른바 서울시립대에서 '문을 닫고 들어간' 추가 합격자였기 때문에 입학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혹자는 등록금 미납 문자를 받고도 정확한 사실 확인 없이 납부를 마쳤다고 오해하는 등 홍 군의 과실이 크기 때문에 불합격 처분이 정당하다고 말합니다. 해석은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성적 등 자격이 충분하고, 등록금이 없는 것이 아닌데도 납부 과정에서의 오류 때문에 문앞에서 좌절하고 등을 돌려야 했던 홍 군의 처지에 공감하고 안타까워하는 여론이 더 우세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지금까지 공부한 것들이 모두 물거품이 되어 다시 1년을 공부하여 재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부모님의 걱정과 불확실한 미래에 고통스럽습니다. 잘못될 결정을 바로잡고, 속히 학업에 매진하고 싶습니다."
-홍 군이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 중 발췌-


황당한 불합격 통보를 받은 수험생이 아니더라도, 홍 군이 쓴 이 문장은 모든 수험생들이 공감할 수밖에 없는 내용입니다. 대학 입학이 좌절돼 재수를 앞둔 학생이라면 더더욱 그렇겠지요. 홍 군에게 벼락처럼 떨어진 불합격 통보와 원론에 그친 듯한 대학 측의 입장이 못내 아쉽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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