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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베네수엘라 약·커피·쇠고기 그리고 휘발유…“생존의 문제”
입력 2019.02.16 (10:05) 수정 2019.02.16 (11:35) 특파원 리포트
[특파원리포트] 베네수엘라 약·커피·쇠고기 그리고 휘발유…“생존의 문제”
▲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텅빈 병원 내부


2019년 2월 10일 새벽 1시쯤에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일어난 실제 상황이다. 잠을 못이루던 50대 중반 남성에게 숨쉬기 조차 힘든 심근경색 증상의 응급 상황이 벌어졌다. 이 남성은 전직 군장성으로 군인 보험에 가입돼 있다. 부인은 급히 차를 몰아 카라카스 병원 응급실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군인 보험을 받아주는 병원은 없었다. 실비로 정산을 할 경우, 하루 밤 치료비가 백 만원이 넘게 돼 보험이 적용되는 병원을 찾아야만 했던 것. 새벽 2시간 동안 4곳의 병원을 찾았지만, 아무곳도 군 보험을 받아줄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는 보험사가 정부와 휴지조각에 불과한 볼리바르 화폐로 계약을 맺어 비용 보전이 어려운데다 변동이 심한 환율 때문에 병원 측이 환차손을 우려해 받아주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부인의 설명이다. 다행히, 남편은 5번째 방문한 병원에서 구사일생으로 응급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사립병원은 보험적용이 사실상 되지 않아 비싼 비용 때문에 환자가 갈 수 없고, 공립병원의 경우는 약품 부족 등 의료 상황이 열악해 마찬가지로 환자들이 찾지 않고 있는 게 베네수엘라 의료 현실이다.

한때 석유부국으로 영화를 누렸던 베네수엘라, 2018년 대선의 불법성이 제기돼 지난 정부의 임기가 종료되는 1월 10일 이후 대통령직은 공석이라며 과이도 국회의장이 헌법에 따라 과도정부의 임시 대통령임을 선언한 상황이다. 세계는 마두로 대통령과 과이도 국회의장을 각각 지지하며 이념과 각국 이익에 따라 양분된 상황이지만, 정작 국민들은 각국이 주장하는 이념도 이익도 아닌 하루하루 삶과의 싸움을 벌여야 하는 현실에 맞닥뜨려 있다.

카를로스 씨가 복용중인 뇌졸중 약카를로스 씨가 복용중인 뇌졸중 약

"한달 약값이 한달치 최저임금"

수도 카라카스에 살고 있는 34살의 카를로스 씨, 목공일을 하며 삶을 이어가고 있지만 일이 있을때만 돈을 버는데다 신축 건설이 전무하다시피 한 베네수엘라 상황에서 돈벌이가 쉽지 않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 갑작스레 뇌졸중까지 찾아와 카를로스 씨는 앞이 캄캄하다. 카를로스 씨가 복용해야 하는 약은 2가지, 한 달치 약값은 18,000 볼리바르로 베네수엘라 한 달 최저임금과 같다. 취재팀이 카를로스 씨를 만 날을 때 그가 보여준 알약은 4개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더욱이, 자신의 병보다 남동생의 병을 걱정하고 있었다. 동생은 혈액암으로 투병중이다. 약 한 병 값이 450달러로 구입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주변 이웃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줘 힘겹게 병마와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취재도중 찾아온 한 아주머니도 사연을 털어놨다. 베네수엘라인들이 가장 흔하게 앓고 있는 병이 고혈압이다. 이 여성은 한 달 복용할 혈압약을 구입하는데는 37,000 볼리바르가 필요하다고 했다. 두 달 치 최저임금이다. 게다가 약값은 2주 만에 3배가 뛰었다고 한다.

빵집에 판매되는 커피 9잔이 한달 최저임금과 같다빵집에 판매되는 커피 9잔이 한달 최저임금과 같다

커피 9잔 = 한 달 최저임금

베네수엘라의 물가는 8개월 전 취재팀이 찾았던 때와 나아진 게 아무것도 없었다.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빵집을 찾아 커피를 주문했다. 밀크 커피 한잔 가격은 2000볼리바르, 9잔 가격이 한달 최저임금인 것이다. 커피를 즐겨마시는 베네수엘라 국민들에게 참담한 현실이다. 취재팀은 지난해부터 달걀 가격을 베네수엘라 서민들의 물가 지표로 활용해 왔다. 흔히 요리해 먹는 식재료이기 때문이다. 8개월 전 취재 당시 최저임금으로 달걀 두 판을 살 수 있었지만, 지금은 1판 반을 살 수 있다. 지난해 최저임금을 수차례 올렸지만, 물가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시장에서 판매되는 쇠고기 안심 부위 1킬로그램 가격이 17,000볼리바르로 역시 최저임금에 맞먹고, 닭고기와 감자 1㎏이 4,600~4,800볼리바르로 한 달 최저임금의 26%를 차지했다.

베네수엘라 은행 현금인출기베네수엘라 은행 현금인출기

현금인출기 1일 인출 한도 170원

화폐 부족은 더 심각한 상황이다. 물건 하나 살 때도 한 뭉치의 화폐를 건네야 하는 건 구문이다. 물건값을 치를 화폐의 양이 많아지는데다 화폐 유통량이 부족해지자 길가에서 아이스크림 하나를 사도 즉석에서 휴대폰을 이용해 이체를 해 주는 게 현실이었다. 최근 들어 화폐 유통량은 더욱 부족해진 듯하다. 은행의 현금 인출기에서 하루 뽑을 수 있는 돈은 평균 500볼리바르, 마두로 정부가 공시한 달러 환율은 1달러에 3,300볼리바르로 500볼리바르는 한화로는 170원 정도다. 500볼리바르는 버스 3번 탈 수 있는 금액이다.

왜 이렇게 화폐가 부족해졌을까? 첫번째로는 살인적으로 상승하는 물가상승률을 화폐량이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화폐를 더 이상 찍어낼 수 없다는 것이다. 베네수엘라 경제학자 빅토르 교수는 "외국에서 화폐를 주문 인쇄하는데, 비용을 지급하지 않아 베네수엘라의 신용이 떨어져 더 이상 화폐를 인쇄해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주유소베네수엘라 카라카스 주유소

1원이면 대형 SUV 4천 대에 휘발유 가득

'물보다 싼 휘발유', 베네수엘라의 주유소 기름값은 이 같은 비유를 무색하게 한다. 우리 돈 1원이면 대형 SUV차량 4천 대 가량에 휘발유를 가득 채울 수 있다. 1년에 60차례를 넣는다고 해도 50년을 넘게 넣을 수 있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운전자들은 휘발유 가격을 묻지도 않고 주유 뒤에는 갖고 있는 잔돈을 내밀고 간다.

세계 원유 매장량 1위 국가이어서라고 하지만, 하루 원유 생산량이 140만 배럴 정도로 절반 넘게 줄어든 최근 상황에 비춰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이는 정부가 적자를 보는 주유소에 보조금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보조금은 결국 국민들의 세금으로 충당되고 있는 것이다. 원유 정제시설의 인력이 해외로 유출되고 시설 유지보수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원유 생산량은 계속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부의 적자폭은 커져만 갈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이동통신망도 마찬가지다. 성인 휴대폰 한 달 사용 요금이 우리 돈 100원 남짓, 이 요금으로 유지보수 비용을 충당할 수 없다 보니 휴대폰 인터넷은 수시로 끊어지고 통화품질은 대화하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돈줄' 옥죄는 서방 제재로 삶은 더 피폐

원유를 팔아 생필품을 수입해야 하는 베네수엘라의 국민들은 미국이 국영석유기업 PDVSA의 자산을 동결하고 미국인과의 거래를 금지하는 등 마두로 정권의 '돈줄'인 석유산업을 옥죄면서 더욱 생활고에 빠질 수밖에 없게 됐다. 마두로 정부는 재정이 더욱 악화돼 기초생활수급자의 'Clap(기초 생필품)'마저 배급할 수 없게 될 경우, 지지기반인 빈민층이 등을 돌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래서 마두로 정부는 이에 대해 미국 등 서방의 '제국주의' 책략이라고 비난하며 대국민 홍보전에 사활을 걸고 있다.

베네수엘라 사태를 두고 세계가 양분되고 마두로 정권과 야권은 서로 격돌하고 있지만 중요한 사실은 국민들이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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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16 (10:05)
    • 수정 2019.02.16 (11:35)
    특파원 리포트
[특파원리포트] 베네수엘라 약·커피·쇠고기 그리고 휘발유…“생존의 문제”
▲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텅빈 병원 내부


2019년 2월 10일 새벽 1시쯤에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일어난 실제 상황이다. 잠을 못이루던 50대 중반 남성에게 숨쉬기 조차 힘든 심근경색 증상의 응급 상황이 벌어졌다. 이 남성은 전직 군장성으로 군인 보험에 가입돼 있다. 부인은 급히 차를 몰아 카라카스 병원 응급실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군인 보험을 받아주는 병원은 없었다. 실비로 정산을 할 경우, 하루 밤 치료비가 백 만원이 넘게 돼 보험이 적용되는 병원을 찾아야만 했던 것. 새벽 2시간 동안 4곳의 병원을 찾았지만, 아무곳도 군 보험을 받아줄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는 보험사가 정부와 휴지조각에 불과한 볼리바르 화폐로 계약을 맺어 비용 보전이 어려운데다 변동이 심한 환율 때문에 병원 측이 환차손을 우려해 받아주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부인의 설명이다. 다행히, 남편은 5번째 방문한 병원에서 구사일생으로 응급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사립병원은 보험적용이 사실상 되지 않아 비싼 비용 때문에 환자가 갈 수 없고, 공립병원의 경우는 약품 부족 등 의료 상황이 열악해 마찬가지로 환자들이 찾지 않고 있는 게 베네수엘라 의료 현실이다.

한때 석유부국으로 영화를 누렸던 베네수엘라, 2018년 대선의 불법성이 제기돼 지난 정부의 임기가 종료되는 1월 10일 이후 대통령직은 공석이라며 과이도 국회의장이 헌법에 따라 과도정부의 임시 대통령임을 선언한 상황이다. 세계는 마두로 대통령과 과이도 국회의장을 각각 지지하며 이념과 각국 이익에 따라 양분된 상황이지만, 정작 국민들은 각국이 주장하는 이념도 이익도 아닌 하루하루 삶과의 싸움을 벌여야 하는 현실에 맞닥뜨려 있다.

카를로스 씨가 복용중인 뇌졸중 약카를로스 씨가 복용중인 뇌졸중 약

"한달 약값이 한달치 최저임금"

수도 카라카스에 살고 있는 34살의 카를로스 씨, 목공일을 하며 삶을 이어가고 있지만 일이 있을때만 돈을 버는데다 신축 건설이 전무하다시피 한 베네수엘라 상황에서 돈벌이가 쉽지 않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 갑작스레 뇌졸중까지 찾아와 카를로스 씨는 앞이 캄캄하다. 카를로스 씨가 복용해야 하는 약은 2가지, 한 달치 약값은 18,000 볼리바르로 베네수엘라 한 달 최저임금과 같다. 취재팀이 카를로스 씨를 만 날을 때 그가 보여준 알약은 4개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더욱이, 자신의 병보다 남동생의 병을 걱정하고 있었다. 동생은 혈액암으로 투병중이다. 약 한 병 값이 450달러로 구입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주변 이웃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줘 힘겹게 병마와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취재도중 찾아온 한 아주머니도 사연을 털어놨다. 베네수엘라인들이 가장 흔하게 앓고 있는 병이 고혈압이다. 이 여성은 한 달 복용할 혈압약을 구입하는데는 37,000 볼리바르가 필요하다고 했다. 두 달 치 최저임금이다. 게다가 약값은 2주 만에 3배가 뛰었다고 한다.

빵집에 판매되는 커피 9잔이 한달 최저임금과 같다빵집에 판매되는 커피 9잔이 한달 최저임금과 같다

커피 9잔 = 한 달 최저임금

베네수엘라의 물가는 8개월 전 취재팀이 찾았던 때와 나아진 게 아무것도 없었다.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빵집을 찾아 커피를 주문했다. 밀크 커피 한잔 가격은 2000볼리바르, 9잔 가격이 한달 최저임금인 것이다. 커피를 즐겨마시는 베네수엘라 국민들에게 참담한 현실이다. 취재팀은 지난해부터 달걀 가격을 베네수엘라 서민들의 물가 지표로 활용해 왔다. 흔히 요리해 먹는 식재료이기 때문이다. 8개월 전 취재 당시 최저임금으로 달걀 두 판을 살 수 있었지만, 지금은 1판 반을 살 수 있다. 지난해 최저임금을 수차례 올렸지만, 물가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시장에서 판매되는 쇠고기 안심 부위 1킬로그램 가격이 17,000볼리바르로 역시 최저임금에 맞먹고, 닭고기와 감자 1㎏이 4,600~4,800볼리바르로 한 달 최저임금의 26%를 차지했다.

베네수엘라 은행 현금인출기베네수엘라 은행 현금인출기

현금인출기 1일 인출 한도 170원

화폐 부족은 더 심각한 상황이다. 물건 하나 살 때도 한 뭉치의 화폐를 건네야 하는 건 구문이다. 물건값을 치를 화폐의 양이 많아지는데다 화폐 유통량이 부족해지자 길가에서 아이스크림 하나를 사도 즉석에서 휴대폰을 이용해 이체를 해 주는 게 현실이었다. 최근 들어 화폐 유통량은 더욱 부족해진 듯하다. 은행의 현금 인출기에서 하루 뽑을 수 있는 돈은 평균 500볼리바르, 마두로 정부가 공시한 달러 환율은 1달러에 3,300볼리바르로 500볼리바르는 한화로는 170원 정도다. 500볼리바르는 버스 3번 탈 수 있는 금액이다.

왜 이렇게 화폐가 부족해졌을까? 첫번째로는 살인적으로 상승하는 물가상승률을 화폐량이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화폐를 더 이상 찍어낼 수 없다는 것이다. 베네수엘라 경제학자 빅토르 교수는 "외국에서 화폐를 주문 인쇄하는데, 비용을 지급하지 않아 베네수엘라의 신용이 떨어져 더 이상 화폐를 인쇄해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주유소베네수엘라 카라카스 주유소

1원이면 대형 SUV 4천 대에 휘발유 가득

'물보다 싼 휘발유', 베네수엘라의 주유소 기름값은 이 같은 비유를 무색하게 한다. 우리 돈 1원이면 대형 SUV차량 4천 대 가량에 휘발유를 가득 채울 수 있다. 1년에 60차례를 넣는다고 해도 50년을 넘게 넣을 수 있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운전자들은 휘발유 가격을 묻지도 않고 주유 뒤에는 갖고 있는 잔돈을 내밀고 간다.

세계 원유 매장량 1위 국가이어서라고 하지만, 하루 원유 생산량이 140만 배럴 정도로 절반 넘게 줄어든 최근 상황에 비춰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이는 정부가 적자를 보는 주유소에 보조금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보조금은 결국 국민들의 세금으로 충당되고 있는 것이다. 원유 정제시설의 인력이 해외로 유출되고 시설 유지보수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원유 생산량은 계속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부의 적자폭은 커져만 갈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이동통신망도 마찬가지다. 성인 휴대폰 한 달 사용 요금이 우리 돈 100원 남짓, 이 요금으로 유지보수 비용을 충당할 수 없다 보니 휴대폰 인터넷은 수시로 끊어지고 통화품질은 대화하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돈줄' 옥죄는 서방 제재로 삶은 더 피폐

원유를 팔아 생필품을 수입해야 하는 베네수엘라의 국민들은 미국이 국영석유기업 PDVSA의 자산을 동결하고 미국인과의 거래를 금지하는 등 마두로 정권의 '돈줄'인 석유산업을 옥죄면서 더욱 생활고에 빠질 수밖에 없게 됐다. 마두로 정부는 재정이 더욱 악화돼 기초생활수급자의 'Clap(기초 생필품)'마저 배급할 수 없게 될 경우, 지지기반인 빈민층이 등을 돌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래서 마두로 정부는 이에 대해 미국 등 서방의 '제국주의' 책략이라고 비난하며 대국민 홍보전에 사활을 걸고 있다.

베네수엘라 사태를 두고 세계가 양분되고 마두로 정권과 야권은 서로 격돌하고 있지만 중요한 사실은 국민들이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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