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새 차냐①] “5천만 원짜리 새 차에 페인트 자국이 있어요”

입력 2019.02.16 (14:00) 수정 2019.02.17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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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최소 수천만 원에 달하는 자동차는 집을 제외하고 가장 비싼 재산입니다. 부품이 2만여 개나 들어가서 소비자가 관련 정보를 제대로 알기 어려운 재산이기도 합니다. 자동차 관련 분쟁이 많은 이유인데, '새 차인 줄 알았는데 수리한 흔적이 있다"는 분쟁도 그중 하나입니다. 새 차를 둘러싼 하자 분쟁의 실태와 원인을 두 차례로 나눠 정리했습니다.

5천만 원 넘는 수입차, 야구방망이로 부숴
차량 곳곳에 ‘도장 수리’ 흔적
포드 “공장 최종 단계서 품질 보정 할 수 있다”
전문가 “수리한 흔적 맞다”

지난달 20일, 전북 전주에서 한 남성이 포드 '익스플로러'를 야구방방이로 부수는 영상이 화제가 됐습니다. 이 남성은 포드 전시장 앞에 차를 세워두고 5천만 원이 넘는 차량을 사정없이 내려쳤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자신의 차를 스스로 망가뜨린 걸까요?


엔진 문제로 교환한 두 번째 새 차에서 페인트 흔적
영상의 주인공 장동민 씨는 2017년 5월 익스플로러를 샀습니다. 2000km 정도 탔을 무렵 엔진에 이상이 생겨 구입 3개월 만인 같은 해 8월 다른 새 차로 교환받았습니다.

장 씨는 지난해 4~5월쯤 차량에서 이상한 페인트 자국을 발견했습니다. 차량 지붕 양쪽 플라스틱 끝 부분에 흰색 페인트가 묻어 있었습니다. 차에 페인트를 칠하다 튄 걸로 보이는 자국인데, 페인트를 다 칠하고 조립을 하는 새 차에는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흔적이었습니다.

페인트 자국은 뒷문 안쪽 볼트 부분에도 남아 있었습니다. 뒷문 안쪽 상단 우측에는 페인트를 칠할 때 붙이는 테이프도 일부 있었습니다.


‘사기 판매 혐의’ 고소했는데 검찰서 무혐의
장 씨는 공업사 몇 곳에 차를 보여줬는데 가는 데마다 수리한 차가 맞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차에 페인트를 다시 칠하는 이른바 '도장 수리'를 했다는 겁니다.

자동차 전문 자격증이 있는 기술사의 의견도 같았습니다. 장 씨 차량을 감정한 윤대권 기술사는 "어떤 스크래치나 오염이라든가 뭐 이런 것들을 좀 가리기 위해서 부분적으로 도장 수리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장 씨는 판매사가 새 차가 아닌 걸 새 차라고 속여 팔았다며 판매사원을 고소했습니다. 판매사원은 차량 전산 기록에 수리 이력이 없었다고 주장했고, 포드 영업본부도 이러한 자료를 제출했습니다.

검찰은 판매사원은 전산 기록에 근거해 새 차로 판 걸로 보인다며,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장 씨는 무혐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항고했지만, 기각됐습니다.


포드 “공장 최종 단계서 품질 보정 할 수 있다”
포드는 장 씨가 문제 제기를 처음 했을 때부터 수리한 차량이 아닌 새 차라는 주장을 했습니다. 취재진이 페인트 자국에 대해 계속 묻자 "고객에게 더 나은 품질의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현지 공장 차량 생산 최종 점검 단계에서 품질 보정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공장에서 보정은 했을 수도 있지만, 공장 출고 이후에 수리는 하지 않았다는 얘긴데, 자동차 전문가들에게 차량 영상을 보여줬더니 이와는 다른 의견을 냈습니다. 공장에서 보정을 했다고 하기에는 뒤처리가 너무 엉성하다는 겁니다.

이호근 교수(대덕대학교 자동차공학과)는 "스프레이로 뿌린 것 같은 페인트가 여기저기 묻어있다는 건 출고 이후에 재도장한 게 분명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진혁 교수(서정대학교 자동차과)는 "공장에서 차가 나올 때는 그 안에서 문제 있는 것은 그 안에서 해결을 하기 때문에 나올 때 새 차로 나온다"며 "이렇게 허접스럽게 수리된 것처럼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페인트를 다시 칠한 흔적이 남아 있는 건 분명한데, 포드는 수리한 적이 없다고 하고, 자동차 전문가들은 수리한 게 맞다고 합니다. 누구의 말이 맞을까요. 장 씨는 추가 법률 대응을 변호사들과 함께 검토하고 있습니다.

[연관 기사] [이게 새 차냐②] 하자 수리 숨겨도 과태료 고작 10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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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게 새 차냐①] “5천만 원짜리 새 차에 페인트 자국이 있어요”
    • 입력 2019-02-16 14:00:23
    • 수정2019-02-17 14:03:55
    취재K
[편집자 주]
최소 수천만 원에 달하는 자동차는 집을 제외하고 가장 비싼 재산입니다. 부품이 2만여 개나 들어가서 소비자가 관련 정보를 제대로 알기 어려운 재산이기도 합니다. 자동차 관련 분쟁이 많은 이유인데, '새 차인 줄 알았는데 수리한 흔적이 있다"는 분쟁도 그중 하나입니다. 새 차를 둘러싼 하자 분쟁의 실태와 원인을 두 차례로 나눠 정리했습니다.

5천만 원 넘는 수입차, 야구방망이로 부숴
차량 곳곳에 ‘도장 수리’ 흔적
포드 “공장 최종 단계서 품질 보정 할 수 있다”
전문가 “수리한 흔적 맞다”

지난달 20일, 전북 전주에서 한 남성이 포드 '익스플로러'를 야구방방이로 부수는 영상이 화제가 됐습니다. 이 남성은 포드 전시장 앞에 차를 세워두고 5천만 원이 넘는 차량을 사정없이 내려쳤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자신의 차를 스스로 망가뜨린 걸까요?


엔진 문제로 교환한 두 번째 새 차에서 페인트 흔적
영상의 주인공 장동민 씨는 2017년 5월 익스플로러를 샀습니다. 2000km 정도 탔을 무렵 엔진에 이상이 생겨 구입 3개월 만인 같은 해 8월 다른 새 차로 교환받았습니다.

장 씨는 지난해 4~5월쯤 차량에서 이상한 페인트 자국을 발견했습니다. 차량 지붕 양쪽 플라스틱 끝 부분에 흰색 페인트가 묻어 있었습니다. 차에 페인트를 칠하다 튄 걸로 보이는 자국인데, 페인트를 다 칠하고 조립을 하는 새 차에는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흔적이었습니다.

페인트 자국은 뒷문 안쪽 볼트 부분에도 남아 있었습니다. 뒷문 안쪽 상단 우측에는 페인트를 칠할 때 붙이는 테이프도 일부 있었습니다.


‘사기 판매 혐의’ 고소했는데 검찰서 무혐의
장 씨는 공업사 몇 곳에 차를 보여줬는데 가는 데마다 수리한 차가 맞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차에 페인트를 다시 칠하는 이른바 '도장 수리'를 했다는 겁니다.

자동차 전문 자격증이 있는 기술사의 의견도 같았습니다. 장 씨 차량을 감정한 윤대권 기술사는 "어떤 스크래치나 오염이라든가 뭐 이런 것들을 좀 가리기 위해서 부분적으로 도장 수리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장 씨는 판매사가 새 차가 아닌 걸 새 차라고 속여 팔았다며 판매사원을 고소했습니다. 판매사원은 차량 전산 기록에 수리 이력이 없었다고 주장했고, 포드 영업본부도 이러한 자료를 제출했습니다.

검찰은 판매사원은 전산 기록에 근거해 새 차로 판 걸로 보인다며,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장 씨는 무혐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항고했지만, 기각됐습니다.


포드 “공장 최종 단계서 품질 보정 할 수 있다”
포드는 장 씨가 문제 제기를 처음 했을 때부터 수리한 차량이 아닌 새 차라는 주장을 했습니다. 취재진이 페인트 자국에 대해 계속 묻자 "고객에게 더 나은 품질의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현지 공장 차량 생산 최종 점검 단계에서 품질 보정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공장에서 보정은 했을 수도 있지만, 공장 출고 이후에 수리는 하지 않았다는 얘긴데, 자동차 전문가들에게 차량 영상을 보여줬더니 이와는 다른 의견을 냈습니다. 공장에서 보정을 했다고 하기에는 뒤처리가 너무 엉성하다는 겁니다.

이호근 교수(대덕대학교 자동차공학과)는 "스프레이로 뿌린 것 같은 페인트가 여기저기 묻어있다는 건 출고 이후에 재도장한 게 분명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진혁 교수(서정대학교 자동차과)는 "공장에서 차가 나올 때는 그 안에서 문제 있는 것은 그 안에서 해결을 하기 때문에 나올 때 새 차로 나온다"며 "이렇게 허접스럽게 수리된 것처럼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페인트를 다시 칠한 흔적이 남아 있는 건 분명한데, 포드는 수리한 적이 없다고 하고, 자동차 전문가들은 수리한 게 맞다고 합니다. 누구의 말이 맞을까요. 장 씨는 추가 법률 대응을 변호사들과 함께 검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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