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새 차냐②] 하자 수리 숨겨도 과태료 고작 100만 원

입력 2019.02.17 (14:02) 수정 2019.02.17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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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최소 수천만 원에 달하는 자동차는 집을 제외하고 가장 비싼 재산입니다. 부품이 2만여 개나 들어가서 소비자가 관련 정보를 제대로 알기 어려운 재산이기도 합니다. 자동차 관련 분쟁이 많은 이유인데, '새 차인 줄 알았는데 수리한 흔적이 있다"는 분쟁도 그중 하나입니다. 새 차를 둘러싼 하자 분쟁의 실태와 원인을 두 차례로 나눠 정리했습니다.

효성 "하자 수리 했다" 뒤늦게 고지
"사기 판매 명백하다" 손해배상 소송
법원 "하자 수리 숨긴 건 의무 어긴 것" 판결
'자동차 하자고지' 제도 있지만 분쟁 여전

지난해 5월, 벤츠 판매사 중 하나인 '더클래스 효성'은 고객 1400명에게 '지각 통보문'을 보냈습니다. 새 차로 팔았던 차가 사실은 수리 또는 보정을 한 차라는 충격 고백이었습니다. 8천만 원을 넘게 주고 차를 산 박 모 씨도 이런 통보를 받았습니다.


"도장 수리 했다" 2년 만에 연락
박 씨가 차를 산 건 2016년입니다. 2년이나 지나서 연락을 받았는데, 뒤펌퍼에 흠집이 있어서 '도장 수리'를 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효성은 준법 경영을 하기 위해서 뒤늦게라도 알리는 거라며 100만 원어치 서비스센터 상품권을 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사기를 당했다는 생각이 든 박 씨는 상품권을 거절하고 효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법원, '하자 수리 미고지' 인정
법원은 하자 수리를 알리지 않은 것은 판매자 의무를 어긴 것이라고 인정했습니다. 다만, 수리 정도가 가벼워 매매 계약을 취소할 정도는 아니니 정신적 위자료 2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이러한 하자 수리 관련 분쟁은 국산차보다는 수입차에서 많이 나타난다는 게 자동차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수입차의 유통 특성 때문입니다.

해외에서 만들어지는 수입차는 배를 타고 국내로 들어옵니다. 차를 배에 싣고 내리는 과정이나 이동하는 과정에서 차가 충격을 받기도 합니다. 바닷물에서 온 소금기 때문에 차가 상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수입차는 국내에 들어오면 점검 센터를 거칩니다. 여기선 차를 점검한 뒤 고장 또는 흠집이 있으면 수리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점검 센터에서 수리한 차는 공장에서 나온 새 차와 분명 다른 차입니다. 소비자가 수리 정보를 알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자동차 하자 고지' 시행 5년째…분쟁 여전
이에 따라 '자동차 하자 고지' 제도가 2015년 1월부터 자동차관리법에 추가됐습니다. '자동차제작ㆍ판매자 등은 자동차를 판매할 때 제작사의 공장 출고일(제작일을 말한다) 이후 인도 이전에 발생한 고장 또는 흠집 등 하자에 대한 수리 여부와 상태 등에 대하여 구매자에게 고지하여야 한다"는 조항입니다.

올해로 5년째 시행하고 있지만, 신차 하자 관련 분쟁은 여전합니다. 2013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최근 5년 반 동안 수리 흔적 등을 이유로 구입 1년 이내에 한국소비자원에 신청한 수입차 피해구제는 778건입니다.


계약 취소 우려해 하자 고지 소극적
제도가 생겼는데 왜 분쟁이 끊이지 않는 걸까요? 판매사원들의 열악한 현실이 한몫합니다. 자동차 판매사원들의 월급은 기본급보다는 판매수당 비중이 높습니다. 차를 덜 팔면 월급이 줄어드는 겁니다.

수입차는 판매사원과 고객이 매매계약을 한 이후 길게는 6개월 이상 지나 고객에게 차를 줍니다. 해당 고객에게 하자 수리를 한 차가 가는지, 아니면 완벽한 새 차가 가는지는 계약 시점에서는 알 수 없습니다. 고객에게 차를 넘기기 하루 이틀 전에야 알게 됩니다.

판매사원 입장에서는 내일이 차를 넘기는 날인데, 고객에게 하자 수리를 알렸야하는 셈입니다. 고객이 수리한 걸 알고 차를 안 사겠다고 하면 판매수당은 그대로 날아갑니다.

한 수입차 판매사원은 "하자 수리 고지를 하는 데도 있고 안 하는 데도 있다"며 "판매사원들은 차를 팔아야 하니까 가짜로라도 (고지를 한 걸로) 사인을 해서 차를 내보낸다"고 말했습니다.


'하자 미고지' 과태료 최대 100만 원
하자 수리를 숨기고 팔아도 처벌이 상대적으로 가볍습니다. 과태료는 최대 100만 원입니다.

법이 애매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법에서 정해놓은 '고장 또는 흠집 등 수리'라는 게 어느 정도 수준의 수리를 의미하는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이호근 교수(대덕대학교 자동차공학과)는 "제조사들은 성능에 지장이 없는 부분은 수리했어도 하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지적을 전달하자, 국토교통부는 법을 구체적으로 고치고, 과태료도 올리는 걸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연관 기사] [이게 새 차냐①] “5천만 원짜리 새 차에 페인트 자국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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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게 새 차냐②] 하자 수리 숨겨도 과태료 고작 100만 원
    • 입력 2019-02-17 14:02:35
    • 수정2019-02-17 14:03:30
    취재K
[편집자 주]
최소 수천만 원에 달하는 자동차는 집을 제외하고 가장 비싼 재산입니다. 부품이 2만여 개나 들어가서 소비자가 관련 정보를 제대로 알기 어려운 재산이기도 합니다. 자동차 관련 분쟁이 많은 이유인데, '새 차인 줄 알았는데 수리한 흔적이 있다"는 분쟁도 그중 하나입니다. 새 차를 둘러싼 하자 분쟁의 실태와 원인을 두 차례로 나눠 정리했습니다.

효성 "하자 수리 했다" 뒤늦게 고지
"사기 판매 명백하다" 손해배상 소송
법원 "하자 수리 숨긴 건 의무 어긴 것" 판결
'자동차 하자고지' 제도 있지만 분쟁 여전

지난해 5월, 벤츠 판매사 중 하나인 '더클래스 효성'은 고객 1400명에게 '지각 통보문'을 보냈습니다. 새 차로 팔았던 차가 사실은 수리 또는 보정을 한 차라는 충격 고백이었습니다. 8천만 원을 넘게 주고 차를 산 박 모 씨도 이런 통보를 받았습니다.


"도장 수리 했다" 2년 만에 연락
박 씨가 차를 산 건 2016년입니다. 2년이나 지나서 연락을 받았는데, 뒤펌퍼에 흠집이 있어서 '도장 수리'를 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효성은 준법 경영을 하기 위해서 뒤늦게라도 알리는 거라며 100만 원어치 서비스센터 상품권을 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사기를 당했다는 생각이 든 박 씨는 상품권을 거절하고 효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법원, '하자 수리 미고지' 인정
법원은 하자 수리를 알리지 않은 것은 판매자 의무를 어긴 것이라고 인정했습니다. 다만, 수리 정도가 가벼워 매매 계약을 취소할 정도는 아니니 정신적 위자료 2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이러한 하자 수리 관련 분쟁은 국산차보다는 수입차에서 많이 나타난다는 게 자동차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수입차의 유통 특성 때문입니다.

해외에서 만들어지는 수입차는 배를 타고 국내로 들어옵니다. 차를 배에 싣고 내리는 과정이나 이동하는 과정에서 차가 충격을 받기도 합니다. 바닷물에서 온 소금기 때문에 차가 상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수입차는 국내에 들어오면 점검 센터를 거칩니다. 여기선 차를 점검한 뒤 고장 또는 흠집이 있으면 수리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점검 센터에서 수리한 차는 공장에서 나온 새 차와 분명 다른 차입니다. 소비자가 수리 정보를 알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자동차 하자 고지' 시행 5년째…분쟁 여전
이에 따라 '자동차 하자 고지' 제도가 2015년 1월부터 자동차관리법에 추가됐습니다. '자동차제작ㆍ판매자 등은 자동차를 판매할 때 제작사의 공장 출고일(제작일을 말한다) 이후 인도 이전에 발생한 고장 또는 흠집 등 하자에 대한 수리 여부와 상태 등에 대하여 구매자에게 고지하여야 한다"는 조항입니다.

올해로 5년째 시행하고 있지만, 신차 하자 관련 분쟁은 여전합니다. 2013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최근 5년 반 동안 수리 흔적 등을 이유로 구입 1년 이내에 한국소비자원에 신청한 수입차 피해구제는 778건입니다.


계약 취소 우려해 하자 고지 소극적
제도가 생겼는데 왜 분쟁이 끊이지 않는 걸까요? 판매사원들의 열악한 현실이 한몫합니다. 자동차 판매사원들의 월급은 기본급보다는 판매수당 비중이 높습니다. 차를 덜 팔면 월급이 줄어드는 겁니다.

수입차는 판매사원과 고객이 매매계약을 한 이후 길게는 6개월 이상 지나 고객에게 차를 줍니다. 해당 고객에게 하자 수리를 한 차가 가는지, 아니면 완벽한 새 차가 가는지는 계약 시점에서는 알 수 없습니다. 고객에게 차를 넘기기 하루 이틀 전에야 알게 됩니다.

판매사원 입장에서는 내일이 차를 넘기는 날인데, 고객에게 하자 수리를 알렸야하는 셈입니다. 고객이 수리한 걸 알고 차를 안 사겠다고 하면 판매수당은 그대로 날아갑니다.

한 수입차 판매사원은 "하자 수리 고지를 하는 데도 있고 안 하는 데도 있다"며 "판매사원들은 차를 팔아야 하니까 가짜로라도 (고지를 한 걸로) 사인을 해서 차를 내보낸다"고 말했습니다.


'하자 미고지' 과태료 최대 100만 원
하자 수리를 숨기고 팔아도 처벌이 상대적으로 가볍습니다. 과태료는 최대 100만 원입니다.

법이 애매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법에서 정해놓은 '고장 또는 흠집 등 수리'라는 게 어느 정도 수준의 수리를 의미하는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이호근 교수(대덕대학교 자동차공학과)는 "제조사들은 성능에 지장이 없는 부분은 수리했어도 하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지적을 전달하자, 국토교통부는 법을 구체적으로 고치고, 과태료도 올리는 걸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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