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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일왕사죄 발언 항의했다”·“아니다”…평행선 달린 장관회담
입력 2019.02.17 (16:05) 특파원 리포트
[특파원리포트] “일왕사죄 발언 항의했다”·“아니다”…평행선 달린 장관회담
독일 뮌헨안보회의(2.15~17)에 참석한 한일 외교장관이 15일 따로 양자회담을 열었다. 지난달 23일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만난지 23일만. 강경화 외교장관은 폴란드 바르샤바 중동평화안보회의를 마치고 전날 밤늦게 뮌헨으로 이동했고, 고노 외무상 역시 밤사이 뮌헨에 도착했다. 뮌헨안보회의 공식 개막에 앞서 만난 첫 양자회담 상대가 한국은 일본, 일본은 한국이었다. 그만큼 양국 간 풀어야 할 현안이 산적하다는 의미였다.


■ "한일관계 어려운 상황"…무거운 분위기 속 회의 진행

이날 회담은 일본대표단이 머물고 있는 호텔에서 열렸다.(보통 양자회담은 두 나라가 번갈아가며 주최하고 장소는 주최 측이 결정하는데 이번은 일본 차례였다.) 일본 측 북핵수석대표인 가나스기 겐지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회담장 앞에 보이길래 다가가 명함을 건네며 KBS 기자라고 소개했다. 뭔가 생각에 골똘히 잠겨있던 가나스기 국장은 같이 인사는 했으나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갔다. 회담장에 도착한 고노 장관은 취재진을 바라봤지만 별다른 인사말도 없었고 표정도 역시 무미건조했다. 배석한 일본대표단의 표정들도 다르지 않아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곧이어 강경화 장관이 회의장에 도착했다. 두 장관은 악수를 하며 잠시 포토세션을 가졌다. 강 장관은 엷은 미소를 띠기도 했으나 고노 장관은 입술을 굳게 다문 모습이었다. 고노 장관이 먼저 모두 발언을 했다. 고노 장관은 "일한관계에 여러가지 어려운 상황이 있지만, 오늘은 솔직하게 의견 교환을 했으면 한다"고 운을 띄웠다. 문희상 국회의장의 일왕 사죄 요구 발언,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 배상 판결, 초계기 위협비행 공방 등 최근 불거진 한일 간 갈등 상황을 '여러 어려운 상황'으로 표현한 것이다.

강 장관도 갈등 상황을 인정했다. 강 장관은 "양국 사이에 어려운 현안들이 있지만 그럴수록 외교 당국 간 다양한 레벨에서 이렇게 소통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고 또 솔직하게 소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후 취재진이 퇴장한 가운데 두 장관은 50분 동안 회의를 진행했다. 당초 예정했던 30분보다 20분이 연장됐다.


■ 고노, 강제징용 판결 정부 간 협의 직접 요청

회의가 끝나고 강 장관을 비롯한 우리 대표단이 먼저 회의장에서 나왔다. 회의 결과를 묻기 위해 강 장관에게 다가갔다.

(기자)회담에서 많은 대화 하셨나?
(장관)포괄적으로 대화했다. 여러 현안의 진행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기자)징용판결 등 현안 많은데 이야기 나누는데 시간 부족하지 않았나?
(장관)시간은 늘 부족하지만, 양국 현안, 또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비건 대표의 방북 등에 대해서도 상당히 많은 의견 교환이 있었다.
(기자)강제징용 관련해 (일본 측이) 정부 간 협의를 재차 요청했나?
(장관)일본의 요청은 있는 상황이고, 저희는 계속 검토 중이라고 이야기했다.
(기자)오늘 그렇게 얘기했다는 건가?
(장관)그렇다.


일본은 지난달 31일 한일 외교부 국장급 회의에서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해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른 정부 간 협의를 우리 측에 요청했다. 이번에는 고노 장관이 직접 나서 정부 간 협의를 재차 요구하며 압박한 것이다. 일본 언론은, 배상 판결과 관련해 원고 측 대리인이 신일철주금의 자산 매각 명령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점에 대해 고노 장관이 우려를 전달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 日 언론 "고노, 일왕사죄 발언 항의"…韓 "그런 언급 없었다"

회담이 끝난 뒤 일본 측 배석 간부가 일본 언론을 상대로 회의 내용을 브리핑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 뒤 일본 언론에 회담 관련 기사가 올라왔다. 교도통신 보도였는데, 고노 장관이 문희상 의장의 발언에 대해 회담에서 강 장관에게 항의했다는 내용이었다. 사실 확인이 필요했다. 한러 외교장관 회담을 마치고 나온 강 장관에게 질문했다.

(기자)고노 장관이 문 의장 발언 항의했나?
(장관)없었다. 그런 이야기 없었다.
(기자)회의 참석했던 일본 국장이 일본 기자들에게 그렇게 브리핑했는데…
(장관)회의 내용에선 그렇지 않았다.


회의에 배석했던 외교부 간부도 그런 발언이 없었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다음날인 16일에도 일본 언론에 같은 보도가 이어졌다. 도쿄신문은 '일본 측 설명'이라며 "고노 외무상이 회담에서 문 의장의 발언에 대해 재차 사죄와 철회를 요구했지만 강 장관으로부터 발언은 없었다"고 보도했다. 아사히신문도 "고노 외무상이 사죄와 철회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일본 외무성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고노 외무상이 문 의장의 발언에 대해 일본의 입장을 재차 '전달'했다고 게재했다. 우리 외교부는 입장자료를 내고 "일본 정부가 사죄와 철회를 요구했다는 일본 언론 보도에 대해 회담에서 동(同) 건에 대한 일측의 언급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 '평행선 회담'…실마리는 어디에?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 8일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키히토 일왕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한 사죄 필요성을 언급한 이후, 일본은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에 이어 아베 신조 총리까지 나서서 문 의장의 발언을 비판했다. 일본 당국자를 인용한 일본 언론 보도와 우리 외교부의 설명이 엇갈리는 가운데 현재로선 고노 장관의 구체적인 발언 내용을 확인할 수는 없다. 현장에서 만난 정부 관계자는 일본 언론 보도에 대해 "파국을 조장하는 것으로, 계속 갈등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장관회담에선 최근 불거진 양국간 갈등 사안들이 대부분 언급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측의 문제 제기와 의견 개진이 있었고, 여기에 대해 우리도 정부의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측이 어느 정도 수위로 입장을 밝혔는지는 정확히 알기 힘들다. 일왕 사죄 발언과 관련해 회의석상에선 항의와 철회 요청을 하지 않았으면서, 일본 국내 여론을 감안해 언론에 브리핑을 했다고 하는 건 섣부른 추측이 될 것이다. 하지만 여러 갈등 사안을 풀기 위해 양국 장관이 만났지만, 결국 서로의 입장만 설명하고 끝난 이른바 '평행선 회담'이 된 건 분명해 보인다. 한일 간에 늘상 어느 정도 갈등과 긴장이 있어 왔지만, 최근 한꺼번에 불거진 현안들은 부정적인 상승 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해결의 실마리는 쉽게 보이지 않고 외교 당국의 고민은 깊다.
  • [특파원리포트] “일왕사죄 발언 항의했다”·“아니다”…평행선 달린 장관회담
    • 입력 2019.02.17 (16:05)
    특파원 리포트
[특파원리포트] “일왕사죄 발언 항의했다”·“아니다”…평행선 달린 장관회담
독일 뮌헨안보회의(2.15~17)에 참석한 한일 외교장관이 15일 따로 양자회담을 열었다. 지난달 23일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만난지 23일만. 강경화 외교장관은 폴란드 바르샤바 중동평화안보회의를 마치고 전날 밤늦게 뮌헨으로 이동했고, 고노 외무상 역시 밤사이 뮌헨에 도착했다. 뮌헨안보회의 공식 개막에 앞서 만난 첫 양자회담 상대가 한국은 일본, 일본은 한국이었다. 그만큼 양국 간 풀어야 할 현안이 산적하다는 의미였다.


■ "한일관계 어려운 상황"…무거운 분위기 속 회의 진행

이날 회담은 일본대표단이 머물고 있는 호텔에서 열렸다.(보통 양자회담은 두 나라가 번갈아가며 주최하고 장소는 주최 측이 결정하는데 이번은 일본 차례였다.) 일본 측 북핵수석대표인 가나스기 겐지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회담장 앞에 보이길래 다가가 명함을 건네며 KBS 기자라고 소개했다. 뭔가 생각에 골똘히 잠겨있던 가나스기 국장은 같이 인사는 했으나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갔다. 회담장에 도착한 고노 장관은 취재진을 바라봤지만 별다른 인사말도 없었고 표정도 역시 무미건조했다. 배석한 일본대표단의 표정들도 다르지 않아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곧이어 강경화 장관이 회의장에 도착했다. 두 장관은 악수를 하며 잠시 포토세션을 가졌다. 강 장관은 엷은 미소를 띠기도 했으나 고노 장관은 입술을 굳게 다문 모습이었다. 고노 장관이 먼저 모두 발언을 했다. 고노 장관은 "일한관계에 여러가지 어려운 상황이 있지만, 오늘은 솔직하게 의견 교환을 했으면 한다"고 운을 띄웠다. 문희상 국회의장의 일왕 사죄 요구 발언,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 배상 판결, 초계기 위협비행 공방 등 최근 불거진 한일 간 갈등 상황을 '여러 어려운 상황'으로 표현한 것이다.

강 장관도 갈등 상황을 인정했다. 강 장관은 "양국 사이에 어려운 현안들이 있지만 그럴수록 외교 당국 간 다양한 레벨에서 이렇게 소통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고 또 솔직하게 소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후 취재진이 퇴장한 가운데 두 장관은 50분 동안 회의를 진행했다. 당초 예정했던 30분보다 20분이 연장됐다.


■ 고노, 강제징용 판결 정부 간 협의 직접 요청

회의가 끝나고 강 장관을 비롯한 우리 대표단이 먼저 회의장에서 나왔다. 회의 결과를 묻기 위해 강 장관에게 다가갔다.

(기자)회담에서 많은 대화 하셨나?
(장관)포괄적으로 대화했다. 여러 현안의 진행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기자)징용판결 등 현안 많은데 이야기 나누는데 시간 부족하지 않았나?
(장관)시간은 늘 부족하지만, 양국 현안, 또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비건 대표의 방북 등에 대해서도 상당히 많은 의견 교환이 있었다.
(기자)강제징용 관련해 (일본 측이) 정부 간 협의를 재차 요청했나?
(장관)일본의 요청은 있는 상황이고, 저희는 계속 검토 중이라고 이야기했다.
(기자)오늘 그렇게 얘기했다는 건가?
(장관)그렇다.


일본은 지난달 31일 한일 외교부 국장급 회의에서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해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른 정부 간 협의를 우리 측에 요청했다. 이번에는 고노 장관이 직접 나서 정부 간 협의를 재차 요구하며 압박한 것이다. 일본 언론은, 배상 판결과 관련해 원고 측 대리인이 신일철주금의 자산 매각 명령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점에 대해 고노 장관이 우려를 전달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 日 언론 "고노, 일왕사죄 발언 항의"…韓 "그런 언급 없었다"

회담이 끝난 뒤 일본 측 배석 간부가 일본 언론을 상대로 회의 내용을 브리핑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 뒤 일본 언론에 회담 관련 기사가 올라왔다. 교도통신 보도였는데, 고노 장관이 문희상 의장의 발언에 대해 회담에서 강 장관에게 항의했다는 내용이었다. 사실 확인이 필요했다. 한러 외교장관 회담을 마치고 나온 강 장관에게 질문했다.

(기자)고노 장관이 문 의장 발언 항의했나?
(장관)없었다. 그런 이야기 없었다.
(기자)회의 참석했던 일본 국장이 일본 기자들에게 그렇게 브리핑했는데…
(장관)회의 내용에선 그렇지 않았다.


회의에 배석했던 외교부 간부도 그런 발언이 없었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다음날인 16일에도 일본 언론에 같은 보도가 이어졌다. 도쿄신문은 '일본 측 설명'이라며 "고노 외무상이 회담에서 문 의장의 발언에 대해 재차 사죄와 철회를 요구했지만 강 장관으로부터 발언은 없었다"고 보도했다. 아사히신문도 "고노 외무상이 사죄와 철회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일본 외무성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고노 외무상이 문 의장의 발언에 대해 일본의 입장을 재차 '전달'했다고 게재했다. 우리 외교부는 입장자료를 내고 "일본 정부가 사죄와 철회를 요구했다는 일본 언론 보도에 대해 회담에서 동(同) 건에 대한 일측의 언급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 '평행선 회담'…실마리는 어디에?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 8일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키히토 일왕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한 사죄 필요성을 언급한 이후, 일본은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에 이어 아베 신조 총리까지 나서서 문 의장의 발언을 비판했다. 일본 당국자를 인용한 일본 언론 보도와 우리 외교부의 설명이 엇갈리는 가운데 현재로선 고노 장관의 구체적인 발언 내용을 확인할 수는 없다. 현장에서 만난 정부 관계자는 일본 언론 보도에 대해 "파국을 조장하는 것으로, 계속 갈등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장관회담에선 최근 불거진 양국간 갈등 사안들이 대부분 언급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측의 문제 제기와 의견 개진이 있었고, 여기에 대해 우리도 정부의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측이 어느 정도 수위로 입장을 밝혔는지는 정확히 알기 힘들다. 일왕 사죄 발언과 관련해 회의석상에선 항의와 철회 요청을 하지 않았으면서, 일본 국내 여론을 감안해 언론에 브리핑을 했다고 하는 건 섣부른 추측이 될 것이다. 하지만 여러 갈등 사안을 풀기 위해 양국 장관이 만났지만, 결국 서로의 입장만 설명하고 끝난 이른바 '평행선 회담'이 된 건 분명해 보인다. 한일 간에 늘상 어느 정도 갈등과 긴장이 있어 왔지만, 최근 한꺼번에 불거진 현안들은 부정적인 상승 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해결의 실마리는 쉽게 보이지 않고 외교 당국의 고민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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