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늘어나는 고령 운전자 사고…해법 ‘골머리’

입력 2019.02.19 (08:37) 수정 2019.02.19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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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최근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 소식이 종종 전해지고 있습니다.

90대 운전자가 후진을 하다 담벼락을 들이받기도 했고, 70대가 운전하던 트럭이 신호 차량과 충돌하기도 했는데요.

인명 피해도 잇따르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고령 운전 사고를 막기 위한 다양한 해법도 나오고 있는데요.

지금부터 같이 고민해 보시죠.

[리포트]

지난 12일 저녁.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담벼락을 들이받고 서 있습니다.

오르막길에 있던 호텔 주차장을 이용하려던 차량이었다는데요.

[사고 목격자/음성변조 : "주차장 입구 진입하려고 할 때 기둥과 (충돌) 사고가 한 번 있었거든요. 그 상황에서 진입이 안 되니까 후진으로 빼다가 뒤에 있던 차량과 부딪히고..."]

뒤에 있던 다른 차량을 들이받은 이 차는 그대로 후진해 담을 뚫고 들어갔습니다.

[사고 목격자/음성변조 : "대여섯 명 있었던 것 같아요. 이미 소리가 크게 한 번 났으니까 피하신 분들도 있죠."]

하지만, 차를 피하지 못한 30대 여성은 결국 숨을 거뒀습니다.

운전자는 96세의 고령 운전자였는데요.

처음 충돌한 뒤 당황해 속도를 줄이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오르막길이니까 직진 상태인 줄 알고 가속 페달을 밟은 거죠. 오히려 가속 페달을 밟았으니까 후진이 빨라진 거죠."]

그런가 하면 지난 16일 새벽.

소방대원들이 트럭에서 운전자를 구조하고 있습니다.

[소방서 관계자/음성변조 : "교통사고가 났는데 트럭에 사람이 갇혀 있다. 트럭에 할아버지께서 계신다고 하셔서 바로 장비 이용해서 문을 따고 구조했습니다."]

트럭에서 구조된 건 70세 운전자.

신호를 기다리던 승용차를 들이받고 인도 쪽으로 돌진했다는데요.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의식은 있으셨고 사고가 난 걸 전혀 기억을 못 하시더라고요."]

지난해 11월에는 72세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해 병원으로 돌진하기도 했습니다.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2014년 2만여 건에서 2017년 2만6천여 건으로 3년 만에 6천여 건이 늘었습니다.

[50대 운전자/음성변조 : "나이가 들면 공간 감각이라든가 위급 상황에 대처 능력이 많이 떨어지잖아요. 맨 처음 시험을 볼 때처럼 고령 운전자는 사실 다시 봐야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장경실/택시 기사 : "저희 회사 같은 경우는 기사가 약 한 200명 정도 되는데 한 65% 정도가 고령자로 보면 될 것 같아요. 적성검사도 좀 더 강화되면 좋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잇따른 사고로 고령 운전자에 대한 보다 엄격한 면허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은데요.

어제 오전 서울의 한 면허 시험장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면허 시험장을 찾았습니다.

모니터에 나타난 숫자들을 제시된 문제에 따라 이어 보고 표시하는 인지능력 자가 진단을 하는데요.

[윤창수/77세 : "고령자 교육 때문에 왔어요."]

[김재순/78세 : "안 보면 자격증이 면허가 취소되잖아."]

올해부터 75세 이상 고령자의 운전면허 갱신 주기는 기존 5년에서 3년으로 줄었고, 이처럼 의무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인지능력 자가 진단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요?

어르신 20명 가운데 7명이 탈락했습니다.

[의무교육 대상자/음성변조 : "잘 못 본 것 같아요."]

[의무교육 대상자/음성변조 : "처음 컴퓨터를 하니까 이거 본 적도 없는데 생전 처음 하는데 뭘 알아..."]

자가 진단에서 탈락하면 추가 검사를 받아 갱신 여부를 결정합니다.

하지만 올해 안전 교육을 받은 고령 운전자 6천여 명 가운데 면허 갱신에 실패한 사람은 1%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명무실한 안전 교육 보다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고령 운전자들의 불만도 많은데요.

[택시 기사/72세/음성변조 : "적성검사도 운전자의 심리 상태나 모든 걸 파악하고 그걸 계산하는 건지 난 그게 의문인 거죠. 만에 하나 생계 관련된 사람들이 그거 잘못돼서 생계유지를 못 하면 그것 참 답답한 일이죠."]

때문에 보다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호근/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 "의료보험 제도가 정보 공개 때문에 현재 타 기관으로 정보 공개를 안 하고 있지만 복용하는 약물이나 질환 사고 유무를 통해서 적성 검사 기간을 단축한다거나 운전면허를 잠시 중지시킨다거나 이러한 제도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면허증 자진반납제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서울 양천구에선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면허증을 자진 반납하면 교통카드를 지원하는 등 우대 제도를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습니다.

[김순덕/양천구청 어르신장애인과장 : "2018년에는 8건이 있었습니다. 올해는 1월 한 달 시행을 해 보니까 179명이 반납을 하셨고요."]

지난해부터 실시한 부산시에선 면허증 자진 반납자가 5천여 명으로 11배 증가했고, 고령 운전자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지난해 18명으로 절반 정도로 줄었다고 합니다.

도로 표지판 크기 등 인프라를 보완해 장기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호근/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 "일본에서는 고령 운전자 즉 실버 마크가 부착된 차량을 무리하게 끼어들기를 하면 우리나라 돈으로 오백만 원의 어떤 과도한 벌금을 물도록 되어 있거든요. 이런 제도가 고령 운전자에 대한 어떤 폭력적이거나 위협적인 운전을 삼가게 되고 결국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판단됩니다."]

고령화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운전자 고령화.

운전이 사실상 불가능한 어르신들은 대중교통으로 점차 유도하되, 그렇지 않을 경우 안전 운전이 가능할 수 있는 다양한 대책과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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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늘어나는 고령 운전자 사고…해법 ‘골머리’
    • 입력 2019-02-19 08:43:31
    • 수정2019-02-19 15: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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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최근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 소식이 종종 전해지고 있습니다.

90대 운전자가 후진을 하다 담벼락을 들이받기도 했고, 70대가 운전하던 트럭이 신호 차량과 충돌하기도 했는데요.

인명 피해도 잇따르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고령 운전 사고를 막기 위한 다양한 해법도 나오고 있는데요.

지금부터 같이 고민해 보시죠.

[리포트]

지난 12일 저녁.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담벼락을 들이받고 서 있습니다.

오르막길에 있던 호텔 주차장을 이용하려던 차량이었다는데요.

[사고 목격자/음성변조 : "주차장 입구 진입하려고 할 때 기둥과 (충돌) 사고가 한 번 있었거든요. 그 상황에서 진입이 안 되니까 후진으로 빼다가 뒤에 있던 차량과 부딪히고..."]

뒤에 있던 다른 차량을 들이받은 이 차는 그대로 후진해 담을 뚫고 들어갔습니다.

[사고 목격자/음성변조 : "대여섯 명 있었던 것 같아요. 이미 소리가 크게 한 번 났으니까 피하신 분들도 있죠."]

하지만, 차를 피하지 못한 30대 여성은 결국 숨을 거뒀습니다.

운전자는 96세의 고령 운전자였는데요.

처음 충돌한 뒤 당황해 속도를 줄이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오르막길이니까 직진 상태인 줄 알고 가속 페달을 밟은 거죠. 오히려 가속 페달을 밟았으니까 후진이 빨라진 거죠."]

그런가 하면 지난 16일 새벽.

소방대원들이 트럭에서 운전자를 구조하고 있습니다.

[소방서 관계자/음성변조 : "교통사고가 났는데 트럭에 사람이 갇혀 있다. 트럭에 할아버지께서 계신다고 하셔서 바로 장비 이용해서 문을 따고 구조했습니다."]

트럭에서 구조된 건 70세 운전자.

신호를 기다리던 승용차를 들이받고 인도 쪽으로 돌진했다는데요.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의식은 있으셨고 사고가 난 걸 전혀 기억을 못 하시더라고요."]

지난해 11월에는 72세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해 병원으로 돌진하기도 했습니다.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2014년 2만여 건에서 2017년 2만6천여 건으로 3년 만에 6천여 건이 늘었습니다.

[50대 운전자/음성변조 : "나이가 들면 공간 감각이라든가 위급 상황에 대처 능력이 많이 떨어지잖아요. 맨 처음 시험을 볼 때처럼 고령 운전자는 사실 다시 봐야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장경실/택시 기사 : "저희 회사 같은 경우는 기사가 약 한 200명 정도 되는데 한 65% 정도가 고령자로 보면 될 것 같아요. 적성검사도 좀 더 강화되면 좋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잇따른 사고로 고령 운전자에 대한 보다 엄격한 면허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은데요.

어제 오전 서울의 한 면허 시험장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면허 시험장을 찾았습니다.

모니터에 나타난 숫자들을 제시된 문제에 따라 이어 보고 표시하는 인지능력 자가 진단을 하는데요.

[윤창수/77세 : "고령자 교육 때문에 왔어요."]

[김재순/78세 : "안 보면 자격증이 면허가 취소되잖아."]

올해부터 75세 이상 고령자의 운전면허 갱신 주기는 기존 5년에서 3년으로 줄었고, 이처럼 의무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인지능력 자가 진단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요?

어르신 20명 가운데 7명이 탈락했습니다.

[의무교육 대상자/음성변조 : "잘 못 본 것 같아요."]

[의무교육 대상자/음성변조 : "처음 컴퓨터를 하니까 이거 본 적도 없는데 생전 처음 하는데 뭘 알아..."]

자가 진단에서 탈락하면 추가 검사를 받아 갱신 여부를 결정합니다.

하지만 올해 안전 교육을 받은 고령 운전자 6천여 명 가운데 면허 갱신에 실패한 사람은 1%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명무실한 안전 교육 보다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고령 운전자들의 불만도 많은데요.

[택시 기사/72세/음성변조 : "적성검사도 운전자의 심리 상태나 모든 걸 파악하고 그걸 계산하는 건지 난 그게 의문인 거죠. 만에 하나 생계 관련된 사람들이 그거 잘못돼서 생계유지를 못 하면 그것 참 답답한 일이죠."]

때문에 보다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호근/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 "의료보험 제도가 정보 공개 때문에 현재 타 기관으로 정보 공개를 안 하고 있지만 복용하는 약물이나 질환 사고 유무를 통해서 적성 검사 기간을 단축한다거나 운전면허를 잠시 중지시킨다거나 이러한 제도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면허증 자진반납제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서울 양천구에선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면허증을 자진 반납하면 교통카드를 지원하는 등 우대 제도를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습니다.

[김순덕/양천구청 어르신장애인과장 : "2018년에는 8건이 있었습니다. 올해는 1월 한 달 시행을 해 보니까 179명이 반납을 하셨고요."]

지난해부터 실시한 부산시에선 면허증 자진 반납자가 5천여 명으로 11배 증가했고, 고령 운전자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지난해 18명으로 절반 정도로 줄었다고 합니다.

도로 표지판 크기 등 인프라를 보완해 장기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호근/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 "일본에서는 고령 운전자 즉 실버 마크가 부착된 차량을 무리하게 끼어들기를 하면 우리나라 돈으로 오백만 원의 어떤 과도한 벌금을 물도록 되어 있거든요. 이런 제도가 고령 운전자에 대한 어떤 폭력적이거나 위협적인 운전을 삼가게 되고 결국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판단됩니다."]

고령화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운전자 고령화.

운전이 사실상 불가능한 어르신들은 대중교통으로 점차 유도하되, 그렇지 않을 경우 안전 운전이 가능할 수 있는 다양한 대책과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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