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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K] “싼티 나”·“사내 연애 해고”…이런 게 ‘무심코 갑질’
입력 2019.02.19 (14:45) 수정 2019.02.19 (15:01) 취재K
[취재K] “싼티 나”·“사내 연애 해고”…이런 게 ‘무심코 갑질’
"그 옷, 딱 봐도 싼 티 나잖아, 월급 모아놨으면 이젠 돈 좀 써야지."

새 옷으로 기분 낸 공무원 A 씨의 하루를 망친 상사의 이 비아냥, 갑질일까요 아닐까요?

"교사들끼리 연애해도 돼요. 다만 그만두고 나서…."

'사내연애는 곧 퇴직'이라는 공립학교 교장 선생님의 이 으름장, 갑질일까요 아닐까요?

"휴가 중에 정말 미안한데 다음 주 일정 정리 좀 부탁해."

휴가지 선베드에 누워있는 공공기관 직원 A 씨에게 날아든 업무지시 카톡은 또 갑질일까요. 아닐까요?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봤을 법한 사례들이죠. 정부가 만든 '공공분야 갑질 근절을 위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세 가지 행동 모두 명백한 '갑질'에 해당됩니다. 국무조정실이 17일 공공분야 갑질에 대한 최소한의 판단 기준이라며 '공공분야 갑질 근절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습니다. 다시 말해 '이런 행동 하면 갑질로 신고 가능하다'는 건데, '무심코 갑질'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

■ 공직 새긴 '청첩장'... 이것도 갑질!

국무조정실은 먼저 갑질 판단의 '기준'으로 ▲법령 등 위반 ▲사적 이익 요구 ▲부당한 인사 ▲비인격적 대우 ▲기관 이기주의 ▲업무 불이익 ▲부당한 민원 응대 ▲기타 등 총 8가지를 제시했습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볼까요?

● 산하기관 직원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심야에 업무지시를 하면서 다음날 아침에 보고하도록 강요하는 행위

● 상급자가 퇴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하급자 또는 산하기관 직원에게 퇴근하지 말고 대기할 것을 강요하는 행위

● 인턴 직원에게 "능력도 없는데 능력 있는 척 하지 마라", "다른 직장 갈 수도 없잖아" 등의 모욕적 언행

● 직원에게 "다 뛰어들어 와, 이 XX야", "이렇게 일하지 말라고 몇 번 얘기했어? XX들아", "오늘 출근 안 한 것으로 해 버려?" 등의 폭언

■ "우리 부서 아닙니다."…민원 전화 돌리기

공공기관 직원 간 갑질 뿐 아닙니다. 민원 처리 과정에서 공공기관들이 흔히 범하는 '갑질' 사례도 나열됐습니다.

● 민원을 접수하는 과정에서 조사하지도 않고 민원을 처리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접수를 거부하는 행위

● 특정인을 상대로 정당한 사유 없이 접수된 민원을 취하하도록 유도하거나 강압적으로 합의를 종용하는 행위

● 전화번호 오류 등 쉽게 정정이 가능한 사항임에도 고의적으로 보완을 요구하면서 늑장 처리하는 행위

● 처리하기 까다롭다는 이유로 관련성이 희박한 다른 직원·부서·기관 등에 민원서류를 떠넘기는 행위


■ 신고 가능…'갑질 가이드라인' 실효성은?

갑질 피해자는 감사·감찰 부서 내 설치된 '갑질 피해신고·지원센터'나 전담직원에게 신고하거나 제보할 수 있습니다. 기관장은 갑질이 확인되면 징계위원회를 열어 가해자 징계나 수사 의뢰 등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결국 핵심은 실효성일 겁니다. 특히 얼굴을 맞대고 지내는 상사를 갑질로 신고하는 건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자칫 후속조치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면 '보복성 갑질'이라는 2차 피해로 이어질 우려도 있습니다.

물론 정부 발표 내용엔 피해자 보호 대책도 포함됐습니다. 피해자가 가해자와 격리를 요청할 경우 '분리 조치'를 행하며, 신고자와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가 없는지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다소 원론적 수준입니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부패예방감시단 이승섭 사무관은 "특별히 고민을 많이 한 부분은 '갑질의 원천적 차단'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즉 사전 예방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의미로 보입니다. 이 사무관은 그러면서 '갑질 발생 가능성을 자가 점검할 체크리스트'를 소개했습니다.

예컨대 '직원의 외모나 의상, 출신 지역이나 연령 등에 대해 지적한 적이 있다', '개인적인 일을 부하 직원에게 시키기도 한다'가 같은 질문에 ▲전혀 아니다(0점) ▲아니다(1점) ▲보통이다(2점) ▲그렇다(3점) ▲매우 그렇다(4점)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갑질 발생 가능성을 점수화했다는 겁니다.

국무조정실은 앞으로도 가이드라인을 지속해서 보완해 현장 적합성과 활용도를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정부 대책이 뿌리 깊은 갑질의 역사를 끝낼 수 있을지, 또 공직사회 내 수평적 문화와, 더 나아가 사회 전반에 '인권 감수성'을 높일 수 있을지 좀 더 지켜볼 일입니다.

[사진 출처 : 국무조정실]
  • [취재K] “싼티 나”·“사내 연애 해고”…이런 게 ‘무심코 갑질’
    • 입력 2019.02.19 (14:45)
    • 수정 2019.02.19 (15:01)
    취재K
[취재K] “싼티 나”·“사내 연애 해고”…이런 게 ‘무심코 갑질’
"그 옷, 딱 봐도 싼 티 나잖아, 월급 모아놨으면 이젠 돈 좀 써야지."

새 옷으로 기분 낸 공무원 A 씨의 하루를 망친 상사의 이 비아냥, 갑질일까요 아닐까요?

"교사들끼리 연애해도 돼요. 다만 그만두고 나서…."

'사내연애는 곧 퇴직'이라는 공립학교 교장 선생님의 이 으름장, 갑질일까요 아닐까요?

"휴가 중에 정말 미안한데 다음 주 일정 정리 좀 부탁해."

휴가지 선베드에 누워있는 공공기관 직원 A 씨에게 날아든 업무지시 카톡은 또 갑질일까요. 아닐까요?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봤을 법한 사례들이죠. 정부가 만든 '공공분야 갑질 근절을 위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세 가지 행동 모두 명백한 '갑질'에 해당됩니다. 국무조정실이 17일 공공분야 갑질에 대한 최소한의 판단 기준이라며 '공공분야 갑질 근절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습니다. 다시 말해 '이런 행동 하면 갑질로 신고 가능하다'는 건데, '무심코 갑질'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

■ 공직 새긴 '청첩장'... 이것도 갑질!

국무조정실은 먼저 갑질 판단의 '기준'으로 ▲법령 등 위반 ▲사적 이익 요구 ▲부당한 인사 ▲비인격적 대우 ▲기관 이기주의 ▲업무 불이익 ▲부당한 민원 응대 ▲기타 등 총 8가지를 제시했습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볼까요?

● 산하기관 직원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심야에 업무지시를 하면서 다음날 아침에 보고하도록 강요하는 행위

● 상급자가 퇴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하급자 또는 산하기관 직원에게 퇴근하지 말고 대기할 것을 강요하는 행위

● 인턴 직원에게 "능력도 없는데 능력 있는 척 하지 마라", "다른 직장 갈 수도 없잖아" 등의 모욕적 언행

● 직원에게 "다 뛰어들어 와, 이 XX야", "이렇게 일하지 말라고 몇 번 얘기했어? XX들아", "오늘 출근 안 한 것으로 해 버려?" 등의 폭언

■ "우리 부서 아닙니다."…민원 전화 돌리기

공공기관 직원 간 갑질 뿐 아닙니다. 민원 처리 과정에서 공공기관들이 흔히 범하는 '갑질' 사례도 나열됐습니다.

● 민원을 접수하는 과정에서 조사하지도 않고 민원을 처리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접수를 거부하는 행위

● 특정인을 상대로 정당한 사유 없이 접수된 민원을 취하하도록 유도하거나 강압적으로 합의를 종용하는 행위

● 전화번호 오류 등 쉽게 정정이 가능한 사항임에도 고의적으로 보완을 요구하면서 늑장 처리하는 행위

● 처리하기 까다롭다는 이유로 관련성이 희박한 다른 직원·부서·기관 등에 민원서류를 떠넘기는 행위


■ 신고 가능…'갑질 가이드라인' 실효성은?

갑질 피해자는 감사·감찰 부서 내 설치된 '갑질 피해신고·지원센터'나 전담직원에게 신고하거나 제보할 수 있습니다. 기관장은 갑질이 확인되면 징계위원회를 열어 가해자 징계나 수사 의뢰 등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결국 핵심은 실효성일 겁니다. 특히 얼굴을 맞대고 지내는 상사를 갑질로 신고하는 건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자칫 후속조치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면 '보복성 갑질'이라는 2차 피해로 이어질 우려도 있습니다.

물론 정부 발표 내용엔 피해자 보호 대책도 포함됐습니다. 피해자가 가해자와 격리를 요청할 경우 '분리 조치'를 행하며, 신고자와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가 없는지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다소 원론적 수준입니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부패예방감시단 이승섭 사무관은 "특별히 고민을 많이 한 부분은 '갑질의 원천적 차단'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즉 사전 예방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의미로 보입니다. 이 사무관은 그러면서 '갑질 발생 가능성을 자가 점검할 체크리스트'를 소개했습니다.

예컨대 '직원의 외모나 의상, 출신 지역이나 연령 등에 대해 지적한 적이 있다', '개인적인 일을 부하 직원에게 시키기도 한다'가 같은 질문에 ▲전혀 아니다(0점) ▲아니다(1점) ▲보통이다(2점) ▲그렇다(3점) ▲매우 그렇다(4점)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갑질 발생 가능성을 점수화했다는 겁니다.

국무조정실은 앞으로도 가이드라인을 지속해서 보완해 현장 적합성과 활용도를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정부 대책이 뿌리 깊은 갑질의 역사를 끝낼 수 있을지, 또 공직사회 내 수평적 문화와, 더 나아가 사회 전반에 '인권 감수성'을 높일 수 있을지 좀 더 지켜볼 일입니다.

[사진 출처 : 국무조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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