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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전문 로비스트 박수환의 ‘그물망 관리’란?
입력 2019.02.19 (17:48) 수정 2019.04.12 (14:02) 저널리즘 토크쇼 J
기자 전문 로비스트 박수환의 ‘그물망 관리’란?



박수환(60)이라는 한 홍보대행사 대표의 휴대폰에 담겨 있던 문자들이다. 최근 뉴스타파가 단독 입수해 보도한 박수환 문자는 2013년 1월부터 2015년 7월까지, 2년 6개월 동안의 내역이다. 그 기간에만 박수환의 문자에는 언론사 35곳의 기자 179명이 등장한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이 가운데 기사를 써주거나 실어주는 대가로 사익을 챙긴 정황이 뚜렷한 기자 3명을 찾아냈다. 공교롭게도 모두 조선일보 고위급 기자들이었다. 당시 직책으로 송의달 조선일보 에디터, 강경희 사회부장, 박은주 문화부장이었다. 이들 기자는 현재까지도 조선일보에서 고위 간부로 일하고 있다.

지난 17일 방송된 '저널리즘 토크쇼 J'에서는 뉴스타파 특종 보도의 취재 과정을 상세하게 전하고 언론이 직면한 부끄러운 자화상을 성찰했다. 방송 직후 '박수환'의 이름과 조선일보 해당 기자들의 이름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박수환이라는 이름 석 자는 이미 그 전에 한국 사회를 충격에 빠트린 전력이 있다. 역시 기업과 언론 간 '검은 거래'의 핵심고리로써 말이다.

박수환은 누구인가...기업인 아닌 '로비스트'


'린다 김 사건' 이후 '로비스트(특정 조직의 이익을 위해 입법 과정에 영향을 주기 위해 활동하는 사람)'라는 단어를 재확산시키고 있는 인물이 박수환이다. 박수환은 명목상으로는 '뉴스컴'이라는 홍보대행사의 대표이다. 그의 이름이 세간의 입에 처음 오르내린 건 지난 2016년 8월이다. 그는 조선일보와 대우조선해양 간 유착 관계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해준 대가로 20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됐다. 그는 홍보를 대행해주는 기업인이 아닌 특정 기업의 이익을 위해 신문에 홍보성 기사가 실리도록 힘을 쓰는 유력 로비스트였다.



전세기까지 동원된 언론사 최고위층 로비

지난 2011년 경영 위기를 겪던 대우조선해양의 남상태 전 사장(68)은 자신의 연임 로비를 박수환 당시 뉴스컴 대표에게 맡겼다. 박수환은 로비를 위해 남 전 사장, 송희영 당시 조선일보 주필(64) 등과 함께 전세 제트기를 타고 이탈리아와 그리스 등 유럽을 여행한 것이 검경의 수사 결과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하루 대여비가 3,000만 원을 넘는 초호화 요트 여행을 즐기기도 했다. 언론사와 기업 간 '검은 거래'가 적나라하게 세상에 알려졌다.

송희영 전 주필은 접대골프, 초호화 해외여행 등 향응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남상태 전 사장은 대우조선해양에 2백억 원대 손해를 끼치고 수천억 원대 분식회계를 한 혐의 등으로 항소심에서 징역 5년과 추징금 8억여 원을 선고받았다. 박수환도 현재 사기죄 등으로 구속수감 중이다.



박수환 문자 3만 건 속 '언론인의 민낯'

박수환의 이름을 1년 반 만에 다시 세상으로 불러낸 것은 독립언론인 뉴스타파의 특종 보도이다. 뉴스타파는 2013년 1월부터 2015년 7월까지 박수환의 휴대전화 문자 내역 3만 건을 단독 입수해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월 '로비스트 박수환 문자① 고위언론인의 채용 청탁'을 시작으로 '로비스트 박수환 문자⑧ 언론과 기업의 검은 카르텔'까지 현재 8건의 뉴스를 연속 보도했다. 취재를 총괄한 한상진 뉴스타파 기자는 지난 17일 '저널리즘 토크쇼 J' 32회 '박수환 문자 속 언론인의 민낯' 편에 출연해 취재 과정을 생생히 전했다.


"IMF 때 조선일보 등에 업고 급성장"

한상진 기자는 "박수환은 1997년 IMF 경제위기 때 회사를 설립하면서 한국에 대거 진출한 SC제일은행 등 외국계 기업들을 고객사로 두며 도약했고, 특히 1등 신문인 조선일보가 든든하게 뒷받침해주면서 급성장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 기자는 "송희영 전 주필과 맺어온 오랜 인연을 바탕으로, 다른 조선일보 간부 기자들에게까지 영향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누구도 빠져나가기 힘든 박수환의 '그물망'



특히 주목할만한 부분은 박수환의 '인맥 지도'이다. 한 기자는 "박수환의 문자 내역에서 촘촘하게 구축된 인적 네트워크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A라는 언론인에게 기업인 B를 연결해주고 그 연결고리에 법조인 C를 갖다붙이고, 여기에 다시 공무원 D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인맥을 그물망처럼 연결해 관리했다"고 말했다. 뉴스타파 보도에서도 드러났듯이 박수환은 송의달 조선일보 에디터에게는 딸의 몫까지 최소 300만 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미국 왕복 항공권을 선물했고 강경희 부장에게는 100만 원에 가까운 에르메스 스카프를, 미국 연수를 떠나는 박은주 부장에게는 상당한 금액의 전별금을 주는 방식 등으로 기자들을 관리했다.

한 기자는 "박수환은 이들 기자와 당장에 하나를 주고 하나를 받는 관계를 맺은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을 두고 공을 들여가면서 사실상 자신을 중심으로 한 하나의 '먹이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식으로 인맥을 관리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언론인들에게서 법조인, 공무원 등을 소개받아 인맥 그물망을 공고히 하면서 막강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한 기자는 일례로 "박수환이 자신을 비방하는 얘기를 이메일로 돌렸던 사람을 찾아내기 위해 평소 알고 있는 법조계, 언론계 인사를 총동원해 경찰 수사에 개입한 의혹이 문자에 담겨 있다"고 말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박수환 문자 3만 건에는 언론사 기자 179명이 박수환과 주고받은 내용이 포함돼 있다. 뉴스타파 측은 "이들 가운데 대부분은 정상적인 취재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만 했지만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한국경제 등 주요 일간지의 고위급 기자들은 박수환을 고리로 기업과 부적절한 공생관계를 맺고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당시 직책으로 이학영 한국경제 논설실장, 송의달 조선일보 에디터는 자신들의 자녀를 한국GM 인턴에 채용 청탁한 정황이 드러났다. 박수환과 이들 기자가 주고받은 문자에는 '선채용 후면접'이라는 이상한 단어가 등장한다. 한 기자는 "한국GM의 부사장이 박수환에게 보낸 문자에서 일단 채용해 놓고 형식적인 면접을 진행하겠다면서 '선채용 후면접'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다. 두 기자의 딸들이 채용된 과정을 보면 공통적으로 서류 접수 마감일이 끝났거나 모든 전형 절차가 끝난 뒤 서류를 제출하는 등 한국GM 홈페이지에 공고된 정식 인턴 채용 절차와 하나도 일치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의 경우에는 박수환을 통해 처방전 없이는 구입할 수 없는 전문의약품을 제조사인 동아제약으로부터 받은 사실이 문자로 확인됐다. 한 기자는 박수환의 로비 수법을 설명하면서 과거엔 보기 힘들었던 부분을 언급하기도 했다. "보통은 기업이 직접 기자들에게 식사나 골프 접대 등을 하는데 박수환의 경우 먼저 본인 돈으로 구매해 선물한 뒤 나중에 그 비용을 기업에게 청구하는 식으로 로비를 했다"고 말했다.


"박수환, 로비의 영역 아닌 부정부패"

'저널리즘 토크쇼 J'의 패널로 나선 외교관 출신의 장부승 일본 간사이외국어대학교 교수는 "박수환은 자신의 영향력을 팔아서 돈을 버는 일종의 로비스트로도 볼 수 있지만 문자에서 드러난 기사 거래 등은 로비의 영역이 아닌 불법과 부정부패로 보는 게 더 정확하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또 지난 2013년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언론사 내부 부패의 4가지 유형을 소개했다. ① 금품수수 대가의 기사 게재 ② 기사를 가장한 광고 ③ 족벌주의 인사 ④ 특정 정치 집단의 이익에 매몰 등의 내용이다. 장 교수는 "박수환 문자의 경우 이 4가지 유형을 모두 포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돈 받고 여론 조작하는 것 중점 감시해야"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방송에서 "정치적인 이슈에 대한 편파적인 보도를 하는 것보다 더 큰 문제가 돈을 받고 기사를 쓰는 것, 돈을 받고 여론을 조작하는 것으로 시민들이 중점적으로 감시해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저널리즘 토크쇼 J'의 고정 패널인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는 "박수환 문자 사건을 계기로 취재원과 취재 기자와 관련된 것들은 '김영란법'과는 다른 맥락에서 다룰 수 있는 법률적 장치나 제도화의 목소리가 나올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인용 보도 한겨레 1곳..."언론 자화상 기록"

뉴스타파의 특종 보도가 처음 쏟아지던 시기에 자사 뉴스에서 이를 인용 보도한 언론사는 한겨레 신문을 제외하면 1곳도 없었다. 한 기자는 이 같은 언론의 '묵시적 카르텔' 대해 "우리 언론의 자화상을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기록을 남기는 작업을 했다는 데 자부심이 있다"고 담담하게 소회를 밝혔다.

'저널리즘 토크쇼 J'의 지난 17일 방송 직후 포털 사이트와 유튜브 등에서는 언론사와 기업 간 검은 거래를 비판하는 네티즌들의 댓글이 쏟아졌다. "박수환과 기사를 거래한 기자들은 돈과 기사를 맞바꾼 것이 아니라 자신의 양심을 판 것"이라는 댓글이 주를 이루었다. 또 박수환의 문자에 등장하는 기자들에 대한 조선일보 측의 소극적인 징계조치에 대해선 "최소한의 양심마저 저버린 기득권 세력이나 이익 집단이 보여주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 기자 전문 로비스트 박수환의 ‘그물망 관리’란?
    • 입력 2019.02.19 (17:48)
    • 수정 2019.04.12 (14:02)
    저널리즘 토크쇼 J
기자 전문 로비스트 박수환의 ‘그물망 관리’란?



박수환(60)이라는 한 홍보대행사 대표의 휴대폰에 담겨 있던 문자들이다. 최근 뉴스타파가 단독 입수해 보도한 박수환 문자는 2013년 1월부터 2015년 7월까지, 2년 6개월 동안의 내역이다. 그 기간에만 박수환의 문자에는 언론사 35곳의 기자 179명이 등장한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이 가운데 기사를 써주거나 실어주는 대가로 사익을 챙긴 정황이 뚜렷한 기자 3명을 찾아냈다. 공교롭게도 모두 조선일보 고위급 기자들이었다. 당시 직책으로 송의달 조선일보 에디터, 강경희 사회부장, 박은주 문화부장이었다. 이들 기자는 현재까지도 조선일보에서 고위 간부로 일하고 있다.

지난 17일 방송된 '저널리즘 토크쇼 J'에서는 뉴스타파 특종 보도의 취재 과정을 상세하게 전하고 언론이 직면한 부끄러운 자화상을 성찰했다. 방송 직후 '박수환'의 이름과 조선일보 해당 기자들의 이름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박수환이라는 이름 석 자는 이미 그 전에 한국 사회를 충격에 빠트린 전력이 있다. 역시 기업과 언론 간 '검은 거래'의 핵심고리로써 말이다.

박수환은 누구인가...기업인 아닌 '로비스트'


'린다 김 사건' 이후 '로비스트(특정 조직의 이익을 위해 입법 과정에 영향을 주기 위해 활동하는 사람)'라는 단어를 재확산시키고 있는 인물이 박수환이다. 박수환은 명목상으로는 '뉴스컴'이라는 홍보대행사의 대표이다. 그의 이름이 세간의 입에 처음 오르내린 건 지난 2016년 8월이다. 그는 조선일보와 대우조선해양 간 유착 관계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해준 대가로 20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됐다. 그는 홍보를 대행해주는 기업인이 아닌 특정 기업의 이익을 위해 신문에 홍보성 기사가 실리도록 힘을 쓰는 유력 로비스트였다.



전세기까지 동원된 언론사 최고위층 로비

지난 2011년 경영 위기를 겪던 대우조선해양의 남상태 전 사장(68)은 자신의 연임 로비를 박수환 당시 뉴스컴 대표에게 맡겼다. 박수환은 로비를 위해 남 전 사장, 송희영 당시 조선일보 주필(64) 등과 함께 전세 제트기를 타고 이탈리아와 그리스 등 유럽을 여행한 것이 검경의 수사 결과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하루 대여비가 3,000만 원을 넘는 초호화 요트 여행을 즐기기도 했다. 언론사와 기업 간 '검은 거래'가 적나라하게 세상에 알려졌다.

송희영 전 주필은 접대골프, 초호화 해외여행 등 향응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남상태 전 사장은 대우조선해양에 2백억 원대 손해를 끼치고 수천억 원대 분식회계를 한 혐의 등으로 항소심에서 징역 5년과 추징금 8억여 원을 선고받았다. 박수환도 현재 사기죄 등으로 구속수감 중이다.



박수환 문자 3만 건 속 '언론인의 민낯'

박수환의 이름을 1년 반 만에 다시 세상으로 불러낸 것은 독립언론인 뉴스타파의 특종 보도이다. 뉴스타파는 2013년 1월부터 2015년 7월까지 박수환의 휴대전화 문자 내역 3만 건을 단독 입수해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월 '로비스트 박수환 문자① 고위언론인의 채용 청탁'을 시작으로 '로비스트 박수환 문자⑧ 언론과 기업의 검은 카르텔'까지 현재 8건의 뉴스를 연속 보도했다. 취재를 총괄한 한상진 뉴스타파 기자는 지난 17일 '저널리즘 토크쇼 J' 32회 '박수환 문자 속 언론인의 민낯' 편에 출연해 취재 과정을 생생히 전했다.


"IMF 때 조선일보 등에 업고 급성장"

한상진 기자는 "박수환은 1997년 IMF 경제위기 때 회사를 설립하면서 한국에 대거 진출한 SC제일은행 등 외국계 기업들을 고객사로 두며 도약했고, 특히 1등 신문인 조선일보가 든든하게 뒷받침해주면서 급성장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 기자는 "송희영 전 주필과 맺어온 오랜 인연을 바탕으로, 다른 조선일보 간부 기자들에게까지 영향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누구도 빠져나가기 힘든 박수환의 '그물망'



특히 주목할만한 부분은 박수환의 '인맥 지도'이다. 한 기자는 "박수환의 문자 내역에서 촘촘하게 구축된 인적 네트워크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A라는 언론인에게 기업인 B를 연결해주고 그 연결고리에 법조인 C를 갖다붙이고, 여기에 다시 공무원 D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인맥을 그물망처럼 연결해 관리했다"고 말했다. 뉴스타파 보도에서도 드러났듯이 박수환은 송의달 조선일보 에디터에게는 딸의 몫까지 최소 300만 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미국 왕복 항공권을 선물했고 강경희 부장에게는 100만 원에 가까운 에르메스 스카프를, 미국 연수를 떠나는 박은주 부장에게는 상당한 금액의 전별금을 주는 방식 등으로 기자들을 관리했다.

한 기자는 "박수환은 이들 기자와 당장에 하나를 주고 하나를 받는 관계를 맺은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을 두고 공을 들여가면서 사실상 자신을 중심으로 한 하나의 '먹이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식으로 인맥을 관리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언론인들에게서 법조인, 공무원 등을 소개받아 인맥 그물망을 공고히 하면서 막강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한 기자는 일례로 "박수환이 자신을 비방하는 얘기를 이메일로 돌렸던 사람을 찾아내기 위해 평소 알고 있는 법조계, 언론계 인사를 총동원해 경찰 수사에 개입한 의혹이 문자에 담겨 있다"고 말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박수환 문자 3만 건에는 언론사 기자 179명이 박수환과 주고받은 내용이 포함돼 있다. 뉴스타파 측은 "이들 가운데 대부분은 정상적인 취재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만 했지만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한국경제 등 주요 일간지의 고위급 기자들은 박수환을 고리로 기업과 부적절한 공생관계를 맺고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당시 직책으로 이학영 한국경제 논설실장, 송의달 조선일보 에디터는 자신들의 자녀를 한국GM 인턴에 채용 청탁한 정황이 드러났다. 박수환과 이들 기자가 주고받은 문자에는 '선채용 후면접'이라는 이상한 단어가 등장한다. 한 기자는 "한국GM의 부사장이 박수환에게 보낸 문자에서 일단 채용해 놓고 형식적인 면접을 진행하겠다면서 '선채용 후면접'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다. 두 기자의 딸들이 채용된 과정을 보면 공통적으로 서류 접수 마감일이 끝났거나 모든 전형 절차가 끝난 뒤 서류를 제출하는 등 한국GM 홈페이지에 공고된 정식 인턴 채용 절차와 하나도 일치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의 경우에는 박수환을 통해 처방전 없이는 구입할 수 없는 전문의약품을 제조사인 동아제약으로부터 받은 사실이 문자로 확인됐다. 한 기자는 박수환의 로비 수법을 설명하면서 과거엔 보기 힘들었던 부분을 언급하기도 했다. "보통은 기업이 직접 기자들에게 식사나 골프 접대 등을 하는데 박수환의 경우 먼저 본인 돈으로 구매해 선물한 뒤 나중에 그 비용을 기업에게 청구하는 식으로 로비를 했다"고 말했다.


"박수환, 로비의 영역 아닌 부정부패"

'저널리즘 토크쇼 J'의 패널로 나선 외교관 출신의 장부승 일본 간사이외국어대학교 교수는 "박수환은 자신의 영향력을 팔아서 돈을 버는 일종의 로비스트로도 볼 수 있지만 문자에서 드러난 기사 거래 등은 로비의 영역이 아닌 불법과 부정부패로 보는 게 더 정확하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또 지난 2013년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언론사 내부 부패의 4가지 유형을 소개했다. ① 금품수수 대가의 기사 게재 ② 기사를 가장한 광고 ③ 족벌주의 인사 ④ 특정 정치 집단의 이익에 매몰 등의 내용이다. 장 교수는 "박수환 문자의 경우 이 4가지 유형을 모두 포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돈 받고 여론 조작하는 것 중점 감시해야"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방송에서 "정치적인 이슈에 대한 편파적인 보도를 하는 것보다 더 큰 문제가 돈을 받고 기사를 쓰는 것, 돈을 받고 여론을 조작하는 것으로 시민들이 중점적으로 감시해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저널리즘 토크쇼 J'의 고정 패널인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는 "박수환 문자 사건을 계기로 취재원과 취재 기자와 관련된 것들은 '김영란법'과는 다른 맥락에서 다룰 수 있는 법률적 장치나 제도화의 목소리가 나올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인용 보도 한겨레 1곳..."언론 자화상 기록"

뉴스타파의 특종 보도가 처음 쏟아지던 시기에 자사 뉴스에서 이를 인용 보도한 언론사는 한겨레 신문을 제외하면 1곳도 없었다. 한 기자는 이 같은 언론의 '묵시적 카르텔' 대해 "우리 언론의 자화상을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기록을 남기는 작업을 했다는 데 자부심이 있다"고 담담하게 소회를 밝혔다.

'저널리즘 토크쇼 J'의 지난 17일 방송 직후 포털 사이트와 유튜브 등에서는 언론사와 기업 간 검은 거래를 비판하는 네티즌들의 댓글이 쏟아졌다. "박수환과 기사를 거래한 기자들은 돈과 기사를 맞바꾼 것이 아니라 자신의 양심을 판 것"이라는 댓글이 주를 이루었다. 또 박수환의 문자에 등장하는 기자들에 대한 조선일보 측의 소극적인 징계조치에 대해선 "최소한의 양심마저 저버린 기득권 세력이나 이익 집단이 보여주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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