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뉴스] [졸업③] ‘반세기 만의 학사모’…영정사진이 대신 받았던 졸업장들

입력 2019.02.20 (08:01) 수정 2019.02.2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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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했더니 전쟁, 전쟁 끝나니 독재...공부는 언제?

근현대 대한민국만큼 역사의 격랑에 내던져진 나라가 또 있었을까요? 주권을 뺏겨 3.1 만세운동이 벌어진 게 꼭 백 년 전. 동족끼리 죽고 죽이는 처절한 전쟁도 겪었습니다. 엄혹한 군사정권을 끝내는데 또다시 엄청난 희생이 이어졌습니다.

정상궤도를 벗어나려는 역사의 수레바퀴를 떠받친 것은 이 땅의 젊은이, 대학생들이었습니다. 누군가는 바퀴에 깔려버렸고 누군가는 바퀴에 튕겨 사라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원치 않게 학업을 중단해야 했던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박종철 씨 흉상에 학사모를 씌워주는 아버지 박정기 씨.01년박종철 씨 흉상에 학사모를 씌워주는 아버지 박정기 씨.01년

모든 교수님들, 그리고 총장님이 너더러 민주화했대

민주화의 길목에 쓰러져간 청춘들의 졸업장은 영정사진이 대신 받았습니다.

'6월 민주항쟁'의 시발점이 된 박종철 씨. 경찰 고문으로 숨진 박 씨는 입학 17년 만에 서울대 졸업장을 받았습니다. 아버지 박정기 씨는 아들의 흉상에 눈물의 학사모를 씌워주며 "모든 교수님들, 그리고 총장님이 너더러 민주화했대"라고 말합니다.

연세대 졸업식장에 입장하는 이한열 씨 영정과 어머니 배은심 씨.90년연세대 졸업식장에 입장하는 이한열 씨 영정과 어머니 배은심 씨.90년

6월 민주항쟁의 또 다른 상징 이한열 씨. 동기생들이 졸업하는 1990년, 검은색 영정사진을 앞세운 어머니 배은심 씨가 연세대 교정에서 졸업장을 받아듭니다.

경찰 쇠파이프에 맞아 세상을 떠난 강경대 씨도 숨진 지 4년 만에 명지대를 졸업했습니다. 졸업장을 대신 받아든 가족들은 눈물이 마를 새가 없습니다.

반세기만에 졸업장을 주기로 한 리쓰메이칸대 소식을 전하는 일본 언론.96년반세기만에 졸업장을 주기로 한 리쓰메이칸대 소식을 전하는 일본 언론.96년

일제강점기 때문에 6.25때문에...반세기 만의 졸업장

늦게라도 공부를 마치고 졸업장을 받은 사람들은 그나마 운이 좋다고 할까요?

6.25 전쟁의 혼란 속에 마지막 학기 수업을 놓친 70대 노인. 뒤늦게 학구열을 불태운 끝에 입학한 지 48년 만에 졸업장을 손에 쥐었습니다.

일본군 징집에 저항하다 1943년 제적된 리쓰메이칸대학의 한국 유학생들은 1996년에서야 졸업장을 받았습니다. 대학 관계자는 "전쟁 중이었더라도 대학으로서 해서는 안 될 부끄러운 일이었다"는 사과를 전했습니다.

영정사진과 함께 졸업식장에 앉아있는 강경대 씨 유족.95년영정사진과 함께 졸업식장에 앉아있는 강경대 씨 유족.95년

'반세기만의 학사모' 지금도 계속

'지각 졸업장'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2017년 중앙대는 시위 도중 숨진 백남기 씨에게 퇴학조치 37년 만에 졸업장을 전달했습니다.

2018년 부산대는 민주화 과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양영진·장재완씨와, 이른바 '부림사건'의 피해자인 이상경 씨에게 명예 졸업장을 수여했습니다.

지난 시절 KBS 9시뉴스는 KBS 뉴스 홈페이지 9시뉴스 코너에서 달력기능을 사용해 손쉽게 다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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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때 그 뉴스] [졸업③] ‘반세기 만의 학사모’…영정사진이 대신 받았던 졸업장들
    • 입력 2019-02-20 08:01:19
    • 수정2019-02-21 10:25:31
    그때 그뉴스
독립했더니 전쟁, 전쟁 끝나니 독재...공부는 언제?

근현대 대한민국만큼 역사의 격랑에 내던져진 나라가 또 있었을까요? 주권을 뺏겨 3.1 만세운동이 벌어진 게 꼭 백 년 전. 동족끼리 죽고 죽이는 처절한 전쟁도 겪었습니다. 엄혹한 군사정권을 끝내는데 또다시 엄청난 희생이 이어졌습니다.

정상궤도를 벗어나려는 역사의 수레바퀴를 떠받친 것은 이 땅의 젊은이, 대학생들이었습니다. 누군가는 바퀴에 깔려버렸고 누군가는 바퀴에 튕겨 사라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원치 않게 학업을 중단해야 했던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박종철 씨 흉상에 학사모를 씌워주는 아버지 박정기 씨.01년
모든 교수님들, 그리고 총장님이 너더러 민주화했대

민주화의 길목에 쓰러져간 청춘들의 졸업장은 영정사진이 대신 받았습니다.

'6월 민주항쟁'의 시발점이 된 박종철 씨. 경찰 고문으로 숨진 박 씨는 입학 17년 만에 서울대 졸업장을 받았습니다. 아버지 박정기 씨는 아들의 흉상에 눈물의 학사모를 씌워주며 "모든 교수님들, 그리고 총장님이 너더러 민주화했대"라고 말합니다.

연세대 졸업식장에 입장하는 이한열 씨 영정과 어머니 배은심 씨.90년
6월 민주항쟁의 또 다른 상징 이한열 씨. 동기생들이 졸업하는 1990년, 검은색 영정사진을 앞세운 어머니 배은심 씨가 연세대 교정에서 졸업장을 받아듭니다.

경찰 쇠파이프에 맞아 세상을 떠난 강경대 씨도 숨진 지 4년 만에 명지대를 졸업했습니다. 졸업장을 대신 받아든 가족들은 눈물이 마를 새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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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라도 공부를 마치고 졸업장을 받은 사람들은 그나마 운이 좋다고 할까요?

6.25 전쟁의 혼란 속에 마지막 학기 수업을 놓친 70대 노인. 뒤늦게 학구열을 불태운 끝에 입학한 지 48년 만에 졸업장을 손에 쥐었습니다.

일본군 징집에 저항하다 1943년 제적된 리쓰메이칸대학의 한국 유학생들은 1996년에서야 졸업장을 받았습니다. 대학 관계자는 "전쟁 중이었더라도 대학으로서 해서는 안 될 부끄러운 일이었다"는 사과를 전했습니다.

영정사진과 함께 졸업식장에 앉아있는 강경대 씨 유족.95년
'반세기만의 학사모' 지금도 계속

'지각 졸업장'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2017년 중앙대는 시위 도중 숨진 백남기 씨에게 퇴학조치 37년 만에 졸업장을 전달했습니다.

2018년 부산대는 민주화 과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양영진·장재완씨와, 이른바 '부림사건'의 피해자인 이상경 씨에게 명예 졸업장을 수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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