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대구 사우나 화재’ 20분 동안 큰 인명 피해…이유 있었다?

입력 2019.02.20 (08:31) 수정 2019.02.20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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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어제 오전, 대구의 7층 건물에서 불이 났습니다.

사우나와 아파트로 구성된 주상복합 건물인데요.

소방차도 빨리 출동해 20분 만에 진화됐지만, 3명이 숨지고 80여 명이 다치는 등 피해가 컸는데요.

준공한 지 40년 된 건물, 소방시설은 자주 고장 났고, 일부 층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있지 않았습니다.

지금부터 현장으로 따라가 보시죠.

[리포트]

화재가 난 건 어제 오전 7시 10분쯤, 7층짜리 건물에서 시커먼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길에 나와 있는 남성이 다급하게 소방차를 안내하는데요.

잠시 뒤, 사우나 건물이 있는 골목으로 수십 대의 소방차와 구급차가 들어섭니다.

건물 안에서 신발도 제대로 신지 못하고 간신히 뛰어나오는 사람들도 보입니다.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청년이 '불이야!' 불났다고 외쳐서 우리는 그때야 '어머 진짜 불났구나.' (사우나에서 나온 사람은) 담요만 둘둘 말고 나오고, 다른 사람은 급히 나오느라 신발을 못 신으니까 맨발로 막 철벅 철벅 오고..."]

당시 건물 내의 사우나에선 20여 명이 목욕을 하고 있었는데요.

[이재만/사우나 이용객 : "사우나 사장이 매표하는 자리에서 안으로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불이야!' 하는데 보니까 천장에서 불길이 안으로 확 들어오더라고요. 직원이 소화기 찾고 나는 수면실에 (자던 사람들을) 다 깨웠어요."]

4층 남탕 앞에서 시작된 불은 순식간에, 여탕까지 번졌습니다.

[사우나 이용객/음성변조 : "'큰일 났다! 빨리 나와라! 나와라!' 이렇게 하더라고. 문 앞까지 나가니까 연기가 확 들어오고 손잡이가 뜨끈하더라고. 그러니까 무엇이 뻥뻥 터지더라고. 아이고 어쩌나 했더니 밖에 나가는 것보다 목욕탕 안이 더 안전하니까 목욕탕 안에 들어가자..."]

불길은 20분 만에 잡혔지만 사우나 안에 있던 70대 2명과 60대 남성이 숨지고, 80여 명이 다쳤습니다.

불은 4층 남탕 앞 있는 전기배전반 쪽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박경덕/대구중부소방서 대응구조과장 : "4층 구둣방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로 4층 사우나 입구에서 화재가 발생해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뒤늦게 사고 소식을 들은 사망자 가족들이 병원으로 달려왔습니다.

갑작스러운 남편의 죽음 앞에,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주저앉습니다.

월 단위로 입장권을 끊어 놓고 목욕을 즐겨했다고 합니다.

[고 박OO 씨 유가족/음성변조 : "매일 아침에 일어나시면 목욕 갔다 오셔서 식사하시고 그다음 하실 일 하시고…. 일과였을 뿐이에요. 청천벽력이라는 표현을 쓰잖아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기 때문에 지금 어떻게 해야 할지..."]

간신히 화마를 피한 아파트 주민들은 구청 시설과 성당에 임시 거처를 마련했습니다.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한 4~5일 걸릴 것 같아요. (냉장고 이런 것은 어떡하죠)."]

한 주민이 집에 물건을 가지러 건물 내부로 들어갔는데요.

전기가 끊겨 사방이 캄캄합니다.

아직 복도엔 탄 냄새가 진동하고 바닥엔 물이 첨벙거리는데요.

매일 먹어야 하는 약과 추위를 피할 양말만 급히 챙겨 집을 나섭니다.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약하고 얼굴 바르는 것과 양말 이런 거..."]

20분 만에 진화된 이번 화재, 피해는 왜 컸을까요?

이 건물은 1, 2층엔 식당 등이 있고 3층과 4층은 사우나, 그리고 5층부터 7층까진 아파트로 구성된 주상복합 건물이었습니다.

1980년에 준공돼 40년 가까이 됐는데, 스프링클러는 3층까지만, 4층부터는 없었습니다.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스프링클러 같은 것은 잘 모르겠어요."]

[이재만/사우나 이용객 : "못 봤어요. 그때는 그런 거 없었어요."]

또, 매년 두 차례 민간업체에 소방시설 점검을 받았는데.

화재 감지기와 비상경보 고장 등으로 3년 연속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우리 아파트 자체가 노후가 돼서 옛날에도 계속해서 (화재경보기)오작동이 많았거든요."]

틈틈이 하는 수리로는 부족해 소방서에선 전체적인 보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여러 가지 문제로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평소에도 소방 경보기의 오작동이 잦아, 실제 화재에선 정작 독이 됐습니다.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7시에 화재경보가 울렸는데 처음에 오작동인가 했는데 딸이 내다보더니 '연기 올라온다!' 하면서 '불났다!' 하면서..."]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오작동인 줄 알고 내다보지 않았어요. ‘저게 또 고장이 나서 또 울린다.’ 라고 이야기 하고 못 나왔죠. 못 나온 게 아니라 안 나왔죠. 한참 동안 우리는 앉아 있었고 운동도 하고 했어요."]

사우나 측은 관리실에서 정기적으로 관리를 했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줄 몰랐다는 입장인데요.

[사우나 관계자/음성변조 : "난 여기서 한 20년 정도 했어요. (소방점검은) 잘 받아요. 그거는 우리 관리실에 대한 일이기 때문에... 관리비를 준다는 것은 뭐 청소라든가 기타 등등에 대해서 다 그것 때문에 주는 거죠."]

2017년 겨울에도 충북 제천의 사우나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해 29명이 숨졌는데요.

왜 사우나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피해가 유독 큰 걸까요?

전문가들은 목욕탕의 출입구 구조 자체가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합니다.

[이용재/경민대학교 소방안전관리과 교수 : "프라이버시나 이런 것 때문에 통로가 폐쇄적이고요. 이용자들이 화재 초기에 인지가 좀 늦어지는 경향이 있어요."]

[류상일/동의대학교 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 : "미로형 또는 'ㄷ'자 'ㄹ'자로 출입구가 되어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연기가 자욱했을 때 목욕탕을 빠져나오는데 훨씬 더 혼선을 빚고 훨씬 더 어렵기 때문에..."]

일단 사우나 같은 다중 이용시설의 경우 발견 즉시 화재 사실을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신속히 대피하는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당부했습니다.

한편, 경찰은 현장 감식 등을 통해 화재 원인 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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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대구 사우나 화재’ 20분 동안 큰 인명 피해…이유 있었다?
    • 입력 2019-02-20 08:36:50
    • 수정2019-02-20 09: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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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전, 대구의 7층 건물에서 불이 났습니다.

사우나와 아파트로 구성된 주상복합 건물인데요.

소방차도 빨리 출동해 20분 만에 진화됐지만, 3명이 숨지고 80여 명이 다치는 등 피해가 컸는데요.

준공한 지 40년 된 건물, 소방시설은 자주 고장 났고, 일부 층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있지 않았습니다.

지금부터 현장으로 따라가 보시죠.

[리포트]

화재가 난 건 어제 오전 7시 10분쯤, 7층짜리 건물에서 시커먼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길에 나와 있는 남성이 다급하게 소방차를 안내하는데요.

잠시 뒤, 사우나 건물이 있는 골목으로 수십 대의 소방차와 구급차가 들어섭니다.

건물 안에서 신발도 제대로 신지 못하고 간신히 뛰어나오는 사람들도 보입니다.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청년이 '불이야!' 불났다고 외쳐서 우리는 그때야 '어머 진짜 불났구나.' (사우나에서 나온 사람은) 담요만 둘둘 말고 나오고, 다른 사람은 급히 나오느라 신발을 못 신으니까 맨발로 막 철벅 철벅 오고..."]

당시 건물 내의 사우나에선 20여 명이 목욕을 하고 있었는데요.

[이재만/사우나 이용객 : "사우나 사장이 매표하는 자리에서 안으로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불이야!' 하는데 보니까 천장에서 불길이 안으로 확 들어오더라고요. 직원이 소화기 찾고 나는 수면실에 (자던 사람들을) 다 깨웠어요."]

4층 남탕 앞에서 시작된 불은 순식간에, 여탕까지 번졌습니다.

[사우나 이용객/음성변조 : "'큰일 났다! 빨리 나와라! 나와라!' 이렇게 하더라고. 문 앞까지 나가니까 연기가 확 들어오고 손잡이가 뜨끈하더라고. 그러니까 무엇이 뻥뻥 터지더라고. 아이고 어쩌나 했더니 밖에 나가는 것보다 목욕탕 안이 더 안전하니까 목욕탕 안에 들어가자..."]

불길은 20분 만에 잡혔지만 사우나 안에 있던 70대 2명과 60대 남성이 숨지고, 80여 명이 다쳤습니다.

불은 4층 남탕 앞 있는 전기배전반 쪽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박경덕/대구중부소방서 대응구조과장 : "4층 구둣방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로 4층 사우나 입구에서 화재가 발생해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뒤늦게 사고 소식을 들은 사망자 가족들이 병원으로 달려왔습니다.

갑작스러운 남편의 죽음 앞에,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주저앉습니다.

월 단위로 입장권을 끊어 놓고 목욕을 즐겨했다고 합니다.

[고 박OO 씨 유가족/음성변조 : "매일 아침에 일어나시면 목욕 갔다 오셔서 식사하시고 그다음 하실 일 하시고…. 일과였을 뿐이에요. 청천벽력이라는 표현을 쓰잖아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기 때문에 지금 어떻게 해야 할지..."]

간신히 화마를 피한 아파트 주민들은 구청 시설과 성당에 임시 거처를 마련했습니다.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한 4~5일 걸릴 것 같아요. (냉장고 이런 것은 어떡하죠)."]

한 주민이 집에 물건을 가지러 건물 내부로 들어갔는데요.

전기가 끊겨 사방이 캄캄합니다.

아직 복도엔 탄 냄새가 진동하고 바닥엔 물이 첨벙거리는데요.

매일 먹어야 하는 약과 추위를 피할 양말만 급히 챙겨 집을 나섭니다.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약하고 얼굴 바르는 것과 양말 이런 거..."]

20분 만에 진화된 이번 화재, 피해는 왜 컸을까요?

이 건물은 1, 2층엔 식당 등이 있고 3층과 4층은 사우나, 그리고 5층부터 7층까진 아파트로 구성된 주상복합 건물이었습니다.

1980년에 준공돼 40년 가까이 됐는데, 스프링클러는 3층까지만, 4층부터는 없었습니다.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스프링클러 같은 것은 잘 모르겠어요."]

[이재만/사우나 이용객 : "못 봤어요. 그때는 그런 거 없었어요."]

또, 매년 두 차례 민간업체에 소방시설 점검을 받았는데.

화재 감지기와 비상경보 고장 등으로 3년 연속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우리 아파트 자체가 노후가 돼서 옛날에도 계속해서 (화재경보기)오작동이 많았거든요."]

틈틈이 하는 수리로는 부족해 소방서에선 전체적인 보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여러 가지 문제로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평소에도 소방 경보기의 오작동이 잦아, 실제 화재에선 정작 독이 됐습니다.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7시에 화재경보가 울렸는데 처음에 오작동인가 했는데 딸이 내다보더니 '연기 올라온다!' 하면서 '불났다!' 하면서..."]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오작동인 줄 알고 내다보지 않았어요. ‘저게 또 고장이 나서 또 울린다.’ 라고 이야기 하고 못 나왔죠. 못 나온 게 아니라 안 나왔죠. 한참 동안 우리는 앉아 있었고 운동도 하고 했어요."]

사우나 측은 관리실에서 정기적으로 관리를 했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줄 몰랐다는 입장인데요.

[사우나 관계자/음성변조 : "난 여기서 한 20년 정도 했어요. (소방점검은) 잘 받아요. 그거는 우리 관리실에 대한 일이기 때문에... 관리비를 준다는 것은 뭐 청소라든가 기타 등등에 대해서 다 그것 때문에 주는 거죠."]

2017년 겨울에도 충북 제천의 사우나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해 29명이 숨졌는데요.

왜 사우나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피해가 유독 큰 걸까요?

전문가들은 목욕탕의 출입구 구조 자체가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합니다.

[이용재/경민대학교 소방안전관리과 교수 : "프라이버시나 이런 것 때문에 통로가 폐쇄적이고요. 이용자들이 화재 초기에 인지가 좀 늦어지는 경향이 있어요."]

[류상일/동의대학교 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 : "미로형 또는 'ㄷ'자 'ㄹ'자로 출입구가 되어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연기가 자욱했을 때 목욕탕을 빠져나오는데 훨씬 더 혼선을 빚고 훨씬 더 어렵기 때문에..."]

일단 사우나 같은 다중 이용시설의 경우 발견 즉시 화재 사실을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신속히 대피하는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당부했습니다.

한편, 경찰은 현장 감식 등을 통해 화재 원인 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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