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영화 수익률 뚝↓…여성 참여는 ‘다소 개선’

입력 2019.02.20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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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수익률 급락…“창의적 작품 투자 갈수록 어려워”
지난해 한국 상업영화의 수익률이 6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18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순제작비 30억 원 이상 상업영화 40편의 평균 추정 수익률은 -17.3%로 나타났다. 2012년 흑자 전환 이래 첫 마이너스 기록이다. 2017년 수익률은 18%로, 35%p 이상 급락한 수치다.

원인은 지난해 개봉한 제작비 100억 원 이상의 고예산 영화들이 줄줄이 참패한 데 있다. 여름 시즌 제작비 약 160억 원의 '인랑'이 관객 90만 명에서 주저앉았고, 추석 시즌 '물괴'가 72만여 명에서 멈춰선 데 이어 '명당'(209만 명), '협상'(197만 명)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다. 겨울 들어 '마약왕'(181만 명), '스윙키즈'(126만 명), 'PMC:더 벙커'(118만 명) 등 제작비 150억 원 안팎의 '빅3' 작품들 모두 적자를 봤다. 문제는 이들 작품이 흥행뿐 아니라 완성도 면에서도 전문가들의 혹평을 면치 못했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관습화된 한국 대작영화의 잇따른 부진이 겨울 극장가 주도권을 외국영화로 넘겼다"고 평했다.

이에 비해 제작비 '중간급'인 코미디 영화나 실화 소재 영화들은 선전했다. '완벽한 타인'(530만), '국가부도의 날'(375만) 등이 그 예다. 이 같은 결과는 영화계에 도전적인 투자를 회피하게 만드는 한편 이른바 '가성비'를 중시한 특정 장르 편중을 우려하게 한다. 제작·투자자들이 '상업적 위험성'을 감수하고 창의적인 작품에 도전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 '박하사탕'의 이창동 감독, '살인의 추억'의 봉준호 감독, '올드보이'의 박찬욱 감독 등 한국 영화를 세계에 알린 명감독들의 출현이 있기까지 새로운 실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제작·투자의 덕이 컸다는 점을 감안하면, 새로운 명작이나 명감독이 나오길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2010년 이후 영화계 안팎에서 계속되는 우려다.

독립·예술영화 외면 심해지고 멀티플렉스 독점은 여전
독립·예술영화들의 관객 외면은 더 심해졌다. 지난해 선보인 한국 독립·예술영화 113편의 총 관객 수는 110만 명 선으로, 전체 관객 수 2억 1600여만 명의 0.5%에 그쳤다. 관객 200명 중 1명만 한국 독립·예술영화를 본 셈이다. 지난 3년간 1% 수준을 유지하던 것이 '반 토막'났다. 그나마 세월호 침몰 경위를 파헤친 다큐 '그날, 바다'의 관객 54만 명을 빼면, 나머지 112편에 든 관객은 56만 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한국 독립·예술영화 흥행 2위는 '소공녀'로, 관객 수는 5만 9천여 명뿐이었다.

지난 한해 국내 극장에 개봉한 영화는 총 1,646편이다. 이 가운데 IPTV용 성인영화 등 형식적 개봉작을 제외한 '실질 개봉 편수'를 따지면 728편이다. 이 가운데 한국영화의 관객 점유율은 50.9%, 미국영화는 전년 대비 4.7%p 증가한 45.0%를 차지했다. 극장사업자별 입장권 매출액 비중은 1위인 CG CGV 49.3%, 롯데시네마 28.9%, 메가박스 18.7%로 3대 멀티플렉스 체인이 전체 상영 매출의 96.9%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핵심인력 여성 참여 ‘다소 개선’…“여성 서사 지지 영향”
영화진흥위원회가 2017년부터 한국 영화산업의 성 불균형 실태 파악을 위해 조사하고 있는 '성인지(性認知) 통계'는 다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총제작비 10억 원 이상 또는 최대 스크린 수 100개 이상의 상업영화 77편 가운데 여성 감독 작품은 10편, 여성 제작자 15편, 여성 프로듀서 23편, 여성 주연작 24편 등으로 전반적으로 느는 추세다. 여성 감독 영화가 두자릿수를 차지한 건 처음이다. 보고서는 "최근 여성 서사를 지지하는 관객 운동의 부상이 산업에 조금이나마 영향을 미친 결과"라고 풀이했다.


하지만 갈 길은 멀다. 상업영화의 여성 감독 작품 비중이 13%에 불과한 데 비해,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초청 한국 장편영화 중 여성 감독 작품은 39%, 서울독립영화제에선 여성 감독 작품이 44.4%였다. 저예산·독립 영화계나 영화 관련 전공 학생의 경우 여성의 비율이 절반을 차지한다. 영화계 여성 인력은 충분한데도 이른바 '큰 판'으로 갈수록 남성의 차지가 커지는 것이다. 보고서는 "영화산업의 자본 및 네트워크가 남성에게 집중되어 있다"며 "기성 네트워크가 공고하며 기존 영화산업의 성별 고정관념이 크게 영향을 미쳐 여성에 대한 진입 장벽이 높게 작용하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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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20 15:18:16
    취재K
한국영화 수익률 급락…“창의적 작품 투자 갈수록 어려워”
지난해 한국 상업영화의 수익률이 6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18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순제작비 30억 원 이상 상업영화 40편의 평균 추정 수익률은 -17.3%로 나타났다. 2012년 흑자 전환 이래 첫 마이너스 기록이다. 2017년 수익률은 18%로, 35%p 이상 급락한 수치다.

원인은 지난해 개봉한 제작비 100억 원 이상의 고예산 영화들이 줄줄이 참패한 데 있다. 여름 시즌 제작비 약 160억 원의 '인랑'이 관객 90만 명에서 주저앉았고, 추석 시즌 '물괴'가 72만여 명에서 멈춰선 데 이어 '명당'(209만 명), '협상'(197만 명)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다. 겨울 들어 '마약왕'(181만 명), '스윙키즈'(126만 명), 'PMC:더 벙커'(118만 명) 등 제작비 150억 원 안팎의 '빅3' 작품들 모두 적자를 봤다. 문제는 이들 작품이 흥행뿐 아니라 완성도 면에서도 전문가들의 혹평을 면치 못했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관습화된 한국 대작영화의 잇따른 부진이 겨울 극장가 주도권을 외국영화로 넘겼다"고 평했다.

이에 비해 제작비 '중간급'인 코미디 영화나 실화 소재 영화들은 선전했다. '완벽한 타인'(530만), '국가부도의 날'(375만) 등이 그 예다. 이 같은 결과는 영화계에 도전적인 투자를 회피하게 만드는 한편 이른바 '가성비'를 중시한 특정 장르 편중을 우려하게 한다. 제작·투자자들이 '상업적 위험성'을 감수하고 창의적인 작품에 도전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 '박하사탕'의 이창동 감독, '살인의 추억'의 봉준호 감독, '올드보이'의 박찬욱 감독 등 한국 영화를 세계에 알린 명감독들의 출현이 있기까지 새로운 실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제작·투자의 덕이 컸다는 점을 감안하면, 새로운 명작이나 명감독이 나오길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2010년 이후 영화계 안팎에서 계속되는 우려다.

독립·예술영화 외면 심해지고 멀티플렉스 독점은 여전
독립·예술영화들의 관객 외면은 더 심해졌다. 지난해 선보인 한국 독립·예술영화 113편의 총 관객 수는 110만 명 선으로, 전체 관객 수 2억 1600여만 명의 0.5%에 그쳤다. 관객 200명 중 1명만 한국 독립·예술영화를 본 셈이다. 지난 3년간 1% 수준을 유지하던 것이 '반 토막'났다. 그나마 세월호 침몰 경위를 파헤친 다큐 '그날, 바다'의 관객 54만 명을 빼면, 나머지 112편에 든 관객은 56만 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한국 독립·예술영화 흥행 2위는 '소공녀'로, 관객 수는 5만 9천여 명뿐이었다.

지난 한해 국내 극장에 개봉한 영화는 총 1,646편이다. 이 가운데 IPTV용 성인영화 등 형식적 개봉작을 제외한 '실질 개봉 편수'를 따지면 728편이다. 이 가운데 한국영화의 관객 점유율은 50.9%, 미국영화는 전년 대비 4.7%p 증가한 45.0%를 차지했다. 극장사업자별 입장권 매출액 비중은 1위인 CG CGV 49.3%, 롯데시네마 28.9%, 메가박스 18.7%로 3대 멀티플렉스 체인이 전체 상영 매출의 96.9%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핵심인력 여성 참여 ‘다소 개선’…“여성 서사 지지 영향”
영화진흥위원회가 2017년부터 한국 영화산업의 성 불균형 실태 파악을 위해 조사하고 있는 '성인지(性認知) 통계'는 다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총제작비 10억 원 이상 또는 최대 스크린 수 100개 이상의 상업영화 77편 가운데 여성 감독 작품은 10편, 여성 제작자 15편, 여성 프로듀서 23편, 여성 주연작 24편 등으로 전반적으로 느는 추세다. 여성 감독 영화가 두자릿수를 차지한 건 처음이다. 보고서는 "최근 여성 서사를 지지하는 관객 운동의 부상이 산업에 조금이나마 영향을 미친 결과"라고 풀이했다.


하지만 갈 길은 멀다. 상업영화의 여성 감독 작품 비중이 13%에 불과한 데 비해,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초청 한국 장편영화 중 여성 감독 작품은 39%, 서울독립영화제에선 여성 감독 작품이 44.4%였다. 저예산·독립 영화계나 영화 관련 전공 학생의 경우 여성의 비율이 절반을 차지한다. 영화계 여성 인력은 충분한데도 이른바 '큰 판'으로 갈수록 남성의 차지가 커지는 것이다. 보고서는 "영화산업의 자본 및 네트워크가 남성에게 집중되어 있다"며 "기성 네트워크가 공고하며 기존 영화산업의 성별 고정관념이 크게 영향을 미쳐 여성에 대한 진입 장벽이 높게 작용하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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