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무조건 50만 원 드립니다”…서울시의 청년수당 확대 정책실험

입력 2019.02.20 (19:01) 수정 2019.02.20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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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모든 청년에게 월 50만 원 지급 검토
■ 정책실험 통해 효과 검증하고 확대 여부 결정
■ "청년에게 인간적인 삶" vs "박 시장의 선심성 행정"

20대 청년들에게 매달 50만 원을 준다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25살 이미소 씨는 지난해 서울시로부터 청년수당을 매달 50만 원씩 6개월 동안 받았습니다. 배우가 꿈인 이 씨에게 이 50만 원은 꿈의 발판이었습니다. 청년수당을 받고 이씨가 가장 먼저 한 생각은 "드디어 시작할 수 있겠구나"였습니다. 전에는 아르바이트 때문에 엄두도 못 냈던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아르바이트 수를 줄이고 가야금을 배웠습니다.

연습중인 배우지망생 이미소씨(25살)연습중인 배우지망생 이미소씨(25살)

6개월이 지나 이제는 청년수당 50만 원이 더는 들어오지 않지만, 이 씨는 여전히 배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씨는 시작하기가 힘들었지만 한번 시작하고 나니 조금 힘들지만 배움을 이어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 씨는 여전히 아르바이트를 하고 꾸준히 배움을 이어가면서 배우라는 꿈에 한발씩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25살 정 모 씨는 2017년 서울시 청년수당을 받고서야 "살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전에 고용노동부의 취업지원금을 받은 적도 있었지만, 그때는 아르바이트가 금지돼 생활이 오히려 더 힘들었습니다. 배가 고플 때면 마트 시식코너를 돌아야 했습니다.

정은주 씨(25살)의 일기정은주 씨(25살)의 일기

정 씨는 청년수당을 받고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취업준비금을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결국 꿈꾸던 라디오작가가 됐습니다.

서울시는 2016년부터 청년수당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만 34세 미만 청년들에게 월 50만 원씩 6개월 동안 주는 겁니다. 소득 수준 등을 따져서 5천 명 정도를 선발합니다.

그럼 이 청년수당의 효과는 어땠을까요? 청년수당의 효과를 수치상으로 증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만 우선 지난해 청년수당을 받은 청년의 취업·창업률은 41%였습니다. 이는 실업급여를 받은 사람들의 재취업률 30%보다 11%포인트 높습니다.

청년수당을 받은 청년들은 처음으로 사회에서 날 신경을 쓰고 있다고 느꼈다고 말합니다. 실제 지난해 청년수당을 받은 청년들을 조사해봤더니 사회에 대한 신뢰도가 수당을 받은 직후 40%에서 8개월 뒤에 60%까지 높아졌습니다.

올해부터는 고용노동부도 졸업 후 2년 이내 34세 미만 청년들에게 서울시 청년수당과 비슷한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을 주기로 했습니다. 월 50만 원씩 6개월 동안 주는데 전국적으로 8만 명이 혜택을 보게 됩니다.

전국의 지자체들도 청년수당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경기와 경남 등 모두 9개 지자체가 청년수당을 지급할 계획입니다.

서울시 청년수당 카드서울시 청년수당 카드

서울시는 여기에 한 발 더 나가 청년수당 확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선별적으로 몇 명에게 주는 청년수당을 서울의 20대 청년 155만 명 모두에서 주는 것으로 확대할 수 있을지 검토해보겠다는 겁니다.

물론 당장 하겠다는 건 아닙니다. 우선 2,400명의 청년을 추출해 2년간 실험을 해보고 수당을 받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비교해서 그 효과를 검증해보겠다는 겁니다. 서울연구원과 민간연구소가 이런 정책실험을 제안하고 서울시가 검토하고 있습니다.

핀란드가 하고 있는 기본소득 실험과 유사한 형태입니다. 최근 핀란드는 2년간의 실험을 끝내고 1년 치에 대한 중간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 결과 기본소득이 근로시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지만, 행복도를 높이는 데는 확실히 이바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중간결과를 놓고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이 성공이냐 실패냐를 따지는 것은 아직 이릅니다. 한편에서는 당연히 애초 목표했던 대로 근로시간이 늘어나지 않았으니 실패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또 한편에서는 기본수당을 주면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라고 우려했는데 이런 우려가 사라졌다고 평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미래에 대한 확신과 나중에 취업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높아졌다는 겁니다.

청년수당을 확대했을 때 기대하는 바도 비슷합니다. 취업률도 나아지고 청년들이 혁신성과 창의성을 발휘해 창업도 하고 행복감과 건강도 나아지고 공동체에 대한 신뢰 등이 높아질 것을 기대합니다.

그래서 청년수당 실험도 이 모든 것들을 다양하게 살펴보게 될 것입니다. 취업률을 제외하고는 다소 추상적 개념이긴 하지만 2년간의 실험 기간 동안 다양한 조사를 통해 그 효과를 측정하게 될 겁니다.

청년수당을 놓고는 다양한 논쟁거리가 있습니다. 우선은 왜 청년들에게 수당을 주느냐죠. 사지 멀쩡하고 일을 할 수 있는 청년들에게 왜 돈을 줘야 하냐는 건데요.

그런데 좀 더 따져보면 우리 사회의 청년들은 복지 사각지대에 있습니다. 아동들에게는 아동수당을 주고 노인들에게는 기초연금을 주는데 청년들은 공백입니다. 특히 취업한 적 없는 청년들이 힘든데요. 이 취업준비생들은 그 가족들에게까지 큰 부담입니다. 이 때문에 청년수당을 부모수당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옵니다.

청년들이 힘들다는 건 동의하더라도 그럼 왜 모든 청년에게 줘야 하냐는 의문이 남습니다. 이른바 부자 부모를 둔 부자 청년들에게까지 돈을 줘야 하냐는 거죠.

그런데 이 '부자 청년'을 골라내는 데도 돈이 듭니다. 지난해 아동수당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는데요. 상위 10%를 제외하기 위해서 골라내는데 행정비용이 최대 1,150억이 드는 걸로 추산됐는데요. 그런데 상위 10%를 제외하고 수당을 줘서 아끼는 비용은 1,800억 정도였습니다. 골라내는데 드는 행정비용이 아낄 수 있는 예산의 3분의 2 정도 되는 셈이죠.

그리고 조건을 따져 골라서 주게 되면 '낙인효과', 그러니까 못살아서 지원받는다는 식의 부정적 인식이 생기게 됩니다. 청년들에게 이런 인식이 생기는 것은 바람직할까요?

또 하나 남는 논란거리는 청년들에게 조건 없이 돈을 주면 술을 마시거나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쓰게 될 거라는 우려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실제 정책을 시행하게 된다면 여러 가지 장치를 고민할 수 있을 겁니다. 현재 서울시는 주로 카드를 사용하게 해서 유흥비 등으로 쓸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좀 더 생각해봐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청년들에게 당장 끼니 걱정도 덜고 여유도 즐기고 친구들도 만날 수 있는 '여유'를 주는 것이 꼭 나쁘기만 한 걸까요? 청년들의 인간다운 기본적인 삶을 위해 필요한 거라면 이 부분도 고민해볼 수 있을 겁니다.

청년수당 특히 기본소득 개념의 청년수당은 우리 사회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논쟁적인 사안입니다. 보도가 나간 뒤 엄청나게 많은 댓글과 반응이 쏟아졌는데요. 이번 기회에 우리 사회의 청년들에 대한 또 더 나아가 기본소득 등 보편복지 확대에 대한 좀 더 진지하고 건설적인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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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무조건 50만 원 드립니다”…서울시의 청년수당 확대 정책실험
    • 입력 2019-02-20 19:01:49
    • 수정2019-02-20 20:27:29
    취재후·사건후
■ 서울시, 모든 청년에게 월 50만 원 지급 검토
■ 정책실험 통해 효과 검증하고 확대 여부 결정
■ "청년에게 인간적인 삶" vs "박 시장의 선심성 행정"

20대 청년들에게 매달 50만 원을 준다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25살 이미소 씨는 지난해 서울시로부터 청년수당을 매달 50만 원씩 6개월 동안 받았습니다. 배우가 꿈인 이 씨에게 이 50만 원은 꿈의 발판이었습니다. 청년수당을 받고 이씨가 가장 먼저 한 생각은 "드디어 시작할 수 있겠구나"였습니다. 전에는 아르바이트 때문에 엄두도 못 냈던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아르바이트 수를 줄이고 가야금을 배웠습니다.

연습중인 배우지망생 이미소씨(25살)
6개월이 지나 이제는 청년수당 50만 원이 더는 들어오지 않지만, 이 씨는 여전히 배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씨는 시작하기가 힘들었지만 한번 시작하고 나니 조금 힘들지만 배움을 이어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 씨는 여전히 아르바이트를 하고 꾸준히 배움을 이어가면서 배우라는 꿈에 한발씩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25살 정 모 씨는 2017년 서울시 청년수당을 받고서야 "살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전에 고용노동부의 취업지원금을 받은 적도 있었지만, 그때는 아르바이트가 금지돼 생활이 오히려 더 힘들었습니다. 배가 고플 때면 마트 시식코너를 돌아야 했습니다.

정은주 씨(25살)의 일기
정 씨는 청년수당을 받고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취업준비금을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결국 꿈꾸던 라디오작가가 됐습니다.

서울시는 2016년부터 청년수당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만 34세 미만 청년들에게 월 50만 원씩 6개월 동안 주는 겁니다. 소득 수준 등을 따져서 5천 명 정도를 선발합니다.

그럼 이 청년수당의 효과는 어땠을까요? 청년수당의 효과를 수치상으로 증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만 우선 지난해 청년수당을 받은 청년의 취업·창업률은 41%였습니다. 이는 실업급여를 받은 사람들의 재취업률 30%보다 11%포인트 높습니다.

청년수당을 받은 청년들은 처음으로 사회에서 날 신경을 쓰고 있다고 느꼈다고 말합니다. 실제 지난해 청년수당을 받은 청년들을 조사해봤더니 사회에 대한 신뢰도가 수당을 받은 직후 40%에서 8개월 뒤에 60%까지 높아졌습니다.

올해부터는 고용노동부도 졸업 후 2년 이내 34세 미만 청년들에게 서울시 청년수당과 비슷한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을 주기로 했습니다. 월 50만 원씩 6개월 동안 주는데 전국적으로 8만 명이 혜택을 보게 됩니다.

전국의 지자체들도 청년수당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경기와 경남 등 모두 9개 지자체가 청년수당을 지급할 계획입니다.

서울시 청년수당 카드
서울시는 여기에 한 발 더 나가 청년수당 확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선별적으로 몇 명에게 주는 청년수당을 서울의 20대 청년 155만 명 모두에서 주는 것으로 확대할 수 있을지 검토해보겠다는 겁니다.

물론 당장 하겠다는 건 아닙니다. 우선 2,400명의 청년을 추출해 2년간 실험을 해보고 수당을 받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비교해서 그 효과를 검증해보겠다는 겁니다. 서울연구원과 민간연구소가 이런 정책실험을 제안하고 서울시가 검토하고 있습니다.

핀란드가 하고 있는 기본소득 실험과 유사한 형태입니다. 최근 핀란드는 2년간의 실험을 끝내고 1년 치에 대한 중간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 결과 기본소득이 근로시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지만, 행복도를 높이는 데는 확실히 이바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중간결과를 놓고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이 성공이냐 실패냐를 따지는 것은 아직 이릅니다. 한편에서는 당연히 애초 목표했던 대로 근로시간이 늘어나지 않았으니 실패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또 한편에서는 기본수당을 주면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라고 우려했는데 이런 우려가 사라졌다고 평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미래에 대한 확신과 나중에 취업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높아졌다는 겁니다.

청년수당을 확대했을 때 기대하는 바도 비슷합니다. 취업률도 나아지고 청년들이 혁신성과 창의성을 발휘해 창업도 하고 행복감과 건강도 나아지고 공동체에 대한 신뢰 등이 높아질 것을 기대합니다.

그래서 청년수당 실험도 이 모든 것들을 다양하게 살펴보게 될 것입니다. 취업률을 제외하고는 다소 추상적 개념이긴 하지만 2년간의 실험 기간 동안 다양한 조사를 통해 그 효과를 측정하게 될 겁니다.

청년수당을 놓고는 다양한 논쟁거리가 있습니다. 우선은 왜 청년들에게 수당을 주느냐죠. 사지 멀쩡하고 일을 할 수 있는 청년들에게 왜 돈을 줘야 하냐는 건데요.

그런데 좀 더 따져보면 우리 사회의 청년들은 복지 사각지대에 있습니다. 아동들에게는 아동수당을 주고 노인들에게는 기초연금을 주는데 청년들은 공백입니다. 특히 취업한 적 없는 청년들이 힘든데요. 이 취업준비생들은 그 가족들에게까지 큰 부담입니다. 이 때문에 청년수당을 부모수당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옵니다.

청년들이 힘들다는 건 동의하더라도 그럼 왜 모든 청년에게 줘야 하냐는 의문이 남습니다. 이른바 부자 부모를 둔 부자 청년들에게까지 돈을 줘야 하냐는 거죠.

그런데 이 '부자 청년'을 골라내는 데도 돈이 듭니다. 지난해 아동수당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는데요. 상위 10%를 제외하기 위해서 골라내는데 행정비용이 최대 1,150억이 드는 걸로 추산됐는데요. 그런데 상위 10%를 제외하고 수당을 줘서 아끼는 비용은 1,800억 정도였습니다. 골라내는데 드는 행정비용이 아낄 수 있는 예산의 3분의 2 정도 되는 셈이죠.

그리고 조건을 따져 골라서 주게 되면 '낙인효과', 그러니까 못살아서 지원받는다는 식의 부정적 인식이 생기게 됩니다. 청년들에게 이런 인식이 생기는 것은 바람직할까요?

또 하나 남는 논란거리는 청년들에게 조건 없이 돈을 주면 술을 마시거나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쓰게 될 거라는 우려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실제 정책을 시행하게 된다면 여러 가지 장치를 고민할 수 있을 겁니다. 현재 서울시는 주로 카드를 사용하게 해서 유흥비 등으로 쓸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좀 더 생각해봐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청년들에게 당장 끼니 걱정도 덜고 여유도 즐기고 친구들도 만날 수 있는 '여유'를 주는 것이 꼭 나쁘기만 한 걸까요? 청년들의 인간다운 기본적인 삶을 위해 필요한 거라면 이 부분도 고민해볼 수 있을 겁니다.

청년수당 특히 기본소득 개념의 청년수당은 우리 사회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논쟁적인 사안입니다. 보도가 나간 뒤 엄청나게 많은 댓글과 반응이 쏟아졌는데요. 이번 기회에 우리 사회의 청년들에 대한 또 더 나아가 기본소득 등 보편복지 확대에 대한 좀 더 진지하고 건설적인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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