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난방비 ‘폭탄 vs 0원’…아파트에서 무슨 일이?

입력 2019.02.21 (08:33) 수정 2019.02.21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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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요즘 같은 겨울이면 집집마다 난방비가 걱정입니다.

보일러 좀 틀고 따뜻하게 지냈다가는 다음 달 고지서 보고 바로 후회하게 되죠.

그런데 아껴 쓴다고 썼는데 평소보다 난방비가 많이 나오거나, 난방비가 아예 나오지 않은 이웃이 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된다면 어떨까요?

한 아파트에서 실제 일어난 일입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지금부터 따라가 보시죠.

[리포트]

서울의 한 아파트입니다.

2천 세대가 넘는 대단지인데요.

지난해 12월, 이 아파트에 수상쩍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아파트 입주민/음성변조 : "2,250세대 중에서 911세대가 (난방비가) 안 나왔다고 하니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죠."]

집집마다 난방비 고지서가 날아왔는데, 난방비가 0원인 집이 나온 겁니다.

빈집이었을까요? 아닙니다.

거의 절반에 가까운 900여 세대에 난방비가 한 푼도 청구되지 않았습니다.

아파트 주민의 절반이 난방을 하지 않은 걸까요?

동파 방지를 위해서라도 아예 꺼두는 경우는 드문데, 이상한 일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난방비가 0원이 아닌 세대는 평년보다 난방비가 훨씬 많이 나왔습니다.

[아파트 입주민/음성변조 : "내가 항상 10만 원 미만으로 썼는데 갑자기 19만 5천 원이 나온 거예요. 올해는 춥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많이 낸 거예요. 아무리 추워도 10만 원을 넘어 본 적이 없어요. 아껴 때고 절약하면서 살기 때문에 이렇게 많이 나와 본 적이 없는데."]

30년 넘게 이 아파트에 살았다는 A씨.

지난해 12월 난방비 고지서를 받고 두 눈을 의심했습니다.

두 식구 살림에 사용량까지 체크해 가며 아껴 썼는데 예년에 비해 두 배에 가까운 난방비가 나온 겁니다.

[아파트 입주민/음성변조 : "작년 같은 경우는 엄청 추울 때도 10만 원을 넘어본 적이 (없어요). 8만 원, 7만 원 이렇게밖에 안 냈어요."]

지난해 이 아파트로 이사 온 B씨도 올 겨울 난방비 고지서를 받고 의아했습니다.

[아파트 입주민/음성변조 : "도시가스를 이용할 때 제가 고지서를 항상 4만 원이 되지 않도록 관리를 해서 고지서를 받았고 여기 이사 오면서 지역난방이 도시가스보다 훨씬 저렴하다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비슷한 온도로 유지해도 그 가격대 정도로 나올 거라고 생각을 하고 사용을 했는데 오히려 4만 원보다 훨씬 더 넘는 금액이 자꾸 나오는 거죠."]

그런데 현관 밖 계량기를 살펴보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아파트 입주민/음성변조 : "아파트 외벽에 있는 계량기를 확인해 봤더니 저희 같은 층만 해도 벌써 두세 집이 꺼져 있더라고요. 제가 옆집에 가서 물어 보니까 자기네들은 난방을 쓰고 있는데 난방비가 안 나온 것 같다고 그제야 고지서를 확인하더니 저한테 말을 하는 거예요."]

계량기가 꺼져서 아예 작동이 안 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그 중엔 난방비가 아예 청구되지 않은 집들도 있었던 겁니다.

고지서를 찬찬히 살펴보니 들쑥날쑥했던 난방비의 이유가 보였습니다.

[아파트 입주민/음성변조 : "8월의 난방비 단가예요. 부과 단가가 6만 원이 나왔는데 이거는 난방 사용하는 집이 얼마 없고 0원 세대들도 아직 난방을 틀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거의 정상적인 수치라고 보시면 되고요."]

그런데, 쌀쌀한 가을로 접어들자 난방비 부과 단가가 치솟기 시작합니다.

[아파트 입주민/음성변조 : "여기 10월에 와서 사람들이 난방을 집중적으로 틀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갑자기 난방비가 15만 7,883원으로 떠요. 이 단가는 0원 세대 것들을 나머지 세대들이 부담을 시작했다는 이야기고요."]

난방비 0원인 세대에 부과되지 않은 요금이 나머지 세대에 떠넘겨진 셈입니다.

이렇게 난방비 부과가 되지 않은 911세대는 대부분 계량기가 고장나거나 건건지 수명이 다 돼서 사용량 측정이 불가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아파트 입주민/음성변조 : "나는 내 것만 고장 난 줄 알았는데 왔다 갔다 하다 보니까 이 집도 안 돌아가고 이 집도 안 돌아가고 세 집이 안 돌아가는구나 하고 우리까지 네 집이다, 그 말까지 했다고 거기 (관리사무소에) 가서."]

문제는 이게 하루 이틀 된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지난 3년 동안 난방비 0원인 세대도 30곳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리사무소에서 알고도 방치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주민들은 제기하고 있습니다.

[아파트 입주민/음성변조 : "누군가가 고의적이었을까 하는 의심은 했어요. 하지만 이 상황을 계속 지켜보다 보니까 이건 개개인의 양심 문제가 아니라 관리사무소에서 관리를 해야 할 주체들이 제대로 일을 하지 않아서 이렇게 된 상황이라는 게 현재로서는 저희가 생각하는 결론인 것 같아요."]

[아파트 입주민/음성변조 : "차츰차츰 늘어간 거죠. 0원 세대가 20세대, 30세대 이렇게 가다가 갑자기 노후화 되면서 1000세대 하다가 이제 배터리 교체해서 900세대 가다가..."]

[아파트 입주민/음성변조 : "낮에 (관리사무소에서) 본인들 근무할 시간 동안 두드렸을 때 사람이 없으면 어쩔 수가 없다고 지금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인 거예요."]

난방비 폭탄을 맞은 주민들의 민원이 쏟아지자 해당 구청이 실태조사에 들어갔습니다.

[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관리비 부과 문제는 관리 주체 업무고요. 관리 실태 점검은 입주민 30% 이상 동의해서 요청이 오면 감사관을 꾸려서 점검을 할 수 있는 법령 기준은 마련돼 있습니다."]

이 같은 난방비 폭탄 문제는 구형 계량기를 쓰는 오래된 아파트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인천의 한 아파트는 입주 5년차인 지난해 계량기 고장으로 110세대의 난방비가 0원으로 나오면서 갈등을 빚기도 했습니다.

[아파트 입주민/인터뷰 : "완벽하게 해결은 안 된 거로 알고 있고요. 계량기가 고장 난 세대에 대해서는 교체를 하는 중인 거로 알고 있어요. 그 이후로 계속 매월 점검하면서 0원 나온 세대는 계속 조사하고 그러는 거로 알고 있어요."]

지난해 국토부 조사에 따르면 계량기 고장 등으로 겨울철 난방비가 한 달이라도 0원이 나온 아파트 가구는 만2천여 곳에 이릅니다.

자, 시청자 여러분들도 지금, 우리집 계량기는 잘 작동되고 있는지 혹시 고장난 계량기들에 대한 관리는 제대로 되고 있는지 꼼꼼히 확인해 보시는 것도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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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난방비 ‘폭탄 vs 0원’…아파트에서 무슨 일이?
    • 입력 2019-02-21 08:38:48
    • 수정2019-02-21 13:5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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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요즘 같은 겨울이면 집집마다 난방비가 걱정입니다.

보일러 좀 틀고 따뜻하게 지냈다가는 다음 달 고지서 보고 바로 후회하게 되죠.

그런데 아껴 쓴다고 썼는데 평소보다 난방비가 많이 나오거나, 난방비가 아예 나오지 않은 이웃이 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된다면 어떨까요?

한 아파트에서 실제 일어난 일입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지금부터 따라가 보시죠.

[리포트]

서울의 한 아파트입니다.

2천 세대가 넘는 대단지인데요.

지난해 12월, 이 아파트에 수상쩍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아파트 입주민/음성변조 : "2,250세대 중에서 911세대가 (난방비가) 안 나왔다고 하니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죠."]

집집마다 난방비 고지서가 날아왔는데, 난방비가 0원인 집이 나온 겁니다.

빈집이었을까요? 아닙니다.

거의 절반에 가까운 900여 세대에 난방비가 한 푼도 청구되지 않았습니다.

아파트 주민의 절반이 난방을 하지 않은 걸까요?

동파 방지를 위해서라도 아예 꺼두는 경우는 드문데, 이상한 일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난방비가 0원이 아닌 세대는 평년보다 난방비가 훨씬 많이 나왔습니다.

[아파트 입주민/음성변조 : "내가 항상 10만 원 미만으로 썼는데 갑자기 19만 5천 원이 나온 거예요. 올해는 춥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많이 낸 거예요. 아무리 추워도 10만 원을 넘어 본 적이 없어요. 아껴 때고 절약하면서 살기 때문에 이렇게 많이 나와 본 적이 없는데."]

30년 넘게 이 아파트에 살았다는 A씨.

지난해 12월 난방비 고지서를 받고 두 눈을 의심했습니다.

두 식구 살림에 사용량까지 체크해 가며 아껴 썼는데 예년에 비해 두 배에 가까운 난방비가 나온 겁니다.

[아파트 입주민/음성변조 : "작년 같은 경우는 엄청 추울 때도 10만 원을 넘어본 적이 (없어요). 8만 원, 7만 원 이렇게밖에 안 냈어요."]

지난해 이 아파트로 이사 온 B씨도 올 겨울 난방비 고지서를 받고 의아했습니다.

[아파트 입주민/음성변조 : "도시가스를 이용할 때 제가 고지서를 항상 4만 원이 되지 않도록 관리를 해서 고지서를 받았고 여기 이사 오면서 지역난방이 도시가스보다 훨씬 저렴하다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비슷한 온도로 유지해도 그 가격대 정도로 나올 거라고 생각을 하고 사용을 했는데 오히려 4만 원보다 훨씬 더 넘는 금액이 자꾸 나오는 거죠."]

그런데 현관 밖 계량기를 살펴보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아파트 입주민/음성변조 : "아파트 외벽에 있는 계량기를 확인해 봤더니 저희 같은 층만 해도 벌써 두세 집이 꺼져 있더라고요. 제가 옆집에 가서 물어 보니까 자기네들은 난방을 쓰고 있는데 난방비가 안 나온 것 같다고 그제야 고지서를 확인하더니 저한테 말을 하는 거예요."]

계량기가 꺼져서 아예 작동이 안 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그 중엔 난방비가 아예 청구되지 않은 집들도 있었던 겁니다.

고지서를 찬찬히 살펴보니 들쑥날쑥했던 난방비의 이유가 보였습니다.

[아파트 입주민/음성변조 : "8월의 난방비 단가예요. 부과 단가가 6만 원이 나왔는데 이거는 난방 사용하는 집이 얼마 없고 0원 세대들도 아직 난방을 틀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거의 정상적인 수치라고 보시면 되고요."]

그런데, 쌀쌀한 가을로 접어들자 난방비 부과 단가가 치솟기 시작합니다.

[아파트 입주민/음성변조 : "여기 10월에 와서 사람들이 난방을 집중적으로 틀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갑자기 난방비가 15만 7,883원으로 떠요. 이 단가는 0원 세대 것들을 나머지 세대들이 부담을 시작했다는 이야기고요."]

난방비 0원인 세대에 부과되지 않은 요금이 나머지 세대에 떠넘겨진 셈입니다.

이렇게 난방비 부과가 되지 않은 911세대는 대부분 계량기가 고장나거나 건건지 수명이 다 돼서 사용량 측정이 불가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아파트 입주민/음성변조 : "나는 내 것만 고장 난 줄 알았는데 왔다 갔다 하다 보니까 이 집도 안 돌아가고 이 집도 안 돌아가고 세 집이 안 돌아가는구나 하고 우리까지 네 집이다, 그 말까지 했다고 거기 (관리사무소에) 가서."]

문제는 이게 하루 이틀 된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지난 3년 동안 난방비 0원인 세대도 30곳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리사무소에서 알고도 방치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주민들은 제기하고 있습니다.

[아파트 입주민/음성변조 : "누군가가 고의적이었을까 하는 의심은 했어요. 하지만 이 상황을 계속 지켜보다 보니까 이건 개개인의 양심 문제가 아니라 관리사무소에서 관리를 해야 할 주체들이 제대로 일을 하지 않아서 이렇게 된 상황이라는 게 현재로서는 저희가 생각하는 결론인 것 같아요."]

[아파트 입주민/음성변조 : "차츰차츰 늘어간 거죠. 0원 세대가 20세대, 30세대 이렇게 가다가 갑자기 노후화 되면서 1000세대 하다가 이제 배터리 교체해서 900세대 가다가..."]

[아파트 입주민/음성변조 : "낮에 (관리사무소에서) 본인들 근무할 시간 동안 두드렸을 때 사람이 없으면 어쩔 수가 없다고 지금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인 거예요."]

난방비 폭탄을 맞은 주민들의 민원이 쏟아지자 해당 구청이 실태조사에 들어갔습니다.

[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관리비 부과 문제는 관리 주체 업무고요. 관리 실태 점검은 입주민 30% 이상 동의해서 요청이 오면 감사관을 꾸려서 점검을 할 수 있는 법령 기준은 마련돼 있습니다."]

이 같은 난방비 폭탄 문제는 구형 계량기를 쓰는 오래된 아파트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인천의 한 아파트는 입주 5년차인 지난해 계량기 고장으로 110세대의 난방비가 0원으로 나오면서 갈등을 빚기도 했습니다.

[아파트 입주민/인터뷰 : "완벽하게 해결은 안 된 거로 알고 있고요. 계량기가 고장 난 세대에 대해서는 교체를 하는 중인 거로 알고 있어요. 그 이후로 계속 매월 점검하면서 0원 나온 세대는 계속 조사하고 그러는 거로 알고 있어요."]

지난해 국토부 조사에 따르면 계량기 고장 등으로 겨울철 난방비가 한 달이라도 0원이 나온 아파트 가구는 만2천여 곳에 이릅니다.

자, 시청자 여러분들도 지금, 우리집 계량기는 잘 작동되고 있는지 혹시 고장난 계량기들에 대한 관리는 제대로 되고 있는지 꼼꼼히 확인해 보시는 것도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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