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기구 vs 유착창구?…버닝썬 문제된 ‘경찰발전위원회’가 뭐기에

입력 2019.02.27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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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버닝썬' 연이어 불거진 의혹들

서울 강남의 클럽 '버닝썬' 논란이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클럽 손님 김상교 씨가 클럽에서 폭행을 당했지만 출동한 경찰이 오히려 자신을 연행하고 폭행했다고 주장하며 처음 사건이 알려졌죠. 이제는 성폭력과 마약, 경찰 유착 의혹으로까지 수사가 확대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새로운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클럽 버닝썬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회사의 대표가 지난해 서울 강남경찰서의 '경찰발전위원'으로 활동했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겁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경찰과 버닝썬 간 유착 의혹을 조사하고 있고, 경찰이 클럽 관계자로부터 돈을 전달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시점에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여론은 '경찰발전위원'은 또 뭔가 관심이 모아졌습니다.

이름도 생소한 '경찰발전위원회', 어떤 조직?

이름부터 낯선 경찰발전위원회, 처음 들어본 분 많을 겁니다. '경찰발전위원회'는 '경찰협력단체'의 일종인데요.

쉽게 설명하면 효율적인 경찰 업무를 위해 다양한 분야의 경찰협력자를 구성하고 협력 치안에 활용하는 단체로 일종의 자문기구라 볼 수 있습니다. 집회시위자문위원회, 전의경어머니회 등도 협력단체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경찰발전위원회 운영규칙 제5조를 잠깐 살펴보겠습니다. "경찰발전을 위하여 학식과 경험이 풍부하고 덕망 있는 교육자, 변호사, 시민단체 대표 등 주민의 사표가 되는 관할 지역사회의 지도층 인사로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경찰업무 수행과 이해관계가 있는 자(유흥업소 등의 운영자․종사자 및 관여자)"는 참여할 수 없다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위에 언급된 버닝썬 지분을 소유한 업체의 대표 A 씨가 경찰발전위원으로 참여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입니다.

"버닝썬 지분 있는지 몰랐다" "활동 경력이 미비해 해촉돼"

이에 대해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당시 A 씨가 버닝썬과 관계있는 줄 몰랐으며 알았다면 위촉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A 씨는 임기 중에 2번가량 참여한 게 전부였다"고 해명했습니다.

A 씨 측도 입장문을 내고 "전임 대표이사 시절인 2006년경부터 참여해오던 위원직을 승계한 것으로 본인이 자원한 것이 아니"라며 "지난해 12월 31일부로 해촉됐고, 사유는 대표이사 취임 후 영업활동에 전념하느라 위원으로서의 활동이 부진했기 때문"이라며 반박했습니다. 경찰에 민원창구 역할을 했다면 활동이 미진했을 리 없다며 관련 의혹을 일축했습니다.


과거, 경찰과 유착창구로 활용…자격 시비도 일어

그럼에도 경찰발전위원회에 곱지 않은 시선이 존재하는 건 과거 경찰과의 유착 창구로 활용됐다는 의심을 끊임없이 받아왔기 때문일 겁니다. 지난 2011년 부산의 모 경찰서 경찰발전위원으로 10년 넘게 참여했던 모 기업대표가 경찰이 발주한 전기와 통신공사를 수주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2016년에는 부산 모 경찰서 식당 안에 들어선 작은 카페가 눈길을 끌었는데요. 수의계약을 통해 만들어진 카페인데, 업체 대표가 경찰발전위원으로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자격 시비도 일었습니다. 2015년, 부산지방경찰청의 경찰발전위원으로 참여했던 모 인사는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기소 됐고 이후 해촉됐습니다.


"전국 경찰에 일제 점검 지시"

지난 2010년 경찰청은 유착이 우려됐던 각급 경찰관서의 협력단체를 26개에서 12개로 줄였습니다. 설립근거뿐 아니라 실질적인 활동이 없던 단체 등을 폐지하기로 한 겁니다.

이때 경찰발전위원회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대신 회원 가운데 업주나 선거출마예정자 등 경찰 업무와 연관이 있는 회원들을 배제하는 등 유착 가능성을 없애는 방향으로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경찰은 운영규칙을 개정해 공직선거법에 따라 실시하는 선거에 후보자(예비후보자 포함)로 등록한 사람 등을 결격사유에 추가하고 해촉하도록 했습니다.

경찰청 관계자는 KBS에 "치안 수요자가 시민이기 때문에 시민들과 의견을 나누는 게 중요하다"며 "이번 사건 이후 어제(25일) 경찰청에서 자격 등에 대한 일제점검지시를 내렸으며, 문제가 있다고 없애기보다는 문제점을 개선하는 쪽으로 운영해 나가려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경찰발전위원회는 필요한가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과거 1960~70년대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경찰이 모든 걸 다 한다는 '전문가 주의'가 강했지만 1990년대를 넘어서며 지역사회의 경찰활동을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찰이 더 이상 치안업무를 혼자 할 수 없고 지역사회의 이해와 협조를 구해야 하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에 위원회의 긍정적인 작용은 무시할 수 없다는 겁니다.

곽 교수는 그러나 "드러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경찰발전위원회 선발기준 자체를 명확하게 하고 직능별 대표성을 고려해서 선발해 친소관계에 따라 위원회를 구성하는 일이 없도록 바꿔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클럽 버닝썬 사건은 이제 강남경찰서의 손을 완전히 떠났습니다. 버닝썬과 유착관계에 있다는 의혹이 불거진 상황에서 강남서가 사건을 수사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드러난 새로운 사실들. 위에 나열된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참여주체인 시민들이 위원회의 존속 필요성에 의구심을 제기하지는 않을지 우려스러운 것은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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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문기구 vs 유착창구?…버닝썬 문제된 ‘경찰발전위원회’가 뭐기에
    • 입력 2019-02-27 07:05:47
    취재K
'클럽 버닝썬' 연이어 불거진 의혹들

서울 강남의 클럽 '버닝썬' 논란이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클럽 손님 김상교 씨가 클럽에서 폭행을 당했지만 출동한 경찰이 오히려 자신을 연행하고 폭행했다고 주장하며 처음 사건이 알려졌죠. 이제는 성폭력과 마약, 경찰 유착 의혹으로까지 수사가 확대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새로운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클럽 버닝썬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회사의 대표가 지난해 서울 강남경찰서의 '경찰발전위원'으로 활동했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겁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경찰과 버닝썬 간 유착 의혹을 조사하고 있고, 경찰이 클럽 관계자로부터 돈을 전달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시점에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여론은 '경찰발전위원'은 또 뭔가 관심이 모아졌습니다.

이름도 생소한 '경찰발전위원회', 어떤 조직?

이름부터 낯선 경찰발전위원회, 처음 들어본 분 많을 겁니다. '경찰발전위원회'는 '경찰협력단체'의 일종인데요.

쉽게 설명하면 효율적인 경찰 업무를 위해 다양한 분야의 경찰협력자를 구성하고 협력 치안에 활용하는 단체로 일종의 자문기구라 볼 수 있습니다. 집회시위자문위원회, 전의경어머니회 등도 협력단체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경찰발전위원회 운영규칙 제5조를 잠깐 살펴보겠습니다. "경찰발전을 위하여 학식과 경험이 풍부하고 덕망 있는 교육자, 변호사, 시민단체 대표 등 주민의 사표가 되는 관할 지역사회의 지도층 인사로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경찰업무 수행과 이해관계가 있는 자(유흥업소 등의 운영자․종사자 및 관여자)"는 참여할 수 없다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위에 언급된 버닝썬 지분을 소유한 업체의 대표 A 씨가 경찰발전위원으로 참여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입니다.

"버닝썬 지분 있는지 몰랐다" "활동 경력이 미비해 해촉돼"

이에 대해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당시 A 씨가 버닝썬과 관계있는 줄 몰랐으며 알았다면 위촉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A 씨는 임기 중에 2번가량 참여한 게 전부였다"고 해명했습니다.

A 씨 측도 입장문을 내고 "전임 대표이사 시절인 2006년경부터 참여해오던 위원직을 승계한 것으로 본인이 자원한 것이 아니"라며 "지난해 12월 31일부로 해촉됐고, 사유는 대표이사 취임 후 영업활동에 전념하느라 위원으로서의 활동이 부진했기 때문"이라며 반박했습니다. 경찰에 민원창구 역할을 했다면 활동이 미진했을 리 없다며 관련 의혹을 일축했습니다.


과거, 경찰과 유착창구로 활용…자격 시비도 일어

그럼에도 경찰발전위원회에 곱지 않은 시선이 존재하는 건 과거 경찰과의 유착 창구로 활용됐다는 의심을 끊임없이 받아왔기 때문일 겁니다. 지난 2011년 부산의 모 경찰서 경찰발전위원으로 10년 넘게 참여했던 모 기업대표가 경찰이 발주한 전기와 통신공사를 수주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2016년에는 부산 모 경찰서 식당 안에 들어선 작은 카페가 눈길을 끌었는데요. 수의계약을 통해 만들어진 카페인데, 업체 대표가 경찰발전위원으로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자격 시비도 일었습니다. 2015년, 부산지방경찰청의 경찰발전위원으로 참여했던 모 인사는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기소 됐고 이후 해촉됐습니다.


"전국 경찰에 일제 점검 지시"

지난 2010년 경찰청은 유착이 우려됐던 각급 경찰관서의 협력단체를 26개에서 12개로 줄였습니다. 설립근거뿐 아니라 실질적인 활동이 없던 단체 등을 폐지하기로 한 겁니다.

이때 경찰발전위원회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대신 회원 가운데 업주나 선거출마예정자 등 경찰 업무와 연관이 있는 회원들을 배제하는 등 유착 가능성을 없애는 방향으로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경찰은 운영규칙을 개정해 공직선거법에 따라 실시하는 선거에 후보자(예비후보자 포함)로 등록한 사람 등을 결격사유에 추가하고 해촉하도록 했습니다.

경찰청 관계자는 KBS에 "치안 수요자가 시민이기 때문에 시민들과 의견을 나누는 게 중요하다"며 "이번 사건 이후 어제(25일) 경찰청에서 자격 등에 대한 일제점검지시를 내렸으며, 문제가 있다고 없애기보다는 문제점을 개선하는 쪽으로 운영해 나가려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경찰발전위원회는 필요한가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과거 1960~70년대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경찰이 모든 걸 다 한다는 '전문가 주의'가 강했지만 1990년대를 넘어서며 지역사회의 경찰활동을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찰이 더 이상 치안업무를 혼자 할 수 없고 지역사회의 이해와 협조를 구해야 하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에 위원회의 긍정적인 작용은 무시할 수 없다는 겁니다.

곽 교수는 그러나 "드러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경찰발전위원회 선발기준 자체를 명확하게 하고 직능별 대표성을 고려해서 선발해 친소관계에 따라 위원회를 구성하는 일이 없도록 바꿔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클럽 버닝썬 사건은 이제 강남경찰서의 손을 완전히 떠났습니다. 버닝썬과 유착관계에 있다는 의혹이 불거진 상황에서 강남서가 사건을 수사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드러난 새로운 사실들. 위에 나열된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참여주체인 시민들이 위원회의 존속 필요성에 의구심을 제기하지는 않을지 우려스러운 것은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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