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김정은 특별열차’의 그녀…프랑스 언론 속 김여정

입력 2019.02.27 (07:05) 수정 2019.02.27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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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북미 정상회담 이슈가 모든 뉴스 머리기사를 차지한 국내 언론에 비해, 이곳 프랑스 언론의 화두는 여전히 석 달 넘게 계속된 '노란 조끼' 시위와 마크롱 대통령의 전 경호관이었던 '베날라' 스캔들이다.

그럼에도 최근엔 북한 그리고 한반도 평화와 관련된 특집 기사가 눈에 띄게 실리고 있다. 열흘 전엔 문화예술 전문 채널인 '아르떼' TV가 '코리아의 밤'이란 타이틀로 특별 편성해 저녁 황금 시간대에 다큐멘터리를 연속으로 방송했다. '한반도 : 백 년의 전쟁'이란 제목의 다큐멘터리는 1부 '형제이자 적', 2부 '너무나 가깝고 너무나 먼', 이렇게 두 편으로 구성됐다. 남북 분단의 역사와 함께 핵무기 폐기, 한반도 평화라는 과제를 놓고 진행 중인 남북미 정상 간 대화의 현황과 전망이 깊이 있게 다뤄졌다.

프랑스 ‘아르테 TV’에서 방송된 한반도 특집 다큐멘터리프랑스 ‘아르테 TV’에서 방송된 한반도 특집 다큐멘터리

'세계의 은둔자' 김 씨 일가에 대한 프랑스 언론의 관심

특히 주목할 것은 '유일한 공산 독재 왕조' 이자 '세계의 은둔자'인 북한 김씨 일가에 대한 이곳 언론의 뜨거운 관심이다. 생전 김일성 주석의 일대기를 상당한 분량을 할애해 다룬 아르떼의 다큐멘터리와 함께 한국시각 25일 일간지 '르 파리지앵'이 꺼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에 대한 기사가 특히 흥미롭다.

프랑스 ‘르 파리지앵’에 실린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프랑스 ‘르 파리지앵’에 실린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르 파리지앵'은 '북한의 김여정 : 독재자 김정은의 책략가 여동생' (Corée du Nord : Yo-jong, l'intrigante soeur du dictateur Kim Jong-un) 이란 제목으로 김여정 관련 기사를 전면으로 다뤘는데, 'intrigant'라는 단어는, 사전적 의미를 보면, '음모를 꾸미는, 간악한 모사꾼' 같은 부정적인 뉘앙스도 내포하고 있다. "김정은은 다시금 모든 카드를 손에 쥔 반면 트럼프가 가진 것에 대해선 의심이 든다"라며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회의적 시각으로 시작된 기사는, 김여정을 '실질적인 2인자'로 소개하고 주요 국면에서 활약한 그녀의 모습을 다소 극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눈물 젖은 얼굴의 어여쁜 여성…제2의 실력자로 급부상하다"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의 장례식인 2011년 12월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김여정은 북한의 대대적인 추모 기간 텔레비전에서 눈물로 젖은 얼굴의 어여쁜 젊은 여성으로 나타났다. 세계 유일의 공산 독재 '세습' 국가에서 승계자란 운명을 짊어진 오빠 김정은 뒤에서 두 번째 자리를 차지했고, 은둔자의 나라에서 그녀가 타계한 지도자의 딸 중 하나란 소문은 삽시간에 번졌다."

김정일과 고용희 사이의 삼 남매로 태어나 스위스에서 유학한 김정은과 김여정의 유년시절 등 백두혈통의 가계도를 언급한 이 기사는 최근 김여정이 등장한 두 번째 주요 장면을 소개한다.

지난해 2월 김여정의 방남 당시 문 대통령과 만난 모습지난해 2월 김여정의 방남 당시 문 대통령과 만난 모습

"평양과 워싱턴의 긴장 수위가 전 세계를 떨게 만들었을 때 그의 오빠가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위해 남한으로 보낸 사람은 바로 김여정이었다. 매력적인 외교술로 공세에 나선 것이다. 까만 옷을 입고 우아한 헤어스타일을 한, 웃는 얼굴의 젊은 여성은 (올림픽)특별석에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옆자리를 차지했다. 역사란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은 그 한 달 전에 '심각한 인권 침해' 혐의로 김여정의 이름을 제재 대상 명단에 올렸다"

"분단 이래 38선을 넘어 남쪽으로 온 최초의 김 씨 일가. '형제이자 적'인 한국인들을 놀라게 한 김여정은 긴장 국면에 오빠 김정은이 부여한 신뢰를 상징하는 동시에 공산체제에 앞서는 뿌리 깊은 혈통의 본질, 즉 '핏줄의 힘'을 증명했다"고 '르 파리지앵'은 쓰고 있다. 흥미로운 반전은 그 '핏줄의 힘'이 가진 적나라한 이면을 기술한 점이다.


"김여정, '피의 숙청' 은폐"…'하노이행 특급열차' 탄 그녀의 여정은?

"핏줄의 힘에서부터 피의 값을 치르기까지. 이는 통치 가문의 철통 같은 법에 따라 실패한 사람의 불운이다. 대중에겐 온화한 인물로 그려진 김정은의 여동생은 믿기 힘든 폭력을 은폐하고 있다. 첫 번째로 죗값을 치른 사람은 고모부이자 공식적인 2인자로 알려졌던 장성택이다. 김일성의 딸 김경희의 남편이었던 그는 '조국을 배반했다'는 이유로 고발돼 2013년 즉각 처형됐다."

장성택의 처형에 이어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의 피살을 다룬 기사는 김정은의 승계 과정에 모든 것을 공유하면서 '막후 실력자'로 오빠를 수행해온 김여정이 이번 2차 북미 회담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에 주목한다. 지난해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차 회담에서 '두 남자와 머리를 맞댄' 김여정이 이번 주 하노이에 갈지, 혹은 '집을 지킬 믿음직한 여성'으로 평양에 남을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내용으로 끝맺고 있다. '르 파리지앵'은 시점상 북한 조선중앙방송이 김정은 위원장의 특별열차에 김여정 부부장이 동승했다고 발표한 사실을 미처 확인하지 못하고 이 기사를 쓴 듯하다. 마침내 평양발 '하노이행 특별열차'의 문이 열리고, 그녀는 김정은 위원장을 빈틈없이 밀착 수행하며 베트남 여정을 시작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실세' 김여정이 보여줄 막전 막후의 모습에 서구 언론의 관심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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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북미 정상회담 이슈가 모든 뉴스 머리기사를 차지한 국내 언론에 비해, 이곳 프랑스 언론의 화두는 여전히 석 달 넘게 계속된 '노란 조끼' 시위와 마크롱 대통령의 전 경호관이었던 '베날라' 스캔들이다.

그럼에도 최근엔 북한 그리고 한반도 평화와 관련된 특집 기사가 눈에 띄게 실리고 있다. 열흘 전엔 문화예술 전문 채널인 '아르떼' TV가 '코리아의 밤'이란 타이틀로 특별 편성해 저녁 황금 시간대에 다큐멘터리를 연속으로 방송했다. '한반도 : 백 년의 전쟁'이란 제목의 다큐멘터리는 1부 '형제이자 적', 2부 '너무나 가깝고 너무나 먼', 이렇게 두 편으로 구성됐다. 남북 분단의 역사와 함께 핵무기 폐기, 한반도 평화라는 과제를 놓고 진행 중인 남북미 정상 간 대화의 현황과 전망이 깊이 있게 다뤄졌다.

프랑스 ‘아르테 TV’에서 방송된 한반도 특집 다큐멘터리
'세계의 은둔자' 김 씨 일가에 대한 프랑스 언론의 관심

특히 주목할 것은 '유일한 공산 독재 왕조' 이자 '세계의 은둔자'인 북한 김씨 일가에 대한 이곳 언론의 뜨거운 관심이다. 생전 김일성 주석의 일대기를 상당한 분량을 할애해 다룬 아르떼의 다큐멘터리와 함께 한국시각 25일 일간지 '르 파리지앵'이 꺼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에 대한 기사가 특히 흥미롭다.

프랑스 ‘르 파리지앵’에 실린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르 파리지앵'은 '북한의 김여정 : 독재자 김정은의 책략가 여동생' (Corée du Nord : Yo-jong, l'intrigante soeur du dictateur Kim Jong-un) 이란 제목으로 김여정 관련 기사를 전면으로 다뤘는데, 'intrigant'라는 단어는, 사전적 의미를 보면, '음모를 꾸미는, 간악한 모사꾼' 같은 부정적인 뉘앙스도 내포하고 있다. "김정은은 다시금 모든 카드를 손에 쥔 반면 트럼프가 가진 것에 대해선 의심이 든다"라며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회의적 시각으로 시작된 기사는, 김여정을 '실질적인 2인자'로 소개하고 주요 국면에서 활약한 그녀의 모습을 다소 극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눈물 젖은 얼굴의 어여쁜 여성…제2의 실력자로 급부상하다"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의 장례식인 2011년 12월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김여정은 북한의 대대적인 추모 기간 텔레비전에서 눈물로 젖은 얼굴의 어여쁜 젊은 여성으로 나타났다. 세계 유일의 공산 독재 '세습' 국가에서 승계자란 운명을 짊어진 오빠 김정은 뒤에서 두 번째 자리를 차지했고, 은둔자의 나라에서 그녀가 타계한 지도자의 딸 중 하나란 소문은 삽시간에 번졌다."

김정일과 고용희 사이의 삼 남매로 태어나 스위스에서 유학한 김정은과 김여정의 유년시절 등 백두혈통의 가계도를 언급한 이 기사는 최근 김여정이 등장한 두 번째 주요 장면을 소개한다.

지난해 2월 김여정의 방남 당시 문 대통령과 만난 모습
"평양과 워싱턴의 긴장 수위가 전 세계를 떨게 만들었을 때 그의 오빠가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위해 남한으로 보낸 사람은 바로 김여정이었다. 매력적인 외교술로 공세에 나선 것이다. 까만 옷을 입고 우아한 헤어스타일을 한, 웃는 얼굴의 젊은 여성은 (올림픽)특별석에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옆자리를 차지했다. 역사란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은 그 한 달 전에 '심각한 인권 침해' 혐의로 김여정의 이름을 제재 대상 명단에 올렸다"

"분단 이래 38선을 넘어 남쪽으로 온 최초의 김 씨 일가. '형제이자 적'인 한국인들을 놀라게 한 김여정은 긴장 국면에 오빠 김정은이 부여한 신뢰를 상징하는 동시에 공산체제에 앞서는 뿌리 깊은 혈통의 본질, 즉 '핏줄의 힘'을 증명했다"고 '르 파리지앵'은 쓰고 있다. 흥미로운 반전은 그 '핏줄의 힘'이 가진 적나라한 이면을 기술한 점이다.


"김여정, '피의 숙청' 은폐"…'하노이행 특급열차' 탄 그녀의 여정은?

"핏줄의 힘에서부터 피의 값을 치르기까지. 이는 통치 가문의 철통 같은 법에 따라 실패한 사람의 불운이다. 대중에겐 온화한 인물로 그려진 김정은의 여동생은 믿기 힘든 폭력을 은폐하고 있다. 첫 번째로 죗값을 치른 사람은 고모부이자 공식적인 2인자로 알려졌던 장성택이다. 김일성의 딸 김경희의 남편이었던 그는 '조국을 배반했다'는 이유로 고발돼 2013년 즉각 처형됐다."

장성택의 처형에 이어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의 피살을 다룬 기사는 김정은의 승계 과정에 모든 것을 공유하면서 '막후 실력자'로 오빠를 수행해온 김여정이 이번 2차 북미 회담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에 주목한다. 지난해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차 회담에서 '두 남자와 머리를 맞댄' 김여정이 이번 주 하노이에 갈지, 혹은 '집을 지킬 믿음직한 여성'으로 평양에 남을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내용으로 끝맺고 있다. '르 파리지앵'은 시점상 북한 조선중앙방송이 김정은 위원장의 특별열차에 김여정 부부장이 동승했다고 발표한 사실을 미처 확인하지 못하고 이 기사를 쓴 듯하다. 마침내 평양발 '하노이행 특별열차'의 문이 열리고, 그녀는 김정은 위원장을 빈틈없이 밀착 수행하며 베트남 여정을 시작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실세' 김여정이 보여줄 막전 막후의 모습에 서구 언론의 관심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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