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사이 좋은 북미는 악몽…안절부절 일본의 미국 바라기

입력 2019.02.27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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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절부절 일본,“트럼프 대통령 외교적 성과 내기 위해 많은 양보하는 것 아닌가?”
- 북한과 일대일 협상하기 쉽지 않다 생각하는 일본
- 북미 관계 극적 진전으로 대북 협상력 약화 우려해

이 정도면 안절부절이라는 표현이 맞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북미 정상 회담에서 북한과 미국이 구체적인 성과를 낼 경우 모든 스텝이 꼬인다고 생각하는 일본에 대한 이야기다.

"국내 문제로 어려운 국면에 맞닥뜨리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적 성과를 내기 위해 많은 양보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정부에서 나오고 있다."

오늘 NHK의 오전 보도다.

또 어제 마이니치 신문은 일본 정부가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당분간 북한에 인도 지원이나 경제협력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미국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북미 정상 회담에서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면 미국이 보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 같은 북한 지원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북한이 구체적으로 비핵화를 할 보증이 없다면 바로 경제 협력과 인도 지원을 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이유다.

북미 회담에서 양측이 어떤 식으로든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성과를 낼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일본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북한에 대한 일부 경제 제재 완화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서도 일본은 고노 외무상이 나서 "완전한 비핵화 실행 때까지 북한에 대한 제재가 해제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일치된 입장"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추이를 지켜보는 수준을 넘어서 재를 뿌린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의 이러한 일본의 태도는 왜일까? 몇가지 이유를 꼽아볼 수 있다.

첫째, 일본 국내적으로 폭발력이 큰 납치 문제가 최우선 해결 과제이지만 북한과 이미 상당 부분 신뢰 관계가 깨진 상태(북한은 이미 일본에 모든 관련 정보를 알리고, 관련자 유골 또한 보냈다는 입장이지만 일본은 지속적으로 이를 믿을 수 없다며 북한을 비난해 왔다. 북한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납치자 정보도 전했지만 일본 정부가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최근 드러나기도 했다.)에서 미국이 북한과 합의를 이룰 경우 이 문제에 진전을 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둘째, 북미 관계 개선을 계기로 북한에 대한 유화 모드가 조성돼 밀리듯 북한과의 양자 회담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 처할 경우 납치 문제 해결 등을 위해 결국 경제 분야 등 북한에 상대적으로 많은 양보를 해야하는 현실적 계산.

셋째, 북한과의 협상 등에 지렛대 역할을 해줘야 할 한국과의 관계가 원만치 않은 상태에서, 강제 징용 등 과거사 문제까지 불거진 시점에서 북한과의 국교 정상화에 나서야 할 경우 북한이 더욱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일본의 협상력이 약해질 것에 대한 걱정 등이다. 특히 북한이 일본 정부에 대해 과거사에 대한 상당한 사과와 배상을 요구한다면 그동안 한국에 취했던 강경 자세가 발목을 잡아 입지가 더욱 좁아질 수도 있다.

한 마디로 이야기하면 지금은 일본이 북한과 일대일로 협상장에 앉기에 그리 좋지 않은 타이밍이라는 의미다.

일본은 1차 싱가포르 북미 회담 당시 마지막까지 제재를 외치다 북한과 미국이 전격적인 합의에 이르자, 그때서야 총리실 정보 라인 등을 동원해 북한 측과 몽골 등에서 수차례 접촉을 갖고 사전 정지 작업을 벌였다.

그리고 아베 총리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김정은 위원장을 직접 만나 납치 문제 등을 담판 짓고 싶다는 이야기를 국민들이 보란 듯(?) 해왔다.

하지만 북한과의 물밑 접촉은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고, 오히려 일본에 대한 북한의 요구가 상당하고 자세 또한 강경하다는 것만 알게된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이번 하노이 북미 회담에서 비핵화를 위한 진전과 함께 북한에 대한 유화적인 조치가 일부라도 내려질 경우 일본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 수 밖에 없게된다.

이와 관련 마이니치는 일본 정부가 북한에 인도적인 지원까지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대북 지원과 경제협력을 향후 북한과의 일본인 납치 문제 협상에서 '카드'로 사용하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나마 일본이 북한과의 현안 문제 해결을 위해 내세울 수 있는 '경제적 지원'이라는 당근책이 한국과의 경협 등으로 북한에 큰 이점으로 작용하지 않을 경우 납치자 문제 해결은 더욱 요원해진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는 4월 지방 통일 선거와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둔 아베 총리로서는 국내적으로 큰 정치적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일본의 외교 정책이 전적으로 미국에 의지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사실상 미국이 정하면 간다는 수준이다. 거기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노벨상 추천서까지 써 줄 정도의 대미 친화력(?)을 가진 아베 총리라면 미국의 대북 정책 방향에 거스르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더욱더 미국에 매달려 북한과 쉽사리 합의해서는 안된다고 외쳐대고 있는 일본이지만...

과연 일본은 어떻게 할 것인가? 아베 총리가 어떤 말로 그 결과를 평가할지, 제재 완화 반대를 줄기차게 외치던 일본 정부가 어떻게 나올지...하노이 정상 회담 후 일본의 대북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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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27 15:08:25
    특파원 리포트
- 안절부절 일본,“트럼프 대통령 외교적 성과 내기 위해 많은 양보하는 것 아닌가?”
- 북한과 일대일 협상하기 쉽지 않다 생각하는 일본
- 북미 관계 극적 진전으로 대북 협상력 약화 우려해

이 정도면 안절부절이라는 표현이 맞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북미 정상 회담에서 북한과 미국이 구체적인 성과를 낼 경우 모든 스텝이 꼬인다고 생각하는 일본에 대한 이야기다.

"국내 문제로 어려운 국면에 맞닥뜨리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적 성과를 내기 위해 많은 양보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정부에서 나오고 있다."

오늘 NHK의 오전 보도다.

또 어제 마이니치 신문은 일본 정부가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당분간 북한에 인도 지원이나 경제협력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미국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북미 정상 회담에서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면 미국이 보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 같은 북한 지원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북한이 구체적으로 비핵화를 할 보증이 없다면 바로 경제 협력과 인도 지원을 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이유다.

북미 회담에서 양측이 어떤 식으로든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성과를 낼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일본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북한에 대한 일부 경제 제재 완화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서도 일본은 고노 외무상이 나서 "완전한 비핵화 실행 때까지 북한에 대한 제재가 해제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일치된 입장"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추이를 지켜보는 수준을 넘어서 재를 뿌린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의 이러한 일본의 태도는 왜일까? 몇가지 이유를 꼽아볼 수 있다.

첫째, 일본 국내적으로 폭발력이 큰 납치 문제가 최우선 해결 과제이지만 북한과 이미 상당 부분 신뢰 관계가 깨진 상태(북한은 이미 일본에 모든 관련 정보를 알리고, 관련자 유골 또한 보냈다는 입장이지만 일본은 지속적으로 이를 믿을 수 없다며 북한을 비난해 왔다. 북한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납치자 정보도 전했지만 일본 정부가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최근 드러나기도 했다.)에서 미국이 북한과 합의를 이룰 경우 이 문제에 진전을 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둘째, 북미 관계 개선을 계기로 북한에 대한 유화 모드가 조성돼 밀리듯 북한과의 양자 회담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 처할 경우 납치 문제 해결 등을 위해 결국 경제 분야 등 북한에 상대적으로 많은 양보를 해야하는 현실적 계산.

셋째, 북한과의 협상 등에 지렛대 역할을 해줘야 할 한국과의 관계가 원만치 않은 상태에서, 강제 징용 등 과거사 문제까지 불거진 시점에서 북한과의 국교 정상화에 나서야 할 경우 북한이 더욱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일본의 협상력이 약해질 것에 대한 걱정 등이다. 특히 북한이 일본 정부에 대해 과거사에 대한 상당한 사과와 배상을 요구한다면 그동안 한국에 취했던 강경 자세가 발목을 잡아 입지가 더욱 좁아질 수도 있다.

한 마디로 이야기하면 지금은 일본이 북한과 일대일로 협상장에 앉기에 그리 좋지 않은 타이밍이라는 의미다.

일본은 1차 싱가포르 북미 회담 당시 마지막까지 제재를 외치다 북한과 미국이 전격적인 합의에 이르자, 그때서야 총리실 정보 라인 등을 동원해 북한 측과 몽골 등에서 수차례 접촉을 갖고 사전 정지 작업을 벌였다.

그리고 아베 총리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김정은 위원장을 직접 만나 납치 문제 등을 담판 짓고 싶다는 이야기를 국민들이 보란 듯(?) 해왔다.

하지만 북한과의 물밑 접촉은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고, 오히려 일본에 대한 북한의 요구가 상당하고 자세 또한 강경하다는 것만 알게된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이번 하노이 북미 회담에서 비핵화를 위한 진전과 함께 북한에 대한 유화적인 조치가 일부라도 내려질 경우 일본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 수 밖에 없게된다.

이와 관련 마이니치는 일본 정부가 북한에 인도적인 지원까지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대북 지원과 경제협력을 향후 북한과의 일본인 납치 문제 협상에서 '카드'로 사용하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나마 일본이 북한과의 현안 문제 해결을 위해 내세울 수 있는 '경제적 지원'이라는 당근책이 한국과의 경협 등으로 북한에 큰 이점으로 작용하지 않을 경우 납치자 문제 해결은 더욱 요원해진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는 4월 지방 통일 선거와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둔 아베 총리로서는 국내적으로 큰 정치적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일본의 외교 정책이 전적으로 미국에 의지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사실상 미국이 정하면 간다는 수준이다. 거기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노벨상 추천서까지 써 줄 정도의 대미 친화력(?)을 가진 아베 총리라면 미국의 대북 정책 방향에 거스르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더욱더 미국에 매달려 북한과 쉽사리 합의해서는 안된다고 외쳐대고 있는 일본이지만...

과연 일본은 어떻게 할 것인가? 아베 총리가 어떤 말로 그 결과를 평가할지, 제재 완화 반대를 줄기차게 외치던 일본 정부가 어떻게 나올지...하노이 정상 회담 후 일본의 대북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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