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대책 ‘백약이 무효’…30년 뒤엔 무슨 일이?

입력 2019.02.27 (21:54) 수정 2019.02.27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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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예상보다 빠르게, 그리고 훨씬 낮아진 출산율.

지난 10여년 동안 정부는 출산율을 끌어올리겠다며 120조원을 쏟아부었는데요.

막대한 재정과 인력을 투입하고도, 결국 출산율 하락은 막지 못했습니다.

빨라지는 초저출산 현상,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엄진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적한 시골 마을,

오가는 사람을 만나기 쉽지 않습니다.

["실례합니다."]

마을을 지키는 건 어르신들뿐입니다.

새로 아기가 태어난 지 10년도 넘었습니다.

[이충복/경기도 안성시 : "다 60세 넘은 사람들이 농사짓고 있어요. 어린 아이 울음소리 들어본 지 한 14년, 15년 된 것 같은데요."]

유일하게 남아있던 초등학교 분교는 몇 년째 신입생이 없어 지난해 폐교됐습니다.

이 마을에는 백 명 정도가 살고 있습니다.

대부분 노인입니다.

젊은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면서 빈집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금 추세라면, 30년 뒤 전국 시·군·구의 39%가 텅 비어 사라진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소멸 위험 지역'도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일부 지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는 이미 줄기 시작해, 30년 뒤엔 지금보다 천만 명 넘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당장 출산율이 회복될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자녀가 꼭 필요하다'는 기혼 여성은 절반에 불과합니다.

'이상적인 자녀 수'는 2명 이상이지만, 기혼 여성 10명 중 7명은 현실적으로 아예 안 낳거나, 1명이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일·가정 양립을 위한 여건이 충분치 않아 직장여성의 66%가 하던 일을 그만둡니다.

[양슬기/주부 : "아이들 조금 늦게까지만 봐주면 나도 일을 하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내가 케어할 수 있을 텐데, 7시 정도에 데리러 가려면 정말 원장님께 싹싹 무릎 꿇어야 되고..."]

취업난과 집값 부담에 결혼을 포기하고, 교육비와 양육비를 감당하기도 어렵습니다.

[최윤경/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 : "일자리라던가 주거의 어려움 양육과정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고요. 육아친화정책의 마련은 상대적으로 속도가 더뎌져 있습니다."]

이대로 최악의 출산율이 지속된다면 30년 뒤 우리는 국가의 존립을 걱정해야 하는 현실을 맞을지도 모릅니다.

KBS 뉴스 엄진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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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출산대책 ‘백약이 무효’…30년 뒤엔 무슨 일이?
    • 입력 2019-02-27 21:57:13
    • 수정2019-02-27 22:11:09
    뉴스 9
[앵커]

예상보다 빠르게, 그리고 훨씬 낮아진 출산율.

지난 10여년 동안 정부는 출산율을 끌어올리겠다며 120조원을 쏟아부었는데요.

막대한 재정과 인력을 투입하고도, 결국 출산율 하락은 막지 못했습니다.

빨라지는 초저출산 현상,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엄진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적한 시골 마을,

오가는 사람을 만나기 쉽지 않습니다.

["실례합니다."]

마을을 지키는 건 어르신들뿐입니다.

새로 아기가 태어난 지 10년도 넘었습니다.

[이충복/경기도 안성시 : "다 60세 넘은 사람들이 농사짓고 있어요. 어린 아이 울음소리 들어본 지 한 14년, 15년 된 것 같은데요."]

유일하게 남아있던 초등학교 분교는 몇 년째 신입생이 없어 지난해 폐교됐습니다.

이 마을에는 백 명 정도가 살고 있습니다.

대부분 노인입니다.

젊은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면서 빈집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금 추세라면, 30년 뒤 전국 시·군·구의 39%가 텅 비어 사라진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소멸 위험 지역'도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일부 지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는 이미 줄기 시작해, 30년 뒤엔 지금보다 천만 명 넘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당장 출산율이 회복될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자녀가 꼭 필요하다'는 기혼 여성은 절반에 불과합니다.

'이상적인 자녀 수'는 2명 이상이지만, 기혼 여성 10명 중 7명은 현실적으로 아예 안 낳거나, 1명이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일·가정 양립을 위한 여건이 충분치 않아 직장여성의 66%가 하던 일을 그만둡니다.

[양슬기/주부 : "아이들 조금 늦게까지만 봐주면 나도 일을 하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내가 케어할 수 있을 텐데, 7시 정도에 데리러 가려면 정말 원장님께 싹싹 무릎 꿇어야 되고..."]

취업난과 집값 부담에 결혼을 포기하고, 교육비와 양육비를 감당하기도 어렵습니다.

[최윤경/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 : "일자리라던가 주거의 어려움 양육과정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고요. 육아친화정책의 마련은 상대적으로 속도가 더뎌져 있습니다."]

이대로 최악의 출산율이 지속된다면 30년 뒤 우리는 국가의 존립을 걱정해야 하는 현실을 맞을지도 모릅니다.

KBS 뉴스 엄진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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