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절에서 만취한 ‘청년들’ 옆 학교 수능장 몰려와 아수라장

입력 2019.02.28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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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The Nation


대학 진학을 앞둔 태국 고등학생들도 우리 수능과 같은 일종의 대학입학 시험을 치른다. 공통 과목인 GAT(General Aptitude Test)와 수험생의 희망 전공에 따라 선택하는 PAT(Professional and Academic Aptitude)이다.

건장한 남성 50명 술 취해 학교 대입 시험장 몰려와 난동

태국에서는 일요일인 지난 24일 전국적으로 이 시험이 치러졌는데, 방콕 인근의 한 학교에서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갑자기 건장한 남성 50여 명이 술에 취한 채 태국 수능시험을 치르고 있던 왓싱(Wat Sigh) 중고등 학교로 몰려와 난동을 부린 것이다.

건장한 청년들이 학교 교문 안으로 몰려 들어오는 CCTV 화면(출처: The Nation)건장한 청년들이 학교 교문 안으로 몰려 들어오는 CCTV 화면(출처: The Nation)

교장· 교사 폭행…. 여학생 성추행까지

이들은 학교 경비원을 밀치고 한창 시험이 진행되던 교실 안까지 들어와 아수라장을 만들었다. 이들을 제지하던 이 학교 교장과 교사, 그리고 일부 학생들을 폭행해 15명이 다쳤다. 교장은 코가 부러지고 한 교사는 팔이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다. 이들 일부는 심지어 여학생들에게 성추행까지 했다.

248명 대입 시험 중…. 12명은 부상으로 시험 끝까지 못 마쳐

당시 이 학교에서는 수험생 248명이 대학 입학을 위한 시험을 치르고 있었고 난동 때문에 일부 교실에서는 시험이 중단됐다. 사태가 진정된 후 시험 감독관은 30분의 추가 시간을 주고 간신히 시험을 마무리됐다. 하지만 난동으로 부상을 입은 학생 12명은 결국 시험을 마치지 못했고, 다른 많은 학생들도 갑작스러운 난동에 놀라 시험이 재개된 후에도 시험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다.

대입 시험을 치르다 난동으로 난장판이 된 교실(출처: Bangkok Post)대입 시험을 치르다 난동으로 난장판이 된 교실(출처: Bangkok Post)

이 건장한(?) 남성들은 어디서 술을 마시고 왜 학교로 들어와 난동을 부린 것일까?

시험이 치러지고 있는 시간 학교 옆에 있는 태국 사원에서는 한 청년의 출가(出家)의식이 열리고 있었다. 태국의 남자들은 성인이 되면 일생에 한 번 이상 머리를 깎고 사원에 들어가 승려가 되는 전통이 있다. 승려가 되는 기간은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짧게는 2주에서 길게는 3달 정도이다. 태국에서 이 의식은 개인은 물론 집안의 축제이기 때문에 보통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춤을 추며 성대히 행사한다.

옆 사원서 출가의식…."음악 줄여달라" 요구하자 몰려와 난동

비교적 소음에 관대한 태국이지만 이날은 학생들에게는 중요한 수능시험을 보는 날. 학교 측에서 옆 사원을 찾아가 시험에 방해되니 소리를 줄여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출가 의식을 축하해 주러 왔던 친구들과 친척들은 오히려 술을 마시고 학교로 몰려와 "내 친구가 출가를 못 하면 너희도 시험 볼 수 없다"며 난동을 부렸다고 한다.

경찰에 체포된 뒤에도 자신의 행동을 음주 때문이라고 얘기하는 주동자 (출처: The Nation) 경찰에 체포된 뒤에도 자신의 행동을 음주 때문이라고 얘기하는 주동자 (출처: The Nation)

주동자, "술 때문에 이렇게 됐다"며 음주 탓으로 돌려

경찰은 시험장에서 난동을 부린 사람 중 24명을 체포해 학교 침입과 기물 파괴, 폭행, 성추행 등 7개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경찰에 체포된 주동자는 "학교 측과 대화하려고 찾아갔지만, 술 때문에 이렇게 됐다"며 자신들의 행동을 음주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이들은 사원 안에서 음주를 금지하고 있는 태국의 주류통제법(Alcohol Control Act) 위반 혐의로도 조사를 받고 있다.

태국 음주 반대 단체의 규탄 시위 (출처: The Nation)태국 음주 반대 단체의 규탄 시위 (출처: The Nation)

출가의식 치르던 청년, "충격…. 승려 생활 그만둘 것"

당시 출가의식을 치르고 15일간 단기 승려가 되려고 했던 청년은 자신의 친구들과 친척들의 행동을 전해 듣고 충격을 받았다며 피해자와 학교 측에 머리 숙여 사과했다. 프라 몬티엔이란 이름의 이 청년은 "그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알지 못했고 나중에 전해 들었다"며 승려 생활을 계속할 수 없다며 그만두겠다고 밝혔다.

태국 교육평가원(NIETS)은 시험을 마치지 못한 수험생 12명을 위해 이들에게 3월 5일 재시험 기회를 주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시험을 보기는 했지만 대학 입학을 위한 중요한 관문에서 제대로 집중하지 못한 많은 학생들은 이번 시험이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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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절에서 만취한 ‘청년들’ 옆 학교 수능장 몰려와 아수라장
    • 입력 2019-02-28 07:02:37
    특파원 리포트
▲ 출처 : The Nation


대학 진학을 앞둔 태국 고등학생들도 우리 수능과 같은 일종의 대학입학 시험을 치른다. 공통 과목인 GAT(General Aptitude Test)와 수험생의 희망 전공에 따라 선택하는 PAT(Professional and Academic Aptitude)이다.

건장한 남성 50명 술 취해 학교 대입 시험장 몰려와 난동

태국에서는 일요일인 지난 24일 전국적으로 이 시험이 치러졌는데, 방콕 인근의 한 학교에서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갑자기 건장한 남성 50여 명이 술에 취한 채 태국 수능시험을 치르고 있던 왓싱(Wat Sigh) 중고등 학교로 몰려와 난동을 부린 것이다.

건장한 청년들이 학교 교문 안으로 몰려 들어오는 CCTV 화면(출처: The Nation)
교장· 교사 폭행…. 여학생 성추행까지

이들은 학교 경비원을 밀치고 한창 시험이 진행되던 교실 안까지 들어와 아수라장을 만들었다. 이들을 제지하던 이 학교 교장과 교사, 그리고 일부 학생들을 폭행해 15명이 다쳤다. 교장은 코가 부러지고 한 교사는 팔이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다. 이들 일부는 심지어 여학생들에게 성추행까지 했다.

248명 대입 시험 중…. 12명은 부상으로 시험 끝까지 못 마쳐

당시 이 학교에서는 수험생 248명이 대학 입학을 위한 시험을 치르고 있었고 난동 때문에 일부 교실에서는 시험이 중단됐다. 사태가 진정된 후 시험 감독관은 30분의 추가 시간을 주고 간신히 시험을 마무리됐다. 하지만 난동으로 부상을 입은 학생 12명은 결국 시험을 마치지 못했고, 다른 많은 학생들도 갑작스러운 난동에 놀라 시험이 재개된 후에도 시험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다.

대입 시험을 치르다 난동으로 난장판이 된 교실(출처: Bangkok Post)
이 건장한(?) 남성들은 어디서 술을 마시고 왜 학교로 들어와 난동을 부린 것일까?

시험이 치러지고 있는 시간 학교 옆에 있는 태국 사원에서는 한 청년의 출가(出家)의식이 열리고 있었다. 태국의 남자들은 성인이 되면 일생에 한 번 이상 머리를 깎고 사원에 들어가 승려가 되는 전통이 있다. 승려가 되는 기간은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짧게는 2주에서 길게는 3달 정도이다. 태국에서 이 의식은 개인은 물론 집안의 축제이기 때문에 보통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춤을 추며 성대히 행사한다.

옆 사원서 출가의식…."음악 줄여달라" 요구하자 몰려와 난동

비교적 소음에 관대한 태국이지만 이날은 학생들에게는 중요한 수능시험을 보는 날. 학교 측에서 옆 사원을 찾아가 시험에 방해되니 소리를 줄여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출가 의식을 축하해 주러 왔던 친구들과 친척들은 오히려 술을 마시고 학교로 몰려와 "내 친구가 출가를 못 하면 너희도 시험 볼 수 없다"며 난동을 부렸다고 한다.

경찰에 체포된 뒤에도 자신의 행동을 음주 때문이라고 얘기하는 주동자 (출처: The Nation)
주동자, "술 때문에 이렇게 됐다"며 음주 탓으로 돌려

경찰은 시험장에서 난동을 부린 사람 중 24명을 체포해 학교 침입과 기물 파괴, 폭행, 성추행 등 7개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경찰에 체포된 주동자는 "학교 측과 대화하려고 찾아갔지만, 술 때문에 이렇게 됐다"며 자신들의 행동을 음주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이들은 사원 안에서 음주를 금지하고 있는 태국의 주류통제법(Alcohol Control Act) 위반 혐의로도 조사를 받고 있다.

태국 음주 반대 단체의 규탄 시위 (출처: The Nation)
출가의식 치르던 청년, "충격…. 승려 생활 그만둘 것"

당시 출가의식을 치르고 15일간 단기 승려가 되려고 했던 청년은 자신의 친구들과 친척들의 행동을 전해 듣고 충격을 받았다며 피해자와 학교 측에 머리 숙여 사과했다. 프라 몬티엔이란 이름의 이 청년은 "그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알지 못했고 나중에 전해 들었다"며 승려 생활을 계속할 수 없다며 그만두겠다고 밝혔다.

태국 교육평가원(NIETS)은 시험을 마치지 못한 수험생 12명을 위해 이들에게 3월 5일 재시험 기회를 주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시험을 보기는 했지만 대학 입학을 위한 중요한 관문에서 제대로 집중하지 못한 많은 학생들은 이번 시험이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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