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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회담, ‘희망’에서 ‘결렬’까지…긴박했던 1박 2일
입력 2019.03.02 (08:05) 수정 2019.03.02 (08:36) 남북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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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회담, ‘희망’에서 ‘결렬’까지…긴박했던 1박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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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자, 이 시점에서 1박 2일 회담의 과정을 한 번 돌아보죠.

당초 낙관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돌이켜보면 북미 간의 긴장을 엿볼 수 있는 지점들이 있었는데요.

정은지 리포터가 짚어드립니다.

[리포트]

지난 2월 26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탑승한 특별열차가 베트남 동당역에 도착했습니다.

66시간이라는 장시간의 열차여행에도 환영인파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여유를 보인 김정은 위원장.

하노이의 숙소에 도착해서는 화동에게 다정한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몇 살? 몇 살인가? (아홉 살 됐습니다.)"]

회담 전 일정에 쏠린 언론의 관심을 뒤로 하고 김 위원장은 별도 외부 일정 없이 숙소에만 머물며 회담 준비에 집중했습니다.

도착 6시간 만에 숙소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북한 대사관을 방문한 것이 전부였는데요.

여기서도 북미 간 이뤄진 실무 협상 결과를 보고받고 미국 측과의 협상 방향에 대한 의견을 들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정은 달랐습니다. 정상회담 첫날, 베트남 최고위급 인사들과의 양자회담과 오찬 등 분주한 일정을 이어갔습니다.

응우옌 푸 쫑 베트남 주석과의 회담에선 미국과 베트남의 관계야 말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한다면 현실화될 수 있는 북미 관계의 '본보기'라며 북한에게 들려주는 듯한 발언도 내놨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대신 바쁜 행보를 보인 건 북측 수행단이었습니다.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 준비에 매진한 사이,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오수용 당 부위원장과 리수용 국제담당 부위원장 등은 유람선으로 관광도시 할롱베이를 둘러봤는데요.

할롱베이는 1964년 김일성 주석이 방문했던 곳. 베트남 측은 김 주석의 당시 모습이 담긴 사진을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김일성 주석 동지가 할롱베이에 방문했을 때 찍은 사진입니다."]

오 부위원장 등은 베트남의 대표적 산업단지가 있는 항구도시 하이퐁도 찾았습니다.

80여 개 외국인 직접투자 기업과 현지 기업들이 있는 이 산업단지는 베트남식 개혁개방 정책인 '도이머이' 성과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곳으로 꼽힙니다.

[응웬 비엣 꾸엉/빈그룹 부회장 : "북한 대표단을 환영합니다. 베트남의 사기업은 최근 많이 성장했고, 경제 개방정책이 빈그룹이 베트남 곳곳에서 활동하는 대기업으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됐습니다."]

관광과 첨단 산업 육성, 개혁 개방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듯한 북측 인사들의 잇단 행보는 회담 타결에 대한 기대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2월 27일, 현지시각 오후 6시30분. 8개월 만에 북미 두 정상이 다시 마주했습니다.

통역만 배석한 단독 회담으로 시작한 하노이 정상회담. 처음엔 다소 긴장되고 굳은 표정도 보였지만 두 정상은 이내 미소를 띠고 서로에게 가벼운 인사말도 건넸습니다. 회담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 "매우 성공적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관계라면 이 회담은 매우 성공적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 기대하고 있습니다."]

‘성공적인 회담’을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에 김정은 위원장은 ‘훌륭한 결과’라는 말로 화답했습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 "모든 사람들이 반기는 그런 훌륭한 걸 제가 만들어질 거라고 확신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경제 발전 가능성을 거듭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 "저는 북한이 엄청난 경제적인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굳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그러한 성공을 계속 보게되기를 기대하고 있고 그렇게 되도록 돕고 싶습니다."]

단독 회담에 이은 만찬에는 양 국가의 핵심 인사들도 함께 자리해 북미 모두 이번 회담의 성공을 바라고 있다는 기대감과 해석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인 담판의 날인 28일, 단독회담 모두발언에서 분위기는 미묘하게 달라졌습니다.

협상에 대한 기대감과 회담 타결 의지를 보인 김 위원장에 대해,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 "예단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나의 직감으로 보면 좋은 결과가 생길 거라고 믿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응하는 듯 하면서도 연신 서두르지 않겠다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트럼프/미국 대통령 : "서두르지 맙시다. 김 위원장과 나는 올바른 합의를 하고 싶을 뿐입니다. 속도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올바른 합의를 하는 것입니다."]

예상보다 조금 짧게 끝난 35분 간의 단독 회담. 이후 호텔 정원을 함께 산책하면서 밝게 웃는 두 정상과 참모들의 모습이 잠깐 포착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확대 회담에서 전날까지는 모습이 보이지 않던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배석하고 맞은 편 북측 카운터파트의 자리는 빈 것이 확인되자, 회담이 예상 외의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분석이 다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볼턴 보좌관은 미 행정부 내에서도 북한에 대해 가장 강경한 입장을 보여온 인물, 때문에 한동안 북핵 협상 국면에서 멀찍이 떨어져있던 입장이었기 때문입니다.

4명 대 3명. 짝이 맞지 않은 채 시작된 확대 회담은 당초 예정보다 1시간 가까이 길어졌고, 그 사이, 예정돼 있던 오찬이 취소되고, 합의문 서명도 이뤄지지 않게 됐다는 백악관 발 속보가 날아들었습니다.

손에 쥔 것 없이 회담장을 빠져나간 두 정상. 웃는 얼굴로 악수를 나누며 헤어지긴 했지만 희망으로 시작된 하노이 회담은 이렇게 결렬이라는 종지부를 찍고 말았습니다.
  • 북미회담, ‘희망’에서 ‘결렬’까지…긴박했던 1박 2일
    • 입력 2019.03.02 (08:05)
    • 수정 2019.03.02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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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회담, ‘희망’에서 ‘결렬’까지…긴박했던 1박 2일
[앵커]

자, 이 시점에서 1박 2일 회담의 과정을 한 번 돌아보죠.

당초 낙관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돌이켜보면 북미 간의 긴장을 엿볼 수 있는 지점들이 있었는데요.

정은지 리포터가 짚어드립니다.

[리포트]

지난 2월 26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탑승한 특별열차가 베트남 동당역에 도착했습니다.

66시간이라는 장시간의 열차여행에도 환영인파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여유를 보인 김정은 위원장.

하노이의 숙소에 도착해서는 화동에게 다정한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몇 살? 몇 살인가? (아홉 살 됐습니다.)"]

회담 전 일정에 쏠린 언론의 관심을 뒤로 하고 김 위원장은 별도 외부 일정 없이 숙소에만 머물며 회담 준비에 집중했습니다.

도착 6시간 만에 숙소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북한 대사관을 방문한 것이 전부였는데요.

여기서도 북미 간 이뤄진 실무 협상 결과를 보고받고 미국 측과의 협상 방향에 대한 의견을 들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정은 달랐습니다. 정상회담 첫날, 베트남 최고위급 인사들과의 양자회담과 오찬 등 분주한 일정을 이어갔습니다.

응우옌 푸 쫑 베트남 주석과의 회담에선 미국과 베트남의 관계야 말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한다면 현실화될 수 있는 북미 관계의 '본보기'라며 북한에게 들려주는 듯한 발언도 내놨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대신 바쁜 행보를 보인 건 북측 수행단이었습니다.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 준비에 매진한 사이,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오수용 당 부위원장과 리수용 국제담당 부위원장 등은 유람선으로 관광도시 할롱베이를 둘러봤는데요.

할롱베이는 1964년 김일성 주석이 방문했던 곳. 베트남 측은 김 주석의 당시 모습이 담긴 사진을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김일성 주석 동지가 할롱베이에 방문했을 때 찍은 사진입니다."]

오 부위원장 등은 베트남의 대표적 산업단지가 있는 항구도시 하이퐁도 찾았습니다.

80여 개 외국인 직접투자 기업과 현지 기업들이 있는 이 산업단지는 베트남식 개혁개방 정책인 '도이머이' 성과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곳으로 꼽힙니다.

[응웬 비엣 꾸엉/빈그룹 부회장 : "북한 대표단을 환영합니다. 베트남의 사기업은 최근 많이 성장했고, 경제 개방정책이 빈그룹이 베트남 곳곳에서 활동하는 대기업으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됐습니다."]

관광과 첨단 산업 육성, 개혁 개방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듯한 북측 인사들의 잇단 행보는 회담 타결에 대한 기대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2월 27일, 현지시각 오후 6시30분. 8개월 만에 북미 두 정상이 다시 마주했습니다.

통역만 배석한 단독 회담으로 시작한 하노이 정상회담. 처음엔 다소 긴장되고 굳은 표정도 보였지만 두 정상은 이내 미소를 띠고 서로에게 가벼운 인사말도 건넸습니다. 회담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 "매우 성공적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관계라면 이 회담은 매우 성공적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 기대하고 있습니다."]

‘성공적인 회담’을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에 김정은 위원장은 ‘훌륭한 결과’라는 말로 화답했습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 "모든 사람들이 반기는 그런 훌륭한 걸 제가 만들어질 거라고 확신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경제 발전 가능성을 거듭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 "저는 북한이 엄청난 경제적인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굳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그러한 성공을 계속 보게되기를 기대하고 있고 그렇게 되도록 돕고 싶습니다."]

단독 회담에 이은 만찬에는 양 국가의 핵심 인사들도 함께 자리해 북미 모두 이번 회담의 성공을 바라고 있다는 기대감과 해석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인 담판의 날인 28일, 단독회담 모두발언에서 분위기는 미묘하게 달라졌습니다.

협상에 대한 기대감과 회담 타결 의지를 보인 김 위원장에 대해,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 "예단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나의 직감으로 보면 좋은 결과가 생길 거라고 믿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응하는 듯 하면서도 연신 서두르지 않겠다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트럼프/미국 대통령 : "서두르지 맙시다. 김 위원장과 나는 올바른 합의를 하고 싶을 뿐입니다. 속도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올바른 합의를 하는 것입니다."]

예상보다 조금 짧게 끝난 35분 간의 단독 회담. 이후 호텔 정원을 함께 산책하면서 밝게 웃는 두 정상과 참모들의 모습이 잠깐 포착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확대 회담에서 전날까지는 모습이 보이지 않던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배석하고 맞은 편 북측 카운터파트의 자리는 빈 것이 확인되자, 회담이 예상 외의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분석이 다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볼턴 보좌관은 미 행정부 내에서도 북한에 대해 가장 강경한 입장을 보여온 인물, 때문에 한동안 북핵 협상 국면에서 멀찍이 떨어져있던 입장이었기 때문입니다.

4명 대 3명. 짝이 맞지 않은 채 시작된 확대 회담은 당초 예정보다 1시간 가까이 길어졌고, 그 사이, 예정돼 있던 오찬이 취소되고, 합의문 서명도 이뤄지지 않게 됐다는 백악관 발 속보가 날아들었습니다.

손에 쥔 것 없이 회담장을 빠져나간 두 정상. 웃는 얼굴로 악수를 나누며 헤어지긴 했지만 희망으로 시작된 하노이 회담은 이렇게 결렬이라는 종지부를 찍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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