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학대’ 성심동원, ‘3 스트라이크 아웃’ 될까?

입력 2019.03.0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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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 피해' 범정부 전수조사…'3 스트라이크 아웃' 될까?
복지부 "성심동원 직원 2명 추가 고발, 18명 수사 의뢰하기로"
"시설 폐쇄" vs "책임자 교체"…해법 놓고 시민단체들 간 이견

경기도 오산시의 성심동원 재활원에서 재활교사들이 1년여간 장애인들을 상습 학대한 사실이 KBS 취재로 드러났다. 사회복지사 출신 재활교사들은 장애인을 시켜 다른 장애인들을 때리게 시키고, 학대 영상까지 찍었다.

경기 오산경찰서는 재활교사 30살 김 모 씨를 상습학대 혐의로 조사 중이다. 학대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다른 재활교사 4명도 함께 입건했다. 학대 영상에 나온 피해자는 5명이다. 모두 재활원에 거주하는 지적장애인이다.

보건복지부 위탁 장애인권익옹호기관과 오산시, 경찰은 지난달 28일부터 성심동원에 대해 '학대 피해' 합동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 학대 사실이 드러난 재활원 외에도 성심동원이 운영하는 요양원과 특수학교, 보호작업장 소속 장애인 250여 명 모두가 조사 대상이다. "추가 피해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조사 관계자들은 전한다.

'상습 학대' 성심동원, '3 스트라이크 아웃' 될까?


"장애인 머리를 24회 반복적으로 짓누르며 폭행했다."
"장애인에게 플라스틱병을 던져 우측 후두부가 찢어졌다."

2017년 1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성심동원을 조사한 뒤 내놓은 결정문 내용 중 일부다. 재활교사 7명이 장애인 학대에 가담한 것으로 나온다. 이 가운데 2명은 벌금형, 1명은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보건복지부가 2018년 12월 실시한 조사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드러났다. 장애인을 부당하게 격리하거나, 조직적으로 CCTV를 삭제한 정황이 발견됐다. 복지부는 조만간 성심동원 재활교사 등 직원 2명을 경찰에 고발하고, 18명에 대해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이번 학대까지 포함하면 최근 3년 새 3번째 적발이다. 장애인복지법은 학대 피해가 발생한 시설에 대해 '3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택하고 있다. "부당한 체벌, 폭행, 학대 등 인권침해가 3년 새 3회 발생한 시설"은 폐쇄가 원칙이다. 다만, 사건 경위와 폐쇄 시 여파 등을 고려해 폐쇄 대신 원장 등 책임자를 교체할 수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인 거주 시설 폐쇄하라"


성심동원 처분을 어떻게 할지를 놓고 현재 장애인 인권단체 간의 입장은 엇갈린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지난달 28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성심동원이 운영하는 장애인 거주 시설을 모두 폐쇄하라"고 촉구했다. 집단 거주 시설에서 학대 피해가 반복되고 있는 만큼, 시설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이야기다.

전장연 소속 박철균 활동가는 "감옥 같은 대규모 거주 시설에 가두는 것부터 인권침해"라며 "'장애인 거주 시설 폐쇄법'을 제정해 10년 이내에 모든 시설을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설에서 나온 장애인들이 사회에 나와 적응할 수 있도록 활동보조인 지원 등 '탈시설' 예산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장애인 활동보조인'은 중증장애인 가정에 방문해 장애인의 개인 활동을 보조하고 간호하는 역할이다.

지역 인권단체 "책임자 전면 교체하라"


지역 인권단체는 시설 폐쇄 대신 이사장, 원장 등 책임자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오산 장애인인권센터 등 지역 인권단체는 지난달 26일 성심동원 천 모 전 이사장 등 임직원 70여 명을 고발했다. CCTV 삭제 정황과 장애인 생활일지 3개월 치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학대가 "책임자들에 의해 조직적으로 지시, 방조, 은폐돼 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시설이 폐쇄될 경우 발생할 부작용을 염려한다. 강경남 오산 장애인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시설이 폐쇄되면 재활원에 거주하는 장애인 80여 명이 길에 나앉게 된다"며 "성심동원에 정부와 시민단체가 추천한 임시이사를 파견하는 것이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성심동원은 최근 열린 임시 이사회에서 재활원 운영 책임을 물어 김 모 사무국장의 직위를 해제했다. 사외이사 2명도 사퇴서를 제출한 상태다.

성심동원, 운영비·인건비로만 연간 30억 원 세금 지원

성심동원은 1951년 전쟁고아 보호를 위한 육아 시설로 지어졌다가, 6년 뒤인 1957년 '사회복지법인 성심동원'으로 설립 허가를 변경했다. 이후 재활원과 요양원 등을 운영하며 현재 모습을 갖췄다.

재활원과 요양원 등 장애인 거주 시설에는 복지부와 자치단체가 운영비와 인건비 명목으로 매년 30여억 원을 지원한다. 시설 증·개축과 보수에 드는 비용은 별도다.

복지부 관계자는 "인권침해 문제가 반복되는 만큼 성심동원에 대한 국비 지원을 끊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며 전수조사 결과를 토대로 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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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애인 학대’ 성심동원, ‘3 스트라이크 아웃’ 될까?
    • 입력 2019-03-05 12: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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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 피해' 범정부 전수조사…'3 스트라이크 아웃' 될까?
복지부 "성심동원 직원 2명 추가 고발, 18명 수사 의뢰하기로"
"시설 폐쇄" vs "책임자 교체"…해법 놓고 시민단체들 간 이견

경기도 오산시의 성심동원 재활원에서 재활교사들이 1년여간 장애인들을 상습 학대한 사실이 KBS 취재로 드러났다. 사회복지사 출신 재활교사들은 장애인을 시켜 다른 장애인들을 때리게 시키고, 학대 영상까지 찍었다.

경기 오산경찰서는 재활교사 30살 김 모 씨를 상습학대 혐의로 조사 중이다. 학대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다른 재활교사 4명도 함께 입건했다. 학대 영상에 나온 피해자는 5명이다. 모두 재활원에 거주하는 지적장애인이다.

보건복지부 위탁 장애인권익옹호기관과 오산시, 경찰은 지난달 28일부터 성심동원에 대해 '학대 피해' 합동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 학대 사실이 드러난 재활원 외에도 성심동원이 운영하는 요양원과 특수학교, 보호작업장 소속 장애인 250여 명 모두가 조사 대상이다. "추가 피해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조사 관계자들은 전한다.

'상습 학대' 성심동원, '3 스트라이크 아웃' 될까?


"장애인 머리를 24회 반복적으로 짓누르며 폭행했다."
"장애인에게 플라스틱병을 던져 우측 후두부가 찢어졌다."

2017년 1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성심동원을 조사한 뒤 내놓은 결정문 내용 중 일부다. 재활교사 7명이 장애인 학대에 가담한 것으로 나온다. 이 가운데 2명은 벌금형, 1명은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보건복지부가 2018년 12월 실시한 조사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드러났다. 장애인을 부당하게 격리하거나, 조직적으로 CCTV를 삭제한 정황이 발견됐다. 복지부는 조만간 성심동원 재활교사 등 직원 2명을 경찰에 고발하고, 18명에 대해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이번 학대까지 포함하면 최근 3년 새 3번째 적발이다. 장애인복지법은 학대 피해가 발생한 시설에 대해 '3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택하고 있다. "부당한 체벌, 폭행, 학대 등 인권침해가 3년 새 3회 발생한 시설"은 폐쇄가 원칙이다. 다만, 사건 경위와 폐쇄 시 여파 등을 고려해 폐쇄 대신 원장 등 책임자를 교체할 수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인 거주 시설 폐쇄하라"


성심동원 처분을 어떻게 할지를 놓고 현재 장애인 인권단체 간의 입장은 엇갈린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지난달 28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성심동원이 운영하는 장애인 거주 시설을 모두 폐쇄하라"고 촉구했다. 집단 거주 시설에서 학대 피해가 반복되고 있는 만큼, 시설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이야기다.

전장연 소속 박철균 활동가는 "감옥 같은 대규모 거주 시설에 가두는 것부터 인권침해"라며 "'장애인 거주 시설 폐쇄법'을 제정해 10년 이내에 모든 시설을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설에서 나온 장애인들이 사회에 나와 적응할 수 있도록 활동보조인 지원 등 '탈시설' 예산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장애인 활동보조인'은 중증장애인 가정에 방문해 장애인의 개인 활동을 보조하고 간호하는 역할이다.

지역 인권단체 "책임자 전면 교체하라"


지역 인권단체는 시설 폐쇄 대신 이사장, 원장 등 책임자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오산 장애인인권센터 등 지역 인권단체는 지난달 26일 성심동원 천 모 전 이사장 등 임직원 70여 명을 고발했다. CCTV 삭제 정황과 장애인 생활일지 3개월 치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학대가 "책임자들에 의해 조직적으로 지시, 방조, 은폐돼 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시설이 폐쇄될 경우 발생할 부작용을 염려한다. 강경남 오산 장애인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시설이 폐쇄되면 재활원에 거주하는 장애인 80여 명이 길에 나앉게 된다"며 "성심동원에 정부와 시민단체가 추천한 임시이사를 파견하는 것이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성심동원은 최근 열린 임시 이사회에서 재활원 운영 책임을 물어 김 모 사무국장의 직위를 해제했다. 사외이사 2명도 사퇴서를 제출한 상태다.

성심동원, 운영비·인건비로만 연간 30억 원 세금 지원

성심동원은 1951년 전쟁고아 보호를 위한 육아 시설로 지어졌다가, 6년 뒤인 1957년 '사회복지법인 성심동원'으로 설립 허가를 변경했다. 이후 재활원과 요양원 등을 운영하며 현재 모습을 갖췄다.

재활원과 요양원 등 장애인 거주 시설에는 복지부와 자치단체가 운영비와 인건비 명목으로 매년 30여억 원을 지원한다. 시설 증·개축과 보수에 드는 비용은 별도다.

복지부 관계자는 "인권침해 문제가 반복되는 만큼 성심동원에 대한 국비 지원을 끊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며 전수조사 결과를 토대로 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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