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 달러 시대 되면 삶이 달라집니다”…분명 좋아진다고 했는데

입력 2019.03.05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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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안에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습니다. 2배로 잘살게 되면 식생활이 달라집니다."

장밋빛 청사진이었다. 2009년 5월 20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경기도 안성시 고삼면에서 모내기 일손돕기를 하다가 한 말이다. 3만 달러 시대가 오면 국민들은 더 잘살게 되고 그렇게 되면 식생활에 변화가 와서 농업에도 희망이 있다는 얘기였다.

"경제소득(1인당 국민소득)만 2만 불이 넘었고, 곧 3만 불이 됩니다. 아마 머지않아 3만 불이 되고, 더 빠른 시간 내에 4만 불이 될 수 있습니다."

2009년 10월 8일 비상경제대책회의(현대기아차 기술연구소)2009년 10월 8일 비상경제대책회의(현대기아차 기술연구소)

역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말이다. 2009년 10월 8일 경기도 화성의 현대기아자동차 기술연구소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이 前 대통령은 "미래 자동차 분야에서 세계 1위의 자리를 달성할 날이 반드시 올 것으로 확신한다."라며 3만 불 시대를 준비하자며 희망 찬 말을 했다. 이처럼 '1인당 국민소득'은 이 前 대통령이 한국 미래의 희망을 얘기할 때 자주 언급했던 말이다.

2014년 1월 6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도 3만 달러는 희망의 상징으로 표현됐다. "3년 후(2017년) 우리 경제의 모습은 잠재성장률이 4% 수준으로 높아지고, 1인당 국민소득은 3만 불을 넘어 4만 불 시대를 바라보게 될 것입니다…. (중략) 고용률 70% 달성에 청년, 여성 일자리가 많이 늘어날 것입니다"

전직 대통령들이 국민들을 상대로 말을 할 때 3만 달러는 곧 희망으로 쓰였다. 아니 대통령은 물론 우리 사회 전반에서 3만 달러는 국민들의 삶이 달라질 수 있다는 상징적인 숫자로 쓰이곤 했다. 하지만 정작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접어들었는데 많은 사람에게 3만이라는 숫자는 공허하게 들리고 있다.

1월 31일 사회보장위원회의(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1월 31일 사회보장위원회의(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이런 괴리감을 현 정부도 직시하고 있는 듯하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1월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사회보장위원회에서 "GDP 세계 11위,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의 국가 위상과는 달리 국민들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는 OECD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라고 말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국민들은 왜 체감하지 못할까?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국민들은 왜 느끼지 못하고 있는 걸까? 먼저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국민들이 국민소득 3만 불을 체감 못 하는 이유는 환율 요인이 크다. 원화가 강세로 진행되면 실제 상황이 안 나아졌는데도 국민소득은 3만 달러 넘는다. 또 하나는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경제성장률도 낮아지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2.7% 낮아지고 추가로 낮아질 우려도 있는데, 국민들 입장에서는 경제상황이 개선됐다고 느끼기 어렵다. 최근 일자리 문제, 소득분배 악화 등으로 인해서 국민들이 체감하기가 어렵다."

국민들이 직접 몸으로 느낄 수 있게 경기가 살아나지 않았고, 일자리·소득 양극화 문제 등으로 인해 국민소득 3만 달러를 체감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성 교수는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달성하고도 경제성장이 제대로 되지 않는 나라도 많다며 성장을 위한 조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최근 반도체 수출이 약화되고 있는데 반도체처럼 경쟁력 있는 산업분야를 늘려야 하고, 소득 하위 계층의 일자리를 안정시키는 조치도 서둘러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최근 하위 20% 계층의 근로소득이 감소했다며 소득 하위계층이 체감할 수 있도록 양극화 문제와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양대 경제학부 하준경 교수는 소득 불평등 문제에 더 방점을 둬서 이 문제를 들여다봤다.

"예를 들어 한 사회의 평균소득이 5천만 원이라고 해서 모든 이가 행복한 것은 아니다. 구성원들은 상대적 소득으로 평가한다. 소득불평등이 커지면 구성원들은 최상층과 비교하게 된다. 불평등이 커질수록 상대적으로 나는 더 못 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소비의 이웃따라잡기 현상을 보자. 부자들이 돈을 들여서 영어유치원에 보내면 같은 사회에 사는 사람들은 자기도 영어유치원에 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불평등이 커지면 따라잡아야 할 부분이 커진다. 예전에는 다 비슷한 유치원을 보냈는데 전체 소득 평균이 올라서 잘 사는 사람들이 비싼 영어유치원을 보내면 상대적으로 못사는 사람들도 이전보다 돈을 더 들여서 비싼 학원을 보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못 보내게 되고 가난하다고 느낀다. 불평등이 커지면 상대적 빈곤감도 더 많이 느끼게 된다. "

하 교수는 자산가격 상승률보다 소득 상승률이 더 빠르다면 상대적 박탈감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자산가격과 비교할 때 소득이 어떤가도 중요하다. 집값이 10배 오르는데 내 소득은 2배 올랐다면 소득으로 집을 사기 어려워진다. 집이 있는 사람은 더 부자가 됐다고 느낄 수 있지만, 집이 없는 사람은 더 가난해졌다고 느끼는 것이다. 이런 상대적인 자산 가격과 소득과의 비율이 중요하다."

하 교수는 3만 달러의 허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산 대비 소득 상승 비율의 개선과 불평등 완화도 중요하지만, 선진국처럼 서로 신뢰하는 사회적 자본을 갖춰나가는 것 또한 질적 측면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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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만 달러 시대 되면 삶이 달라집니다”…분명 좋아진다고 했는데
    • 입력 2019-03-05 18:12:58
    취재K

"10년 안에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습니다. 2배로 잘살게 되면 식생활이 달라집니다."

장밋빛 청사진이었다. 2009년 5월 20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경기도 안성시 고삼면에서 모내기 일손돕기를 하다가 한 말이다. 3만 달러 시대가 오면 국민들은 더 잘살게 되고 그렇게 되면 식생활에 변화가 와서 농업에도 희망이 있다는 얘기였다.

"경제소득(1인당 국민소득)만 2만 불이 넘었고, 곧 3만 불이 됩니다. 아마 머지않아 3만 불이 되고, 더 빠른 시간 내에 4만 불이 될 수 있습니다."

2009년 10월 8일 비상경제대책회의(현대기아차 기술연구소)
역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말이다. 2009년 10월 8일 경기도 화성의 현대기아자동차 기술연구소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이 前 대통령은 "미래 자동차 분야에서 세계 1위의 자리를 달성할 날이 반드시 올 것으로 확신한다."라며 3만 불 시대를 준비하자며 희망 찬 말을 했다. 이처럼 '1인당 국민소득'은 이 前 대통령이 한국 미래의 희망을 얘기할 때 자주 언급했던 말이다.

2014년 1월 6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도 3만 달러는 희망의 상징으로 표현됐다. "3년 후(2017년) 우리 경제의 모습은 잠재성장률이 4% 수준으로 높아지고, 1인당 국민소득은 3만 불을 넘어 4만 불 시대를 바라보게 될 것입니다…. (중략) 고용률 70% 달성에 청년, 여성 일자리가 많이 늘어날 것입니다"

전직 대통령들이 국민들을 상대로 말을 할 때 3만 달러는 곧 희망으로 쓰였다. 아니 대통령은 물론 우리 사회 전반에서 3만 달러는 국민들의 삶이 달라질 수 있다는 상징적인 숫자로 쓰이곤 했다. 하지만 정작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접어들었는데 많은 사람에게 3만이라는 숫자는 공허하게 들리고 있다.

1월 31일 사회보장위원회의(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이런 괴리감을 현 정부도 직시하고 있는 듯하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1월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사회보장위원회에서 "GDP 세계 11위,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의 국가 위상과는 달리 국민들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는 OECD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라고 말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국민들은 왜 체감하지 못할까?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국민들은 왜 느끼지 못하고 있는 걸까? 먼저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국민들이 국민소득 3만 불을 체감 못 하는 이유는 환율 요인이 크다. 원화가 강세로 진행되면 실제 상황이 안 나아졌는데도 국민소득은 3만 달러 넘는다. 또 하나는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경제성장률도 낮아지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2.7% 낮아지고 추가로 낮아질 우려도 있는데, 국민들 입장에서는 경제상황이 개선됐다고 느끼기 어렵다. 최근 일자리 문제, 소득분배 악화 등으로 인해서 국민들이 체감하기가 어렵다."

국민들이 직접 몸으로 느낄 수 있게 경기가 살아나지 않았고, 일자리·소득 양극화 문제 등으로 인해 국민소득 3만 달러를 체감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성 교수는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달성하고도 경제성장이 제대로 되지 않는 나라도 많다며 성장을 위한 조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최근 반도체 수출이 약화되고 있는데 반도체처럼 경쟁력 있는 산업분야를 늘려야 하고, 소득 하위 계층의 일자리를 안정시키는 조치도 서둘러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최근 하위 20% 계층의 근로소득이 감소했다며 소득 하위계층이 체감할 수 있도록 양극화 문제와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양대 경제학부 하준경 교수는 소득 불평등 문제에 더 방점을 둬서 이 문제를 들여다봤다.

"예를 들어 한 사회의 평균소득이 5천만 원이라고 해서 모든 이가 행복한 것은 아니다. 구성원들은 상대적 소득으로 평가한다. 소득불평등이 커지면 구성원들은 최상층과 비교하게 된다. 불평등이 커질수록 상대적으로 나는 더 못 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소비의 이웃따라잡기 현상을 보자. 부자들이 돈을 들여서 영어유치원에 보내면 같은 사회에 사는 사람들은 자기도 영어유치원에 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불평등이 커지면 따라잡아야 할 부분이 커진다. 예전에는 다 비슷한 유치원을 보냈는데 전체 소득 평균이 올라서 잘 사는 사람들이 비싼 영어유치원을 보내면 상대적으로 못사는 사람들도 이전보다 돈을 더 들여서 비싼 학원을 보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못 보내게 되고 가난하다고 느낀다. 불평등이 커지면 상대적 빈곤감도 더 많이 느끼게 된다. "

하 교수는 자산가격 상승률보다 소득 상승률이 더 빠르다면 상대적 박탈감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자산가격과 비교할 때 소득이 어떤가도 중요하다. 집값이 10배 오르는데 내 소득은 2배 올랐다면 소득으로 집을 사기 어려워진다. 집이 있는 사람은 더 부자가 됐다고 느낄 수 있지만, 집이 없는 사람은 더 가난해졌다고 느끼는 것이다. 이런 상대적인 자산 가격과 소득과의 비율이 중요하다."

하 교수는 3만 달러의 허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산 대비 소득 상승 비율의 개선과 불평등 완화도 중요하지만, 선진국처럼 서로 신뢰하는 사회적 자본을 갖춰나가는 것 또한 질적 측면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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