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 오도독] “정의선 대표이사”가 찜찜한 이유

입력 2019.03.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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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곧 현대차의 대표이사를 맡게 된다고 합니다. 지난달 말경부터 국내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있는데요. 그중 가장 눈에 띄는 보도는 한국경제신문의 27일 자였습니다.

이렇게 1면과 5면을 크게 장식했습니다.


한국경제신문 2월 27일한국경제신문 2월 27일

정의선 씨가 대표이사를 맡아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책임 경영하면 “혁신 리더십”이 강화되고 과감한 도전으로 미래전략과 신사업 부문이 가속될 것처럼 묘사해 놨군요. 현대차에 입사한 지 20년 만에 대표이사에 올랐다는 점을 강조한 대목도 눈길을 끌죠? 기사를 통해 현대차 '경영 승계', 또는 '경영권 세습'의 정당성을 확보해 주려는 듯한 의도가 엿보입니다. '대놓고 홍보해 준' 기사라고 말해도 큰 무리는 없겠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웬일인지 현대차 홍보팀은 조심스러운 분위기였습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대표이사가 되더라도 총수도, 최대주주도 아니니까 아직 경영 승계가 이뤄지지는 않았다는 것이지요. 저에게 직접 문자로 그렇게 밝혔습니다.


왜 이러는 것일까요? 아마 찜찜한 구석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그 찜찜함의 시작은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정몽구 회장의 아들 정의선 씨가 1970년생이니까 당시 30대 초반이었던 시절이죠. 정의선 씨는 당시 30억 원 정도의 돈을 현대글로비스에 출자했다고 합니다. 2015년 2월 15일 한겨레의 보도(정의선, 글로비스 1,223배 차익…30억을 3조 원대로)에 따르면 정의선 씨는 그렇게 해서 30억 원을 당시 3조 원대로 불렸다고 나와 있네요.


지금은 현대글로비스 주가가 좀 떨어져서 그 정도 액수는 아닙니다만 정의선 씨의 자산은 여전히 2조 5천억 원 수준은 됩니다. 30억 원이 2조 5천억 원...수익률이 900배에 이릅니다. 또, 정몽구 회장일가는 지난 한 해 배당금으로만 천억 원 정도를 받았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생각해봅시다. 정의선 씨가 20년도 안 돼 번 돈, 2조 5천억 원이 자신만의 어떤 혁신적 경영 기법을 통해서 일궈낸 것이 아님은 분명하지요? 현대차그룹이 현대글로비스에 일감을 몰아준 덕분이었습니다. 현대글로비스는 한때 매출액의 80% 이상을 현대차그룹에 의존했었습니다. 현대차그룹이 정몽구 회장의 자녀와 친척들 회사에 몰아준 한해 일감이 2014년 한해 40조 원이 넘었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지요.


그러니까 정의선 씨는 결국 아버지 잘 만나서, 또 적당한 편법이 가능한 나라에 태어났기 때문에 수 조 원대의 부호가 됐고, 또 현대차의 대표이사까지 오르게 됐다고 해도 절대 과언이 아니라는 말이지요.

그래 정말 궁금해져서 현대차 홍보팀에게 다시 물어봤습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그동안 ‘일감 몰아주기’ 등 편법 증여를 받은 것 때문에 낸 증여세는 얼마냐, 또 아버지 정몽구 회장으로부터 받은 종잣돈에 대해서는 얼마의 증여세를 냈는지 물었습니다. 현대차의 답변은 이렇습니다.

“문의하신 증여세 부분은 관련법을 준수하고 있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개인적인 사안이라 알 수 없습니다. 또한, 20 여년 전에는 증여세를 낸 것으로 알고 있지만, 최근에는 증여를 받은 사실이 없습니다”


참, 그런데 한국경제신문은 왜 이렇게 현대차그룹의 경영승계 문제에 호의적인 관심이 많았던 것일까요?
한국경제신문이 제출한 기업 감사보고서를 보면 현대차는 한국경제신문의 최대주주입니다. 특수관계자라고 자신들이 스스로 써놨습니다. 그럼 당연히 '대놓고 홍보해 준' 이유가 있었던 건가요?

해외 선진언론에서는 이런 경우 설사 정의선 씨의 경영승계가 칭찬할 일 일색이라고 하더라도, 기사를 써놓고 말미에 자신들의 회사와 해당 기사에 나온 회사와의 관계를 밝힙니다. 특수 관계자라고 말이지요. 그게 자신들의 독자들에게 정직한 태도라고 판단하는 것이지요.


한국경제신문 감사보고서 중 발췌한국경제신문 감사보고서 중 발췌

세계 최대의 부호중 한 명인 워런 버핏은 자신의 회사를 자녀들에게 물려주지 않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1960년 올림픽에서 아버지가 금메달을 땄다고 해서 그 아들이 20년 뒤인 1980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는 건 아니다."

정의선 대표이사, 정말 잘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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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언론 오도독] “정의선 대표이사”가 찜찜한 이유
    • 입력 2019-03-07 07:00:09
    한국언론 오도독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곧 현대차의 대표이사를 맡게 된다고 합니다. 지난달 말경부터 국내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있는데요. 그중 가장 눈에 띄는 보도는 한국경제신문의 27일 자였습니다.

이렇게 1면과 5면을 크게 장식했습니다.


한국경제신문 2월 27일
정의선 씨가 대표이사를 맡아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책임 경영하면 “혁신 리더십”이 강화되고 과감한 도전으로 미래전략과 신사업 부문이 가속될 것처럼 묘사해 놨군요. 현대차에 입사한 지 20년 만에 대표이사에 올랐다는 점을 강조한 대목도 눈길을 끌죠? 기사를 통해 현대차 '경영 승계', 또는 '경영권 세습'의 정당성을 확보해 주려는 듯한 의도가 엿보입니다. '대놓고 홍보해 준' 기사라고 말해도 큰 무리는 없겠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웬일인지 현대차 홍보팀은 조심스러운 분위기였습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대표이사가 되더라도 총수도, 최대주주도 아니니까 아직 경영 승계가 이뤄지지는 않았다는 것이지요. 저에게 직접 문자로 그렇게 밝혔습니다.


왜 이러는 것일까요? 아마 찜찜한 구석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그 찜찜함의 시작은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정몽구 회장의 아들 정의선 씨가 1970년생이니까 당시 30대 초반이었던 시절이죠. 정의선 씨는 당시 30억 원 정도의 돈을 현대글로비스에 출자했다고 합니다. 2015년 2월 15일 한겨레의 보도(정의선, 글로비스 1,223배 차익…30억을 3조 원대로)에 따르면 정의선 씨는 그렇게 해서 30억 원을 당시 3조 원대로 불렸다고 나와 있네요.


지금은 현대글로비스 주가가 좀 떨어져서 그 정도 액수는 아닙니다만 정의선 씨의 자산은 여전히 2조 5천억 원 수준은 됩니다. 30억 원이 2조 5천억 원...수익률이 900배에 이릅니다. 또, 정몽구 회장일가는 지난 한 해 배당금으로만 천억 원 정도를 받았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생각해봅시다. 정의선 씨가 20년도 안 돼 번 돈, 2조 5천억 원이 자신만의 어떤 혁신적 경영 기법을 통해서 일궈낸 것이 아님은 분명하지요? 현대차그룹이 현대글로비스에 일감을 몰아준 덕분이었습니다. 현대글로비스는 한때 매출액의 80% 이상을 현대차그룹에 의존했었습니다. 현대차그룹이 정몽구 회장의 자녀와 친척들 회사에 몰아준 한해 일감이 2014년 한해 40조 원이 넘었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지요.


그러니까 정의선 씨는 결국 아버지 잘 만나서, 또 적당한 편법이 가능한 나라에 태어났기 때문에 수 조 원대의 부호가 됐고, 또 현대차의 대표이사까지 오르게 됐다고 해도 절대 과언이 아니라는 말이지요.

그래 정말 궁금해져서 현대차 홍보팀에게 다시 물어봤습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그동안 ‘일감 몰아주기’ 등 편법 증여를 받은 것 때문에 낸 증여세는 얼마냐, 또 아버지 정몽구 회장으로부터 받은 종잣돈에 대해서는 얼마의 증여세를 냈는지 물었습니다. 현대차의 답변은 이렇습니다.

“문의하신 증여세 부분은 관련법을 준수하고 있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개인적인 사안이라 알 수 없습니다. 또한, 20 여년 전에는 증여세를 낸 것으로 알고 있지만, 최근에는 증여를 받은 사실이 없습니다”


참, 그런데 한국경제신문은 왜 이렇게 현대차그룹의 경영승계 문제에 호의적인 관심이 많았던 것일까요?
한국경제신문이 제출한 기업 감사보고서를 보면 현대차는 한국경제신문의 최대주주입니다. 특수관계자라고 자신들이 스스로 써놨습니다. 그럼 당연히 '대놓고 홍보해 준' 이유가 있었던 건가요?

해외 선진언론에서는 이런 경우 설사 정의선 씨의 경영승계가 칭찬할 일 일색이라고 하더라도, 기사를 써놓고 말미에 자신들의 회사와 해당 기사에 나온 회사와의 관계를 밝힙니다. 특수 관계자라고 말이지요. 그게 자신들의 독자들에게 정직한 태도라고 판단하는 것이지요.


한국경제신문 감사보고서 중 발췌
세계 최대의 부호중 한 명인 워런 버핏은 자신의 회사를 자녀들에게 물려주지 않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1960년 올림픽에서 아버지가 금메달을 땄다고 해서 그 아들이 20년 뒤인 1980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는 건 아니다."

정의선 대표이사, 정말 잘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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