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CNN까지 주목한 ‘쓰레기 산’…화재와의 전쟁 중

입력 2019.03.07 (08:30) 수정 2019.03.07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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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요즘 미세먼지 때문에 힘드시죠?

그런데, 멀리서 날아오는 미세먼지에, 마을 인근 쓰레기 산에서 폐플라스틱 조각과 가루까지 더해 그야말로 고통스러운 곳이 있습니다.

예전에 한 번 소개해드렸는데, 늘어나고 있는 쓰레기 산입니다.

미국 CNN을 통해 세계 최대 플라스틱 소비국의 모습이라고 소개되는 그곳을 지금부터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경북 성주의 한 야산.

나무들 사이로 흰 연기가 쉴새 없이 피어오릅니다.

까맣게 그을린 묘지도 보입니다.

화재가 발생한 건 지난 1일, 어제까지 6일쨉니다.

[인근 마을 주민/음성변조 : "한쪽으로 연기가 막 길게 퍼지면서 많이 나. 그래서 산에 불이 자꾸 번지는구나. 이런 생각 했지.
인근 공장 직원 (음성변조) [인터뷰] 하늘이 거무스레하고 엄청 시커먼 연기가 막 올라가더라고 불꽃도 올라오고 연기가 엄청나게 올라오더라고."]

겨울 건조한 날씨 탓에 발생한 산불이거니 했는데, 원인은 따로 있었습니다.

소방대원들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이곳은 폐비닐과 플라스틱 등이 쌓여있는 쓰레기 더미입니다.

[정석만/성주소방서 현장지휘팀장 : "저희가 출동했을 때는 폐기물 전체에 화재가 발생하였고 뒤편 야산으로 화재가 확대되고 있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야산으로 번진 불길은 잡았지만 문제는 폐기물 사이사이에서 올라오는 연기들, 남은 잔불이 좀처럼 꺼지지 않는 겁니다.

[정석만/성주소방서 현장지휘팀장 : "물이 폐기물 내로 침투가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굴착기를 동원해서 일일이 뒤집어 파헤치면서 방수를 해서 지금 진압을 하고 있으니까 진압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있습니다."]

엿새째 타고 있지만, 불길은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인근 공장 직원/음성변조 : "비닐이나 폐기물 그런 게 타면서 냄새가 지독하게 많이 나니까 밥 먹다가 아줌마들이 숟가락 놔두고 그냥 가버리고……."]

[인근 마을 주민/음성변조 : "불 덜 꺼져서 소방차가 다니고 하니까 겁나지. 불나면 겁 안 나나. 안 좋지. 냄새가 나고……."]

불도 불이지만, 주민들이 더 당황한 건 쓰레기산 자쳅니다.

산비탈을 타고 쓰레기가 마치 산의 일부처럼 쌓여있는데, 대부분 그 사실을 몰랐다는 겁니다.

[인근 공장 직원/음성변조 : "한 일 년 전에 내가 올라가 봤었는데 그때는 저런 게 없었다니까. 폐기물이 하여튼 양이 어마어마해 낮에 불났을 때 올라가 보니까 완전히 진짜 산 하나 무더기만 하게 크더라고……."]

폐기물처리 업체가 불법으로 적재한 것으로 보이는 이 쓰레기는 6천 톤 가량으로 추정됩니다.

지난해 12월 행정조치가 내려졌다고 하는데요.

[김호철/성주군청 환경과 : "조치 명령은 4월 17일까지 내렸는데 그때까지 안 치우면 그거에 따라 또다시 처벌이 나가죠."]

뉴스에서나 봤던 쓰레기산이 우리 마을에... 주민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인근 마을 주민/음성변조 : "공기가 아무래도 나쁘겠지. 그런 걱정이지 뭐. 치우면 좋지만 나이 든 사람들 데리고 해봐야 그게 되겠나."]

[인근 마을 주민/음성변조 : "농사짓는 사람은 아무래도 피해가 있지요. 산에 그 불 끈다고 소방서가 갖다 뿌린 그 물이 아무래도 도랑으로 흘러 내려가지 않겠어요."]

현재, 군청 측은 둑을 쌓아 소방용수가 강으로 유입되는걸 막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국내 최대 규모로 추정되는 의성군 쓰레기 산.

지난해 12월 발생한 화재가 완전히 진화된 건 지난달 3일.

하지만, 이후로도 크고 작은 화재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정창환/의성소방서장 : "폐기물 종류가 이제 합성수지하고 타이어, 폐유 등이 있는데 여기에 주위에 공기도 있고 그게 열이 발생하는데 열이 축적되다 보면 자연발화가 되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24시간 대기하며 불길에 대비하는 상황, 주민들의 삶은 더욱 피폐해졌습니다.

[황이순/마을 주민 : "미세먼지 때문에 난리라 그러는데 우리는 냄새 때문에 사람이 죽겠어. 냄새 때문에. 병원 가니까 사진 찍은 거 보니까 목 안에 후두염이 목 전체가 벌겋게 나왔더라고 이 마을에 사는 사람들 전부 다 몸에 병 다 들었지 싶어."]

[박귀분/마을 주민 : "빨래도 밖에 널어놓지도 못하고 밖에 널어두면 털어서 옷을 입으려고 하면 몸이 간지러워서 못 살고……."]

이곳의 폐기물 양은 17만톤 정도로 국내 최대로 추정되고 있는데요.

[폴라 핸콕스/CNN 특파원 : "플라스틱과 건축 폐기물들이 타는 냄새가 아주 불쾌합니다."]

최근에는 CNN을 통해 보도되면서 국제적인 주목을 한눈에 받았습니다.

[황이순/마을주민 : "CNN에서는 미국까지도 (뉴스가) 다 났다고……. 남사스럽지. 안 그래요? 남사스럽잖아. 한국이 이렇게 추잡하고 더럽다고 하는 거를 이런 난데없는 쓰레기 매립장 때문에……."]

군청 측은 올해 2만 톤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모두 처리할 계획인데요,

이같은 불법 폐기물은 전국 230여 곳에 120만 톤 정도로 환경부는 추정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방치되거나 불법 투기, 최근에 필리핀으로 갔다 되돌아와 또 한 번 망신을 당한 것도 마찬가집니다.

국내 불안정한 폐기물 처리 구조가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됩니다.

[홍수열/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 "폐기물 처리시설이 부족하니까 폐기물 처리 단가가 급등하고 그러다 보니까 폐기물을 빨리 싸게 처리하겠다는 불법 수출업체나 불법 처리업체들이 기승을 부리게 되고 배출자들이 그쪽으로 이제 폐기물을 맡기게 되는 거거든요."]

우리나라는 플라스틱 생산량도 많아, 국내 1인당 플라스틱 사용량은 1년에 132kg,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중국 등 각국의 폐기물 수입금지 조치이후 우리나라의 불법 폐기물은 고스란히 부메랑이 되고 있는데요, 더 이상 버릴 곳이 없다면 쓰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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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CNN까지 주목한 ‘쓰레기 산’…화재와의 전쟁 중
    • 입력 2019-03-07 08:31:43
    • 수정2019-03-07 09:4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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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요즘 미세먼지 때문에 힘드시죠? 그런데, 멀리서 날아오는 미세먼지에, 마을 인근 쓰레기 산에서 폐플라스틱 조각과 가루까지 더해 그야말로 고통스러운 곳이 있습니다. 예전에 한 번 소개해드렸는데, 늘어나고 있는 쓰레기 산입니다. 미국 CNN을 통해 세계 최대 플라스틱 소비국의 모습이라고 소개되는 그곳을 지금부터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경북 성주의 한 야산. 나무들 사이로 흰 연기가 쉴새 없이 피어오릅니다. 까맣게 그을린 묘지도 보입니다. 화재가 발생한 건 지난 1일, 어제까지 6일쨉니다. [인근 마을 주민/음성변조 : "한쪽으로 연기가 막 길게 퍼지면서 많이 나. 그래서 산에 불이 자꾸 번지는구나. 이런 생각 했지. 인근 공장 직원 (음성변조) [인터뷰] 하늘이 거무스레하고 엄청 시커먼 연기가 막 올라가더라고 불꽃도 올라오고 연기가 엄청나게 올라오더라고."] 겨울 건조한 날씨 탓에 발생한 산불이거니 했는데, 원인은 따로 있었습니다. 소방대원들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이곳은 폐비닐과 플라스틱 등이 쌓여있는 쓰레기 더미입니다. [정석만/성주소방서 현장지휘팀장 : "저희가 출동했을 때는 폐기물 전체에 화재가 발생하였고 뒤편 야산으로 화재가 확대되고 있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야산으로 번진 불길은 잡았지만 문제는 폐기물 사이사이에서 올라오는 연기들, 남은 잔불이 좀처럼 꺼지지 않는 겁니다. [정석만/성주소방서 현장지휘팀장 : "물이 폐기물 내로 침투가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굴착기를 동원해서 일일이 뒤집어 파헤치면서 방수를 해서 지금 진압을 하고 있으니까 진압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있습니다."] 엿새째 타고 있지만, 불길은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인근 공장 직원/음성변조 : "비닐이나 폐기물 그런 게 타면서 냄새가 지독하게 많이 나니까 밥 먹다가 아줌마들이 숟가락 놔두고 그냥 가버리고……."] [인근 마을 주민/음성변조 : "불 덜 꺼져서 소방차가 다니고 하니까 겁나지. 불나면 겁 안 나나. 안 좋지. 냄새가 나고……."] 불도 불이지만, 주민들이 더 당황한 건 쓰레기산 자쳅니다. 산비탈을 타고 쓰레기가 마치 산의 일부처럼 쌓여있는데, 대부분 그 사실을 몰랐다는 겁니다. [인근 공장 직원/음성변조 : "한 일 년 전에 내가 올라가 봤었는데 그때는 저런 게 없었다니까. 폐기물이 하여튼 양이 어마어마해 낮에 불났을 때 올라가 보니까 완전히 진짜 산 하나 무더기만 하게 크더라고……."] 폐기물처리 업체가 불법으로 적재한 것으로 보이는 이 쓰레기는 6천 톤 가량으로 추정됩니다. 지난해 12월 행정조치가 내려졌다고 하는데요. [김호철/성주군청 환경과 : "조치 명령은 4월 17일까지 내렸는데 그때까지 안 치우면 그거에 따라 또다시 처벌이 나가죠."] 뉴스에서나 봤던 쓰레기산이 우리 마을에... 주민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인근 마을 주민/음성변조 : "공기가 아무래도 나쁘겠지. 그런 걱정이지 뭐. 치우면 좋지만 나이 든 사람들 데리고 해봐야 그게 되겠나."] [인근 마을 주민/음성변조 : "농사짓는 사람은 아무래도 피해가 있지요. 산에 그 불 끈다고 소방서가 갖다 뿌린 그 물이 아무래도 도랑으로 흘러 내려가지 않겠어요."] 현재, 군청 측은 둑을 쌓아 소방용수가 강으로 유입되는걸 막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국내 최대 규모로 추정되는 의성군 쓰레기 산. 지난해 12월 발생한 화재가 완전히 진화된 건 지난달 3일. 하지만, 이후로도 크고 작은 화재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정창환/의성소방서장 : "폐기물 종류가 이제 합성수지하고 타이어, 폐유 등이 있는데 여기에 주위에 공기도 있고 그게 열이 발생하는데 열이 축적되다 보면 자연발화가 되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24시간 대기하며 불길에 대비하는 상황, 주민들의 삶은 더욱 피폐해졌습니다. [황이순/마을 주민 : "미세먼지 때문에 난리라 그러는데 우리는 냄새 때문에 사람이 죽겠어. 냄새 때문에. 병원 가니까 사진 찍은 거 보니까 목 안에 후두염이 목 전체가 벌겋게 나왔더라고 이 마을에 사는 사람들 전부 다 몸에 병 다 들었지 싶어."] [박귀분/마을 주민 : "빨래도 밖에 널어놓지도 못하고 밖에 널어두면 털어서 옷을 입으려고 하면 몸이 간지러워서 못 살고……."] 이곳의 폐기물 양은 17만톤 정도로 국내 최대로 추정되고 있는데요. [폴라 핸콕스/CNN 특파원 : "플라스틱과 건축 폐기물들이 타는 냄새가 아주 불쾌합니다."] 최근에는 CNN을 통해 보도되면서 국제적인 주목을 한눈에 받았습니다. [황이순/마을주민 : "CNN에서는 미국까지도 (뉴스가) 다 났다고……. 남사스럽지. 안 그래요? 남사스럽잖아. 한국이 이렇게 추잡하고 더럽다고 하는 거를 이런 난데없는 쓰레기 매립장 때문에……."] 군청 측은 올해 2만 톤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모두 처리할 계획인데요, 이같은 불법 폐기물은 전국 230여 곳에 120만 톤 정도로 환경부는 추정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방치되거나 불법 투기, 최근에 필리핀으로 갔다 되돌아와 또 한 번 망신을 당한 것도 마찬가집니다. 국내 불안정한 폐기물 처리 구조가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됩니다. [홍수열/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 "폐기물 처리시설이 부족하니까 폐기물 처리 단가가 급등하고 그러다 보니까 폐기물을 빨리 싸게 처리하겠다는 불법 수출업체나 불법 처리업체들이 기승을 부리게 되고 배출자들이 그쪽으로 이제 폐기물을 맡기게 되는 거거든요."] 우리나라는 플라스틱 생산량도 많아, 국내 1인당 플라스틱 사용량은 1년에 132kg,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중국 등 각국의 폐기물 수입금지 조치이후 우리나라의 불법 폐기물은 고스란히 부메랑이 되고 있는데요, 더 이상 버릴 곳이 없다면 쓰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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