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미운 오리’ 지방공항…LCC 타고 ‘백조’ 될까?

입력 2019.03.07 (11:28) 수정 2019.03.07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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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강원플라이강원

에어로케이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에어프레미아

저비용 항공사 3곳 신규 선정

지난 5일, 국토교통부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신규 저비용항공사(LCC) 3곳을 발표했습니다. 선정된 곳은 강원도 양양공항을 거점으로 하는 '플라이강원'과 충북 청주공항이 거점인 '에어로케이', 인천공항을 거점으로 하는 '에어프레미아' 등 3곳입니다.

충청북도의 거점항공사 유치 환영 기자회견 모습충청북도의 거점항공사 유치 환영 기자회견 모습

신규 항공사 발표 순간, 충북 청주시와 강원도 양양군은 환호와 함께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습니다. 충청북도는 긴급 기자회견까지 열어 감사 인사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항공사는 엄연히 민간 항공사인데 지자체가 들썩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방공항은 '돈먹는 하마'?

인천공항을 제외하고 한국공항공사가 관리하는 전국의 공항은 모두 14곳입니다. 문제는 그동안 경영 실적이 신통치 않았다는 점입니다. 2015년 한국공항공사 자료를 보면 김포와 김해, 제주를 제외하고 지방공항 11곳이 적자였습니다. 울산공항이 114억 원으로 적자 규모가 가장 컸고, 여수공항은 113억 원, 무안공항은 89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2015년 한 해만이 아닙니다. 대부분 개항 이래 계속 적자 상태였습니다.

흑자 전환된 무안공항흑자 전환된 무안공항

적자투성이 지방공항...구원의 손길된 LCC 취항

적자를 돌릴 뾰족한 방법을 백방으로 찾던 상황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저비용항공사의 취항 확대였습니다. 이스타항공이 청주를 주요 거점으로 운행을 하고, 티웨이항공은 대구를, 제주항공은 무안공항을 제3의 거점으로 활용하면서 지역 공항들의 경영 상태가 극적으로 변화했습니다. 2016년 청주공항이 5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고, 대구공항도 개항 이래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무안공항도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됐습니다. 2018년 항공여객이 전년보다 7.5% 증가해 1억 1천여만 명을 돌파,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도 큰 힘이 됐습니다.

'거점 공항'이 뭐기에?

강원도 양양공항의 경우 과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등 여러 항공사에서 취항했었지만 수익성에 발목이 잡혀 결국 운항을 포기한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플라이강원'의 경우는 상황이 다를까요? 국토부는 '플라이강원'은 최소 3년간 양양공항을 거점 공항으로 의무 사용하기에 상황이 다르다는 입장입니다.

과거 양양공항은 거점 공항으로 이용하는 항공사가 없다보니 공항에 도착한 여객기는 승객을 싣고와서 내려놓고 다시 태운 뒤 돌아가는 게 전부였다고 합니다. 이러다보니 공항에 정비 시설과 영업 시설은 물론 변변한 편의시설조차 제대로 없었다고 합니다. 반면 '플라이강원'의 경우 본사가 양양에 세워집니다. 당연히 비행기를 정비할 정비시설도 세워지고, 영업 시설도 만들어집니다. 정비인력과 승무원들도 양양 공항에 상주하게 돼 공항에 활기가 생겨날 것으로 보입니다.

거점 공항, 지역 경제 살리나?

해당 지자체에 일자리도 늘어납니다. 저비용항공사의 경우 통상 비행기 1대당 100명 정도 채용한다고 합니다. '플라이강원'의 경우 올해 말까지 비행기 3대를 들여올 계획이니 계산대로라면 올해에만 300명이 신규채용 되는 셈입니다. 강원도는 신규 채용인력의 최대 70%는 지역 인재들이 채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충청북도 역시 지역 거점 항공사 선정으로 3년 동안 일자리 1,000여 개가 새로 생길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항공기 등록세와 늘어나는 재산세는 과외 소득입니다. 지자체들이 신규 항공사 선정에 환호를 지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공항 가는 데 4시간은 너무해요"

지역 주민의 경우 해외여행 한 번 가려면 비행기를 타러 가는 데만 몇 시간 이상 이동해야 하는 불편한 교통 여건도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입니다. 강원도 강릉 주민의 경우 그동안 인천공항을 이용해 가까운 일본으로 여행을 간다고 하면 KTX를 타고 서울역까지 이동하는 데만 2시간, 다시 인천공항으로 이동하는 시간까지 합하면 국내 이동 시간만 4시간을 훌쩍 넘기기 마련이었습니다.
정작 일본까지 비행기로 걸리는 시간은 1-2시간 내외인데 공항까지 이동시간이 4시간이 넘었던 불편함이 앞으로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신규 저비용항공사 발표하는 국토부신규 저비용항공사 발표하는 국토부

늘어난 항공사...안전 유지는 어떻게?

물론 모두가 장밋빛만은 아닙니다. 애초 항공업계에서는 신규 선정될 저비용항공사가 많으면 두 곳 정도로 예상했습니다. 3개나 새로 허가해 준 건 의외라는 반응입니다. 항공사가 갑자기 늘면서 현재도 부족한 정비인력과 숙련된 조종사가 앞으로 더 부족해질 거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는 항공 안전에도 바로 직결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일단 국토부는 항공사들과 함께 중장기 전문인력 수요를 예측해, 전문인력 양성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항공기 조종사 교육 프로그램과 정비사 양성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퇴직한 정비 인력도 필요할 경우 활용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런 대책이 불충분할 경우에는 항공기 도입이나 노선 허가를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등 안전에 중점을 두고 엄격하게 관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우리나라에 LCC 9곳은 지나치다?

새로 3곳의 저비용항공사가 생겨나면서 우리나라 저비용항공사는 기존의 6곳과 합해서 모두 9곳이 됐습니다. 단순 비교로는 일본의 8개, 독일의 5개, 태국의 6개보다 더 많아졌습니다. 저비용항공사가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올 수 있습니다. 국토부는 우리나라의 저비용항공사가 6곳이라고 하지만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계열사가 3곳이나 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2019년 예상 항공운수시장 규모 23조 원 중 90%가 이 두 회사 계열 항공사들로부터 나온다는 점도 언급했습니다. 숫자로는 많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두 강자가 사실상 지배하는 시장이었고, 이제 그 시장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이르면 연말에는 실제 취항 가능할 듯

신규 항공사의 경우 실제 취항을 위해서는 AOC라고 불리는 운항증명을 받아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증명 신청 후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소요됩니다. '플라이강원'은 이르면 이번 달 내에 AOC를 신청하고 10월에는 실제 취항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에어로케이'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반면 중장거리 노선을 주로 운항할 '에어프레미아'는 내년 상반기 취항이 목표라고 했습니다. 항공사들의 계획대로 모든 것이 잘 진행된다면 연말 즈음에는 푸른 하늘을 날고 있는 새로운 날개들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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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미운 오리’ 지방공항…LCC 타고 ‘백조’ 될까?
    • 입력 2019-03-07 11:28:43
    • 수정2019-03-07 14:12:35
    취재후·사건후
플라이강원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
저비용 항공사 3곳 신규 선정

지난 5일, 국토교통부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신규 저비용항공사(LCC) 3곳을 발표했습니다. 선정된 곳은 강원도 양양공항을 거점으로 하는 '플라이강원'과 충북 청주공항이 거점인 '에어로케이', 인천공항을 거점으로 하는 '에어프레미아' 등 3곳입니다.

충청북도의 거점항공사 유치 환영 기자회견 모습
신규 항공사 발표 순간, 충북 청주시와 강원도 양양군은 환호와 함께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습니다. 충청북도는 긴급 기자회견까지 열어 감사 인사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항공사는 엄연히 민간 항공사인데 지자체가 들썩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방공항은 '돈먹는 하마'?

인천공항을 제외하고 한국공항공사가 관리하는 전국의 공항은 모두 14곳입니다. 문제는 그동안 경영 실적이 신통치 않았다는 점입니다. 2015년 한국공항공사 자료를 보면 김포와 김해, 제주를 제외하고 지방공항 11곳이 적자였습니다. 울산공항이 114억 원으로 적자 규모가 가장 컸고, 여수공항은 113억 원, 무안공항은 89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2015년 한 해만이 아닙니다. 대부분 개항 이래 계속 적자 상태였습니다.

흑자 전환된 무안공항
적자투성이 지방공항...구원의 손길된 LCC 취항

적자를 돌릴 뾰족한 방법을 백방으로 찾던 상황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저비용항공사의 취항 확대였습니다. 이스타항공이 청주를 주요 거점으로 운행을 하고, 티웨이항공은 대구를, 제주항공은 무안공항을 제3의 거점으로 활용하면서 지역 공항들의 경영 상태가 극적으로 변화했습니다. 2016년 청주공항이 5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고, 대구공항도 개항 이래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무안공항도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됐습니다. 2018년 항공여객이 전년보다 7.5% 증가해 1억 1천여만 명을 돌파,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도 큰 힘이 됐습니다.

'거점 공항'이 뭐기에?

강원도 양양공항의 경우 과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등 여러 항공사에서 취항했었지만 수익성에 발목이 잡혀 결국 운항을 포기한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플라이강원'의 경우는 상황이 다를까요? 국토부는 '플라이강원'은 최소 3년간 양양공항을 거점 공항으로 의무 사용하기에 상황이 다르다는 입장입니다.

과거 양양공항은 거점 공항으로 이용하는 항공사가 없다보니 공항에 도착한 여객기는 승객을 싣고와서 내려놓고 다시 태운 뒤 돌아가는 게 전부였다고 합니다. 이러다보니 공항에 정비 시설과 영업 시설은 물론 변변한 편의시설조차 제대로 없었다고 합니다. 반면 '플라이강원'의 경우 본사가 양양에 세워집니다. 당연히 비행기를 정비할 정비시설도 세워지고, 영업 시설도 만들어집니다. 정비인력과 승무원들도 양양 공항에 상주하게 돼 공항에 활기가 생겨날 것으로 보입니다.

거점 공항, 지역 경제 살리나?

해당 지자체에 일자리도 늘어납니다. 저비용항공사의 경우 통상 비행기 1대당 100명 정도 채용한다고 합니다. '플라이강원'의 경우 올해 말까지 비행기 3대를 들여올 계획이니 계산대로라면 올해에만 300명이 신규채용 되는 셈입니다. 강원도는 신규 채용인력의 최대 70%는 지역 인재들이 채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충청북도 역시 지역 거점 항공사 선정으로 3년 동안 일자리 1,000여 개가 새로 생길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항공기 등록세와 늘어나는 재산세는 과외 소득입니다. 지자체들이 신규 항공사 선정에 환호를 지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공항 가는 데 4시간은 너무해요"

지역 주민의 경우 해외여행 한 번 가려면 비행기를 타러 가는 데만 몇 시간 이상 이동해야 하는 불편한 교통 여건도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입니다. 강원도 강릉 주민의 경우 그동안 인천공항을 이용해 가까운 일본으로 여행을 간다고 하면 KTX를 타고 서울역까지 이동하는 데만 2시간, 다시 인천공항으로 이동하는 시간까지 합하면 국내 이동 시간만 4시간을 훌쩍 넘기기 마련이었습니다.
정작 일본까지 비행기로 걸리는 시간은 1-2시간 내외인데 공항까지 이동시간이 4시간이 넘었던 불편함이 앞으로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신규 저비용항공사 발표하는 국토부
늘어난 항공사...안전 유지는 어떻게?

물론 모두가 장밋빛만은 아닙니다. 애초 항공업계에서는 신규 선정될 저비용항공사가 많으면 두 곳 정도로 예상했습니다. 3개나 새로 허가해 준 건 의외라는 반응입니다. 항공사가 갑자기 늘면서 현재도 부족한 정비인력과 숙련된 조종사가 앞으로 더 부족해질 거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는 항공 안전에도 바로 직결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일단 국토부는 항공사들과 함께 중장기 전문인력 수요를 예측해, 전문인력 양성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항공기 조종사 교육 프로그램과 정비사 양성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퇴직한 정비 인력도 필요할 경우 활용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런 대책이 불충분할 경우에는 항공기 도입이나 노선 허가를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등 안전에 중점을 두고 엄격하게 관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우리나라에 LCC 9곳은 지나치다?

새로 3곳의 저비용항공사가 생겨나면서 우리나라 저비용항공사는 기존의 6곳과 합해서 모두 9곳이 됐습니다. 단순 비교로는 일본의 8개, 독일의 5개, 태국의 6개보다 더 많아졌습니다. 저비용항공사가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올 수 있습니다. 국토부는 우리나라의 저비용항공사가 6곳이라고 하지만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계열사가 3곳이나 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2019년 예상 항공운수시장 규모 23조 원 중 90%가 이 두 회사 계열 항공사들로부터 나온다는 점도 언급했습니다. 숫자로는 많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두 강자가 사실상 지배하는 시장이었고, 이제 그 시장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이르면 연말에는 실제 취항 가능할 듯

신규 항공사의 경우 실제 취항을 위해서는 AOC라고 불리는 운항증명을 받아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증명 신청 후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소요됩니다. '플라이강원'은 이르면 이번 달 내에 AOC를 신청하고 10월에는 실제 취항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에어로케이'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반면 중장거리 노선을 주로 운항할 '에어프레미아'는 내년 상반기 취항이 목표라고 했습니다. 항공사들의 계획대로 모든 것이 잘 진행된다면 연말 즈음에는 푸른 하늘을 날고 있는 새로운 날개들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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