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 허락없이 파헤치면 무조건 징역형”…헌재 ‘전원일치’ 합헌 결정

입력 2019.03.07 (14:25) 수정 2019.03.07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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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분묘를 적법한 절차 없이 파헤친 사람에게 징역형으로만 처벌하도록 한 것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벌금형을 선택형으로 규정하지 않고 징역형으로만 처벌하도록 한 조항은 우리의 전통문화와 범죄예방 측면 등을 고려할 때 합리적 이유가 있다는 게 헌재의 판단이다.

헌재는 오늘(7일) 춘천지법이 '분묘 발굴죄'를 5년 이하 징역형으로 처벌하도록 한 형법 160조가 헌법에 맞는지 판단해달라고 제청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형법 160조는 분묘를 발굴한 자에게 벌금형 없이, 5년 이하 징역형으로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춘천지법에 따르면, 변호사인 A(66) 씨는 지난 2012년 강원 홍천군 서면 일대에 골프장 건설을 추진 중이었던 모 리조트와 B 씨 간의 공사방해금지가처분신청 소송과 관련해 리조트 측 사건을 맡고 있었다. 이후 같은 해(2012년) 3월 공사 현장 일대 산에서 발견된 B 씨의 5대 종조부 분묘 4기를 적법한 개장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장묘업체와 굴착기를 동원해 무단으로 없앴다. 리조트 측의 법률 조언을 해주던 A 변호사는 분묘 훼손 혐의로 2014년 7월 불구속 기소됐다.

재판 과정에서 A 변호사는 “지난 2012년 3월 현장 확인 당시에는 분묘 현장이 무성하게 자란 나무를 베어놓아 분묘라는 것을 확인할 수 없었다”며 혐의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이어 “분묘 및 분묘의 흔적이라도 확인됐었다면 법적 절차에 따라 공사를 즉시 중단하고, 보상절차를 거쳐 정상 처리할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7개월 후 2012년 10월에 법원에서 현장검증했었는데 그때는 유골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겠다”고 주장하며 줄곧 무죄를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2016년 8월, A 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항소한 A 씨는 사체의 명예를 욕되게 한 자를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형법 규정(사체 등에 대한 오욕죄, 형법 제159조)과 매장된 시신 또는 유골을 옮기는 등의 행위를 처벌하는 내용의 장사법 조항 등 유사 행위들에 대한 처벌 규정에서는 징역형만이 아닌 벌금형도 법정형에 포함돼 있다는 점을 들어 문제가 된 조항이 평등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이에 A 변호사는 2017년 11월 항소하면서 형법에서 분묘 발굴 행위를 징역형으로만 처벌하도록 규정한 것이 헌법에 어긋난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당시 재판부도 “유사한 유형의 범죄인 ‘사체 오욕죄’나 '미허가 분묘 개장죄'(허가 없이 매장된 시신이나 유골을 꺼낸 범죄)에는 벌금형이 규정돼 있는데 분묘 발굴죄는 징역형만 규정하고 있어 형벌 체계상의 균형성 및 평등원칙에 위배 될 소지가 있다"며 위헌법률심판을 헌재에 제청했다.


하지만 헌재는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조상을 높이 숭배했고, 좋은 장소를 찾아 조상의 분묘를 설치하고, 그곳을 조상의 시신이나 유골뿐만 아니라 영혼이 자리 잡고 있는 경건한 곳으로 생각했다"며 "자손들은 물론 보통 사람들도 이를 존엄한 장소로서 존중해야 하며 함부로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관념이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또 A 씨가 주장하는 분묘 발굴 행위를 징역형으로만 처벌하는 규정이 과하다는 주장과 관련해 "이 조항은 징역형 하한에 제한을 두지 않아 1월부터 5년까지 다양한 기간의 징역형을 선고하는 것이 가능하며 집행유예나 선고유예를 선고할 수 있다"며 "법정형이 지나치게 과중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번 관련해 배오석 변호사는 “최근 화장률 증가 등으로 전통적인 장사방법이나 장묘문화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의식에 변화가 생기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 매장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등 분묘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이 소멸하였다거나 본질적으로 변경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헌재는 판단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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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덤 허락없이 파헤치면 무조건 징역형”…헌재 ‘전원일치’ 합헌 결정
    • 입력 2019-03-07 14:25:44
    • 수정2019-03-07 14:51:26
    취재K
다른 사람의 분묘를 적법한 절차 없이 파헤친 사람에게 징역형으로만 처벌하도록 한 것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벌금형을 선택형으로 규정하지 않고 징역형으로만 처벌하도록 한 조항은 우리의 전통문화와 범죄예방 측면 등을 고려할 때 합리적 이유가 있다는 게 헌재의 판단이다.

헌재는 오늘(7일) 춘천지법이 '분묘 발굴죄'를 5년 이하 징역형으로 처벌하도록 한 형법 160조가 헌법에 맞는지 판단해달라고 제청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형법 160조는 분묘를 발굴한 자에게 벌금형 없이, 5년 이하 징역형으로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춘천지법에 따르면, 변호사인 A(66) 씨는 지난 2012년 강원 홍천군 서면 일대에 골프장 건설을 추진 중이었던 모 리조트와 B 씨 간의 공사방해금지가처분신청 소송과 관련해 리조트 측 사건을 맡고 있었다. 이후 같은 해(2012년) 3월 공사 현장 일대 산에서 발견된 B 씨의 5대 종조부 분묘 4기를 적법한 개장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장묘업체와 굴착기를 동원해 무단으로 없앴다. 리조트 측의 법률 조언을 해주던 A 변호사는 분묘 훼손 혐의로 2014년 7월 불구속 기소됐다.

재판 과정에서 A 변호사는 “지난 2012년 3월 현장 확인 당시에는 분묘 현장이 무성하게 자란 나무를 베어놓아 분묘라는 것을 확인할 수 없었다”며 혐의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이어 “분묘 및 분묘의 흔적이라도 확인됐었다면 법적 절차에 따라 공사를 즉시 중단하고, 보상절차를 거쳐 정상 처리할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7개월 후 2012년 10월에 법원에서 현장검증했었는데 그때는 유골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겠다”고 주장하며 줄곧 무죄를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2016년 8월, A 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항소한 A 씨는 사체의 명예를 욕되게 한 자를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형법 규정(사체 등에 대한 오욕죄, 형법 제159조)과 매장된 시신 또는 유골을 옮기는 등의 행위를 처벌하는 내용의 장사법 조항 등 유사 행위들에 대한 처벌 규정에서는 징역형만이 아닌 벌금형도 법정형에 포함돼 있다는 점을 들어 문제가 된 조항이 평등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이에 A 변호사는 2017년 11월 항소하면서 형법에서 분묘 발굴 행위를 징역형으로만 처벌하도록 규정한 것이 헌법에 어긋난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당시 재판부도 “유사한 유형의 범죄인 ‘사체 오욕죄’나 '미허가 분묘 개장죄'(허가 없이 매장된 시신이나 유골을 꺼낸 범죄)에는 벌금형이 규정돼 있는데 분묘 발굴죄는 징역형만 규정하고 있어 형벌 체계상의 균형성 및 평등원칙에 위배 될 소지가 있다"며 위헌법률심판을 헌재에 제청했다.


하지만 헌재는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조상을 높이 숭배했고, 좋은 장소를 찾아 조상의 분묘를 설치하고, 그곳을 조상의 시신이나 유골뿐만 아니라 영혼이 자리 잡고 있는 경건한 곳으로 생각했다"며 "자손들은 물론 보통 사람들도 이를 존엄한 장소로서 존중해야 하며 함부로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관념이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또 A 씨가 주장하는 분묘 발굴 행위를 징역형으로만 처벌하는 규정이 과하다는 주장과 관련해 "이 조항은 징역형 하한에 제한을 두지 않아 1월부터 5년까지 다양한 기간의 징역형을 선고하는 것이 가능하며 집행유예나 선고유예를 선고할 수 있다"며 "법정형이 지나치게 과중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번 관련해 배오석 변호사는 “최근 화장률 증가 등으로 전통적인 장사방법이나 장묘문화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의식에 변화가 생기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 매장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등 분묘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이 소멸하였다거나 본질적으로 변경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헌재는 판단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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