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공주가 총리 신청했다고 총선 앞두고 정당 해산…태국 정국 혼돈

입력 2019.03.07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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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공주를 총리 후보로 내세웠던 태국 야당이 결국 24일 치러지는 태국 총선 17일을 앞두고 정당 해산 결정을 맞았다. 우본랏 라차깐야 공주를 총리 후보로 지명함으로써 태국의 입헌군주제에 반하는 행동을 했다는 이유이다. 태국 헌법재판소는 7일 타이락사차트당(태국민족수호당)에 대한 선관위의 해산 요청을 받아들여 이같이 결정했다.

우본랏 라차깐야 공주 (출처:The Nation)우본랏 라차깐야 공주 (출처:The Nation)

태국 헌재, "공주 총리 후보 지명은 입헌군주제에 반하는 행위"

타이락사차트당은 공주를 당의 총리 후보로 지명하며 태국 정가에 깜짝 파문을 일으켰지만, 국왕의 공개 반대에 이어 헌재의 해산 결정으로 창당 4개월 만에 공중분해 되는 신세가 됐다. 또한 이번 해산 결정으로 2014년 군부 쿠데타 이후 5년 만에 치러지는 태국 총선을 코앞에 두고 태국 정국이 한 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운 혼돈 속으로 치닫게 됐다.

당 소속 후보자 선거 2주 앞두고 자격 박탈 선거운동 중단

문제는 총선을 2주 남짓 남겨놓고 정당해산 결정이 내려지면서 이 정당 공천을 받고 한창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타이락사차트당 후보자들이 후보 자격을 잃게 됐다는 것. 태국 선거법에 후보자는 선거일 90일 이전부터는 정당에 소속돼 있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어 새로운 정당을 만들거나 정당을 바꿀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타이락사차트당은 이번 총선에서지역구 후보 176명, 비례대표 후보 108명이 등록해 있는 상태이다. 당 지도부 14명도 10년 동안 정치활동을 하지 못하게 됐다.

타이락사차트당 지도부가 정당해산 여부 결정을 방청하기 위해 헌법재판소로 들어가고 있다. (출처: Bangkok Post)타이락사차트당 지도부가 정당해산 여부 결정을 방청하기 위해 헌법재판소로 들어가고 있다. (출처: Bangkok Post)

군부 재집권 막으려는 탁신계 전략 차질

또 다른 문제는 지난 2014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현 군부 정권의 재집권을 막으려는 탁신계 정당인 푸어타이당(태국을위한당)의 전략이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해산이 결정된 타이락사차트당은 지난 2006년 군부 쿠데타로 실각한 뒤 해외 도피 중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를 지지하는 세력인 푸어타이당의 자매정당이다. 거대 정당인 푸어타이당이 후보를 내지 않는 선거구 중심으로 후보를 냄으로써, 중소정당에 유리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 의석에서도 탁신계가 다수를 차지한다는 전략에 창당했다. 하지만 이번 헌법재판소의 해산 결정으로 이 같은 전략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군부 주도 정당, 헌법 개정으로 하원 1/4만 얻으면 재집권

반면 군부 정권 장관들이 주축이 돼 지난해 창당한 팔랑쁘라차랏당(국민국가권력당)은 쁘라윳 짠-오차 현 총리를 총리 후보로 내세워 재집권을 노리고 있다. 태국은 상하원 총 750명 의원이 투표로 총리를 선출하는데, 상원 250석을 군부가 지명하게 헌법을 개정했다. 결국, 하원 500석 중 4분의 1 이상만 획득하면 군부가 추천한 후보자가 총리에 오를 수 있다.

쁘라윳 태국 총리. 육군참모총장이던 2014년 군부 쿠데타를 주도한 뒤 총리직에 올랐다. (출처 : The Nation) 쁘라윳 태국 총리. 육군참모총장이던 2014년 군부 쿠데타를 주도한 뒤 총리직에 올랐다. (출처 : The Nation)

헌재 결정 군부 정당에 유리…. 태국 민심 반응이 관건

이번 헌재의 해산 결정으로 일단 현 집권 군부는 부활을 노리는 탁신계 정당의 기세를 꺾는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해산 결정을 받은 타이락사차트당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350개 지역구 가운데 7곳에서 1위를 달리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비례대표까지 포함한다면 탁신계 정당은 10석 이상 손실을 보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헌재의 결정에 태국 민심이 어떻게 반응할지가 앞으로 총선의 향방을 가늠할 것으로 보인다.

탁신계 푸어타이당 여론조사 1위

푸어타이당의 선거운동 장면(출처: The Nation)푸어타이당의 선거운동 장면(출처: The Nation)

더구나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탁신계인 푸어타이당이 136곳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다른 야당인 민주당이 88곳, 군부 주도 정당인 팔랑쁘라차랏당은 62곳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을 뿐이다.

총선에서 하원 의석 4분의 1만 차지하면 총리를 차지할 수 있도록 헌법을 개정한 태국 군부가 과연 재집권에 성공할 수 있을지, 탁신 전 총리에 이어 여동생인 잉락 전 총리까지 군부 쿠데타에 의해 축출된 푸어타이당이 정권을 찾아올 수 있을지 태국 총선 정국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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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공주가 총리 신청했다고 총선 앞두고 정당 해산…태국 정국 혼돈
    • 입력 2019-03-07 19:36:18
    특파원 리포트
태국 공주를 총리 후보로 내세웠던 태국 야당이 결국 24일 치러지는 태국 총선 17일을 앞두고 정당 해산 결정을 맞았다. 우본랏 라차깐야 공주를 총리 후보로 지명함으로써 태국의 입헌군주제에 반하는 행동을 했다는 이유이다. 태국 헌법재판소는 7일 타이락사차트당(태국민족수호당)에 대한 선관위의 해산 요청을 받아들여 이같이 결정했다.

우본랏 라차깐야 공주 (출처:The Nation)
태국 헌재, "공주 총리 후보 지명은 입헌군주제에 반하는 행위"

타이락사차트당은 공주를 당의 총리 후보로 지명하며 태국 정가에 깜짝 파문을 일으켰지만, 국왕의 공개 반대에 이어 헌재의 해산 결정으로 창당 4개월 만에 공중분해 되는 신세가 됐다. 또한 이번 해산 결정으로 2014년 군부 쿠데타 이후 5년 만에 치러지는 태국 총선을 코앞에 두고 태국 정국이 한 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운 혼돈 속으로 치닫게 됐다.

당 소속 후보자 선거 2주 앞두고 자격 박탈 선거운동 중단

문제는 총선을 2주 남짓 남겨놓고 정당해산 결정이 내려지면서 이 정당 공천을 받고 한창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타이락사차트당 후보자들이 후보 자격을 잃게 됐다는 것. 태국 선거법에 후보자는 선거일 90일 이전부터는 정당에 소속돼 있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어 새로운 정당을 만들거나 정당을 바꿀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타이락사차트당은 이번 총선에서지역구 후보 176명, 비례대표 후보 108명이 등록해 있는 상태이다. 당 지도부 14명도 10년 동안 정치활동을 하지 못하게 됐다.

타이락사차트당 지도부가 정당해산 여부 결정을 방청하기 위해 헌법재판소로 들어가고 있다. (출처: Bangkok Post)
군부 재집권 막으려는 탁신계 전략 차질

또 다른 문제는 지난 2014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현 군부 정권의 재집권을 막으려는 탁신계 정당인 푸어타이당(태국을위한당)의 전략이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해산이 결정된 타이락사차트당은 지난 2006년 군부 쿠데타로 실각한 뒤 해외 도피 중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를 지지하는 세력인 푸어타이당의 자매정당이다. 거대 정당인 푸어타이당이 후보를 내지 않는 선거구 중심으로 후보를 냄으로써, 중소정당에 유리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 의석에서도 탁신계가 다수를 차지한다는 전략에 창당했다. 하지만 이번 헌법재판소의 해산 결정으로 이 같은 전략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군부 주도 정당, 헌법 개정으로 하원 1/4만 얻으면 재집권

반면 군부 정권 장관들이 주축이 돼 지난해 창당한 팔랑쁘라차랏당(국민국가권력당)은 쁘라윳 짠-오차 현 총리를 총리 후보로 내세워 재집권을 노리고 있다. 태국은 상하원 총 750명 의원이 투표로 총리를 선출하는데, 상원 250석을 군부가 지명하게 헌법을 개정했다. 결국, 하원 500석 중 4분의 1 이상만 획득하면 군부가 추천한 후보자가 총리에 오를 수 있다.

쁘라윳 태국 총리. 육군참모총장이던 2014년 군부 쿠데타를 주도한 뒤 총리직에 올랐다. (출처 : The Nation)
헌재 결정 군부 정당에 유리…. 태국 민심 반응이 관건

이번 헌재의 해산 결정으로 일단 현 집권 군부는 부활을 노리는 탁신계 정당의 기세를 꺾는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해산 결정을 받은 타이락사차트당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350개 지역구 가운데 7곳에서 1위를 달리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비례대표까지 포함한다면 탁신계 정당은 10석 이상 손실을 보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헌재의 결정에 태국 민심이 어떻게 반응할지가 앞으로 총선의 향방을 가늠할 것으로 보인다.

탁신계 푸어타이당 여론조사 1위

푸어타이당의 선거운동 장면(출처: The Nation)
더구나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탁신계인 푸어타이당이 136곳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다른 야당인 민주당이 88곳, 군부 주도 정당인 팔랑쁘라차랏당은 62곳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을 뿐이다.

총선에서 하원 의석 4분의 1만 차지하면 총리를 차지할 수 있도록 헌법을 개정한 태국 군부가 과연 재집권에 성공할 수 있을지, 탁신 전 총리에 이어 여동생인 잉락 전 총리까지 군부 쿠데타에 의해 축출된 푸어타이당이 정권을 찾아올 수 있을지 태국 총선 정국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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