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새 아파트에서 또 라돈…화장실 선반이 주범?

입력 2019.03.08 (08:29) 수정 2019.03.08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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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미세먼지가 심한 요즘, 차라리 집에 있는게 더 안전하다고 느끼시는 분들 많으시죠.

그런데, 만약 집 안에서 1급 발암물질 라돈이 검출된다면 어떨까요?

지난해 입주한 새 아파트 얘기인데요,

주민들은 환기를 시킬 수도, 문을 꽁꽁 닫아둘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지금부터 현장으로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경기도 한 신도시의 아파틉니다.

고급 아파트로 알려지면서 분양가도 높았다는데요.

[박OO/입주민 : "제일 좋은 아파트로 이름도 나 있고 대형 건설사인 만큼 내부에도 좋은 자재를 많이 썼다고 해서 이번에 좀 좋은 아파트에서 살아보자 해서 대출 엄청나게 받아서 들어오게 된 거죠."]

그런데, 새집에 이사왔다는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10월, 뉴스를 보던 박 씨는 깜짝 놀라게 되는데요.

전주의 한 아파트 욕실 선반에서 기준치 10배 이상의 라돈이 검출됐다는 내용, 문제의 아파트는 박 씨 아파트와 같은 시공사였는데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직접 간이 측정기로 화장실의 라돈 수치를 측정해봤습니다.

세제곱미터당 2300베크렐, 공동주택 권고기준보다 11배 이상 높은 수치였습니다.

[박OO/입주민 : "설마 했는데 이렇게 높은 수치가 나올 줄은 몰랐죠. 누가 이런데 살고 싶겠어요."]

그런데, 라돈이 검출되는 곳은 박 씨의 집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카리나/입주민 : "저희 단지는 200세대 이상 다 수치를 재봤거든요. 53pCi/L까지 나와요. 기준치는 4pCi/L이에요. 그러면 한 12배 나오는 거죠."]

주민들은 화장실 선반에 설치된 화강석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카리나/입주민 : "아무래도 이 대리석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거든요. 집의 모든 곳에서 다 측정해봤거든요. 욕실만 이렇게 높게 나오고 있어요."]

참다못해 라돈이 발생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화강석을 직접 떼어낸 입주민도 있습니다.

화장실 선반에 시멘트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데요.

[임OO/입주민 : "드라이버 같은 거로 망치랑 이용해서 깬 거죠. 저희가 미쳤다고 새 아파트를 이렇게 하겠어요."]

이사 온지 1년도 안 된 새집을 직접 망가뜨린 이유, 두 아이들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임OO/입주민 : "화가 치밀죠. 보기는 싫어도 일단 마음은 홀가분한 상태에요. 그래서 후회는 하지 않습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환경부가 권고하는 공기질 측정 방법으로 사흘간 라돈이 얼마나 발생되는 지 측정해봤습니다.

세제곱미터당 최대 433베크렐, 공동주택 권고기준보다 2배 이상입니다.

[박경북/김포대학교 보건정책과 교수 : "공동주택 기준의 배는 넘었다고 볼 수 있고요. 유해성을 본다면 담배를 한 15개비에서 16개비를 매일 흡연했다. 그 정도로 볼 수 있죠."]

전문가도 화장실 선반에 사용된 화강석을 원인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박경북/김포대학교 보건정책과 교수 : "보통 라돈은 토양이라든가 암석에서 귀인해요. 이런 석재를 사용했다고 하면 당연히 라돈이 나올 수 있는 근거가 되겠죠."]

실내에서 이렇게 라돈이 가스 형태로 발생될 경우 건강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을까요?

[최원준/가천대 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 "호흡기로 노출이 되기 때문에 (폐에서 방사선인) 알파선이 방출되면서 폐암이 발생하는 거로 알려져 있습니다. 어린이 같은 경우에는 분당 호흡량이 더 많아서 좀 더 라돈 노출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는 그런 가능성이 있고..."]

단순히 환기를 시키는 것으로 라돈 배출원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는데요.

[박경북/김포대학교 보건정책과 교수 : "토륨계나 우라늄계 라돈이 나온단 말이에요. 그럼 우라늄계는 45억 년 동안 나오죠. 또 토륨계 라돈은 142억 년 동안 나오죠. 빨리 밖으로 빼내는 게 낫고……."]

주민들도 문제의 선반을 모두 교체해주길 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건축 자재 선정 주체를 놓고 시행사와 시공사의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별다른 대안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박OO/입주민 : "책임져야 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냥 놔두고 있는데 진짜 이런 데서 계속 살아야 되는 건 아닌 거 같아서 지금 굉장히 고민이죠."]

지자체는 이 아파트의 경우, 실내 라돈 권고 기준이 마련되기 전에 주택사업승인이 났기 때문에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경기도 화성시청 관계자/음성변조 : "시공사에는 실내 공기 전문 측정업체에 의뢰를 해서 만약에 권고기준치가 초과되었을 경우 권고기준치를 유지할 수 있도록 협조 요청을 한 상황입니다."]

아파트를 만든 시공사와 시행사, 그리고 지자체는 새집에 이사 와서 요즘처럼 더욱 불안에 시달린다는 입주민들의 처지를 얼마나 이해할까요?

바로 이런 상황입니다.

[박OO/입주민 : "환기를 시키자니 미세먼지가 요새 너무 심하고 환기를 안 시키자니 여기는 계속 라돈이랑 방사성 물질이 안에 계속 축적되고. 고민인 거죠."]

[카리나/입주민 : "왔을 때는 큰 기대를 가지고 여기 와서 임신도 하고 다음에 아기도 (낳아서) 학교에 보내고 이런 큰 소원으로 들어왔는데요. 걱정돼서 라돈 해결하기 전까지는 아기 안 가지려고요."]

집 밖에 나가면 피할 곳이 없다는 요즘, 연일 계속되는 미세먼지로 깨끗하고 안전한 공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아파트 건설에 얼마나 많은 라돈 배출원이 사용됐는지 측정조차 쉽지 않은 가운데, 이를 규제하는 관련법은 최근 발의됐습니다.

아직 손놓고 있다는 비판은 그래서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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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08 08:36:46
    • 수정2019-03-08 09:4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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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미세먼지가 심한 요즘, 차라리 집에 있는게 더 안전하다고 느끼시는 분들 많으시죠. 그런데, 만약 집 안에서 1급 발암물질 라돈이 검출된다면 어떨까요? 지난해 입주한 새 아파트 얘기인데요, 주민들은 환기를 시킬 수도, 문을 꽁꽁 닫아둘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지금부터 현장으로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경기도 한 신도시의 아파틉니다. 고급 아파트로 알려지면서 분양가도 높았다는데요. [박OO/입주민 : "제일 좋은 아파트로 이름도 나 있고 대형 건설사인 만큼 내부에도 좋은 자재를 많이 썼다고 해서 이번에 좀 좋은 아파트에서 살아보자 해서 대출 엄청나게 받아서 들어오게 된 거죠."] 그런데, 새집에 이사왔다는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10월, 뉴스를 보던 박 씨는 깜짝 놀라게 되는데요. 전주의 한 아파트 욕실 선반에서 기준치 10배 이상의 라돈이 검출됐다는 내용, 문제의 아파트는 박 씨 아파트와 같은 시공사였는데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직접 간이 측정기로 화장실의 라돈 수치를 측정해봤습니다. 세제곱미터당 2300베크렐, 공동주택 권고기준보다 11배 이상 높은 수치였습니다. [박OO/입주민 : "설마 했는데 이렇게 높은 수치가 나올 줄은 몰랐죠. 누가 이런데 살고 싶겠어요."] 그런데, 라돈이 검출되는 곳은 박 씨의 집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카리나/입주민 : "저희 단지는 200세대 이상 다 수치를 재봤거든요. 53pCi/L까지 나와요. 기준치는 4pCi/L이에요. 그러면 한 12배 나오는 거죠."] 주민들은 화장실 선반에 설치된 화강석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카리나/입주민 : "아무래도 이 대리석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거든요. 집의 모든 곳에서 다 측정해봤거든요. 욕실만 이렇게 높게 나오고 있어요."] 참다못해 라돈이 발생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화강석을 직접 떼어낸 입주민도 있습니다. 화장실 선반에 시멘트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데요. [임OO/입주민 : "드라이버 같은 거로 망치랑 이용해서 깬 거죠. 저희가 미쳤다고 새 아파트를 이렇게 하겠어요."] 이사 온지 1년도 안 된 새집을 직접 망가뜨린 이유, 두 아이들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임OO/입주민 : "화가 치밀죠. 보기는 싫어도 일단 마음은 홀가분한 상태에요. 그래서 후회는 하지 않습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환경부가 권고하는 공기질 측정 방법으로 사흘간 라돈이 얼마나 발생되는 지 측정해봤습니다. 세제곱미터당 최대 433베크렐, 공동주택 권고기준보다 2배 이상입니다. [박경북/김포대학교 보건정책과 교수 : "공동주택 기준의 배는 넘었다고 볼 수 있고요. 유해성을 본다면 담배를 한 15개비에서 16개비를 매일 흡연했다. 그 정도로 볼 수 있죠."] 전문가도 화장실 선반에 사용된 화강석을 원인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박경북/김포대학교 보건정책과 교수 : "보통 라돈은 토양이라든가 암석에서 귀인해요. 이런 석재를 사용했다고 하면 당연히 라돈이 나올 수 있는 근거가 되겠죠."] 실내에서 이렇게 라돈이 가스 형태로 발생될 경우 건강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을까요? [최원준/가천대 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 "호흡기로 노출이 되기 때문에 (폐에서 방사선인) 알파선이 방출되면서 폐암이 발생하는 거로 알려져 있습니다. 어린이 같은 경우에는 분당 호흡량이 더 많아서 좀 더 라돈 노출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는 그런 가능성이 있고..."] 단순히 환기를 시키는 것으로 라돈 배출원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는데요. [박경북/김포대학교 보건정책과 교수 : "토륨계나 우라늄계 라돈이 나온단 말이에요. 그럼 우라늄계는 45억 년 동안 나오죠. 또 토륨계 라돈은 142억 년 동안 나오죠. 빨리 밖으로 빼내는 게 낫고……."] 주민들도 문제의 선반을 모두 교체해주길 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건축 자재 선정 주체를 놓고 시행사와 시공사의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별다른 대안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박OO/입주민 : "책임져야 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냥 놔두고 있는데 진짜 이런 데서 계속 살아야 되는 건 아닌 거 같아서 지금 굉장히 고민이죠."] 지자체는 이 아파트의 경우, 실내 라돈 권고 기준이 마련되기 전에 주택사업승인이 났기 때문에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경기도 화성시청 관계자/음성변조 : "시공사에는 실내 공기 전문 측정업체에 의뢰를 해서 만약에 권고기준치가 초과되었을 경우 권고기준치를 유지할 수 있도록 협조 요청을 한 상황입니다."] 아파트를 만든 시공사와 시행사, 그리고 지자체는 새집에 이사 와서 요즘처럼 더욱 불안에 시달린다는 입주민들의 처지를 얼마나 이해할까요? 바로 이런 상황입니다. [박OO/입주민 : "환기를 시키자니 미세먼지가 요새 너무 심하고 환기를 안 시키자니 여기는 계속 라돈이랑 방사성 물질이 안에 계속 축적되고. 고민인 거죠."] [카리나/입주민 : "왔을 때는 큰 기대를 가지고 여기 와서 임신도 하고 다음에 아기도 (낳아서) 학교에 보내고 이런 큰 소원으로 들어왔는데요. 걱정돼서 라돈 해결하기 전까지는 아기 안 가지려고요."] 집 밖에 나가면 피할 곳이 없다는 요즘, 연일 계속되는 미세먼지로 깨끗하고 안전한 공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아파트 건설에 얼마나 많은 라돈 배출원이 사용됐는지 측정조차 쉽지 않은 가운데, 이를 규제하는 관련법은 최근 발의됐습니다. 아직 손놓고 있다는 비판은 그래서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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