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바꿔 또 진영 장관

입력 2019.03.09 (07:08) 수정 2019.03.09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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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타이 색의 변화
두 장의 사진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의 정치인생을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왼쪽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진영 당시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이 박근혜 후보와 대선 공약을 발표하는 모습입니다. 오른쪽은 2016년 총선 직전, 새누리당을 탈당해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하는 진영 후보자의 사진이고요. 행사장 가느라 신경 써서 맸을 넥타이에 차이가 분명합니다. 2012년엔 빨간 넥타이, 2016년에는 파란 넥타이.

원조 친박이라지만, 3년 마다...
진영 후보자는 '원조 친박'으로 분류되던 인사였습니다. 진 후보자가 초선이던 2004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초대 비서실장으로 그를 발탁했습니다. '원조 친박' 꼬리표는 그래서 붙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3년 뒤 2007년, 박근혜-이명박 후보가 다툰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선 박 전 대통령을 돕지 않았습니다. "현역 의원이 캠프에 참여하는 건 옳지 않다"는 소신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다시 3년 뒤 2010년에는 박 전 대통령이 반대한 세종시 수정안에 찬성했습니다. 친박 그룹의 눈 밖에 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래도 깔끔한 일 처리에 당내 드문 호남 출신이라는 이점도 더해져서, 이후에 박근혜 대통령 인수위 부위원장, 복지부 장관으로 승승장구했습니다.

또 3년 뒤군요. 복지부 장관으로 있던 2013년에는 복지부 장관으로 기초연금 문제를 놓고, 박 전 대통령과 멀어졌고, 장관직에서 물러났습니다. 3년마다 곡절이 반복되자 진박(眞朴)들 사이에서는 진영 후보자가 3년마다 박 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다는 '3년 주기 배신설'이 우스갯소리처럼 나오기도 했습니다.

공천 탈락 사흘 만에 민주당 입당
다시 3년 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진 후보자는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했습니다. 친박 감별사들이 공천을 했다고 알려진 그 후보 공천이었습니다. 새누리당은 핀셋처럼 진 후보자의 지역구(서울 용산)을 콕 집어서, 여성을 공천하겠다고 했습니다. 결국, 진영 후보자는 새누리당을 떠나, 함께 한 인연이 있는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의 권유로 파란색 넥타이를 맵니다.

그 선택 덕에 진영 후보자는 두 번 째 장관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그동안 정권이 바뀌어도 장관을 여러 번 했던 이들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이헌재 장관이나 진념 장관처럼 관료 출신들이었습니다. 여의도 출신이 보수, 진보 정권을 넘나들며 장관을 맡는 건 보기 어려운 장면입니다.


'원조 친노' 로 정치 시작했지만..
여기 감출 것 없는 정치, 거짓 없는 정치를 젊은 용기로 시작하겠다는 후보가 있습니다. 1996년 총선 당시 부산에 출마한 민주당 조경태 후보입니다. 지금은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이죠.

조 최고위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산에서 출마했을 때부터 그를 도왔습니다. 스스로도 원조 친노라고 과거 인터뷰에서 말하기도 했습니다. 2004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으로 당선됐을 때, 3당 합당 이후 부산에서 처음 당선된, 그리고 유일한 민주당계 국회의원이 지금의 조경태 최고위원입니다. 19대까지 민주당 후보로 당선됐고, 2013년에는 민주당 최고위원에 선출되기도 했습니다.

2013년 5월 민주당 전당대회2013년 5월 민주당 전당대회

친노로 정치를 시작했지만, 조 최고위원은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뒤에는 비노로 분류되기 시작했습니다. 2015년 문재인 대통령이 새정치연합(지금의 민주당 전신) 대표를 맡은 이후로는 대표직에서 사퇴하라고 줄기차게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2016년 1월 민주당을 탈당해 당시 새누리당으로 당을 옮겼습니다. 지난달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최다득표를 얻어 최고위원에 당선됐습니다. 인위적 정계개편이 아니라 혈혈단신 당을 옮겨 다른 당에서 최고위원에 입성한 것도 정치권에서 흔한 일은 아닙니다.

2019년 2월 자유한국당 전당대회2019년 2월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선거 때만 되면 정치권의 이합집산이 이뤄지는 건 한국 정치의 오래된 특징입니다. 지금의 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의 대표들은 한때 한솥밥을 먹으며 대선후보 경쟁을 치렀던 이들입니다. 정치권에는 영원한 동지도, 적도 없는 법이니까요.

'원조'라는 타이틀을 박차고, 상대 당으로 옮기는 선택은 어쩌면 정치적 운명을 건 도박에 가까운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색이 다른 당을 찾아, 장관이 되고 최고위원에 당선되는 일이 성공적인 선택이었을지는 앞으로의 활동으로 평가받을 겁니다. 원래 속했던 정당의 더 치열할 견제는 숙명적으로 짊어져야 할 짐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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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영 바꿔 또 진영 장관
    • 입력 2019-03-09 07:08:48
    • 수정2019-03-09 10:56:12
    취재K
넥타이 색의 변화
두 장의 사진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의 정치인생을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왼쪽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진영 당시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이 박근혜 후보와 대선 공약을 발표하는 모습입니다. 오른쪽은 2016년 총선 직전, 새누리당을 탈당해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하는 진영 후보자의 사진이고요. 행사장 가느라 신경 써서 맸을 넥타이에 차이가 분명합니다. 2012년엔 빨간 넥타이, 2016년에는 파란 넥타이.

원조 친박이라지만, 3년 마다...
진영 후보자는 '원조 친박'으로 분류되던 인사였습니다. 진 후보자가 초선이던 2004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초대 비서실장으로 그를 발탁했습니다. '원조 친박' 꼬리표는 그래서 붙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3년 뒤 2007년, 박근혜-이명박 후보가 다툰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선 박 전 대통령을 돕지 않았습니다. "현역 의원이 캠프에 참여하는 건 옳지 않다"는 소신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다시 3년 뒤 2010년에는 박 전 대통령이 반대한 세종시 수정안에 찬성했습니다. 친박 그룹의 눈 밖에 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래도 깔끔한 일 처리에 당내 드문 호남 출신이라는 이점도 더해져서, 이후에 박근혜 대통령 인수위 부위원장, 복지부 장관으로 승승장구했습니다.

또 3년 뒤군요. 복지부 장관으로 있던 2013년에는 복지부 장관으로 기초연금 문제를 놓고, 박 전 대통령과 멀어졌고, 장관직에서 물러났습니다. 3년마다 곡절이 반복되자 진박(眞朴)들 사이에서는 진영 후보자가 3년마다 박 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다는 '3년 주기 배신설'이 우스갯소리처럼 나오기도 했습니다.

공천 탈락 사흘 만에 민주당 입당
다시 3년 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진 후보자는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했습니다. 친박 감별사들이 공천을 했다고 알려진 그 후보 공천이었습니다. 새누리당은 핀셋처럼 진 후보자의 지역구(서울 용산)을 콕 집어서, 여성을 공천하겠다고 했습니다. 결국, 진영 후보자는 새누리당을 떠나, 함께 한 인연이 있는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의 권유로 파란색 넥타이를 맵니다.

그 선택 덕에 진영 후보자는 두 번 째 장관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그동안 정권이 바뀌어도 장관을 여러 번 했던 이들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이헌재 장관이나 진념 장관처럼 관료 출신들이었습니다. 여의도 출신이 보수, 진보 정권을 넘나들며 장관을 맡는 건 보기 어려운 장면입니다.


'원조 친노' 로 정치 시작했지만..
여기 감출 것 없는 정치, 거짓 없는 정치를 젊은 용기로 시작하겠다는 후보가 있습니다. 1996년 총선 당시 부산에 출마한 민주당 조경태 후보입니다. 지금은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이죠.

조 최고위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산에서 출마했을 때부터 그를 도왔습니다. 스스로도 원조 친노라고 과거 인터뷰에서 말하기도 했습니다. 2004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으로 당선됐을 때, 3당 합당 이후 부산에서 처음 당선된, 그리고 유일한 민주당계 국회의원이 지금의 조경태 최고위원입니다. 19대까지 민주당 후보로 당선됐고, 2013년에는 민주당 최고위원에 선출되기도 했습니다.

2013년 5월 민주당 전당대회
친노로 정치를 시작했지만, 조 최고위원은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뒤에는 비노로 분류되기 시작했습니다. 2015년 문재인 대통령이 새정치연합(지금의 민주당 전신) 대표를 맡은 이후로는 대표직에서 사퇴하라고 줄기차게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2016년 1월 민주당을 탈당해 당시 새누리당으로 당을 옮겼습니다. 지난달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최다득표를 얻어 최고위원에 당선됐습니다. 인위적 정계개편이 아니라 혈혈단신 당을 옮겨 다른 당에서 최고위원에 입성한 것도 정치권에서 흔한 일은 아닙니다.

2019년 2월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선거 때만 되면 정치권의 이합집산이 이뤄지는 건 한국 정치의 오래된 특징입니다. 지금의 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의 대표들은 한때 한솥밥을 먹으며 대선후보 경쟁을 치렀던 이들입니다. 정치권에는 영원한 동지도, 적도 없는 법이니까요.

'원조'라는 타이틀을 박차고, 상대 당으로 옮기는 선택은 어쩌면 정치적 운명을 건 도박에 가까운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색이 다른 당을 찾아, 장관이 되고 최고위원에 당선되는 일이 성공적인 선택이었을지는 앞으로의 활동으로 평가받을 겁니다. 원래 속했던 정당의 더 치열할 견제는 숙명적으로 짊어져야 할 짐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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