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 대형공기청정기 도입, 효과는 어느 정도?

입력 2019.03.09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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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과학학술지 네이처는 중국 정부가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높이 100m의 초대형 공기청정기를 개발했다는 내용을 실었다. 이 시설은 중국 정부가 시안에 설치해 시험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세계최대 규모의 야외 공기정화시설이다. 시험가동 결과 근처 10㎢ 안에서 초미세먼지 농도를 15%가량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었다고 중국과학원 지구과학연구소는 밝히고 있다. 여의도 도심 면적의 3배가 넘는 크기이다.
중국과학원 지구과학연구소는 가동을 시작한 이래 하루에 깨끗한 공기 1천만 ㎥ 가 생산된다고 자랑한다.

이 공기정화시설 설치에는 우리 돈 20억 원 정도가 투입됐는데, 만일 연구소의 주장이 사실이라며 투자 대비 효과는 높아 보인다.

중국 시안 높이 100m 야외 공기정화시설중국 시안 높이 100m 야외 공기정화시설

원리는 이렇다. 공기 오염을 줄이기 위해 에너지원은 태양열로 하고, 시설 하단에 유리온실 안으로 공기를 빨아들이기 위해 10여 대의 공기 흡입구가 작동한다. 외부의 더러운 공기를 빨아들인 뒤 온실을 태양열로 데우면 상승기류가 발생하면서 더러운 공기가 굴뚝 위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그리고 더러운 공기가 굴뚝을 빠져나가기 전 배출탑 끝 부분에 설치된 여러 개의 필터에서 초미세먼지가 걸러지는 원리이다.

조금 더 간단한 야외 공기정화시설은 중국 베이징에 설치됐던 스모그프리타워이다.

베이징 높이 7m 야외 공기정화탑베이징 높이 7m 야외 공기정화탑

높이 7m 시설로 대형 흡입구를 열어 오염된 베이징 공기를 빨아들인다는 원리이다. 1시간에 공기 3만㎥를 정화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실제 저감 효과는 목표에 다다르지 못했고 결국 지난해 3월 설치한 지 40여 일 만에 작동을 중단했다.

인도에서도 초대형 야외공기청정기가 개발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인도의 스타트업인 쿠린시스템이 하루에 3천2백만 ㎥의 공기를 정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인도 언론인 인디안익스프레스가 보도했다. 최종 검증단계까지 거친다면 중국 시안의 야외 공기정화시설보다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12m 높이의 공기청정기는 반경 3km에 사는 7만 5천 명의 시민들에게 깨끗한 공기를 제공할 수 있다고 이 언론은 전했다. 쿠린시스템은 세계지적재산권기구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강한 공기정화능력을 검증받는 특허를 받았다는 설명이다. 보도에 따르면 '도심 클리너'로 이름 붙여진 이 장치는 공기를 정화하기 위해 48개의 팬이 작동하고, 태양광 집전판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해 친환경적이라는 설명이다. 중국이나 인도처럼 미세먼지가 심한 나라에서는 이처럼 활발하게 야외 공기정화 장치 개발이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대외적으로 보여주기식 정책을 펴는데 좋은 도구라며, 학계에서는 효과에 부정적인 반응도 많다.

국내 도입 야외 대형공기청정기, 방식과 효과는?

그렇다면 정부가 우리나라에 도입하겠다는 야외 대형공기청정기는 어떤 방식일까?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야외용 공기정화기를 개발해 도심에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미세먼지를 흡입해 정화하는 공기정화기를 학교나 건물 옥상 등에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하면 미세먼지가 저감될 것”이라며 말했다. 기기당 들어가는 비용은 1억 ~2억 원 정도로 예상된다. 조 장관 말대로라면 우리나라에 도입할 야외 대형공기정화기는 중국 시안에 설치된 초대형 시설물과 달리 건물 옥상에 설치해 제한된 범위 내에서 주변 공기를 정화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기존에 제품이 있는 게 아니라 기업들이 공모를 거쳐 제품을 개발하면 실증 과정을 통해 효과가 얼마나 나타나는지를 보고 시범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야외 대형공기청정기의 작동원리나 효과는 결국 기업체의 개발 능력에 달려있다는 얘기이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는 대형 야외공기청정기는 효과가 검증되지 않아 우리만의 방법으로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정부의 계획에 환경운동연합은 땜질식 처방이라며 미세먼지 배출원을 줄이는 근본적 대책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 최예지 활동가는 "정부가 무슨 기술개발 바람이 불었는지 효과도 증명 안 된 사업에 예산을 쓰려고 한다며, 미세먼지가 생긴 뒤에 이를 제거하는 게 아니라 당장에 미세먼지 배출량을 줄이도록 미세먼지 발생이 많은 시기에는 1기라도 더 석탄화력발전소를 셧다운하는 방식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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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외 대형공기청정기 도입, 효과는 어느 정도?
    • 입력 2019-03-09 08:05:35
    취재K
지난해 3월 과학학술지 네이처는 중국 정부가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높이 100m의 초대형 공기청정기를 개발했다는 내용을 실었다. 이 시설은 중국 정부가 시안에 설치해 시험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세계최대 규모의 야외 공기정화시설이다. 시험가동 결과 근처 10㎢ 안에서 초미세먼지 농도를 15%가량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었다고 중국과학원 지구과학연구소는 밝히고 있다. 여의도 도심 면적의 3배가 넘는 크기이다.
중국과학원 지구과학연구소는 가동을 시작한 이래 하루에 깨끗한 공기 1천만 ㎥ 가 생산된다고 자랑한다.

이 공기정화시설 설치에는 우리 돈 20억 원 정도가 투입됐는데, 만일 연구소의 주장이 사실이라며 투자 대비 효과는 높아 보인다.

중국 시안 높이 100m 야외 공기정화시설
원리는 이렇다. 공기 오염을 줄이기 위해 에너지원은 태양열로 하고, 시설 하단에 유리온실 안으로 공기를 빨아들이기 위해 10여 대의 공기 흡입구가 작동한다. 외부의 더러운 공기를 빨아들인 뒤 온실을 태양열로 데우면 상승기류가 발생하면서 더러운 공기가 굴뚝 위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그리고 더러운 공기가 굴뚝을 빠져나가기 전 배출탑 끝 부분에 설치된 여러 개의 필터에서 초미세먼지가 걸러지는 원리이다.

조금 더 간단한 야외 공기정화시설은 중국 베이징에 설치됐던 스모그프리타워이다.

베이징 높이 7m 야외 공기정화탑
높이 7m 시설로 대형 흡입구를 열어 오염된 베이징 공기를 빨아들인다는 원리이다. 1시간에 공기 3만㎥를 정화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실제 저감 효과는 목표에 다다르지 못했고 결국 지난해 3월 설치한 지 40여 일 만에 작동을 중단했다.

인도에서도 초대형 야외공기청정기가 개발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인도의 스타트업인 쿠린시스템이 하루에 3천2백만 ㎥의 공기를 정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인도 언론인 인디안익스프레스가 보도했다. 최종 검증단계까지 거친다면 중국 시안의 야외 공기정화시설보다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12m 높이의 공기청정기는 반경 3km에 사는 7만 5천 명의 시민들에게 깨끗한 공기를 제공할 수 있다고 이 언론은 전했다. 쿠린시스템은 세계지적재산권기구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강한 공기정화능력을 검증받는 특허를 받았다는 설명이다. 보도에 따르면 '도심 클리너'로 이름 붙여진 이 장치는 공기를 정화하기 위해 48개의 팬이 작동하고, 태양광 집전판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해 친환경적이라는 설명이다. 중국이나 인도처럼 미세먼지가 심한 나라에서는 이처럼 활발하게 야외 공기정화 장치 개발이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대외적으로 보여주기식 정책을 펴는데 좋은 도구라며, 학계에서는 효과에 부정적인 반응도 많다.

국내 도입 야외 대형공기청정기, 방식과 효과는?

그렇다면 정부가 우리나라에 도입하겠다는 야외 대형공기청정기는 어떤 방식일까?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야외용 공기정화기를 개발해 도심에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미세먼지를 흡입해 정화하는 공기정화기를 학교나 건물 옥상 등에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하면 미세먼지가 저감될 것”이라며 말했다. 기기당 들어가는 비용은 1억 ~2억 원 정도로 예상된다. 조 장관 말대로라면 우리나라에 도입할 야외 대형공기정화기는 중국 시안에 설치된 초대형 시설물과 달리 건물 옥상에 설치해 제한된 범위 내에서 주변 공기를 정화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기존에 제품이 있는 게 아니라 기업들이 공모를 거쳐 제품을 개발하면 실증 과정을 통해 효과가 얼마나 나타나는지를 보고 시범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야외 대형공기청정기의 작동원리나 효과는 결국 기업체의 개발 능력에 달려있다는 얘기이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는 대형 야외공기청정기는 효과가 검증되지 않아 우리만의 방법으로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정부의 계획에 환경운동연합은 땜질식 처방이라며 미세먼지 배출원을 줄이는 근본적 대책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 최예지 활동가는 "정부가 무슨 기술개발 바람이 불었는지 효과도 증명 안 된 사업에 예산을 쓰려고 한다며, 미세먼지가 생긴 뒤에 이를 제거하는 게 아니라 당장에 미세먼지 배출량을 줄이도록 미세먼지 발생이 많은 시기에는 1기라도 더 석탄화력발전소를 셧다운하는 방식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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