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줄이니 이산화탄소가…숨 막히는 교실

입력 2019.03.09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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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올해 모든 학교·유치원에 공기정화 장치 설치하겠다
공기청정기 설치된 학교 실내 공기 질 측정해봤더니…미세먼지 농도 ↓·이산화탄소는 ↑
교실 공기 질 개선하려면 환기도 중요…2~3시간에 한 번씩

이달 들어 미세먼지가 심해지면서 정부가 올해 안에 모든 학교와 유치원에 공기정화 장치를 설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부 조치에 앞서 미세먼지를 막기 위해 지자체 도움을 받거나 자체 예산으로 공기청정기를 설치한 곳도 늘고 있는데요. 유치원 교실은 97%, 초등학교 교실은 75%, 중·고교 교실의 경우 26%가 공기청정기나 기계 환기설비 등 공기정화장치를 갖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공기청정기가 설치된 교실의 공기 질은 얼마나 나아졌을까요?


교실 미세먼지는 절반 정도 감소·이산화탄소는 기준치 '초과'

서울에 있는 한 중학교는 미세먼지로 학생들 건강이 우려되면서 지난해 학교 자체 예산으로 교실 27곳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했습니다. 수업시간 45분 동안 공기청정기를 작동시키고 실내 공기 질을 측정해봤습니다. 당연히 미세먼지는 크게 줄었습니다. 공기청정기를 가동하기 전 73㎍/㎥이었던 미세먼지 농도는 42㎍/㎥까지 떨어지면서 절반 정도 감소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진 겁니다. 수업 전 1,200ppm이던 이산화탄소 농도가 2,100ppm까지 치솟으며 학교보건법상 기준치(1,000ppm)의 2배를 뛰어넘었습니다.

한 공기청정기 업체가 공기청정기가 설치된 교실 327곳의 1년간 공기 질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도 비슷하게 나왔습니다. 학생들이 등교하는 9시부터 미세먼지 농도와 함께 이산화탄소 농도도 높아진 건데요. 윤현준 공기청정기 업체 연구원은 "학생들의 활동량이 많아지면서 실내 먼지와 학생들의 호흡으로 실내 공기 질이 오염된다. 학교는 학생들이 많이 있다 보니까 주로 사람의 호흡으로 이산화탄소가 발생해 밀폐된 교실에서 1시간 정도만 있어도 이산화탄소 농도가 기준치를 다소 초과하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가정 어린이집의 경우, 더 좁고 밀폐된 방은 공기청정기를 가동해도 개방된 거실보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았습니다. 공기청정기 효과를 높이기 위해 문과 창문을 꽉 닫아놨기 때문인데요.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요즘 미세먼지가 워낙 심하다 보니까 환기는 아이들이 없을 때 하고 있다. 미세먼지가 심할 때에는 문을 열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고민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바깥 미세먼지 안 좋아도 2~3시간에 1분이라도 환기해야"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져 기준치를 초과하면 졸림과 집중력 저하, 심할 경우 두통과 구토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김경일 서울대병원 예방의학전문의는 "공기청정기는 입자성 대기오염물질 PM2. 5, PM10이라든지 미세먼지만 막아줄 수 있고 그 외에 다른 가스상 대기오염물질인 이산화탄소 등은 줄일 수 없어 공기청정기만 너무 믿고 환기를 안 시키다 보면 오히려 가스상 대기오염물질로 인한 건강영향이 클 수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바깥 미세먼지가 나쁜데 환기를 하면 학생들한테 더 나쁜 거 아니냐 이런 질문도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교실 공기 질을 좋게 유지하려면 공기청정기는 적정한 환기와 함께 작동돼야 하는 게 맞습니다. 전문가들은 공기청정기를 쓸 때에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더라도 1분이라도 잠깐 환기하는 것이 좋고, 평소에는 2~3시간 마다 5분 내외로 환기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정부도 무조건 공기청정기 설치만 지시할 게 아니라, 적정한 환기에 대한 지침을 강화하고 학교와 유치원, 어린이집 건물에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환기 장치를 설치하게 하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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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세먼지 줄이니 이산화탄소가…숨 막히는 교실
    • 입력 2019-03-09 10:02:59
    취재K
정부, 올해 모든 학교·유치원에 공기정화 장치 설치하겠다
공기청정기 설치된 학교 실내 공기 질 측정해봤더니…미세먼지 농도 ↓·이산화탄소는 ↑
교실 공기 질 개선하려면 환기도 중요…2~3시간에 한 번씩

이달 들어 미세먼지가 심해지면서 정부가 올해 안에 모든 학교와 유치원에 공기정화 장치를 설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부 조치에 앞서 미세먼지를 막기 위해 지자체 도움을 받거나 자체 예산으로 공기청정기를 설치한 곳도 늘고 있는데요. 유치원 교실은 97%, 초등학교 교실은 75%, 중·고교 교실의 경우 26%가 공기청정기나 기계 환기설비 등 공기정화장치를 갖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공기청정기가 설치된 교실의 공기 질은 얼마나 나아졌을까요?


교실 미세먼지는 절반 정도 감소·이산화탄소는 기준치 '초과'

서울에 있는 한 중학교는 미세먼지로 학생들 건강이 우려되면서 지난해 학교 자체 예산으로 교실 27곳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했습니다. 수업시간 45분 동안 공기청정기를 작동시키고 실내 공기 질을 측정해봤습니다. 당연히 미세먼지는 크게 줄었습니다. 공기청정기를 가동하기 전 73㎍/㎥이었던 미세먼지 농도는 42㎍/㎥까지 떨어지면서 절반 정도 감소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진 겁니다. 수업 전 1,200ppm이던 이산화탄소 농도가 2,100ppm까지 치솟으며 학교보건법상 기준치(1,000ppm)의 2배를 뛰어넘었습니다.

한 공기청정기 업체가 공기청정기가 설치된 교실 327곳의 1년간 공기 질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도 비슷하게 나왔습니다. 학생들이 등교하는 9시부터 미세먼지 농도와 함께 이산화탄소 농도도 높아진 건데요. 윤현준 공기청정기 업체 연구원은 "학생들의 활동량이 많아지면서 실내 먼지와 학생들의 호흡으로 실내 공기 질이 오염된다. 학교는 학생들이 많이 있다 보니까 주로 사람의 호흡으로 이산화탄소가 발생해 밀폐된 교실에서 1시간 정도만 있어도 이산화탄소 농도가 기준치를 다소 초과하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가정 어린이집의 경우, 더 좁고 밀폐된 방은 공기청정기를 가동해도 개방된 거실보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았습니다. 공기청정기 효과를 높이기 위해 문과 창문을 꽉 닫아놨기 때문인데요.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요즘 미세먼지가 워낙 심하다 보니까 환기는 아이들이 없을 때 하고 있다. 미세먼지가 심할 때에는 문을 열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고민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바깥 미세먼지 안 좋아도 2~3시간에 1분이라도 환기해야"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져 기준치를 초과하면 졸림과 집중력 저하, 심할 경우 두통과 구토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김경일 서울대병원 예방의학전문의는 "공기청정기는 입자성 대기오염물질 PM2. 5, PM10이라든지 미세먼지만 막아줄 수 있고 그 외에 다른 가스상 대기오염물질인 이산화탄소 등은 줄일 수 없어 공기청정기만 너무 믿고 환기를 안 시키다 보면 오히려 가스상 대기오염물질로 인한 건강영향이 클 수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바깥 미세먼지가 나쁜데 환기를 하면 학생들한테 더 나쁜 거 아니냐 이런 질문도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교실 공기 질을 좋게 유지하려면 공기청정기는 적정한 환기와 함께 작동돼야 하는 게 맞습니다. 전문가들은 공기청정기를 쓸 때에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더라도 1분이라도 잠깐 환기하는 것이 좋고, 평소에는 2~3시간 마다 5분 내외로 환기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정부도 무조건 공기청정기 설치만 지시할 게 아니라, 적정한 환기에 대한 지침을 강화하고 학교와 유치원, 어린이집 건물에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환기 장치를 설치하게 하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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