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K] “먹는 미세먼지가 더 나빠(?)”…사실일까?

입력 2019.03.11 (11:32) 수정 2019.03.15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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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써봤자 뭐하나? 음식이 이미 다 오염됐는데..."
"미세먼지에 노출된 돼지고기, 소고기, 채소 먹으면 몸에 그대로 축적!"
"먹는 미세먼지가 더 나쁘다. 결국 다 같이 X져야 할 듯" (인터넷·SNS 게시글 내용)

고농도 미세먼지의 공습이 반복되는 가운데 인터넷과 각종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한 내용이다. 호흡기를 통해 몸 속에 들어온 미세먼지가 해롭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음식물 섭취를 통한 미세먼지도 인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섞인 주장이다.

이 같은 우려는 농식품 소비자의 인식조사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미세먼지해결시민본부와 경상대학교 원예생산공학실험실이 지난해 전국 농식품 소비자 700여 명을 대상으로 공동 진행한 미세먼지 인식조사에서 응답자의 89.4%가 '노지에서 생산되는 채소가 재배와 유통과정에서 미세먼지에 노출돼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답했다. 그 중 29.2%는 '건강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라고 답해 미세먼지가 식품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 인식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정말, 호흡기 뿐 아니라 소화기를 통해 인체에 유입되는 미세먼지도 해로운 걸까? 미세먼지에 대한 불안감이 식품으로까지 번지는 분위기여서 위 주장의 신빙성을 따져봤다.


미세먼지가 농축산물에 악영향 미치는 건 사실

고농도의 미세먼지는 실제로 농축산물에 악영향을 미친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폐로 호흡을 하는 소, 돼지 등의 가축이 대기 질의 영향을 받는 건 당연하다. 황사와 미세먼지가 장기간 가축의 몸 속에 들어가 축적되면 폐렴 등 호흡기 질환과 결막염 같은 안구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때문에 농촌진흥청은 황사와 미세먼지가 많이 발생하는 겨울~봄에 별도로 가축 관리 요령을 공지한다.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가축을 축사 안으로 들여보내 외부 공기 접촉을 줄이거나 구연산으로 가축의 몸을 소독하고, 축사 환경을 청결하게 유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류재규 국립축산과학원 가축질병방역과장은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는 환기와 습도 등 축사 내부 관리를 강화하고 가축의 건강 상태를 면밀히 관찰해 질병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세먼지로 인한 농작물 피해는 초점이 조금 다르다. 농작물이 미세먼지 내 유해물질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기보다는 일조량 부족에서 기인한 품질 저하가 주된 피해 사례로 꼽힌다. 2010년 3월 극심한 황사가 하늘을 뒤덮었을 때 일조량 부족으로 시설재배 작물의 생산량이 30%가량 줄었던 전례도 있다.

이런 경우 농진청은 비닐하우스 외부를 세척하거나 하우스에 빛 투과율이 높은 특수필름을 사용하도록 권장한다. 더불어 미세먼지가 작물의 기공을 막아 광합성을 억제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호흡기에 집중된 연구…'먹는 미세먼지'는?

미세먼지에 노출된 농축산물을 먹어도 되는지에 대한 우려는 미세먼지 내 유해물질이 농축산물에 축적됐을 것이라는 불안감에서 기인한다. 미세먼지는 주로 황산염, 질산염, 암모니아 등의 이온성분과 중금속, 유기탄소화합물 같은 유해물질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농축산물이 장기간 미세먼지에 노출됐을 때 얼마나 많은 유해물질이 내부에 축적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하게 연구된 바가 없다. 특히 미세먼지에 노출된 농축산물의 식품 안전성을 연구한 내용은 국내외를 통틀어 찾아볼 수가 없다.

농축산, 환경, 식품, 독성학, 의료계 등 각계의 전문가들은 미세먼지가 식품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연구가 "사실상 전무한 상태"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인체·환경독성학 전문가인 이규홍 안정성평가연구소 본부장(한국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교수)은 "호흡기 흡입을 통한 미세먼지의 유해성 연구는 활발히 진행됐지만, 경구(입)를 통한 유해성 연구는 아직 이뤄진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농촌진흥청 홍성창 박사도 "미세먼지 이슈는 그동안 호흡기 쪽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식품과의 연관성을 연구한 자료는 아직 없는 실정이다."라고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미세먼지에 대한 경각심이 생긴지가 오래되지 않다보니 호흡기를 통해 체내로 유입된 미세먼지의 유해성에 연구의 초점이 맞춰져 왔기 때문이다. 미세먼지의 유해성은 지난 2013년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암연구소가 대기오염과 미세먼지를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국내 미세먼지 예보제가 시행되면서 집중 조명받기 시작했고,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초미세먼지에 대한 국내 관측(전국 단위 관측)은 2015년부터 이뤄졌다.

지금 당장 관련 연구를 시작한다고 해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는 보통 10년이 넘게 걸리는 장기 과제여서 미세먼지가 식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유의미한 결과를 얻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다만 "그렇다고 식품 소비자들이 막연한 공포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농축산물에 미세먼지 성분이 함유돼 있다 해도 현실적으로 그 섭취량이 크지는 않아, 지속적으로 많은 양을 섭취하지 않는 이상 별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평소에 물과 채소,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면 체내에 쌓인 미세먼지 배출을 촉진하고 염증 완화와 면역체계 증강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먹는 미세먼지'에 대한 연구가 전무하다 보니 최근엔 관련된 두 가지 연구가 주목을 끌었다.


미세먼지 채소 "잘 씻으면 중금속 제거"

경상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원예생산공학실험실은 지난해 9월 진주 지역 내 공단과 고속도로 인근, 농촌에서 엽채류(잎을 먹기 위해 재배하는 채소)를 20일 동안 재배해 중금속 함량을 조사했다.

연구팀은 대기 중 미세먼지의 영향만 살펴보기 위해 흙을 사용하지 않은 수경재배 방법을 택했다. 오염된 토양이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수경재배가 용이하면서 국민들이 쉽게 먹는 채소인 상추, 쑥갓, 시금치를 실험대상으로 삼았다. 엽채류는 생육 기간이 짧아 4주 전후로 출하되는 점을 고려해 실험기간을 20일로 한정했다. 재배기간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환경부 기준으로 '나쁨'이었던 경우가 단 하루였고 대체로 '좋음'과 '보통' 수준을 유지했다.

20일 후 연구팀이 채소의 중금속 함량을 분석한 결과, 고속도로 인근에서 재배한 쑥갓과 시금치에서 납(Pb)이 각각 0.383mg/kg와 0.427mg/kg로 검출돼 국내 엽채류 내 중금속 기준인 0.3mg/kg보다 약간 높았다. 카드뮴(Cd)의 경우 모든 지역에서 식품안전기준인 0.2mg/kg을 넘지 않았다. 납과 카드뮴은 엽채류의 식품안전기준에 포함된 성분이다.

하지만 이들 성분은 물에 담궜다 흐르는 물에 씻는 일상적인 세척법을 통해 상당 부분이 제거됐고 납도 안전기준치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 경상대학교 원예생산공학연구실자료: 경상대학교 원예생산공학연구실

연구팀은 이와 함께 독성이 낮아 국내 식품안전기준에는 포함돼 있지 않은 알루미늄 함량도 조사했다. 해외 일각에서 고농도의 알루미늄이 소화 시 뼈와 신장, 뇌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그 결과 알루미늄은 공단 지역에서 재배한 시금치에서 타 실험 지역의 최대 15배에 달하는 8.43mg/kg이 검출됐다. 세계보건기구(WHO) 내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가 잠정적으로 정한 알루미늄의 주간 섭취 허용량은 1mg/kg이다. 공단 근처라는 특수성이 있지만, 미세먼지가 아주 먼거리를 이동해 타 지역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실험을 진행한 노경덕 경상대 원예생산공학실험실 연구원은 "이제까지 알루미늄이 식품안전기준에서 빠진 건 인체 흡수율이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농식품이 각종 가공식품의 원료로 쓰이고 있고 국민이 여러 식품을 통해 알루미늄을 상당량 섭취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알루미늄을 유해물질 기준에 포함해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노 연구원은 실험 결과에 대해 "짧은 기간 미세먼지 농도가 그리 심하지 않은 환경에서 진행된 실험이어서 중금속 함량 수치가 매우 낮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높은 수치가 나왔다."면서 "잘 씻어먹으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겠지만, 농작물이 미세먼지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어떤 영향을 받는지에 대해서는 추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당 연구는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의 2018 미세먼지 통합관리 전략 수립연구의 일환으로 시행됐고 조만간 학술논문으로 출판될 예정이다.


쥐 실험 결과 "위장 속 초미세먼지 2시간 내 배출"

지난해 말엔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한 미세먼지 실험이 주목을 받았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영상 추적을 위해 방사성 물질을 입힌 초미세먼지 표준물질을 쥐에게 들이마시게 한 뒤 그 이동경로를 관찰했다. 연구팀은 수많은 초미세먼지 물질 가운데 중금속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디젤 배기가스 입자를 초미세먼지 표준물질로 삼았다.

그 결과 60%가량은 이틀이 지나도록 폐에 남았고 폐 속 초미세먼지가 완전히 배출되기까지는 일주일 이상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연구는 방사성동위원소와 핵의학 영상장비를 활용해 체내 미세먼지 이동경로를 확인한 것으로, 미세먼지 관련 질환의 발병 원인 규명에 한걸음 다가갔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일부 언론과 대중에게는 조금 다른 내용이 주목을 받았다. 연구팀은 연구결과를 설명하면서 쥐의 입을 통해 위장으로 들어간 초미세먼지 표준물질이 이틀 만에 거의 전부 몸 밖으로 빠져나갔다고 밝혔는데, 이 부분이 부각되면서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일각에서는 "코 보다 입으로 숨쉬는 게 미세먼지 배출에 좋다."는 어이없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당초 폐로 들어온 초미세먼지가 체내에서 어떻게 이동하는지를 보기 위한 연구였지만, 폐가 아닌 다른 장기에도 초미세먼지가 남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진행한 추가 연구 부분이 되레 부각되면서 연구팀에 관련 문의가 이어졌다고 한다.

연구를 진행한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상현 박사는 당시 상황에 대해 "호흡을 통한 초미세먼지와 달리 입을 통해 들어올 경우는 어떨까 하는 마음에 경구 투여를 해본 것"이라며 "경구 투여 결과에 대한 별도 해석을 제시하지도 않았는데 연구 의도와 상관없는 부분이 주목을 끌어 관련 문의 전화를 많이 받았다. 이참에 관련 연구도 해볼 생각이다."라고 설명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케미컬 커뮤니케이션즈'에 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 연구팀은 향후 디젤 배기가스 성분 뿐 아니라 질산염과 황산염 등으로 조사대상 성분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

위 연구를 진행한 두 연구팀 모두 "지금까지는 호흡기 연구가 주를 이뤘지만, 앞으로는 소화기로 들어온 미세먼지의 유해성에 대해서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이 촬영한 영상. 체내 초미세먼지 물질의 이동경로를 살펴볼 수 있다.연구팀이 촬영한 영상. 체내 초미세먼지 물질의 이동경로를 살펴볼 수 있다.

[결론] "먹는 미세먼지가 더 나쁘다" → 판단 유보

고농도 미세먼지가 가축에게는 질병을, 농작물에는 일조량 저하와 광합성 방해로 인한 생산성 저하 피해를 주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미세먼지의 유해성분이 농축산물에 얼마나 축적되는지, 특히 사람이 먹었을 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 유의미한 연구 결과가 나와 있지 않다.

최근 미세먼지의 축적과 배출에 관련된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을 끌긴 했지만, 아직 기초적인 수준에 불과하고 연구 대상과 방법도 제한적이어서 이를 토대로 섣불리 결론 내릴 수는 없다.

취재에 응한 각계의 전문가들 중 다수가 "대량 섭취하는 게 아니라면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조언했지만, 의료계 다수가 "관련 연구가 진행된 게 아직 없어 의학적 소견을 밝힐 수 없다."며 난색을 표했고,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있었던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먹는 미세먼지가 더 나쁘다"는 주장에 대한 가부 판단을 현 시점에서 할 수는 없다.

다만 의료계를 포함한 모든 전문가들이 근거 없는 주장과 불안감이 확산하는 것에 대해선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 부분은 명심해야 할 부분이다.


[팩트체크K 판정기준]


※ 취재 지원: 팩트체크 인턴기자 최다원 dw08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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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팩트체크K] “먹는 미세먼지가 더 나빠(?)”…사실일까?
    • 입력 2019-03-11 11:32:44
    • 수정2019-03-15 14:5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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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써봤자 뭐하나? 음식이 이미 다 오염됐는데..."
"미세먼지에 노출된 돼지고기, 소고기, 채소 먹으면 몸에 그대로 축적!"
"먹는 미세먼지가 더 나쁘다. 결국 다 같이 X져야 할 듯" (인터넷·SNS 게시글 내용)

고농도 미세먼지의 공습이 반복되는 가운데 인터넷과 각종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한 내용이다. 호흡기를 통해 몸 속에 들어온 미세먼지가 해롭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음식물 섭취를 통한 미세먼지도 인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섞인 주장이다.

이 같은 우려는 농식품 소비자의 인식조사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미세먼지해결시민본부와 경상대학교 원예생산공학실험실이 지난해 전국 농식품 소비자 700여 명을 대상으로 공동 진행한 미세먼지 인식조사에서 응답자의 89.4%가 '노지에서 생산되는 채소가 재배와 유통과정에서 미세먼지에 노출돼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답했다. 그 중 29.2%는 '건강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라고 답해 미세먼지가 식품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 인식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정말, 호흡기 뿐 아니라 소화기를 통해 인체에 유입되는 미세먼지도 해로운 걸까? 미세먼지에 대한 불안감이 식품으로까지 번지는 분위기여서 위 주장의 신빙성을 따져봤다.


미세먼지가 농축산물에 악영향 미치는 건 사실

고농도의 미세먼지는 실제로 농축산물에 악영향을 미친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폐로 호흡을 하는 소, 돼지 등의 가축이 대기 질의 영향을 받는 건 당연하다. 황사와 미세먼지가 장기간 가축의 몸 속에 들어가 축적되면 폐렴 등 호흡기 질환과 결막염 같은 안구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때문에 농촌진흥청은 황사와 미세먼지가 많이 발생하는 겨울~봄에 별도로 가축 관리 요령을 공지한다.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가축을 축사 안으로 들여보내 외부 공기 접촉을 줄이거나 구연산으로 가축의 몸을 소독하고, 축사 환경을 청결하게 유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류재규 국립축산과학원 가축질병방역과장은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는 환기와 습도 등 축사 내부 관리를 강화하고 가축의 건강 상태를 면밀히 관찰해 질병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세먼지로 인한 농작물 피해는 초점이 조금 다르다. 농작물이 미세먼지 내 유해물질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기보다는 일조량 부족에서 기인한 품질 저하가 주된 피해 사례로 꼽힌다. 2010년 3월 극심한 황사가 하늘을 뒤덮었을 때 일조량 부족으로 시설재배 작물의 생산량이 30%가량 줄었던 전례도 있다.

이런 경우 농진청은 비닐하우스 외부를 세척하거나 하우스에 빛 투과율이 높은 특수필름을 사용하도록 권장한다. 더불어 미세먼지가 작물의 기공을 막아 광합성을 억제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호흡기에 집중된 연구…'먹는 미세먼지'는?

미세먼지에 노출된 농축산물을 먹어도 되는지에 대한 우려는 미세먼지 내 유해물질이 농축산물에 축적됐을 것이라는 불안감에서 기인한다. 미세먼지는 주로 황산염, 질산염, 암모니아 등의 이온성분과 중금속, 유기탄소화합물 같은 유해물질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농축산물이 장기간 미세먼지에 노출됐을 때 얼마나 많은 유해물질이 내부에 축적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하게 연구된 바가 없다. 특히 미세먼지에 노출된 농축산물의 식품 안전성을 연구한 내용은 국내외를 통틀어 찾아볼 수가 없다.

농축산, 환경, 식품, 독성학, 의료계 등 각계의 전문가들은 미세먼지가 식품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연구가 "사실상 전무한 상태"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인체·환경독성학 전문가인 이규홍 안정성평가연구소 본부장(한국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교수)은 "호흡기 흡입을 통한 미세먼지의 유해성 연구는 활발히 진행됐지만, 경구(입)를 통한 유해성 연구는 아직 이뤄진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농촌진흥청 홍성창 박사도 "미세먼지 이슈는 그동안 호흡기 쪽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식품과의 연관성을 연구한 자료는 아직 없는 실정이다."라고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미세먼지에 대한 경각심이 생긴지가 오래되지 않다보니 호흡기를 통해 체내로 유입된 미세먼지의 유해성에 연구의 초점이 맞춰져 왔기 때문이다. 미세먼지의 유해성은 지난 2013년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암연구소가 대기오염과 미세먼지를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국내 미세먼지 예보제가 시행되면서 집중 조명받기 시작했고,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초미세먼지에 대한 국내 관측(전국 단위 관측)은 2015년부터 이뤄졌다.

지금 당장 관련 연구를 시작한다고 해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는 보통 10년이 넘게 걸리는 장기 과제여서 미세먼지가 식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유의미한 결과를 얻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다만 "그렇다고 식품 소비자들이 막연한 공포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농축산물에 미세먼지 성분이 함유돼 있다 해도 현실적으로 그 섭취량이 크지는 않아, 지속적으로 많은 양을 섭취하지 않는 이상 별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평소에 물과 채소,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면 체내에 쌓인 미세먼지 배출을 촉진하고 염증 완화와 면역체계 증강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먹는 미세먼지'에 대한 연구가 전무하다 보니 최근엔 관련된 두 가지 연구가 주목을 끌었다.


미세먼지 채소 "잘 씻으면 중금속 제거"

경상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원예생산공학실험실은 지난해 9월 진주 지역 내 공단과 고속도로 인근, 농촌에서 엽채류(잎을 먹기 위해 재배하는 채소)를 20일 동안 재배해 중금속 함량을 조사했다.

연구팀은 대기 중 미세먼지의 영향만 살펴보기 위해 흙을 사용하지 않은 수경재배 방법을 택했다. 오염된 토양이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수경재배가 용이하면서 국민들이 쉽게 먹는 채소인 상추, 쑥갓, 시금치를 실험대상으로 삼았다. 엽채류는 생육 기간이 짧아 4주 전후로 출하되는 점을 고려해 실험기간을 20일로 한정했다. 재배기간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환경부 기준으로 '나쁨'이었던 경우가 단 하루였고 대체로 '좋음'과 '보통' 수준을 유지했다.

20일 후 연구팀이 채소의 중금속 함량을 분석한 결과, 고속도로 인근에서 재배한 쑥갓과 시금치에서 납(Pb)이 각각 0.383mg/kg와 0.427mg/kg로 검출돼 국내 엽채류 내 중금속 기준인 0.3mg/kg보다 약간 높았다. 카드뮴(Cd)의 경우 모든 지역에서 식품안전기준인 0.2mg/kg을 넘지 않았다. 납과 카드뮴은 엽채류의 식품안전기준에 포함된 성분이다.

하지만 이들 성분은 물에 담궜다 흐르는 물에 씻는 일상적인 세척법을 통해 상당 부분이 제거됐고 납도 안전기준치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 경상대학교 원예생산공학연구실
연구팀은 이와 함께 독성이 낮아 국내 식품안전기준에는 포함돼 있지 않은 알루미늄 함량도 조사했다. 해외 일각에서 고농도의 알루미늄이 소화 시 뼈와 신장, 뇌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그 결과 알루미늄은 공단 지역에서 재배한 시금치에서 타 실험 지역의 최대 15배에 달하는 8.43mg/kg이 검출됐다. 세계보건기구(WHO) 내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가 잠정적으로 정한 알루미늄의 주간 섭취 허용량은 1mg/kg이다. 공단 근처라는 특수성이 있지만, 미세먼지가 아주 먼거리를 이동해 타 지역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실험을 진행한 노경덕 경상대 원예생산공학실험실 연구원은 "이제까지 알루미늄이 식품안전기준에서 빠진 건 인체 흡수율이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농식품이 각종 가공식품의 원료로 쓰이고 있고 국민이 여러 식품을 통해 알루미늄을 상당량 섭취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알루미늄을 유해물질 기준에 포함해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노 연구원은 실험 결과에 대해 "짧은 기간 미세먼지 농도가 그리 심하지 않은 환경에서 진행된 실험이어서 중금속 함량 수치가 매우 낮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높은 수치가 나왔다."면서 "잘 씻어먹으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겠지만, 농작물이 미세먼지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어떤 영향을 받는지에 대해서는 추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당 연구는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의 2018 미세먼지 통합관리 전략 수립연구의 일환으로 시행됐고 조만간 학술논문으로 출판될 예정이다.


쥐 실험 결과 "위장 속 초미세먼지 2시간 내 배출"

지난해 말엔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한 미세먼지 실험이 주목을 받았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영상 추적을 위해 방사성 물질을 입힌 초미세먼지 표준물질을 쥐에게 들이마시게 한 뒤 그 이동경로를 관찰했다. 연구팀은 수많은 초미세먼지 물질 가운데 중금속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디젤 배기가스 입자를 초미세먼지 표준물질로 삼았다.

그 결과 60%가량은 이틀이 지나도록 폐에 남았고 폐 속 초미세먼지가 완전히 배출되기까지는 일주일 이상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연구는 방사성동위원소와 핵의학 영상장비를 활용해 체내 미세먼지 이동경로를 확인한 것으로, 미세먼지 관련 질환의 발병 원인 규명에 한걸음 다가갔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일부 언론과 대중에게는 조금 다른 내용이 주목을 받았다. 연구팀은 연구결과를 설명하면서 쥐의 입을 통해 위장으로 들어간 초미세먼지 표준물질이 이틀 만에 거의 전부 몸 밖으로 빠져나갔다고 밝혔는데, 이 부분이 부각되면서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일각에서는 "코 보다 입으로 숨쉬는 게 미세먼지 배출에 좋다."는 어이없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당초 폐로 들어온 초미세먼지가 체내에서 어떻게 이동하는지를 보기 위한 연구였지만, 폐가 아닌 다른 장기에도 초미세먼지가 남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진행한 추가 연구 부분이 되레 부각되면서 연구팀에 관련 문의가 이어졌다고 한다.

연구를 진행한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상현 박사는 당시 상황에 대해 "호흡을 통한 초미세먼지와 달리 입을 통해 들어올 경우는 어떨까 하는 마음에 경구 투여를 해본 것"이라며 "경구 투여 결과에 대한 별도 해석을 제시하지도 않았는데 연구 의도와 상관없는 부분이 주목을 끌어 관련 문의 전화를 많이 받았다. 이참에 관련 연구도 해볼 생각이다."라고 설명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케미컬 커뮤니케이션즈'에 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 연구팀은 향후 디젤 배기가스 성분 뿐 아니라 질산염과 황산염 등으로 조사대상 성분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

위 연구를 진행한 두 연구팀 모두 "지금까지는 호흡기 연구가 주를 이뤘지만, 앞으로는 소화기로 들어온 미세먼지의 유해성에 대해서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이 촬영한 영상. 체내 초미세먼지 물질의 이동경로를 살펴볼 수 있다.
[결론] "먹는 미세먼지가 더 나쁘다" → 판단 유보

고농도 미세먼지가 가축에게는 질병을, 농작물에는 일조량 저하와 광합성 방해로 인한 생산성 저하 피해를 주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미세먼지의 유해성분이 농축산물에 얼마나 축적되는지, 특히 사람이 먹었을 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 유의미한 연구 결과가 나와 있지 않다.

최근 미세먼지의 축적과 배출에 관련된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을 끌긴 했지만, 아직 기초적인 수준에 불과하고 연구 대상과 방법도 제한적이어서 이를 토대로 섣불리 결론 내릴 수는 없다.

취재에 응한 각계의 전문가들 중 다수가 "대량 섭취하는 게 아니라면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조언했지만, 의료계 다수가 "관련 연구가 진행된 게 아직 없어 의학적 소견을 밝힐 수 없다."며 난색을 표했고,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있었던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먹는 미세먼지가 더 나쁘다"는 주장에 대한 가부 판단을 현 시점에서 할 수는 없다.

다만 의료계를 포함한 모든 전문가들이 근거 없는 주장과 불안감이 확산하는 것에 대해선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 부분은 명심해야 할 부분이다.


[팩트체크K 판정기준]


※ 취재 지원: 팩트체크 인턴기자 최다원 dw08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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