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1호 차’ 번호판 달았다…회담 비포 앤 애프터

입력 2019.03.13 (07:00) 수정 2019.03.13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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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중앙TV (3월 10일) / 김정은 위원장 전용 마흐바흐 차량, 번호판에 7·27598란 숫자가 선명히 보인다


■ 번호판 달고 나타난 김정은 '1호 차'

제2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10일 우리의 국회의원 총선거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서였다. 조선중앙TV는 김 위원장이 이른바 '1호차'를 타고 공학분야 최고 인재양성기관인 김책공업대학에 마련된 투표장을 찾은 모습을 생생하게 공개했다.

눈에 띄는 것은 김 위원장이 타고 온 차량 번호판이다. 검은색 번호판에 흰 글씨로 7ㆍ27598란 숫자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김 위원장은 그간 번호판이 달리지 않은 차량을 이용해 왔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과 베트남 친선방문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지난달 26일 베트남 동당역에서 갈아탄 전용 차량도 번호판이 없는 벤츠였다.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 (2월 26일) / 김정은 위원장 전용 벤츠 차량, 번호판이 달리지 않았다.베트남 랑선성 동당역 (2월 26일) / 김정은 위원장 전용 벤츠 차량, 번호판이 달리지 않았다.

이는 앞서 김 위원장이 회담 결렬 후 내놓은 첫 메시지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김 위원장은 6, 7일 평양에서 열린 제2차 당 초급선전일꾼대회에 보낸 서한을 통해 "수령의 혁명 활동과 풍모를 신비화하면 진실을 가리게 된다"는 이례적인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 7ㆍ27598 의미는?...회담 결렬에도 자신감 과시

회담 후 새로 선보인 전용차, 처음 등장한 번호판. 7ㆍ27598에 담긴 뜻은 뭘까? 먼저 앞의 3자리 7ㆍ27은 정전협정 체결일을 뜻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북한은 한국전쟁을 '조국해방전쟁'이라 칭하고 정전협정이 맺어진 날을 '전승절'이라 부르며 기념한다.

김정은 위원장과 고위급 간부들이 즐겨 피우는 담배 이름도 '전승절'에서 따온 727 담배인 데다, 간부들이 김 위원장에게 받은 차량의 번호판 앞자리가 727이라는 사실은 외신들을 통해서 알려진 바 있다. 다만 598이란 숫자의 의미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7.27 담배/ 김정은 위원장과 고위급 간부들이 즐겨 피운다. 전승절 7.27에서 이름을 따 왔다.7.27 담배/ 김정은 위원장과 고위급 간부들이 즐겨 피운다. 전승절 7.27에서 이름을 따 왔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김 위원장이 처음으로 차량 번호판까지 노출한 것은 자신이 은둔형 지도자가 아니라 서방 지도자들처럼 개방적이며, 정상국가로의 북한의 행보는 여전함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특히 번호판에 전승절을 상징하는 727이란 숫자가 들어간 차량을 타고 나타난 것은,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에도 김 위원장이 새로운 협상을 앞두고 자신감이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정 본부장은 해석했다.

■'돌발'의 연속 하노이 이후...어떤 이변 이어질까?

약 2주간 하노이에서 북미정상회담을 취재했던 기자에게 현장은 '돌발 상황'의 연속이었다. 2월 28일 오후 2시 반, 한창 정상 간 업무 오찬이 예정됐을 때 김 위원장의 숙소 멜리아 호텔 앞에서 갑자기 도로 통제가 시작됐다. 베트남 공안들로부터 김 위원장이 곧 돌아올 거란 첫 소식을 들었을 때도 회담 결렬에 반신반의했다.

출국 시간을 앞당겨가며 합의 실패 사유를 밝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또 일부 내용을 반박하는 간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기자회견까지…. 취재 현장에서 마주치는 북한 조선중앙TV 기자에게 상황을 물어봐도 묵묵부답이었다. 롤러코스터를 타듯 요동치다 불발에 그친 회담, 이를 놓고 북측은 한동안 침묵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숙소 귀환 (2월 28일)/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김 위원장이 예정보다 일찍 숙소에 복귀했다.김정은 위원장의 숙소 귀환 (2월 28일)/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김 위원장이 예정보다 일찍 숙소에 복귀했다.

김 위원장의 귀환 이튿날인 6일 밤 방영된 기록영화에도 없었던 회담 결렬 소식. 북한 당국은 회담이 결렬된 뒤 8일 뒤에야 노동신문을 통해서 처음으로 이 소식을 알렸다. "뜻밖에도 합의문 없이 끝났다"는 짧은 문구가 전부였다. 북한 당국은 그러면서 일본을 강하게 비난하며 대미 비난은 자제해 협상의 여지는 남겼다. 하지만 동시에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 움직임을 보이는 등 강온 전략을 저울질하는 모양새를 이어가고 있다.

하노이 회담 결렬 후에도 김 위원장은 핵·경제 병진 노선이 아닌 경제건설 총력 노선을 강조했다. 특히 "전체 인민이 흰 쌀밥에 고깃국을 먹게 하겠다"는 선대의 유훈을 언급하며 다시 한 번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4년 차에 접어든 김 위원장, 비핵화 협상 장기전을 시사하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담판을 위해 협상 전략에도 '새로운 번호판'을 달고 나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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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13 07:00:03
    • 수정2019-03-13 08: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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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중앙TV (3월 10일) / 김정은 위원장 전용 마흐바흐 차량, 번호판에 7·27598란 숫자가 선명히 보인다


■ 번호판 달고 나타난 김정은 '1호 차'

제2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10일 우리의 국회의원 총선거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서였다. 조선중앙TV는 김 위원장이 이른바 '1호차'를 타고 공학분야 최고 인재양성기관인 김책공업대학에 마련된 투표장을 찾은 모습을 생생하게 공개했다.

눈에 띄는 것은 김 위원장이 타고 온 차량 번호판이다. 검은색 번호판에 흰 글씨로 7ㆍ27598란 숫자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김 위원장은 그간 번호판이 달리지 않은 차량을 이용해 왔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과 베트남 친선방문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지난달 26일 베트남 동당역에서 갈아탄 전용 차량도 번호판이 없는 벤츠였다.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 (2월 26일) / 김정은 위원장 전용 벤츠 차량, 번호판이 달리지 않았다.
이는 앞서 김 위원장이 회담 결렬 후 내놓은 첫 메시지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김 위원장은 6, 7일 평양에서 열린 제2차 당 초급선전일꾼대회에 보낸 서한을 통해 "수령의 혁명 활동과 풍모를 신비화하면 진실을 가리게 된다"는 이례적인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 7ㆍ27598 의미는?...회담 결렬에도 자신감 과시

회담 후 새로 선보인 전용차, 처음 등장한 번호판. 7ㆍ27598에 담긴 뜻은 뭘까? 먼저 앞의 3자리 7ㆍ27은 정전협정 체결일을 뜻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북한은 한국전쟁을 '조국해방전쟁'이라 칭하고 정전협정이 맺어진 날을 '전승절'이라 부르며 기념한다.

김정은 위원장과 고위급 간부들이 즐겨 피우는 담배 이름도 '전승절'에서 따온 727 담배인 데다, 간부들이 김 위원장에게 받은 차량의 번호판 앞자리가 727이라는 사실은 외신들을 통해서 알려진 바 있다. 다만 598이란 숫자의 의미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7.27 담배/ 김정은 위원장과 고위급 간부들이 즐겨 피운다. 전승절 7.27에서 이름을 따 왔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김 위원장이 처음으로 차량 번호판까지 노출한 것은 자신이 은둔형 지도자가 아니라 서방 지도자들처럼 개방적이며, 정상국가로의 북한의 행보는 여전함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특히 번호판에 전승절을 상징하는 727이란 숫자가 들어간 차량을 타고 나타난 것은,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에도 김 위원장이 새로운 협상을 앞두고 자신감이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정 본부장은 해석했다.

■'돌발'의 연속 하노이 이후...어떤 이변 이어질까?

약 2주간 하노이에서 북미정상회담을 취재했던 기자에게 현장은 '돌발 상황'의 연속이었다. 2월 28일 오후 2시 반, 한창 정상 간 업무 오찬이 예정됐을 때 김 위원장의 숙소 멜리아 호텔 앞에서 갑자기 도로 통제가 시작됐다. 베트남 공안들로부터 김 위원장이 곧 돌아올 거란 첫 소식을 들었을 때도 회담 결렬에 반신반의했다.

출국 시간을 앞당겨가며 합의 실패 사유를 밝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또 일부 내용을 반박하는 간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기자회견까지…. 취재 현장에서 마주치는 북한 조선중앙TV 기자에게 상황을 물어봐도 묵묵부답이었다. 롤러코스터를 타듯 요동치다 불발에 그친 회담, 이를 놓고 북측은 한동안 침묵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숙소 귀환 (2월 28일)/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김 위원장이 예정보다 일찍 숙소에 복귀했다.
김 위원장의 귀환 이튿날인 6일 밤 방영된 기록영화에도 없었던 회담 결렬 소식. 북한 당국은 회담이 결렬된 뒤 8일 뒤에야 노동신문을 통해서 처음으로 이 소식을 알렸다. "뜻밖에도 합의문 없이 끝났다"는 짧은 문구가 전부였다. 북한 당국은 그러면서 일본을 강하게 비난하며 대미 비난은 자제해 협상의 여지는 남겼다. 하지만 동시에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 움직임을 보이는 등 강온 전략을 저울질하는 모양새를 이어가고 있다.

하노이 회담 결렬 후에도 김 위원장은 핵·경제 병진 노선이 아닌 경제건설 총력 노선을 강조했다. 특히 "전체 인민이 흰 쌀밥에 고깃국을 먹게 하겠다"는 선대의 유훈을 언급하며 다시 한 번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4년 차에 접어든 김 위원장, 비핵화 협상 장기전을 시사하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담판을 위해 협상 전략에도 '새로운 번호판'을 달고 나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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