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개’마음을 알아?…‘개 물림’, 낯선 개보다 이웃·친구 개가 더 위험

입력 2019.03.13 (10:00) 수정 2019.03.13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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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에 물린 상처


국내 반려견 숫자는 꾸준히 늘어 507만 마리로 추정됩니다. 반려견이 인간에게 주는 혜택은 정신건강 측면을 비롯해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일부에선 개에 물리는 부상도 함께 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실제로 언론에서 개에 물려 부상을 당하거나 심지어 사망하는 사례들이 보도된 적은 종종 있습니다. 사실 개 물림은 가벼운 긁힘, 개방형 상처, 골절, 절단 등 다양하지만, 전국적으로 얼마나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분석한 자료는 지금까지 없었습니다.


'개 물림' 환자 증가세, 초등학생이 가장 많아

개에 물리면 가장 어디를 먼저 갈까요? 바로 응급실입니다. 그래서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전국 응급실에 다쳐서 내원한 손상 환자 153만 명을 분석했습니다. 이 중 9,966명이 개에 물려 다친 환자였습니다. 손상 환자 천 명당 6.5명꼴입니다. 연도별 변화를 보니, 2011년 5.6명에서 2016년 7.6명으로 1.4배 증가했습니다. 반려견 숫자가 늘면서 덩달아 손상 환자도 증가한 것으로 보입니다. 전체 '개 물림' 환자 중 입원이나 수술을 하거나, 골절이나 절단을 당한 심각한 손상은 20명 중 1명꼴로 약 5%를 차지했습니다. 사망한 사람도 3명이나 포함됐습니다.

연구팀은 연령별로 누가 더 개에 잘 물렸는지 살펴봤습니다. 응급실 손상 환자 천 명당 숫자를 보면, 초등학생(9명), 성인(7.2명), 청소년(5.9명), 미취학 아동(5.1명), 영아(3.1명), 유아(3명)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대부분 어린이일 줄 알았지만, 성인과 청소년도 꽤 높은 비율로 분석됐습니다.

영유아 포함 어린이, 개에게 머리·목 부위 잘 물려

어디를 잘 물렸을까요? 손과 팔 같은 상지가 33%로 가장 흔했습니다. 그다음으로 머리와 목이 22%, 발, 다리같은 하지가 16%를 차지했습니다. 여러 군데 동시에 물린 경우도 3.2%나 됐습니다. 그런데 영유아를 포함한 어린이는 키가 작은 탓에 머리와 목을 가장 많이 물린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연구팀은 개에 물려 심각한 부상을 입는 경우는 어떨 때인지, 위험도를 따로 분석했습니다. 먼저 60세 이상 노인의 경우 성인보다 개에 물렸을 때 중상을 입을 위험이 2.7배 높았습니다.

박중완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노인의 경우 면역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데다, 개에 물려 찢길 때 신경이나 혈관이 손상될 뿐 아니라 세균감염으로 인해서 골수염이나 농양, 패혈증으로 진행할 위험이 더 높아서 젊은 연령에 비해 노년층에서 좀 더 감염의 위험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머리·목 상처, 다발성 상처…심각한 부상으로 이어져

특히 상처 부위가 머리와 목일 경우 중상 위험은 2.6배, 여러 군데 다발성 손상 위험은 4.4배까지 치솟았습니다. 머리와 목의 상처는 심장이나 뇌와 더 가깝기 때문에 위험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여러 군데 물리면 피부가 찢긴 면적이 커져 수술 위험이 크고, 몸에 침투하는 세균의 절대량도 많아져 치료 기간도 길어지게 됩니다.


또, 연구팀은 물린 개의 주인이 누구인지에 따라 심각한 부상 위험이 달라지는지 살펴봤습니다. 사실 이번 연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 주인이 가족인 경우를 중상 위험도 1로 놓고 봤을 때, 친척의 개는 2.4배 증가했습니다. 그리고 이웃과 친척의 개는 1.7배 높았습니다. 그런데 낯선 타인의 개는 0.9로 오히려 집안의 개보다도 위험도가 낮았습니다. 낯선 타인의 개보다 지인의 개가 더 심각한 부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결괍니다.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반려견의 주인과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개에게 경계심 없이 접근했다가 더 크게 다친 것으로 연구팀은 설명합니다.

박 교수는 "타인의 개에 비해서 지인의 개와 접촉할 수 있는 시간이 더 많기 때문에 물릴 확률도 올라간다고 볼 수 있는 데다, 지인과의 친밀함 때문에 개에게 좀 더 친숙하게 더 가까이 가서 접촉하려는 시도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거꾸로 말하면 반려견 입장에서 아직 친숙하지 않은 사람이 적극적으로 자신을 만지려 하거나 가까이서 특정 행동을 취하는 과정이 불편하게 느껴져 공격적인 행태로 바뀔 수 있다는 겁니다. '개 마음'도 모르고 다가갔다 봉변을 당했다는 해석입니다. 따라서 가까운 지인의 개일지라도 반려견은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만큼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반려견과 더불어 사는 사회입니다. 반려견과 외출시 목줄 착용 등 페티켓은 기본입니다. 이와 함께 주변 사람들의 반려견에 대한 이해와 주의가 동반될 때 개 물림 사고 같은 뜻밖의 사고를 막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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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13 10:00:05
    • 수정2019-03-13 10:33:46
    취재후·사건후
▲개에 물린 상처


국내 반려견 숫자는 꾸준히 늘어 507만 마리로 추정됩니다. 반려견이 인간에게 주는 혜택은 정신건강 측면을 비롯해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일부에선 개에 물리는 부상도 함께 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실제로 언론에서 개에 물려 부상을 당하거나 심지어 사망하는 사례들이 보도된 적은 종종 있습니다. 사실 개 물림은 가벼운 긁힘, 개방형 상처, 골절, 절단 등 다양하지만, 전국적으로 얼마나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분석한 자료는 지금까지 없었습니다.


'개 물림' 환자 증가세, 초등학생이 가장 많아

개에 물리면 가장 어디를 먼저 갈까요? 바로 응급실입니다. 그래서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전국 응급실에 다쳐서 내원한 손상 환자 153만 명을 분석했습니다. 이 중 9,966명이 개에 물려 다친 환자였습니다. 손상 환자 천 명당 6.5명꼴입니다. 연도별 변화를 보니, 2011년 5.6명에서 2016년 7.6명으로 1.4배 증가했습니다. 반려견 숫자가 늘면서 덩달아 손상 환자도 증가한 것으로 보입니다. 전체 '개 물림' 환자 중 입원이나 수술을 하거나, 골절이나 절단을 당한 심각한 손상은 20명 중 1명꼴로 약 5%를 차지했습니다. 사망한 사람도 3명이나 포함됐습니다.

연구팀은 연령별로 누가 더 개에 잘 물렸는지 살펴봤습니다. 응급실 손상 환자 천 명당 숫자를 보면, 초등학생(9명), 성인(7.2명), 청소년(5.9명), 미취학 아동(5.1명), 영아(3.1명), 유아(3명)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대부분 어린이일 줄 알았지만, 성인과 청소년도 꽤 높은 비율로 분석됐습니다.

영유아 포함 어린이, 개에게 머리·목 부위 잘 물려

어디를 잘 물렸을까요? 손과 팔 같은 상지가 33%로 가장 흔했습니다. 그다음으로 머리와 목이 22%, 발, 다리같은 하지가 16%를 차지했습니다. 여러 군데 동시에 물린 경우도 3.2%나 됐습니다. 그런데 영유아를 포함한 어린이는 키가 작은 탓에 머리와 목을 가장 많이 물린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연구팀은 개에 물려 심각한 부상을 입는 경우는 어떨 때인지, 위험도를 따로 분석했습니다. 먼저 60세 이상 노인의 경우 성인보다 개에 물렸을 때 중상을 입을 위험이 2.7배 높았습니다.

박중완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노인의 경우 면역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데다, 개에 물려 찢길 때 신경이나 혈관이 손상될 뿐 아니라 세균감염으로 인해서 골수염이나 농양, 패혈증으로 진행할 위험이 더 높아서 젊은 연령에 비해 노년층에서 좀 더 감염의 위험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머리·목 상처, 다발성 상처…심각한 부상으로 이어져

특히 상처 부위가 머리와 목일 경우 중상 위험은 2.6배, 여러 군데 다발성 손상 위험은 4.4배까지 치솟았습니다. 머리와 목의 상처는 심장이나 뇌와 더 가깝기 때문에 위험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여러 군데 물리면 피부가 찢긴 면적이 커져 수술 위험이 크고, 몸에 침투하는 세균의 절대량도 많아져 치료 기간도 길어지게 됩니다.


또, 연구팀은 물린 개의 주인이 누구인지에 따라 심각한 부상 위험이 달라지는지 살펴봤습니다. 사실 이번 연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 주인이 가족인 경우를 중상 위험도 1로 놓고 봤을 때, 친척의 개는 2.4배 증가했습니다. 그리고 이웃과 친척의 개는 1.7배 높았습니다. 그런데 낯선 타인의 개는 0.9로 오히려 집안의 개보다도 위험도가 낮았습니다. 낯선 타인의 개보다 지인의 개가 더 심각한 부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결괍니다.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반려견의 주인과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개에게 경계심 없이 접근했다가 더 크게 다친 것으로 연구팀은 설명합니다.

박 교수는 "타인의 개에 비해서 지인의 개와 접촉할 수 있는 시간이 더 많기 때문에 물릴 확률도 올라간다고 볼 수 있는 데다, 지인과의 친밀함 때문에 개에게 좀 더 친숙하게 더 가까이 가서 접촉하려는 시도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거꾸로 말하면 반려견 입장에서 아직 친숙하지 않은 사람이 적극적으로 자신을 만지려 하거나 가까이서 특정 행동을 취하는 과정이 불편하게 느껴져 공격적인 행태로 바뀔 수 있다는 겁니다. '개 마음'도 모르고 다가갔다 봉변을 당했다는 해석입니다. 따라서 가까운 지인의 개일지라도 반려견은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만큼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반려견과 더불어 사는 사회입니다. 반려견과 외출시 목줄 착용 등 페티켓은 기본입니다. 이와 함께 주변 사람들의 반려견에 대한 이해와 주의가 동반될 때 개 물림 사고 같은 뜻밖의 사고를 막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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