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시진핑 ‘국빈’ 안된다는 일본…中日 사이 무슨 일이?

입력 2019.03.14 (07:01) 수정 2019.03.14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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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참 알듯 모를 듯한 기사가 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2일 4면에 상당량을 할애해 '시 주석 6월 국빈 연기'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내용은 사실 간단하다. 일본 정부가 오는 6월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회의에 참석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국빈'자격으로 초청하기 힘들다는 내용이다. 말이 연기지 이미 정해진 행사에 '국빈' 자격을 줄 수 없다는 이야기는 거꾸로 말하면 국빈으로 초청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국가 간 자존심이 걸린 국가 정상을 상대로 한 의전에 대한 이야기임을 고려할 때 그냥 흘려버릴 수 없는 기사. 중일 사이에 물밑에서 어떤 움직임이 있기에 주요 신문에 이런 기사가 난 걸까? 전화통을 들었다.

먼저 살펴볼 일본의 의도

먼저 기사에 난 외무성 관계자의 말을 빌려 일본 정부의 입장을 살펴보자.

일본 정부의 관계자는 "시 주석을 트럼프 대통령과 같이 대우하면 미국이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에 밝혔다.

즉 5월에 트럼프 대통령이 국빈으로서 일본을 방문하는 데, 뒤이어 최근 무역 문제 등으로 사이가 좋지 않은 중국의 시진핑 주석을 국빈 자격으로 연이어 초청하면 미국의 심기가 불편할 거란 이야기다.

하지만 이건 그야말로 미국에 대한 지극한 심기 보좌. 일본 외교가 제아무리 미국 최우선주의라지만, 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시 주석을 '국빈'으로서 초청하지 않으면서까지 미국의 눈치를 본다는 건 선뜻 이해하기 쉽지 않다.

일정 잡기가 쉽지 않은 걸까?

한 외교 전문가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G20 기간 각 나라의 정상이 일본 오사카를 찾는데, 그 전후로 해서 시진핑 주석을 위한 일정을 따로 내 '국빈' 대우를 해주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북방 4개 섬(러시아령 쿠릴열도) 문제를 풀어야 하는 푸틴 대통령도 오고, 유럽의 국가 정상들도 새로 즉위한 일왕을 만나겠다고 요청할 수 있는데, 그런 와중에 시 주석만 특별히 신경 써 따로 일정을 잡아주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이야기다.

국빈 방문의 경우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뿐 아니라, 일왕 거처에서의 환영행사 등이 이어진다. 즉 보통 때라면 모를까 주요국 정상이 다 모이는 상황에서 시 주석만을 '국빈'으로 대우해주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국빈보다는 '공식 방문' 정도로 격을 낮춰 대우해 주는 방안이 일본 정부로서 부담이 덜하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중국'에 구애를 보내더니...

하지만 이를 뒤집어 이야기하면 이번 기회에 시 주석을 대우해줌으로써 중국과의 관계를 큰 폭으로 증진할 수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10월 중일 평화우호조약 발표 40주년을 맞아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했고, 이후 대중 관계의 '정상화, 안정화'를 기회가 있을 때마다 외치고 있다.

지난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는 중국과 관련해 "'경쟁에서 협조' 등 3가지 원칙을 확인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아베 총리가 주요 외교 성과로서 대중 관계 개선을 보여주려는 의도도 다분히 숨어 있다.

그런 흐름이라면 시 주석을 어떻게든 '국빈'으로 초청해 자리를 만들고 싶어하는 건 일본 측이어야 맞다.

최근 일본을 국빈 방문한 국가 정상들의 면모를 보면, 지난해 베트남 국가주석, 2017년 스페인 국왕과 룩셈부르크 대공, 2016년 싱가포르 대통령 및 벨기에 국왕 등이다.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2014년 오바마 대통령이 국빈으로 일본을 방문했다.

즉 어떤 측면에서 보면 '일본이 국빈으로 초청할 의사만 있다면'이라는 생각이 든다는 점이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에서 나온 것처럼 5월 트럼프 대통령 국빈 방문 이후 6월 시진핑 주석 국빈 방문이 연이어 이어질 경우 예산과 결정 과정이 촉박하다는 이유는 글자 그대로 핑계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국빈이 아닌 공식 방문의 경우에도 총리 회담, 일왕과의 회견, 일왕 거처 방문 및 영빈관에서의 환영 행사 등은 동일하게 이뤄지고 다만 '국빈'의 경우 각의 결정 과정을 거치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중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무언가 틀어졌다?

정상 외교의 특성상 6월 시진핑 주석 방일을 위해서 현재 중국과 일본 사이에 일정과 의전을 놓고 양국 외교부 간 수많은 이견 조율이 이뤄지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3월인 탓에 사실 시간이 얼마 남은 것도 아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이번 시 주석의 방일에 맞춰, 중국 측은 국빈 대우를 요구해왔다"고 전했다.

보통의 경우라면 양국 외교 라인이 물밑에서 이를 끝까지 조율해가면서 '국빈'이든 '공식 방문'이든 그 형식을 정하겠지만, 일본 주요 신문에서 '국빈' 초청이 어렵다고 보도가 공개적으로 나오는 순간 이야기는 달라진다. 게다가 중국으로서는 미국을 배려하기 위해 시 주석을 국빈 초청하지 않는다는 보도는 상당히 자존심 상할만한 내용이다.

일본의 각 부처는 여러 사안에 대해 여론 등을 끌고 가기 위해 언론을 이용하는데 아주 익숙하다. 즉 일본 외무성이 어떤 목적을 갖고 '시 주석 국빈방문 불가' 내용을 기사화하도록 내용을 흘리고 뒤에서 움직였다면, 중국과 일본 사이에 시 주석의 방일을 둘러싸고 표면에 드러난 것보다 더 중대한 의견 대립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아베 총리가 시 주석의 방일을 통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라는 그림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려고 했는데, 중국과의 사전 접촉 과정에서 의도대로 되지 않을 수 있는 조짐이 보이자 미리 언론을 활용해 '안될 수도 있다'는 한 자락을 깐 것 아니냐는 추측이다.

특히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을 4차례나 간 상황에서 중국이 시진핑 주석의 최우선 방문국으로 '북한'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그 이후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 방중 당시 답방을 약속한 한국을 찾을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혹 순서에서 밀릴 경우 아베 총리의 모양새가 구겨질 수밖에 없는 상황도 가정할 수 있다.

국가 정상 방문을 둘러싼 치열한 외교전, 중국과 일본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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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14 07:01:10
    • 수정2019-03-14 15: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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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참 알듯 모를 듯한 기사가 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2일 4면에 상당량을 할애해 '시 주석 6월 국빈 연기'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내용은 사실 간단하다. 일본 정부가 오는 6월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회의에 참석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국빈'자격으로 초청하기 힘들다는 내용이다. 말이 연기지 이미 정해진 행사에 '국빈' 자격을 줄 수 없다는 이야기는 거꾸로 말하면 국빈으로 초청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국가 간 자존심이 걸린 국가 정상을 상대로 한 의전에 대한 이야기임을 고려할 때 그냥 흘려버릴 수 없는 기사. 중일 사이에 물밑에서 어떤 움직임이 있기에 주요 신문에 이런 기사가 난 걸까? 전화통을 들었다.

먼저 살펴볼 일본의 의도

먼저 기사에 난 외무성 관계자의 말을 빌려 일본 정부의 입장을 살펴보자.

일본 정부의 관계자는 "시 주석을 트럼프 대통령과 같이 대우하면 미국이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에 밝혔다.

즉 5월에 트럼프 대통령이 국빈으로서 일본을 방문하는 데, 뒤이어 최근 무역 문제 등으로 사이가 좋지 않은 중국의 시진핑 주석을 국빈 자격으로 연이어 초청하면 미국의 심기가 불편할 거란 이야기다.

하지만 이건 그야말로 미국에 대한 지극한 심기 보좌. 일본 외교가 제아무리 미국 최우선주의라지만, 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시 주석을 '국빈'으로서 초청하지 않으면서까지 미국의 눈치를 본다는 건 선뜻 이해하기 쉽지 않다.

일정 잡기가 쉽지 않은 걸까?

한 외교 전문가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G20 기간 각 나라의 정상이 일본 오사카를 찾는데, 그 전후로 해서 시진핑 주석을 위한 일정을 따로 내 '국빈' 대우를 해주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북방 4개 섬(러시아령 쿠릴열도) 문제를 풀어야 하는 푸틴 대통령도 오고, 유럽의 국가 정상들도 새로 즉위한 일왕을 만나겠다고 요청할 수 있는데, 그런 와중에 시 주석만 특별히 신경 써 따로 일정을 잡아주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이야기다.

국빈 방문의 경우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뿐 아니라, 일왕 거처에서의 환영행사 등이 이어진다. 즉 보통 때라면 모를까 주요국 정상이 다 모이는 상황에서 시 주석만을 '국빈'으로 대우해주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국빈보다는 '공식 방문' 정도로 격을 낮춰 대우해 주는 방안이 일본 정부로서 부담이 덜하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중국'에 구애를 보내더니...

하지만 이를 뒤집어 이야기하면 이번 기회에 시 주석을 대우해줌으로써 중국과의 관계를 큰 폭으로 증진할 수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10월 중일 평화우호조약 발표 40주년을 맞아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했고, 이후 대중 관계의 '정상화, 안정화'를 기회가 있을 때마다 외치고 있다.

지난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는 중국과 관련해 "'경쟁에서 협조' 등 3가지 원칙을 확인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아베 총리가 주요 외교 성과로서 대중 관계 개선을 보여주려는 의도도 다분히 숨어 있다.

그런 흐름이라면 시 주석을 어떻게든 '국빈'으로 초청해 자리를 만들고 싶어하는 건 일본 측이어야 맞다.

최근 일본을 국빈 방문한 국가 정상들의 면모를 보면, 지난해 베트남 국가주석, 2017년 스페인 국왕과 룩셈부르크 대공, 2016년 싱가포르 대통령 및 벨기에 국왕 등이다.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2014년 오바마 대통령이 국빈으로 일본을 방문했다.

즉 어떤 측면에서 보면 '일본이 국빈으로 초청할 의사만 있다면'이라는 생각이 든다는 점이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에서 나온 것처럼 5월 트럼프 대통령 국빈 방문 이후 6월 시진핑 주석 국빈 방문이 연이어 이어질 경우 예산과 결정 과정이 촉박하다는 이유는 글자 그대로 핑계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국빈이 아닌 공식 방문의 경우에도 총리 회담, 일왕과의 회견, 일왕 거처 방문 및 영빈관에서의 환영 행사 등은 동일하게 이뤄지고 다만 '국빈'의 경우 각의 결정 과정을 거치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중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무언가 틀어졌다?

정상 외교의 특성상 6월 시진핑 주석 방일을 위해서 현재 중국과 일본 사이에 일정과 의전을 놓고 양국 외교부 간 수많은 이견 조율이 이뤄지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3월인 탓에 사실 시간이 얼마 남은 것도 아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이번 시 주석의 방일에 맞춰, 중국 측은 국빈 대우를 요구해왔다"고 전했다.

보통의 경우라면 양국 외교 라인이 물밑에서 이를 끝까지 조율해가면서 '국빈'이든 '공식 방문'이든 그 형식을 정하겠지만, 일본 주요 신문에서 '국빈' 초청이 어렵다고 보도가 공개적으로 나오는 순간 이야기는 달라진다. 게다가 중국으로서는 미국을 배려하기 위해 시 주석을 국빈 초청하지 않는다는 보도는 상당히 자존심 상할만한 내용이다.

일본의 각 부처는 여러 사안에 대해 여론 등을 끌고 가기 위해 언론을 이용하는데 아주 익숙하다. 즉 일본 외무성이 어떤 목적을 갖고 '시 주석 국빈방문 불가' 내용을 기사화하도록 내용을 흘리고 뒤에서 움직였다면, 중국과 일본 사이에 시 주석의 방일을 둘러싸고 표면에 드러난 것보다 더 중대한 의견 대립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아베 총리가 시 주석의 방일을 통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라는 그림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려고 했는데, 중국과의 사전 접촉 과정에서 의도대로 되지 않을 수 있는 조짐이 보이자 미리 언론을 활용해 '안될 수도 있다'는 한 자락을 깐 것 아니냐는 추측이다.

특히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을 4차례나 간 상황에서 중국이 시진핑 주석의 최우선 방문국으로 '북한'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그 이후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 방중 당시 답방을 약속한 한국을 찾을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혹 순서에서 밀릴 경우 아베 총리의 모양새가 구겨질 수밖에 없는 상황도 가정할 수 있다.

국가 정상 방문을 둘러싼 치열한 외교전, 중국과 일본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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