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 국세‘청장’인데, 왜 검찰만 ‘총장’일까?

입력 2019.03.14 (11:34) 수정 2019.03.14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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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문이 확대되고 있는 빅뱅 승리와 가수 정준영의 카카오톡 단체 대화 내용에는 ‘경찰총장’이라는 말이 나온다. 2016년 7월 그 단톡방에서 승리의 동업자였던 김 모 씨는 “경찰총장이 다 해결해준다는 식으로(얘기했다)”라는 글을 올린다.

경찰총장은 실제 존재하는 자리는 아니다. 때문에 글쓴이가 경찰청장이나 혹은 검찰총장, 아니면 지방 경찰청장을 가리켰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당시 경찰 총수로 일했던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13일 언론 인터뷰에서 “승리라는 가수에 대해 일면식도 없고 알지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부 산하의 독립 외청으로 총수를 경찰청장이라 부른다. 국세청이나 관세청의 수장을 국세청장, 관세청장 식으로 부른 것과 같은 방식이다. 각 지방 경찰청의 경우 경남지방경찰청장, 광주지방경찰청장 식으로 부른다.

반면 검찰청의 최고 상급기관인 대검찰청의 수장은 검찰청장이라 하지 않고 검찰총장이라 부른다. 또 각 지방 검찰청도 부산지방검찰청장, 광주지방검찰청장이 아닌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 광주지방검찰청 검사장으로 부른다. 왜 다를까?

검찰총장 명칭의 연원은 일제시대

논리적인 이유보다는, 검찰제도의 역사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근대적 의미에서 검찰제도가 도입된 것은 대한제국 때다. 이때 재판을 담당하는 대심원, 공소원, 재판소가 있었고 기소를 하는 검사국은 각급 재판소에 소속돼 있었다. 이때 검사국에는 검사총장, 검사장, 검사가 있었다. 일제 강점기에 사법제도를 개편하면서 검찰은 재판소에 병치된 검사국으로 하면서 검찰 총수를 '대법원 검사국 검사총장'으로 불렀다. (일본은 지금도 검사총장, 검사장, 검사정의 호칭을 사용)

해방 후 삼권 분립 제도가 정비되면서 사법권 독립이 헌법에 규정됐는데, 1948년 검찰청법이 제정되면서 검찰은 각 재판소 산하 검사국에서 검찰청으로 독립됐고, 이때 검찰 수장을 '검찰총장'이란 명칭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독립성에 대한 고려 반영

이처럼 검찰청의 수장만을 유독 '총장'이라는 부르는 것은 일제 시대 때 시작된 것이기는 하지만, 업무의 특수성을 고려한 측면은 있다. '준사법기관'이라는 검찰 업무의 독립적 성격에 대한 배려가 담겨 있다는 얘기다.

즉 검찰은 사법권 독립 정도의 독립성은 아니라 해도 기소와 수사 업무에서 검사 개개인의 독립적 지위와 판단을 보장받고 있다. 조직 수장의 권한과 책임으로 획일적 업무 처리가 이뤄지는 독임제 행정관청과는 달리 검사들의 업무 독자성이 어느 정도 보장된다. (물론 검사 동일체 원칙에 따라 검사장과 검찰총장,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권도 인정)

여기에다 '검사장'의 명칭은 법원과 병치되는 조직 특성을 감안해 각 지방 법원장-검사장, 고등법원장-고등검사장 식으로 호칭을 맞춘 측면도 있다.

특권의식의 발로라는 지적도

그럼에도 검찰만 유독 청장이란 호칭 대신 '총장' '검사장'으로 불리는 것은 기소권과 수사권을 독점하고 있는 막강한 권한이 상징하듯 특권 의식의 발로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한국은행이 다른 은행들과 달리 수장을 은행장이라 하지 않고 총재라고 부르는 것도 비슷하다.)

실제로 검찰은 직제상 법무부 산하 독립 외청이지만 예우나 직급 등에서 파격적인 대접을 받고 있다. 조직 수장이 차관급에 불과한 국세청, 경찰청 등과 달리 검찰총장은 장관급 예우를 받는다. 지검장부터는 차관급 예우를 받는데, 검사장급 고위직에다 법무부 간부까지 합하면 차관급 검사만 50명에 달한다. 부총리급 부처인 기획재정부에 차관이 단 두 명이고, 검찰보다 직원 수가 훨씬 많은 경찰과 국세청에 차관급이 단 한 명인 것과 하늘과 땅 차이다.

이런 이유로 현 정부 들어 검찰 개혁 차원에서 검찰 직급 하향이 추진됐지만, 서울중앙지검장을 고검장급에서 지검장급으로 낮추고, 일부 검찰 간부 자리를 외부에 개방한 것 말고는 거의 변화가 없는 상태다. 기소권과 수사권을 독점하면서 다른 나라보다 훨씬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검찰로서는 효과적으로 조직을 지켜내고 있는 셈이다.

직급 하향 필요성

검찰은 막강한 권한도 있지만, 사법부와 병치돼 있는 조직이란 이유로 법원과 격을 맞춰야 한다는 논리로 효과적인 조직 방어에 성공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형사 소송에서 검사의 위치는 피고와 맞서는 원고 일뿐이라고 지적한다. 이런 이유로 최근에는 법정에서 특별한 대접을 받고 있는 검찰 조서의 증거 능력까지 제한하자는 논의도 학계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244조 1항 ‘피의자의 진술은 조서에 기재하여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법정 이전에 작성된 조서는 법원에 제출되고 있다. 이때 경찰이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와 검찰이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는 증거능력 인정 방법이 하늘과 땅 차이이다.

경찰이 작성한 것은 피고인이 “내가 말한 대로 써 있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라면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반면 검사가 작성한 것은 “사실대로 얘기한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했다”라도 하더라도 “내가 말한 대로 써 있습니다”라고 한다면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증거로 인정된다. 검찰 수사권의 핵심이다.

하지만 검사라는 존재가 원고로서 법정에서 피고와 대립해야 하는 상대방에 불과하다는 원칙과 선진국식의 공판중심주의로 나가기 위해서는 검찰의 신문조서 증거 능력을 부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검찰에 대한 지나친 직급 상향과 특혜 등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검찰총장이란 명칭의 뒤편에는 이런 개혁 과제들이 숨어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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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청장’, 국세‘청장’인데, 왜 검찰만 ‘총장’일까?
    • 입력 2019-03-14 11:34:01
    • 수정2019-03-14 13:44:06
    취재K
파문이 확대되고 있는 빅뱅 승리와 가수 정준영의 카카오톡 단체 대화 내용에는 ‘경찰총장’이라는 말이 나온다. 2016년 7월 그 단톡방에서 승리의 동업자였던 김 모 씨는 “경찰총장이 다 해결해준다는 식으로(얘기했다)”라는 글을 올린다.

경찰총장은 실제 존재하는 자리는 아니다. 때문에 글쓴이가 경찰청장이나 혹은 검찰총장, 아니면 지방 경찰청장을 가리켰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당시 경찰 총수로 일했던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13일 언론 인터뷰에서 “승리라는 가수에 대해 일면식도 없고 알지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부 산하의 독립 외청으로 총수를 경찰청장이라 부른다. 국세청이나 관세청의 수장을 국세청장, 관세청장 식으로 부른 것과 같은 방식이다. 각 지방 경찰청의 경우 경남지방경찰청장, 광주지방경찰청장 식으로 부른다.

반면 검찰청의 최고 상급기관인 대검찰청의 수장은 검찰청장이라 하지 않고 검찰총장이라 부른다. 또 각 지방 검찰청도 부산지방검찰청장, 광주지방검찰청장이 아닌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 광주지방검찰청 검사장으로 부른다. 왜 다를까?

검찰총장 명칭의 연원은 일제시대

논리적인 이유보다는, 검찰제도의 역사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근대적 의미에서 검찰제도가 도입된 것은 대한제국 때다. 이때 재판을 담당하는 대심원, 공소원, 재판소가 있었고 기소를 하는 검사국은 각급 재판소에 소속돼 있었다. 이때 검사국에는 검사총장, 검사장, 검사가 있었다. 일제 강점기에 사법제도를 개편하면서 검찰은 재판소에 병치된 검사국으로 하면서 검찰 총수를 '대법원 검사국 검사총장'으로 불렀다. (일본은 지금도 검사총장, 검사장, 검사정의 호칭을 사용)

해방 후 삼권 분립 제도가 정비되면서 사법권 독립이 헌법에 규정됐는데, 1948년 검찰청법이 제정되면서 검찰은 각 재판소 산하 검사국에서 검찰청으로 독립됐고, 이때 검찰 수장을 '검찰총장'이란 명칭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독립성에 대한 고려 반영

이처럼 검찰청의 수장만을 유독 '총장'이라는 부르는 것은 일제 시대 때 시작된 것이기는 하지만, 업무의 특수성을 고려한 측면은 있다. '준사법기관'이라는 검찰 업무의 독립적 성격에 대한 배려가 담겨 있다는 얘기다.

즉 검찰은 사법권 독립 정도의 독립성은 아니라 해도 기소와 수사 업무에서 검사 개개인의 독립적 지위와 판단을 보장받고 있다. 조직 수장의 권한과 책임으로 획일적 업무 처리가 이뤄지는 독임제 행정관청과는 달리 검사들의 업무 독자성이 어느 정도 보장된다. (물론 검사 동일체 원칙에 따라 검사장과 검찰총장,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권도 인정)

여기에다 '검사장'의 명칭은 법원과 병치되는 조직 특성을 감안해 각 지방 법원장-검사장, 고등법원장-고등검사장 식으로 호칭을 맞춘 측면도 있다.

특권의식의 발로라는 지적도

그럼에도 검찰만 유독 청장이란 호칭 대신 '총장' '검사장'으로 불리는 것은 기소권과 수사권을 독점하고 있는 막강한 권한이 상징하듯 특권 의식의 발로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한국은행이 다른 은행들과 달리 수장을 은행장이라 하지 않고 총재라고 부르는 것도 비슷하다.)

실제로 검찰은 직제상 법무부 산하 독립 외청이지만 예우나 직급 등에서 파격적인 대접을 받고 있다. 조직 수장이 차관급에 불과한 국세청, 경찰청 등과 달리 검찰총장은 장관급 예우를 받는다. 지검장부터는 차관급 예우를 받는데, 검사장급 고위직에다 법무부 간부까지 합하면 차관급 검사만 50명에 달한다. 부총리급 부처인 기획재정부에 차관이 단 두 명이고, 검찰보다 직원 수가 훨씬 많은 경찰과 국세청에 차관급이 단 한 명인 것과 하늘과 땅 차이다.

이런 이유로 현 정부 들어 검찰 개혁 차원에서 검찰 직급 하향이 추진됐지만, 서울중앙지검장을 고검장급에서 지검장급으로 낮추고, 일부 검찰 간부 자리를 외부에 개방한 것 말고는 거의 변화가 없는 상태다. 기소권과 수사권을 독점하면서 다른 나라보다 훨씬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검찰로서는 효과적으로 조직을 지켜내고 있는 셈이다.

직급 하향 필요성

검찰은 막강한 권한도 있지만, 사법부와 병치돼 있는 조직이란 이유로 법원과 격을 맞춰야 한다는 논리로 효과적인 조직 방어에 성공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형사 소송에서 검사의 위치는 피고와 맞서는 원고 일뿐이라고 지적한다. 이런 이유로 최근에는 법정에서 특별한 대접을 받고 있는 검찰 조서의 증거 능력까지 제한하자는 논의도 학계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244조 1항 ‘피의자의 진술은 조서에 기재하여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법정 이전에 작성된 조서는 법원에 제출되고 있다. 이때 경찰이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와 검찰이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는 증거능력 인정 방법이 하늘과 땅 차이이다.

경찰이 작성한 것은 피고인이 “내가 말한 대로 써 있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라면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반면 검사가 작성한 것은 “사실대로 얘기한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했다”라도 하더라도 “내가 말한 대로 써 있습니다”라고 한다면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증거로 인정된다. 검찰 수사권의 핵심이다.

하지만 검사라는 존재가 원고로서 법정에서 피고와 대립해야 하는 상대방에 불과하다는 원칙과 선진국식의 공판중심주의로 나가기 위해서는 검찰의 신문조서 증거 능력을 부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검찰에 대한 지나친 직급 상향과 특혜 등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검찰총장이란 명칭의 뒤편에는 이런 개혁 과제들이 숨어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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