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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재구성①] 트럼프는 정말로 김정은과 사랑에 빠졌을까?
입력 2019.03.14 (18:43) 수정 2019.03.14 (19:29) 취재K
[트럼프의 재구성①] 트럼프는 정말로 김정은과 사랑에 빠졌을까?
트럼프만큼 요상한 인물이 없다. 이 말에 동의할 만한 사람 중에 토니 슈워츠(Tony Schwartz)라는 사람도 포함돼 있다. 1987년 트럼프가 40대 초에 낸 자서전 '협상의 기술(The Art of the Deal)'을 쓴 대필 작가다. 이 책의 영문판 표지에는 트럼프가 토니 슈워츠와 함께 썼다고 나와 있다.

1987년 출판기념회에서 토니 슈워츠와 트럼프1987년 출판기념회에서 토니 슈워츠와 트럼프

지난 미국 대선 때 슈워츠는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럴 리가 없겠지만, 트럼프가 대통령 선거에서 이기면 미국을 떠나는 것을 심각하게 검토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인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저는 진짜로 그럴 겁니다. 제 가족들은 암스테르담에 가있어요.'


우리한테도 낯설지 않은 말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대선 때만 되면 ‘저 사람이 대통령 되면 차라리 이민을 가고 말지’하는 소리를 주변에서 심심찮게 들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진짜 이민 갔다는 사람은 큰소리치는 사람보다 적다. 훨씬 적다. 슈워츠는 어땠을까? 그게 좀 어정쩡하다.

슈워츠 트위터 캡처슈워츠 트위터 캡처

암스테르담은 두 번째 집이고, 첫 번째 집은 여전히 뉴욕이란다. 슈워츠에게 미덕이 있다면 솔직하다는 것이다. 그는 돈 때문에 그 책을 썼다고, 몹시 후회하고 있다고 말한다. 슈워츠 자신의 표현으로는 ‘돼지에게 립스틱을 발라줬다’는 것이다.

어찌 됐건 슈워츠의 말을 들어보면, 트럼프를 더 잘 들여다볼 수 있다. 슈워츠는 이 책을 쓰느라 18개월 동안이나 사업가 트럼프를 인터뷰하고 관찰하고 주변 사람들의 얘기를 들었다. 그런데, 트럼프와의 인터뷰는 책을 쓰는데 별 도움이 안 됐다고 한다. 자기 자서전을 쓰겠다는데, 트럼프는 인터뷰를 따분하게 여겼다고 한다. 트럼프의 대답은 단답형에 그쳤고, 그나마 옆으로 새기 일쑤였다고 한다.

슈워츠가 고심 끝에 생각해낸 방법이 트럼프의 통화를 엿듣는 것이었다. 트럼프 자리 옆에 트럼프 전화와 연결된 전화를 따로 설치해 두고 전화통화를 엿듣기 시작했다. 물론 트럼프의 허락을 받고 나서 말이다.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슈워츠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트럼프는 관심받는 걸 좋아했어요. ......만약에 30만 명이 엿듣게 할 수 있었다면 트럼프는 훨씬 더 행복해했을 겁니다.”
트럼프의 전화통화를 엿들으면서 슈워츠가 받은 인상은 이랬다.
“그는 사람들을 가지고 놀았어요.”
트럼프는 아첨도 하고 협박도 하고 화를 내기도 했다. 화를 낼 때조차 트럼프의 행동은 언제나 계산된 행동처럼 보였다고 한다.

슈워츠가 인상적으로 느꼈던 부분이 또 있다. 전화통화를 마칠 때 트럼프는 ‘Goodbye’를 말하지 않았다. 인사말 대신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당신은 최고예요!(You’re the greatest!).”

슈워츠의 해석은 이렇다.
“트럼프한테는 두 종류의 사람밖에 없어요.‘쓸모없는 루저(loser)’,‘거짓말쟁이’거나 아니면 ‘최고(the greatest)’거나.”

트럼프의 평가에서 중간인 사람은 없다. 양극단만 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지난 몇 년간 다른 사람에 대한 트럼프의 평가는 대체로 이랬다. 김정은의 경우가 그렇다. ‘꼬마 로켓맨(little rocketman)’에서 ‘사랑에 빠진 사람(fell in love)’으로 돌변했다.

트럼프에게 이 양극단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누구보다도 트럼프를 잘 아는 사람이 또 있었다.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였던 로이 콘(Roy Cohn)이다. 나중에 이야기할 기회가 있겠지만, 이 사람은 트럼프에게 아주 중요한 사람이다. 어떤 이들은 콘이 트럼프의 멘토였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말년이 별로 좋지 못했다. 트럼프에게 섭섭한 게 많았다고 한다.

“트럼프는 그 사람이 도움이 되면 좋아하고 그렇지 않으면 그 사람한테 덤벼듭니다. 그건 개인적인 거랑 상관이 없습니다. 그는 장사꾼이거든요. 당신이 그에게 뭘 해줄 수 있느냐가 중요한 거죠.”

1984년 젊은 시절의 트럼프와 콘, 어떤 이들은 콘이 트럼프의 멘토였다고 말한다.1984년 젊은 시절의 트럼프와 콘, 어떤 이들은 콘이 트럼프의 멘토였다고 말한다.

여기서 우리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트럼프는 정말로 김정은과 사랑에 빠졌을까? 슈워츠와 콘의 말을 듣고 나면 이런 추론이 가능하다. 김정은은 트럼프에게 ‘무언가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다. 하노이 정상회담은 ‘노딜’로 끝났지만, 트럼프가 김정은을 각별히 챙기는 듯한 모습을 자주 보여준 것은 이런 추론을 뒷받침해 준다.

그렇다면 김정은이 트럼프에게 해줄 수 있는 무언가는 무엇일까? 슈워츠의 말을 듣다 보면 또 다른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다. 슈워츠가 쓴 트럼프의 자서전은 ‘The Art of the Deal’이다. 이 제목을 지은 건 슈워츠였지만, 이 제목을 사랑한 건 트럼프였다. 2015년 6월 대선 출마를 선언할 때 트럼프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에게는 ‘협상의 기술’을 썼던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물론 실소를 금치 못하는 사람이 있었다. 슈워츠는 이런 트윗을 날렸다.

“도널드 트럼프, 저한테 대통령 출마를 권유하시다니 고맙기도 하시지. ‘협상의 기술’은 제가 쓴 거니까요.”

슈워츠 트위터 캡처슈워츠 트위터 캡처

'뉴요커'지의 제인 마이어(Jane Mayer)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출마선언에서 ‘협상의 기술’을 내세운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중국과의 무역적자를 보세요. 이란 핵협상을 보세요. 저는 협상을 성사시켜서 부자가 된 사람입니다. 협상은 제가 하는 일이고, 잘 하는 일입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이것은 선거판에서 그냥 해본 소리가 아니다. 중국과의 무역분쟁은 트럼프의 가장 중요한 의제가 된 지 오래다. 오바마의 업적이었던 이란 핵협상은 보기 좋게 뒤엎어버렸다. 엉터리 ‘Deal’이라며 틈만 나면 오바마를 조롱한다.

'Deal'은 트럼프에게 자신이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 이유였고, 자신이 다른 대통령들이나 후보들보다 더 잘 할 수 있다고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자신만의 장기다. 트럼프는 ‘Deal’을 할 때 가장 활력 있어 보이고, ‘Deal’을 할 때 가장 대통령다워 보인다. ‘Deal’은 트럼프의 정체성이나 마찬가지다. ‘이게 무슨 대수’랴 싶지만, 트럼프 같은 자기과시형 인간에게 이 부분은 아주 큰 부분일 수 있다.

트럼프가 군소후보에 불과했던 예비선거 시절부터 트럼프를 밀착 관찰해온 미주한인유권자연대의 김동석 대표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 부분을 유난히 강조했다. 트럼프가 북한과의 Deal에 강한 의욕을 보이는 것은 "지금까지 다른 대통령들 누구도 하지 못했던 일을 자신이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협상의 기술’은 이렇게 트럼프에게 개인적인 동기를 부여해주기도 하지만, 정치적 의미 역시 크다. 이 책은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목록에 48주 동안 올라있었다. 그중에 13번은 1위를 기록했다. 트럼프를 뉴욕을 넘어 전국적인 인물로 부상하게 만든, 트럼프에게는 기념비 같은 책이다.

트럼프가 TV 리얼리티 프로그램 ‘어프렌티스(Apprentice)’의 진행자 자리를 꿰찬 것도 이 책의 성공을 발판으로 삼았기에 가능했다. 정치적으로 말하면, 지난 대선 때 트럼프가 얻은 표의 상당 부분은 ‘협상의 기술’ 덕이다. 동시에 내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려면 ‘Deal의 달인’ 이미지를 유지해야만 한다는 뜻이다.

바로 이 부분이 김정은이 트럼프에게 줄 수 있는 ‘무언가’일 수 있다. 트럼프는 이 ‘Deal’을 성공시켜야 ‘Deal’의 달인’으로 ‘인증’ 받을 수 있다. 그러면 표가 저절로 따라온다. 김정은과의 ‘Deal’은 단순히 하나의 업적을 추가하는 것만은 아니다.

'Deal'의 상대가 역대 미국 대통령들 누구도 다루지 못했던, ‘골치 아픈 북한’이라는 사실은 트럼프에게 큰 걸림돌은 아닌 것 같다. 상대가 골칫덩이일수록 ‘Deal의 달인’은 더 빛나기 마련이니까.

이것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는가? 첫째, 트럼프가 하노이 회담에서 내세운 이른바 ‘Big Deal’이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둘째, 트럼프는 마치 시간이 자기편이라는 듯이 김정은을 압박하고 있지만 트럼프에게도 시간은 많지 않다.

트럼프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김정은을 사랑하고 있다. 한반도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한 사람의 부모로서, ‘트럼프의 김정은 사랑’이 결실을 보기를 기대해 본다.
  • [트럼프의 재구성①] 트럼프는 정말로 김정은과 사랑에 빠졌을까?
    • 입력 2019.03.14 (18:43)
    • 수정 2019.03.14 (19:29)
    취재K
[트럼프의 재구성①] 트럼프는 정말로 김정은과 사랑에 빠졌을까?
트럼프만큼 요상한 인물이 없다. 이 말에 동의할 만한 사람 중에 토니 슈워츠(Tony Schwartz)라는 사람도 포함돼 있다. 1987년 트럼프가 40대 초에 낸 자서전 '협상의 기술(The Art of the Deal)'을 쓴 대필 작가다. 이 책의 영문판 표지에는 트럼프가 토니 슈워츠와 함께 썼다고 나와 있다.

1987년 출판기념회에서 토니 슈워츠와 트럼프1987년 출판기념회에서 토니 슈워츠와 트럼프

지난 미국 대선 때 슈워츠는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럴 리가 없겠지만, 트럼프가 대통령 선거에서 이기면 미국을 떠나는 것을 심각하게 검토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인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저는 진짜로 그럴 겁니다. 제 가족들은 암스테르담에 가있어요.'


우리한테도 낯설지 않은 말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대선 때만 되면 ‘저 사람이 대통령 되면 차라리 이민을 가고 말지’하는 소리를 주변에서 심심찮게 들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진짜 이민 갔다는 사람은 큰소리치는 사람보다 적다. 훨씬 적다. 슈워츠는 어땠을까? 그게 좀 어정쩡하다.

슈워츠 트위터 캡처슈워츠 트위터 캡처

암스테르담은 두 번째 집이고, 첫 번째 집은 여전히 뉴욕이란다. 슈워츠에게 미덕이 있다면 솔직하다는 것이다. 그는 돈 때문에 그 책을 썼다고, 몹시 후회하고 있다고 말한다. 슈워츠 자신의 표현으로는 ‘돼지에게 립스틱을 발라줬다’는 것이다.

어찌 됐건 슈워츠의 말을 들어보면, 트럼프를 더 잘 들여다볼 수 있다. 슈워츠는 이 책을 쓰느라 18개월 동안이나 사업가 트럼프를 인터뷰하고 관찰하고 주변 사람들의 얘기를 들었다. 그런데, 트럼프와의 인터뷰는 책을 쓰는데 별 도움이 안 됐다고 한다. 자기 자서전을 쓰겠다는데, 트럼프는 인터뷰를 따분하게 여겼다고 한다. 트럼프의 대답은 단답형에 그쳤고, 그나마 옆으로 새기 일쑤였다고 한다.

슈워츠가 고심 끝에 생각해낸 방법이 트럼프의 통화를 엿듣는 것이었다. 트럼프 자리 옆에 트럼프 전화와 연결된 전화를 따로 설치해 두고 전화통화를 엿듣기 시작했다. 물론 트럼프의 허락을 받고 나서 말이다.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슈워츠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트럼프는 관심받는 걸 좋아했어요. ......만약에 30만 명이 엿듣게 할 수 있었다면 트럼프는 훨씬 더 행복해했을 겁니다.”
트럼프의 전화통화를 엿들으면서 슈워츠가 받은 인상은 이랬다.
“그는 사람들을 가지고 놀았어요.”
트럼프는 아첨도 하고 협박도 하고 화를 내기도 했다. 화를 낼 때조차 트럼프의 행동은 언제나 계산된 행동처럼 보였다고 한다.

슈워츠가 인상적으로 느꼈던 부분이 또 있다. 전화통화를 마칠 때 트럼프는 ‘Goodbye’를 말하지 않았다. 인사말 대신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당신은 최고예요!(You’re the greatest!).”

슈워츠의 해석은 이렇다.
“트럼프한테는 두 종류의 사람밖에 없어요.‘쓸모없는 루저(loser)’,‘거짓말쟁이’거나 아니면 ‘최고(the greatest)’거나.”

트럼프의 평가에서 중간인 사람은 없다. 양극단만 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지난 몇 년간 다른 사람에 대한 트럼프의 평가는 대체로 이랬다. 김정은의 경우가 그렇다. ‘꼬마 로켓맨(little rocketman)’에서 ‘사랑에 빠진 사람(fell in love)’으로 돌변했다.

트럼프에게 이 양극단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누구보다도 트럼프를 잘 아는 사람이 또 있었다.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였던 로이 콘(Roy Cohn)이다. 나중에 이야기할 기회가 있겠지만, 이 사람은 트럼프에게 아주 중요한 사람이다. 어떤 이들은 콘이 트럼프의 멘토였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말년이 별로 좋지 못했다. 트럼프에게 섭섭한 게 많았다고 한다.

“트럼프는 그 사람이 도움이 되면 좋아하고 그렇지 않으면 그 사람한테 덤벼듭니다. 그건 개인적인 거랑 상관이 없습니다. 그는 장사꾼이거든요. 당신이 그에게 뭘 해줄 수 있느냐가 중요한 거죠.”

1984년 젊은 시절의 트럼프와 콘, 어떤 이들은 콘이 트럼프의 멘토였다고 말한다.1984년 젊은 시절의 트럼프와 콘, 어떤 이들은 콘이 트럼프의 멘토였다고 말한다.

여기서 우리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트럼프는 정말로 김정은과 사랑에 빠졌을까? 슈워츠와 콘의 말을 듣고 나면 이런 추론이 가능하다. 김정은은 트럼프에게 ‘무언가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다. 하노이 정상회담은 ‘노딜’로 끝났지만, 트럼프가 김정은을 각별히 챙기는 듯한 모습을 자주 보여준 것은 이런 추론을 뒷받침해 준다.

그렇다면 김정은이 트럼프에게 해줄 수 있는 무언가는 무엇일까? 슈워츠의 말을 듣다 보면 또 다른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다. 슈워츠가 쓴 트럼프의 자서전은 ‘The Art of the Deal’이다. 이 제목을 지은 건 슈워츠였지만, 이 제목을 사랑한 건 트럼프였다. 2015년 6월 대선 출마를 선언할 때 트럼프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에게는 ‘협상의 기술’을 썼던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물론 실소를 금치 못하는 사람이 있었다. 슈워츠는 이런 트윗을 날렸다.

“도널드 트럼프, 저한테 대통령 출마를 권유하시다니 고맙기도 하시지. ‘협상의 기술’은 제가 쓴 거니까요.”

슈워츠 트위터 캡처슈워츠 트위터 캡처

'뉴요커'지의 제인 마이어(Jane Mayer)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출마선언에서 ‘협상의 기술’을 내세운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중국과의 무역적자를 보세요. 이란 핵협상을 보세요. 저는 협상을 성사시켜서 부자가 된 사람입니다. 협상은 제가 하는 일이고, 잘 하는 일입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이것은 선거판에서 그냥 해본 소리가 아니다. 중국과의 무역분쟁은 트럼프의 가장 중요한 의제가 된 지 오래다. 오바마의 업적이었던 이란 핵협상은 보기 좋게 뒤엎어버렸다. 엉터리 ‘Deal’이라며 틈만 나면 오바마를 조롱한다.

'Deal'은 트럼프에게 자신이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 이유였고, 자신이 다른 대통령들이나 후보들보다 더 잘 할 수 있다고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자신만의 장기다. 트럼프는 ‘Deal’을 할 때 가장 활력 있어 보이고, ‘Deal’을 할 때 가장 대통령다워 보인다. ‘Deal’은 트럼프의 정체성이나 마찬가지다. ‘이게 무슨 대수’랴 싶지만, 트럼프 같은 자기과시형 인간에게 이 부분은 아주 큰 부분일 수 있다.

트럼프가 군소후보에 불과했던 예비선거 시절부터 트럼프를 밀착 관찰해온 미주한인유권자연대의 김동석 대표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 부분을 유난히 강조했다. 트럼프가 북한과의 Deal에 강한 의욕을 보이는 것은 "지금까지 다른 대통령들 누구도 하지 못했던 일을 자신이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협상의 기술’은 이렇게 트럼프에게 개인적인 동기를 부여해주기도 하지만, 정치적 의미 역시 크다. 이 책은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목록에 48주 동안 올라있었다. 그중에 13번은 1위를 기록했다. 트럼프를 뉴욕을 넘어 전국적인 인물로 부상하게 만든, 트럼프에게는 기념비 같은 책이다.

트럼프가 TV 리얼리티 프로그램 ‘어프렌티스(Apprentice)’의 진행자 자리를 꿰찬 것도 이 책의 성공을 발판으로 삼았기에 가능했다. 정치적으로 말하면, 지난 대선 때 트럼프가 얻은 표의 상당 부분은 ‘협상의 기술’ 덕이다. 동시에 내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려면 ‘Deal의 달인’ 이미지를 유지해야만 한다는 뜻이다.

바로 이 부분이 김정은이 트럼프에게 줄 수 있는 ‘무언가’일 수 있다. 트럼프는 이 ‘Deal’을 성공시켜야 ‘Deal’의 달인’으로 ‘인증’ 받을 수 있다. 그러면 표가 저절로 따라온다. 김정은과의 ‘Deal’은 단순히 하나의 업적을 추가하는 것만은 아니다.

'Deal'의 상대가 역대 미국 대통령들 누구도 다루지 못했던, ‘골치 아픈 북한’이라는 사실은 트럼프에게 큰 걸림돌은 아닌 것 같다. 상대가 골칫덩이일수록 ‘Deal의 달인’은 더 빛나기 마련이니까.

이것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는가? 첫째, 트럼프가 하노이 회담에서 내세운 이른바 ‘Big Deal’이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둘째, 트럼프는 마치 시간이 자기편이라는 듯이 김정은을 압박하고 있지만 트럼프에게도 시간은 많지 않다.

트럼프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김정은을 사랑하고 있다. 한반도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한 사람의 부모로서, ‘트럼프의 김정은 사랑’이 결실을 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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