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알바를 리스펙”하자는데…알바보다 못한 일자리가 쏟아졌다

입력 2019.03.15 (11:27) 수정 2019.03.1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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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붉은색 립스틱이 수십 개 깔린 화면 위로 "딸기 우유 핑크를 골라보라"는 미션이 뜨는 광고가 있습니다. 립스틱 좀 좋아한다는 저도 '아 저건가?'긴가 민가 하고 있는데 한 남자 직원이 5초 만에 딸기 우유핑크색 립스틱을 집어냅니다. "알바도 능력이야 알바를 리스펙"으로 끝나는 이 광고는 나름대로 저에게 꽤 신선한 충격을 줬습니다. 취업 보릿고개에 취업준비생들이 아르바이트로 내몰리고는 있지만, 아르바이트도 다 능력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거니 그만큼 처우도 대우도 존중해줘야 한다는 겁니다.

아르바이트의 질이라도 높여보자는 시대에 정작 한쪽에선 아르바이트보다도 못하다는 일자리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개인의 능력도 고려가 안 되고, 그렇다고 미래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일하는 기간은 아르바이트보다 더욱 짧은 일자리라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정부가 만들어낸 '맞춤형 일자리' 얘깁니다.

왜 맞춤형 일자리였나?


고용 한파가 불어닥쳤던 지난해 일자리는 한 달 평균 9만 7천 명 느는 데 그쳤습니다. 늘었다고 좋아할 수가 없는 게 9년 만에 가장 실적이 나빴습니다. '일자리 정부'를 내세우고도 최악의 고용 성적표를 받아들었던 지난해 10월, 정부는 연말부터 '맞춤형 일자리'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고용 상황을 조금이라도 좋아지게 할 수 있다면 "뭐든지 하고 싶은 심정"이라면서 말입니다.

임시방편으로 단기 일자리만 양산해내는 것 아니냐 비판엔 단기 일자리가 아니라 '맞춤형 일자리'라며 이름을 따로 붙였습니다. 청년층의 경력을 관리하고, 취약계층에 딱 맞춘 일자리를 제공하겠단 취지였습니다. 이름 그대로 정말 일자리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꼭 맞춘 일자리였을까요? 대부분 사업이 끝난 현시점, 그동안 얼마나 잘 운영됐는지 다 따져보기로 했습니다.

정말 일자리 다 만들었을까? 4만 3천여 개 일자리 전수 분석


정부가 발표 당시, 19개 중앙부처와 49개 산하 기관들을 동원해 만들겠다고 한 일자리는 모두 5만 9천 개입니다. 여기엔 청년을 추가로 고용했을 때 장려금을 주는 지원 사업 1만 개와 공공기관 체험형 인턴이 5천여 개가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를 제외하고 새로 만들어내겠다던 4만 3천여 개 일자리에 대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추경호 의원실을 통해 각 부처와 기관에 자료를 요청해 일일이 받아봤습니다.

지난해 10월 이후 올해 1월 말까지 목표했던 채용 인원과 실제 채용 인원, 사업이 변동됐다면 변동된 사유와 인건비, 일한 기간과 퇴직자, 정규직 전환 여부 등을 요구했습니다. 한 기관에서 여러 개의 사업을 할 경우, 각 사업의 정보를 모두 따졌습니다.

실적은 95%…못 채운 2천300명은 왜?

정부와 기관들이 목표치로 발표했던 일자리는 모두 4만 3천334개였습니다. 애초 2월부터 사업이 시작될 예정이었던 한국마사회는 제외했습니다. 이 가운데 1월 말까지 채용이 완료된 일자리는 4만 984개였습니다. 목표 달성률을 따져보면 95% 정도 됩니다. 수치로만 보면 괜찮아 보입니다.


하지만 나머지 5%, 2천3백 명은 왜 못 채웠을까요? 일부는 채용 준비가 덜 된 사업들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토지주택공사의 경우, 도시재생 후보지를 조사하는 인력으로 460명 넘게 채용하겠다고 발표는 했는데 조사를 나갈 후보지 자체가 확정이 안 된 상황이었던 식입니다.

나머지 사업은 지원자가 부족했습니다. 문체부에서 추진했던 한 사업은 두 번이나 채용 공고를 냈는데도 목표치의 절반도 못 채웠고, 강사나 상담사를 모집해야 하는 사업의 경우, 단기간에 특수 직무를 담당할 지원자를 구하기가 어려워 채용을 다 못 했습니다. 이렇게 맞춤형 일자리가 지원자에겐 맞춤형이 아니었던 이유를 이제부터 따져볼까 합니다.

"왜 필요한지 모르겠어요"…강의실 불 끄고, 한겨울에 공사 현장 지키고

사업 중엔 물론 필요해서 만든 일자리도 있었습니다. 취약 계층을 고용해 지원한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굳이 이런 일자리를 왜 만들었을까?' 생각이 드는, 다소 황당한 일자리들도 눈에 띕니다.


일부 국립대들이 만든 '에너지 지킴이'라는 일자리가 대표적입니다. 에너지 지킴이는 말 그대로 하루 2시간 빈 강의실을 찾아 난방과 불을 끄고, 30만 원 남짓 받는 일입니다.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에 용돈도 벌 수 있으니, 학생들에겐 그야말로 '꿀알바'입니다.

그런데 학생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습니다. 실제로 지킴이 활동을 했던 학생을 만나보니, "용돈 벌기는 좋지만, 취업과는 상관없는 단기 아르바이트"라며, "일자리 통계에 넣는 건 잘못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다른 재학생은 강의실 불을 끄는 일이 필요한 건지에 대한 의문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휴대 전화 보면서 그냥 불 끄고 지나가면 되는 일인데 시급을 받고 일할 만한 건지 모르겠어요. 그렇게 많은 인원이 딱히 필요하지도 않잖아요."

한겨울에 자전거 사고 실태조사를 하거나, 건설 공사가 크게 줄어드는 겨울철에 공사 현장을 점검하는 일자리를 늘리기도 했습니다. 신재생에너지 홍보, 산불 감시원, 철새도래지 감시 등 필요한 일자리인지 의문이 드는 사업들이 있었습니다. 이 같은 사업들 대부분이 지원자를 못 채운 사업이기도 했습니다.

애써 피했던 '단기 일자리'라는 말…근무 기간 1~2달이 최다

하는 일만 독특(?)했던 건 아닙니다. 근무 기간도 짧았습니다. 정부는 단기 일자리라는 지적을 피하고 싶어 했고, '맞춤형 일자리'라고 강조했지만 다 따져보니 1달에서 2달 정도 되는 일자리가 가장 많았습니다. 한 달도 안 되는 초단기 일자리 사업도 3개나 됐는데, 해안가의 해양 쓰레기들을 치우는 일이 이틀짜리로 가장 짧았습니다. 전체 68개 기관에서 하는 사업 중에 반년 이상 채용하는 곳은 5개에 불과했습니다.

그렇다고 이 맞춤형 일자리들이 짧은 인턴 기간을 마치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일자리들이었을까요? 4만 개가 넘는 일자리 중에 정규직으로 전환된 인원은 한국자산관리공사 단 1곳에서 87명뿐이었습니다. 기간제 계약직으로 채용한 곳도 보건복지부 한 곳뿐이었습니다.

단기간, 시간제로 운영되는 일회성 일자리가 많다 보니 임금도 대부분 최저 임금 수준에 그쳤습니다.

7곳은 원래 하던 사업 새 일자리처럼 포장

그렇다면, 실적 95%는 제대로 채운 걸까요? 살펴보니 실제 일자리는 안 늘었는데 숫자만 늘린 사업이 한두 개가 아니었습니다. 먼저, 원래 있던 일자리를 마치 새로운 것처럼 내놓은 곳이 7곳이나 됩니다. 연초부터 자체적으로 계획했던 사업인데 정부가 일자리 내놓으라고 하니 슬며시 포함한 겁니다.

한 산하 기관은 심지어 새로 늘어난 일자리가 없다고 했는데도, 정부가 새로운 일자리처럼 발표에 포함하기도 했습니다. 이유를 들어보니, 한정된 예산에 일자리는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벌어진 웃지 못할 일입니다.


"맞춤형 일자리로 저희가 따로 만들어진 신규 사업은 아닙니다. 저희도 공공성도 중요하지만,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기업이다 보니, 일자리 자체를 위해서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은 아니거든요" -A 기관 관계자-

"새로 들어온 건 아니고요. 사실 자료가 잘못 나갔었거든요. 기존에 계획돼 있었던 겁니다." -B 기관 관계자

여기에 일부 기관은 한 달짜리 일자리로 공고하고서 실제로는 2주나 이틀씩 채용해 채용 인원수를 많으면 10배 넘게 늘리기도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실적 95%가 달성된 셈입니다.


대부분의 맞춤형 일자리 사업은 이달 말이면 종료됩니다. '반짝 효과'도 이제 끝이 보인단 얘깁니다. 단기 일자리는 당장 취업자 수를 늘리는 데는 효과가 있지만 일자리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재정으로 뒷받침하는 일자리는 지속하기도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지난달 고용 시장엔 모처럼 훈풍이 불어 1년 전보다 취업자 26만 명이 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 재정이 뒷받침하는 일자리들로 주로 노인을 중심으로 공공 서비스업에서 늘어난 일자리입니다. 국민 대다수가 고용이 나아졌다고 체감하긴 어렵단 얘깁니다. 고용 통계도 중요하지만, 질 나쁜 일자리 질 좋게 만드는 게 정부의 중요한 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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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알바를 리스펙”하자는데…알바보다 못한 일자리가 쏟아졌다
    • 입력 2019-03-15 11:27:48
    • 수정2019-03-15 11:36:09
    취재후·사건후
비슷한 붉은색 립스틱이 수십 개 깔린 화면 위로 "딸기 우유 핑크를 골라보라"는 미션이 뜨는 광고가 있습니다. 립스틱 좀 좋아한다는 저도 '아 저건가?'긴가 민가 하고 있는데 한 남자 직원이 5초 만에 딸기 우유핑크색 립스틱을 집어냅니다. "알바도 능력이야 알바를 리스펙"으로 끝나는 이 광고는 나름대로 저에게 꽤 신선한 충격을 줬습니다. 취업 보릿고개에 취업준비생들이 아르바이트로 내몰리고는 있지만, 아르바이트도 다 능력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거니 그만큼 처우도 대우도 존중해줘야 한다는 겁니다.

아르바이트의 질이라도 높여보자는 시대에 정작 한쪽에선 아르바이트보다도 못하다는 일자리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개인의 능력도 고려가 안 되고, 그렇다고 미래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일하는 기간은 아르바이트보다 더욱 짧은 일자리라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정부가 만들어낸 '맞춤형 일자리' 얘깁니다.

왜 맞춤형 일자리였나?


고용 한파가 불어닥쳤던 지난해 일자리는 한 달 평균 9만 7천 명 느는 데 그쳤습니다. 늘었다고 좋아할 수가 없는 게 9년 만에 가장 실적이 나빴습니다. '일자리 정부'를 내세우고도 최악의 고용 성적표를 받아들었던 지난해 10월, 정부는 연말부터 '맞춤형 일자리'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고용 상황을 조금이라도 좋아지게 할 수 있다면 "뭐든지 하고 싶은 심정"이라면서 말입니다.

임시방편으로 단기 일자리만 양산해내는 것 아니냐 비판엔 단기 일자리가 아니라 '맞춤형 일자리'라며 이름을 따로 붙였습니다. 청년층의 경력을 관리하고, 취약계층에 딱 맞춘 일자리를 제공하겠단 취지였습니다. 이름 그대로 정말 일자리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꼭 맞춘 일자리였을까요? 대부분 사업이 끝난 현시점, 그동안 얼마나 잘 운영됐는지 다 따져보기로 했습니다.

정말 일자리 다 만들었을까? 4만 3천여 개 일자리 전수 분석


정부가 발표 당시, 19개 중앙부처와 49개 산하 기관들을 동원해 만들겠다고 한 일자리는 모두 5만 9천 개입니다. 여기엔 청년을 추가로 고용했을 때 장려금을 주는 지원 사업 1만 개와 공공기관 체험형 인턴이 5천여 개가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를 제외하고 새로 만들어내겠다던 4만 3천여 개 일자리에 대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추경호 의원실을 통해 각 부처와 기관에 자료를 요청해 일일이 받아봤습니다.

지난해 10월 이후 올해 1월 말까지 목표했던 채용 인원과 실제 채용 인원, 사업이 변동됐다면 변동된 사유와 인건비, 일한 기간과 퇴직자, 정규직 전환 여부 등을 요구했습니다. 한 기관에서 여러 개의 사업을 할 경우, 각 사업의 정보를 모두 따졌습니다.

실적은 95%…못 채운 2천300명은 왜?

정부와 기관들이 목표치로 발표했던 일자리는 모두 4만 3천334개였습니다. 애초 2월부터 사업이 시작될 예정이었던 한국마사회는 제외했습니다. 이 가운데 1월 말까지 채용이 완료된 일자리는 4만 984개였습니다. 목표 달성률을 따져보면 95% 정도 됩니다. 수치로만 보면 괜찮아 보입니다.


하지만 나머지 5%, 2천3백 명은 왜 못 채웠을까요? 일부는 채용 준비가 덜 된 사업들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토지주택공사의 경우, 도시재생 후보지를 조사하는 인력으로 460명 넘게 채용하겠다고 발표는 했는데 조사를 나갈 후보지 자체가 확정이 안 된 상황이었던 식입니다.

나머지 사업은 지원자가 부족했습니다. 문체부에서 추진했던 한 사업은 두 번이나 채용 공고를 냈는데도 목표치의 절반도 못 채웠고, 강사나 상담사를 모집해야 하는 사업의 경우, 단기간에 특수 직무를 담당할 지원자를 구하기가 어려워 채용을 다 못 했습니다. 이렇게 맞춤형 일자리가 지원자에겐 맞춤형이 아니었던 이유를 이제부터 따져볼까 합니다.

"왜 필요한지 모르겠어요"…강의실 불 끄고, 한겨울에 공사 현장 지키고

사업 중엔 물론 필요해서 만든 일자리도 있었습니다. 취약 계층을 고용해 지원한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굳이 이런 일자리를 왜 만들었을까?' 생각이 드는, 다소 황당한 일자리들도 눈에 띕니다.


일부 국립대들이 만든 '에너지 지킴이'라는 일자리가 대표적입니다. 에너지 지킴이는 말 그대로 하루 2시간 빈 강의실을 찾아 난방과 불을 끄고, 30만 원 남짓 받는 일입니다.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에 용돈도 벌 수 있으니, 학생들에겐 그야말로 '꿀알바'입니다.

그런데 학생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습니다. 실제로 지킴이 활동을 했던 학생을 만나보니, "용돈 벌기는 좋지만, 취업과는 상관없는 단기 아르바이트"라며, "일자리 통계에 넣는 건 잘못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다른 재학생은 강의실 불을 끄는 일이 필요한 건지에 대한 의문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휴대 전화 보면서 그냥 불 끄고 지나가면 되는 일인데 시급을 받고 일할 만한 건지 모르겠어요. 그렇게 많은 인원이 딱히 필요하지도 않잖아요."

한겨울에 자전거 사고 실태조사를 하거나, 건설 공사가 크게 줄어드는 겨울철에 공사 현장을 점검하는 일자리를 늘리기도 했습니다. 신재생에너지 홍보, 산불 감시원, 철새도래지 감시 등 필요한 일자리인지 의문이 드는 사업들이 있었습니다. 이 같은 사업들 대부분이 지원자를 못 채운 사업이기도 했습니다.

애써 피했던 '단기 일자리'라는 말…근무 기간 1~2달이 최다

하는 일만 독특(?)했던 건 아닙니다. 근무 기간도 짧았습니다. 정부는 단기 일자리라는 지적을 피하고 싶어 했고, '맞춤형 일자리'라고 강조했지만 다 따져보니 1달에서 2달 정도 되는 일자리가 가장 많았습니다. 한 달도 안 되는 초단기 일자리 사업도 3개나 됐는데, 해안가의 해양 쓰레기들을 치우는 일이 이틀짜리로 가장 짧았습니다. 전체 68개 기관에서 하는 사업 중에 반년 이상 채용하는 곳은 5개에 불과했습니다.

그렇다고 이 맞춤형 일자리들이 짧은 인턴 기간을 마치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일자리들이었을까요? 4만 개가 넘는 일자리 중에 정규직으로 전환된 인원은 한국자산관리공사 단 1곳에서 87명뿐이었습니다. 기간제 계약직으로 채용한 곳도 보건복지부 한 곳뿐이었습니다.

단기간, 시간제로 운영되는 일회성 일자리가 많다 보니 임금도 대부분 최저 임금 수준에 그쳤습니다.

7곳은 원래 하던 사업 새 일자리처럼 포장

그렇다면, 실적 95%는 제대로 채운 걸까요? 살펴보니 실제 일자리는 안 늘었는데 숫자만 늘린 사업이 한두 개가 아니었습니다. 먼저, 원래 있던 일자리를 마치 새로운 것처럼 내놓은 곳이 7곳이나 됩니다. 연초부터 자체적으로 계획했던 사업인데 정부가 일자리 내놓으라고 하니 슬며시 포함한 겁니다.

한 산하 기관은 심지어 새로 늘어난 일자리가 없다고 했는데도, 정부가 새로운 일자리처럼 발표에 포함하기도 했습니다. 이유를 들어보니, 한정된 예산에 일자리는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벌어진 웃지 못할 일입니다.


"맞춤형 일자리로 저희가 따로 만들어진 신규 사업은 아닙니다. 저희도 공공성도 중요하지만,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기업이다 보니, 일자리 자체를 위해서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은 아니거든요" -A 기관 관계자-

"새로 들어온 건 아니고요. 사실 자료가 잘못 나갔었거든요. 기존에 계획돼 있었던 겁니다." -B 기관 관계자

여기에 일부 기관은 한 달짜리 일자리로 공고하고서 실제로는 2주나 이틀씩 채용해 채용 인원수를 많으면 10배 넘게 늘리기도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실적 95%가 달성된 셈입니다.


대부분의 맞춤형 일자리 사업은 이달 말이면 종료됩니다. '반짝 효과'도 이제 끝이 보인단 얘깁니다. 단기 일자리는 당장 취업자 수를 늘리는 데는 효과가 있지만 일자리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재정으로 뒷받침하는 일자리는 지속하기도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지난달 고용 시장엔 모처럼 훈풍이 불어 1년 전보다 취업자 26만 명이 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 재정이 뒷받침하는 일자리들로 주로 노인을 중심으로 공공 서비스업에서 늘어난 일자리입니다. 국민 대다수가 고용이 나아졌다고 체감하긴 어렵단 얘깁니다. 고용 통계도 중요하지만, 질 나쁜 일자리 질 좋게 만드는 게 정부의 중요한 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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