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은 안되나 1번은 괜찮다?…위장전입 ‘턱걸이 통과’

입력 2019.03.16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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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문 후보자는 두 차례 위장전입을 했다. 청와대의 검증 기준은 통과했다.

지난 8일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가장 큰 폭의 개각을 발표했습니다. 행정안전부와 중소기업벤처부 등 7개 부처 수장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열흘 뒤인 25일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각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치르게 됩니다.

■ 툭 하면 '위장전입'…첫 등장은 2000년

인사청문회 시즌의 단골손님 중 하나는 '위장전입'입니다. 익히 알듯, 실제 사는 곳과 달리 주민등록상 주소만 옮기는 행위입니다. 분명 불법이지만, 과거 큰 문제의식 없이 자녀 교육이나 부동산 투기를 위해 했던 일이죠. 여러 후보를 낙마시키기도 했습니다.

인사청문회 & 위장전입 키워드로 검색된 기사 추이, 1990년 1월 1일 이후 현재까지인사청문회 & 위장전입 키워드로 검색된 기사 추이, 1990년 1월 1일 이후 현재까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위장전입 관련 기사는 쏟아집니다. 뉴스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인 '빅카인즈'로 검색하면, 사실상 첫 기사는 2000년 이한동 국무총리 사례입니다. 이후 오늘(15일)까지 인사청문회와 위장전입을 함께 거론한 기사는 6천 8백여 건입니다.

■ 위장전입,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문제일까?

위장전입 한두 번 안 해본 후보자가 그만큼 드물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이를 뒤집어 보자면, 위장전입 하나만으로는 심각한 결격 사유는 아니라는 현실론의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다른 문제 없이 위장전입'만' 드러난 후보자 상당수는 큰 진통 없이 임명됐습니다.

결국, 관건은 '나쁜' 위장전입과 '덜 나쁜' 위장전입을 구분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구분 기준은 무엇으로 삼아야 할까요. 횟수? 시기? 수법? 누구도 '이게 답이다.' 딱 잘라 말하기 어려운 문제일 겁니다.

■ 2005년 7월 이후 위장전입은 나쁘다. 단, 한번까지는 괜찮아…

청와대의 ‘인사검증 7대 기준’은 병역기피, 세금탈루, 음주운전 그리고 위장전입 등에 대한 공직자 임용 원천 배제 기준을 정하고 있다.청와대의 ‘인사검증 7대 기준’은 병역기피, 세금탈루, 음주운전 그리고 위장전입 등에 대한 공직자 임용 원천 배제 기준을 정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도 이 부분이 고민스러웠던 모양입니다. 특히, 출범 이후 초기 내각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후보자들의 여러 의혹이 제기됐으니 더 그랬을 겁니다. 고민 끝에 명문화된 기준을 내놨습니다. 2017년 11월 12일 「고위공직 후보자 인사검증 7대 기준」을 발표합니다.


■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청와대 기준 '턱걸이' 통과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는 자녀 교육을 위해 두 차례 위장전입을 했습니다. 부산에서 거주해 온 문 후보자와 가족은 1995년 2월 아들의 초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2006년에는 딸의 중학교 전학을 위해 위장전입을 했습니다. 시기만 놓고 보면 청와대의 위장전입 검증 기준에 1번 해당합니다.

문 후보자 측은 KBS가 취재로 확인한 두 차례의 주소 이전 모두 위장전입이었음을 시인했습니다. 그러면서 자녀 교육을 위한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고,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흥미로운 지점은 여기부터입니다. '인사검증 7대 기준' 중 위장전입 부분을 뜯어보면, 2005년 7월 이후 & 2차례 이상 위장전입을 한 경우만 고위공직자에서 배제합니다. 위장전입 1번까지는 괜찮다는 뜻입니다. 문 후보자의 두 차례 위장전입 가운데 두 번째인 2006년 사례만 이 기준에 걸립니다. 문 후보자의 장관 내정이 가능했던 이유입니다.

이에 대해 여러 문제 제기가 가능할 수 있습니다. 왜 1번은 괜찮고, 2번 이상만 문제 삼는 것인가? 2005년 7월이라는 기준 시점은 적절한가? 만약, 청와대가 '위장전입 1회 이상'을 배제 기준으로 정했다면, 문 후보자는 장관 내정이 불가능했을 겁니다.

위장전입? 분명, 문제가 아닌 건 아닌데…어디까지는 되고, 어디부터는 안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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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번은 안되나 1번은 괜찮다?…위장전입 ‘턱걸이 통과’
    • 입력 2019-03-16 07:04:52
    취재K
▲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문 후보자는 두 차례 위장전입을 했다. 청와대의 검증 기준은 통과했다.

지난 8일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가장 큰 폭의 개각을 발표했습니다. 행정안전부와 중소기업벤처부 등 7개 부처 수장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열흘 뒤인 25일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각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치르게 됩니다.

■ 툭 하면 '위장전입'…첫 등장은 2000년

인사청문회 시즌의 단골손님 중 하나는 '위장전입'입니다. 익히 알듯, 실제 사는 곳과 달리 주민등록상 주소만 옮기는 행위입니다. 분명 불법이지만, 과거 큰 문제의식 없이 자녀 교육이나 부동산 투기를 위해 했던 일이죠. 여러 후보를 낙마시키기도 했습니다.

인사청문회 & 위장전입 키워드로 검색된 기사 추이, 1990년 1월 1일 이후 현재까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위장전입 관련 기사는 쏟아집니다. 뉴스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인 '빅카인즈'로 검색하면, 사실상 첫 기사는 2000년 이한동 국무총리 사례입니다. 이후 오늘(15일)까지 인사청문회와 위장전입을 함께 거론한 기사는 6천 8백여 건입니다.

■ 위장전입,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문제일까?

위장전입 한두 번 안 해본 후보자가 그만큼 드물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이를 뒤집어 보자면, 위장전입 하나만으로는 심각한 결격 사유는 아니라는 현실론의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다른 문제 없이 위장전입'만' 드러난 후보자 상당수는 큰 진통 없이 임명됐습니다.

결국, 관건은 '나쁜' 위장전입과 '덜 나쁜' 위장전입을 구분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구분 기준은 무엇으로 삼아야 할까요. 횟수? 시기? 수법? 누구도 '이게 답이다.' 딱 잘라 말하기 어려운 문제일 겁니다.

■ 2005년 7월 이후 위장전입은 나쁘다. 단, 한번까지는 괜찮아…

청와대의 ‘인사검증 7대 기준’은 병역기피, 세금탈루, 음주운전 그리고 위장전입 등에 대한 공직자 임용 원천 배제 기준을 정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도 이 부분이 고민스러웠던 모양입니다. 특히, 출범 이후 초기 내각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후보자들의 여러 의혹이 제기됐으니 더 그랬을 겁니다. 고민 끝에 명문화된 기준을 내놨습니다. 2017년 11월 12일 「고위공직 후보자 인사검증 7대 기준」을 발표합니다.


■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청와대 기준 '턱걸이' 통과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는 자녀 교육을 위해 두 차례 위장전입을 했습니다. 부산에서 거주해 온 문 후보자와 가족은 1995년 2월 아들의 초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2006년에는 딸의 중학교 전학을 위해 위장전입을 했습니다. 시기만 놓고 보면 청와대의 위장전입 검증 기준에 1번 해당합니다.

문 후보자 측은 KBS가 취재로 확인한 두 차례의 주소 이전 모두 위장전입이었음을 시인했습니다. 그러면서 자녀 교육을 위한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고,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흥미로운 지점은 여기부터입니다. '인사검증 7대 기준' 중 위장전입 부분을 뜯어보면, 2005년 7월 이후 & 2차례 이상 위장전입을 한 경우만 고위공직자에서 배제합니다. 위장전입 1번까지는 괜찮다는 뜻입니다. 문 후보자의 두 차례 위장전입 가운데 두 번째인 2006년 사례만 이 기준에 걸립니다. 문 후보자의 장관 내정이 가능했던 이유입니다.

이에 대해 여러 문제 제기가 가능할 수 있습니다. 왜 1번은 괜찮고, 2번 이상만 문제 삼는 것인가? 2005년 7월이라는 기준 시점은 적절한가? 만약, 청와대가 '위장전입 1회 이상'을 배제 기준으로 정했다면, 문 후보자는 장관 내정이 불가능했을 겁니다.

위장전입? 분명, 문제가 아닌 건 아닌데…어디까지는 되고, 어디부터는 안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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