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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참겠다] 스타벅스 입점에 억대 권리금 날릴 위기…“이게 상생인가요?”
입력 2019.03.17 (07:01) 케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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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참겠다] 스타벅스 입점에 억대 권리금 날릴 위기…“이게 상생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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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넘게 카페를 운영하다 가게를 비워줘야 했던 40대 남성. "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테니 나가달라"는 건물주 요구 때문이었는데, 문제는 1억 원이 넘는 권리금이었습니다.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호하도록 규정한 현행법에 따라 권리금 지급 의사가 있는 새로운 임차 희망인을 두 번이나 구해 주선했습니다. 하지만 건물주는 모두 거부하면서 "그냥 나가라"고만 했습니다.

이유는 스타벅스와의 입점 계약이었습니다. 이 씨 가게 자리에 들어오기로 한 스타벅스는 "지금껏 한 번도 권리금을 지급하거나 받은 적 없다"고 못 박았고, 건물주는 권리금은 세입자 간의 문제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거액의 권리금을 한 푼도 못 받게 될 상황에 한숨만 짓는 남성, 전남 순천의 한 상가 세입자였던 46살 이종찬 씨입니다.

이 씨의 이야기를 <못참겠다>가 직접 만나 들어봤습니다.

■권리금 1억 4천만 원…임대차 보호 기간인데 나가라는 건물주

수년간 암 투병 중이던 어머니를 모셨던 이 씨. 어머니를 여읜 뒤 정신적 고통에 외부 출입마저 꺼리던 2012년 말, 다시 딛고 일어서자는 마음으로 순천 시내의 한 건물 1층 상가와 임차 계약을 하고 카페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이전 임차인이 가게를 넘겨주는 조건으로 요구한 권리금은 1억 4천만 원. 작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아버지가 그동안 노후 자금으로 아껴뒀던 돈을 아들을 위해 내주신 덕분에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카페 운영은 순조롭게 이어졌습니다. 한 번도 임대료를 밀린 적 없을 만큼 성실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2017년 7월, 계약기간(8월)을 불과 한 달 남짓 남겨둔 시점에서 예상 못 한 소식이 건물주에게서 날아들었습니다. 계약 갱신 거절 내용증명이었습니다.

당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임법)상 임대차 보호기간은 5년. 따라서 이 씨의 임차권은 2017년 12월 말까지 보호돼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건물주는 이 씨를 갑자기 내보내려고 했습니다. 계약 갱신을 하지 않으려는 이유가 무엇인지는 일절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명시한 현행법

건물주의 강한 퇴거 압박에 가게를 비우기로 한 이씨. 사실상 유일한 재산인 권리금만큼은 되찾기로 했습니다. 이를 위해 변호사 등 법률 전문가들에게 방법을 물었습니다. 한결같은 대답은 "새 임차인을 구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근거는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를 명시한 상임법 10조의 4였습니다. "임대인은 권리금 계약에 따라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로부터 권리금을 받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입니다.

구체적인 방해 금지 행위로는 '정당한 사유 없이 임대인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와 임대차 계약의 체결을 거절하는 행위' 등을 명시했고, 이를 어긴 경우엔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손해배상을 하도록 규정했습니다.

■두 번이나 새 임차인 구해 주선했지만 '퇴짜'

이 씨는 법에 따라 권리금 회수에 나섰습니다.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해 분식점을 하겠다는 새 임차 희망인을 구해 건물주에게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건물주는 계약을 거절했습니다. 업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에 이 씨는 카페를 넘겨받아 운영하겠다는 다른 임차 희망인을 찾아 건물주에게 주선했습니다. 업종도 기존과 같았을뿐더러, 기존보다 1천만 원 더 많은 권리금을 주겠다는 내용의 계약서를 작성할 만큼 확실한 경우였습니다.

하지만 건물주는 어찌 된 일인지 또다시 계약을 거절했습니다. "대체 왜 그러느냐, 그럼 내 권리금은 어떡하느냐"고 수차례에 걸쳐 문의했지만, 이유는 설명하지 않은 채 "계약이 만료되면 그냥 나가라"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권리금만 되찾을 수 있으면 당장에라도 가게를 비울 테니, 법대로 기회만 보장해 달라"는 호소는 소용없었습니다.

■건물주의 '2개월 전 통보' 위반으로 1년 연장된 계약

그런데 임대차 보호기간도 안 지키고 이 씨를 내보내려던 건물주의 시도에 한 차례 제동이 걸렸습니다. 이 씨와 건물주가 맺은 임대차 계약서에 '임대차 기간 만료 두 달 전까지 서면에 의한 의사 표시가 없을 때는 1년간 계약이 연장된다'는 내용의 조항이 들어있는 사실이 뒤늦게 파악된 것입니다.

건물주가 계약 갱신 거절 통보를 한 건, 계약 만료로부터 불과 한 달이 남은 시점. 계약서대로면 그때는 이미 계약이 1년 더 자동 연장이 됐다는 얘기입니다.

뜻밖에 1년이 늘어난 계약기간. 이 씨는 웃을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그 시간이 더 지옥 같이 느껴졌습니다. 이유 모를 건물주의 퇴거 요구에 변화가 있지 않은 한 어차피 1년 뒤에 권리금 한 푼 못 받고 쫓겨날 처지였기 때문입니다.

■계약 끝나지도 않았는데 명도 소송 낸 건물주

우려는 예상보다 더 빨리 현실이 됐습니다. 건물주가 계약 기간이 넉 달이나 남은 지난해 4월, 계약 만료 시점에 건물을 넘겨 달라는 내용으로 명도 소송까지 제기한 것입니다.

명도 소송은 임차인이 계약 기간이 끝났는데도 가게를 비워주지 않고 무단 점유했을 때 내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이 씨처럼 계약이 끝난 것도 아니고 가게를 안 비워주겠다고 한 것도 아닌데도 명도 소송을 내는 건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계약 만료와 동시에 나가라는 건물주의 선제적 압박이었던 셈입니다.

건물주는 대체 왜 이렇게나 이 씨를 '계약이 끝나자마자' 내보내는 데 혈안이었던 것일까요? 명도 소송 과정에 건물주가 이 씨에게 보낸 내용증명에 그 이유가 담겨 있었습니다. 이 씨가 전혀 몰랐던 건물주와 스타벅스의 입점 계약이었습니다.

건물주는 이 씨의 임대차 보호기간이 1년 넘게 남아있던 2016년 11월, 스타벅스와 계약서를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씨의 임대차 보호기간이 2017년 12월까지임에도 2017년 9월부터 임대하는 것으로 했습니다. 깜빡한 것인지, 무작정 이 씨를 내보내고 스타벅스를 받으려고 한 것인지 알기 힘든 대목입니다.

건물주는 내용증명을 통해, 만약 이 씨가 계약 기간이 끝나는 즉시 퇴거하지 않아 스타벅스와의 계약에 문제가 생기면 모든 손해배상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습니다.

법원은 계약이 만료된 직후인 지난 8월 말 계약이 만료된 직후 내린 선고에서 법원은 임대차 기간이 끝났다며 가게를 인도하라고 판결했고, 이 씨는 가게를 비웠습니다.

■"권리금은 주지도 받지도 않는 게 방침"이라는 스타벅스

이 씨도 건물주 입장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었습니다. 건물의 주인인 임대인에게 당연히 임차인을 고를 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법으로까지 보장된 권리금 회수기회 행사를 방해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이 씨에게 권리금을 주겠다는 신규 임차 희망인과의 계약을 건물주가 거절했다면, 건물주가 선택한 신규 임차인인 스타벅스가 현 임차인인 이 씨에게 권리금을 주면 될 일인데, 왜 받지 말고 그냥 나가라는 것이었을까요?

그 원인은 스타벅스에 있었습니다. 스타벅스 측은 "우리는 권리금은 주지도 받지도 않는다. 20년 가까이 국내에서 사업하면서 지켜온 방침"이라고 못 박은 것입니다.

■건물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결국, 이 씨는 건물주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현 임차인이 주선한 새 임차인과의 계약을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해 현 임차인이 피해를 보게 된 경우 임대인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한다는 법 규정에 따른 조치입니다.

여기서 문득 궁금해지는 대목. 건물주가 세입자가 주선한 임차 희망인과의 계약을 거절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법은 이를 '임대인이 선택한 신규 임차인이 (현) 임차인과 권리금 계약을 체결하고 그 권리금을 지급한 경우' 등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을 놓고 본다면, 건물주가 고른 신규 임차인인 스타벅스가 이 씨에게 권리금을 지급했다면 이 씨가 소개한 신규 임차인과의 계약을 건물주가 거부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건물주가 신규 임차인을 선택하는 경우라도 현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기회는 역시 보호해줘야 한다는 게 현행법의 취지인 셈입니다.

취재 요청 거부한 건물주, "우리와 상관없다"는 스타벅스

이 씨의 제보를 받은 KBS <못참겠다> 취재진은 공식 취재를 요청했지만, 건물주 측은 "소송 중인 사안에 대해 밝힐 입장이 없다"며 거절 의사를 밝혔습니다. 다만 건물주 측 관계자는 취재진과의 전화통화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이 씨의 권리금 회수기회를 방해했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만약 이 씨가 구해온 신규 임차 희망인을 거부했다면 건물주가 선택한 새 임차인인 스타벅스가 이 씨에게 권리금을 줘야 하는 것 아닌지, 그 동네에서 스타벅스처럼 권리금 안 주고 임차해 장사할 수 있는 상가가 또 있는지, 거듭된 물음에 "솔직히 참 어려운 문제다. 그래서 소송이 제기된 것 아니겠느냐. 재판 결과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했습니다.

스타벅스 역시 현실적으로 엄연히 권리금이 존재하는 상권에 들어가면서 권리금을 인정하지 않아 문제를 일으킨 책임은 없을까요?

이에 대해 스타벅스 측은 "우리와 전혀 상관없는 문제다. 왜 우리가 이 일과 얽혀야 하는지 자체를 모르겠다"고 반박합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우리가 먼저 입점 제의를 한 것도 아니고, 건물주가 들어와 달라고 해서 들어간 것뿐이다. 권리금 분쟁은 건물주와 전 임차인 간에 해결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법제화된 권리금 부정은 부당…상생 모색해야"

전문가의 견해는 어떨까요? 부동산 소송을 전담하는 이승주 변호사는 "권리금 회수기회는 법으로 보호되는 권리다. 건물주도, 스타벅스도, 권리금을 무조건 인정하지 않겠다고 하는 건 법 제정 취지와 맞지 않는다. 기존 임차인이 권리금을 되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게 상생하는 길"이라고 강조합니다.

소송은 냈지만, 이 씨 권리금의 운명은 예측이 쉽지 않습니다. 법대로라면 이 씨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인정될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법원 판결은 지금껏 판사의 판단에 따라 크게 엇갈려 왔습니다. 가늠자가 되어줘야 할 대법원 확정 판례는 아직 없는 상황. 이 씨로서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지금의 고통, 저만의 문제일까요?"

"5년 넘게 장사하면서 월세 한 번 미룬 적 없을 만큼 성실하게 가게를 운영했습니다. 상가가 잘 안 되거나 건물주가 어려워진 상황도 아니고, 권리금을 더 얹어서 주겠다는 다른 임차 희망인까지 있는데, 스타벅스 때문에 권리금 포기하고 나가라는 걸 누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이 씨는 지금 겪는 고통이 자신만의 문제가 아닐 거라며 KBS에 제보했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부정하고 싶어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인 권리금의 존재, 그것을 둘러싸고 곳곳에서 끊이지 않는 갈등, 이를 해결하기 위해 법제화까지 이뤄진 상황 등을 우리 사회가 객관적으로 바라봐 달라는 게 그의 호소입니다.
  • [못참겠다] 스타벅스 입점에 억대 권리금 날릴 위기…“이게 상생인가요?”
    • 입력 2019.03.17 (07:01)
    케이야
[못참겠다] 스타벅스 입점에 억대 권리금 날릴 위기…“이게 상생인가요?”
5년 넘게 카페를 운영하다 가게를 비워줘야 했던 40대 남성. "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테니 나가달라"는 건물주 요구 때문이었는데, 문제는 1억 원이 넘는 권리금이었습니다.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호하도록 규정한 현행법에 따라 권리금 지급 의사가 있는 새로운 임차 희망인을 두 번이나 구해 주선했습니다. 하지만 건물주는 모두 거부하면서 "그냥 나가라"고만 했습니다.

이유는 스타벅스와의 입점 계약이었습니다. 이 씨 가게 자리에 들어오기로 한 스타벅스는 "지금껏 한 번도 권리금을 지급하거나 받은 적 없다"고 못 박았고, 건물주는 권리금은 세입자 간의 문제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거액의 권리금을 한 푼도 못 받게 될 상황에 한숨만 짓는 남성, 전남 순천의 한 상가 세입자였던 46살 이종찬 씨입니다.

이 씨의 이야기를 <못참겠다>가 직접 만나 들어봤습니다.

■권리금 1억 4천만 원…임대차 보호 기간인데 나가라는 건물주

수년간 암 투병 중이던 어머니를 모셨던 이 씨. 어머니를 여읜 뒤 정신적 고통에 외부 출입마저 꺼리던 2012년 말, 다시 딛고 일어서자는 마음으로 순천 시내의 한 건물 1층 상가와 임차 계약을 하고 카페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이전 임차인이 가게를 넘겨주는 조건으로 요구한 권리금은 1억 4천만 원. 작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아버지가 그동안 노후 자금으로 아껴뒀던 돈을 아들을 위해 내주신 덕분에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카페 운영은 순조롭게 이어졌습니다. 한 번도 임대료를 밀린 적 없을 만큼 성실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2017년 7월, 계약기간(8월)을 불과 한 달 남짓 남겨둔 시점에서 예상 못 한 소식이 건물주에게서 날아들었습니다. 계약 갱신 거절 내용증명이었습니다.

당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임법)상 임대차 보호기간은 5년. 따라서 이 씨의 임차권은 2017년 12월 말까지 보호돼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건물주는 이 씨를 갑자기 내보내려고 했습니다. 계약 갱신을 하지 않으려는 이유가 무엇인지는 일절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명시한 현행법

건물주의 강한 퇴거 압박에 가게를 비우기로 한 이씨. 사실상 유일한 재산인 권리금만큼은 되찾기로 했습니다. 이를 위해 변호사 등 법률 전문가들에게 방법을 물었습니다. 한결같은 대답은 "새 임차인을 구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근거는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를 명시한 상임법 10조의 4였습니다. "임대인은 권리금 계약에 따라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로부터 권리금을 받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입니다.

구체적인 방해 금지 행위로는 '정당한 사유 없이 임대인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와 임대차 계약의 체결을 거절하는 행위' 등을 명시했고, 이를 어긴 경우엔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손해배상을 하도록 규정했습니다.

■두 번이나 새 임차인 구해 주선했지만 '퇴짜'

이 씨는 법에 따라 권리금 회수에 나섰습니다.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해 분식점을 하겠다는 새 임차 희망인을 구해 건물주에게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건물주는 계약을 거절했습니다. 업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에 이 씨는 카페를 넘겨받아 운영하겠다는 다른 임차 희망인을 찾아 건물주에게 주선했습니다. 업종도 기존과 같았을뿐더러, 기존보다 1천만 원 더 많은 권리금을 주겠다는 내용의 계약서를 작성할 만큼 확실한 경우였습니다.

하지만 건물주는 어찌 된 일인지 또다시 계약을 거절했습니다. "대체 왜 그러느냐, 그럼 내 권리금은 어떡하느냐"고 수차례에 걸쳐 문의했지만, 이유는 설명하지 않은 채 "계약이 만료되면 그냥 나가라"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권리금만 되찾을 수 있으면 당장에라도 가게를 비울 테니, 법대로 기회만 보장해 달라"는 호소는 소용없었습니다.

■건물주의 '2개월 전 통보' 위반으로 1년 연장된 계약

그런데 임대차 보호기간도 안 지키고 이 씨를 내보내려던 건물주의 시도에 한 차례 제동이 걸렸습니다. 이 씨와 건물주가 맺은 임대차 계약서에 '임대차 기간 만료 두 달 전까지 서면에 의한 의사 표시가 없을 때는 1년간 계약이 연장된다'는 내용의 조항이 들어있는 사실이 뒤늦게 파악된 것입니다.

건물주가 계약 갱신 거절 통보를 한 건, 계약 만료로부터 불과 한 달이 남은 시점. 계약서대로면 그때는 이미 계약이 1년 더 자동 연장이 됐다는 얘기입니다.

뜻밖에 1년이 늘어난 계약기간. 이 씨는 웃을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그 시간이 더 지옥 같이 느껴졌습니다. 이유 모를 건물주의 퇴거 요구에 변화가 있지 않은 한 어차피 1년 뒤에 권리금 한 푼 못 받고 쫓겨날 처지였기 때문입니다.

■계약 끝나지도 않았는데 명도 소송 낸 건물주

우려는 예상보다 더 빨리 현실이 됐습니다. 건물주가 계약 기간이 넉 달이나 남은 지난해 4월, 계약 만료 시점에 건물을 넘겨 달라는 내용으로 명도 소송까지 제기한 것입니다.

명도 소송은 임차인이 계약 기간이 끝났는데도 가게를 비워주지 않고 무단 점유했을 때 내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이 씨처럼 계약이 끝난 것도 아니고 가게를 안 비워주겠다고 한 것도 아닌데도 명도 소송을 내는 건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계약 만료와 동시에 나가라는 건물주의 선제적 압박이었던 셈입니다.

건물주는 대체 왜 이렇게나 이 씨를 '계약이 끝나자마자' 내보내는 데 혈안이었던 것일까요? 명도 소송 과정에 건물주가 이 씨에게 보낸 내용증명에 그 이유가 담겨 있었습니다. 이 씨가 전혀 몰랐던 건물주와 스타벅스의 입점 계약이었습니다.

건물주는 이 씨의 임대차 보호기간이 1년 넘게 남아있던 2016년 11월, 스타벅스와 계약서를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씨의 임대차 보호기간이 2017년 12월까지임에도 2017년 9월부터 임대하는 것으로 했습니다. 깜빡한 것인지, 무작정 이 씨를 내보내고 스타벅스를 받으려고 한 것인지 알기 힘든 대목입니다.

건물주는 내용증명을 통해, 만약 이 씨가 계약 기간이 끝나는 즉시 퇴거하지 않아 스타벅스와의 계약에 문제가 생기면 모든 손해배상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습니다.

법원은 계약이 만료된 직후인 지난 8월 말 계약이 만료된 직후 내린 선고에서 법원은 임대차 기간이 끝났다며 가게를 인도하라고 판결했고, 이 씨는 가게를 비웠습니다.

■"권리금은 주지도 받지도 않는 게 방침"이라는 스타벅스

이 씨도 건물주 입장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었습니다. 건물의 주인인 임대인에게 당연히 임차인을 고를 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법으로까지 보장된 권리금 회수기회 행사를 방해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이 씨에게 권리금을 주겠다는 신규 임차 희망인과의 계약을 건물주가 거절했다면, 건물주가 선택한 신규 임차인인 스타벅스가 현 임차인인 이 씨에게 권리금을 주면 될 일인데, 왜 받지 말고 그냥 나가라는 것이었을까요?

그 원인은 스타벅스에 있었습니다. 스타벅스 측은 "우리는 권리금은 주지도 받지도 않는다. 20년 가까이 국내에서 사업하면서 지켜온 방침"이라고 못 박은 것입니다.

■건물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결국, 이 씨는 건물주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현 임차인이 주선한 새 임차인과의 계약을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해 현 임차인이 피해를 보게 된 경우 임대인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한다는 법 규정에 따른 조치입니다.

여기서 문득 궁금해지는 대목. 건물주가 세입자가 주선한 임차 희망인과의 계약을 거절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법은 이를 '임대인이 선택한 신규 임차인이 (현) 임차인과 권리금 계약을 체결하고 그 권리금을 지급한 경우' 등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을 놓고 본다면, 건물주가 고른 신규 임차인인 스타벅스가 이 씨에게 권리금을 지급했다면 이 씨가 소개한 신규 임차인과의 계약을 건물주가 거부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건물주가 신규 임차인을 선택하는 경우라도 현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기회는 역시 보호해줘야 한다는 게 현행법의 취지인 셈입니다.

취재 요청 거부한 건물주, "우리와 상관없다"는 스타벅스

이 씨의 제보를 받은 KBS <못참겠다> 취재진은 공식 취재를 요청했지만, 건물주 측은 "소송 중인 사안에 대해 밝힐 입장이 없다"며 거절 의사를 밝혔습니다. 다만 건물주 측 관계자는 취재진과의 전화통화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이 씨의 권리금 회수기회를 방해했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만약 이 씨가 구해온 신규 임차 희망인을 거부했다면 건물주가 선택한 새 임차인인 스타벅스가 이 씨에게 권리금을 줘야 하는 것 아닌지, 그 동네에서 스타벅스처럼 권리금 안 주고 임차해 장사할 수 있는 상가가 또 있는지, 거듭된 물음에 "솔직히 참 어려운 문제다. 그래서 소송이 제기된 것 아니겠느냐. 재판 결과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했습니다.

스타벅스 역시 현실적으로 엄연히 권리금이 존재하는 상권에 들어가면서 권리금을 인정하지 않아 문제를 일으킨 책임은 없을까요?

이에 대해 스타벅스 측은 "우리와 전혀 상관없는 문제다. 왜 우리가 이 일과 얽혀야 하는지 자체를 모르겠다"고 반박합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우리가 먼저 입점 제의를 한 것도 아니고, 건물주가 들어와 달라고 해서 들어간 것뿐이다. 권리금 분쟁은 건물주와 전 임차인 간에 해결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법제화된 권리금 부정은 부당…상생 모색해야"

전문가의 견해는 어떨까요? 부동산 소송을 전담하는 이승주 변호사는 "권리금 회수기회는 법으로 보호되는 권리다. 건물주도, 스타벅스도, 권리금을 무조건 인정하지 않겠다고 하는 건 법 제정 취지와 맞지 않는다. 기존 임차인이 권리금을 되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게 상생하는 길"이라고 강조합니다.

소송은 냈지만, 이 씨 권리금의 운명은 예측이 쉽지 않습니다. 법대로라면 이 씨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인정될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법원 판결은 지금껏 판사의 판단에 따라 크게 엇갈려 왔습니다. 가늠자가 되어줘야 할 대법원 확정 판례는 아직 없는 상황. 이 씨로서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지금의 고통, 저만의 문제일까요?"

"5년 넘게 장사하면서 월세 한 번 미룬 적 없을 만큼 성실하게 가게를 운영했습니다. 상가가 잘 안 되거나 건물주가 어려워진 상황도 아니고, 권리금을 더 얹어서 주겠다는 다른 임차 희망인까지 있는데, 스타벅스 때문에 권리금 포기하고 나가라는 걸 누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이 씨는 지금 겪는 고통이 자신만의 문제가 아닐 거라며 KBS에 제보했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부정하고 싶어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인 권리금의 존재, 그것을 둘러싸고 곳곳에서 끊이지 않는 갈등, 이를 해결하기 위해 법제화까지 이뤄진 상황 등을 우리 사회가 객관적으로 바라봐 달라는 게 그의 호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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