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제된 방용훈 부인 자살 사건 보고

입력 2019.03.17 (08:01) 수정 2019.04.12 (14:0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 4대 주주 방용훈 코리아나 호텔 사장의 부인 故 이미란 씨는 지난 2016년 9월 2일 한강에 몸을 던져 생을 마감했다. 이 씨는 투신하기 전 "조선일보 방용훈을 어떻게 이기겠어요?"라는 육성 메시지를 남겼다. 유가족은 남편 방용훈 사장과 자녀들이 이 씨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지만 진실은 2년이 넘게 미궁에 빠져있다.


2016년 9월 사건 발생 당시 이 씨의 자살소식은 연합뉴스, 뉴시스, 뉴스1 등 통신사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다. 다음 날인 2016년 9월 3일, 10대 일간지 가운데 중앙일보와 경향신문, 서울신문, 세계일보, 국민일보가 간략하게 소식을 전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일절 보도하지 않았다.


어찌된 일인지 방송 뉴스에서도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지상파, 종편, 뉴스전문채널 가운데 MBC만 유일하게 이씨의 자살 소식을 다음 날 아침종합뉴스에서 사건사고 형식으로 처리했다.

KBS, 취재하고도 보도 안 해...보고는 삭제


'저널리즘토크쇼J'가 KBS 내부 시스템을 통해 확인해본 결과 취재를 했지만 기사를 쓰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KBS 기사 작성 시스템에는 2016년 9월 사건 발생 당일 당직 촬영기자 2팀과 취재기자가 가양대교와 경기 고양경찰서에 가서 시신 발견 현장과 이 씨가 타고왔던 승용차를 촬영하고 형사과장 등을 취재한 기록이 남아있다. 당시 취재 기자는 취재 내용을 보고 형태로 기사작성시스템에서 정리해 올렸다. 제목은 '코리아나호텔 부인 변사 발견'이었다. 하지만 취재 내용은 KBS 뉴스를 통해 보도되지 않았다. 취재영상은 사용이 금지됐고, 보고 내용은 기사 작성 시스템에서 삭제됐다. 언론사 기사의 경우 사실 관계가 틀릴 경우 사후에 삭제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출고 목적이 아니라 내부 보고를 삭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당시 비보도를 결정하고 보고 삭제를 지시한 건 사건 담당인 사회부장이었다. '저널리즘토크쇼J' 35회차 방송을 준비하던 소속 신지원 기자가 지난 15일 당시 부장에게 삭제 경위를 물었다. 그는 "방용훈 부인이라는 사실이 확실하지 않았고, 자살보도준칙에 따라 보도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난다"고 답했다.


그로부터 반년이 흐른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됐다. 방용훈 부인의 자살을 단신으로조차 보도하지 못했던 KBS 보도본부에도 약간의 변화가 찾아왔다. 2017년 4월 24일 KBS는 방용훈 사장과 아들이 처형, 즉 故 이미란 씨 언니 집을 무단침입한 CCTV 영상을 단독으로 입수해 보도했다. 영상에는 방용훈 사장 아들이 돌로 현관문을 여러차례 내려찍는 장면과 이후 방용훈 사장이 '얼음도끼'를 들고 집앞에 찾아와 발로 상자를 걷어차는 장면이 선명하게 찍혀있었다. 2019년 3월 'PD 수첩'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렸던 그 영상이었다.

KBS는 영상을 단독으로 입수했지만 후속 보도에 나서지 않았다. 다른 언론도 인용보도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방용훈 사장과 아들의 '섬뜩한 행동'은 CCTV가 공개됐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저널리즘토크쇼 J' 신지원 기자는 "최초에 경찰 수사가 굉장히 미진했던 부분은 KBS 취재기자 본인도 그때 당시에 취재를 하면서 느꼈고 그 부분을 굉장히 다루고 싶었다고 한다. 또 조선일보가 평소 경찰들을 관리하고 있다는 의심도 나오는 상황이어서 그 부분을 조금 더 심층적으로 파고들고 싶었지만 여러 가지 여건상 못하게 돼서 굉장히 아쉬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저널리즘토크쇼 J'의 고정 패널인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는 "2017년 당시 KBS의 단독 보도가 뉴스 가치가 충분했음에도 불구하고 2보, 3보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 의아하다. 그 기저에는 '무언의 공조'가 있었을 것이다. 같은 업계에 불행한 일이 일어났는데, 사안이 복잡하니 더 이상 다루지 않는 게 좋을 거 같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본다. 언론계에는 조선일보와 일정의 관계성을 각각의 매체가 고려하는 '동류의식'이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KBS 기자들의 취재와 전문가 패널의 토크를 통해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는 신개념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 J'. 오늘(17일) 밤 10시 30분 KBS 1 TV와 유튜브를 통해 방송되는 35회에서는 PD 수첩 서정문 PD가 나와 방송에서 미처 못 다한 이야기를 전달한다.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 팟캐스트 MC 최욱, 독일 ARD 안톤 숄츠 기자가 패널로 나서고, KBS 최경영·신지원 기자도 출연한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삭제된 방용훈 부인 자살 사건 보고
    • 입력 2019-03-17 08:01:34
    • 수정2019-04-12 14:04:31
    저널리즘 토크쇼 J
조선일보 4대 주주 방용훈 코리아나 호텔 사장의 부인 故 이미란 씨는 지난 2016년 9월 2일 한강에 몸을 던져 생을 마감했다. 이 씨는 투신하기 전 "조선일보 방용훈을 어떻게 이기겠어요?"라는 육성 메시지를 남겼다. 유가족은 남편 방용훈 사장과 자녀들이 이 씨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지만 진실은 2년이 넘게 미궁에 빠져있다. 2016년 9월 사건 발생 당시 이 씨의 자살소식은 연합뉴스, 뉴시스, 뉴스1 등 통신사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다. 다음 날인 2016년 9월 3일, 10대 일간지 가운데 중앙일보와 경향신문, 서울신문, 세계일보, 국민일보가 간략하게 소식을 전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일절 보도하지 않았다. 어찌된 일인지 방송 뉴스에서도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지상파, 종편, 뉴스전문채널 가운데 MBC만 유일하게 이씨의 자살 소식을 다음 날 아침종합뉴스에서 사건사고 형식으로 처리했다. KBS, 취재하고도 보도 안 해...보고는 삭제 '저널리즘토크쇼J'가 KBS 내부 시스템을 통해 확인해본 결과 취재를 했지만 기사를 쓰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KBS 기사 작성 시스템에는 2016년 9월 사건 발생 당일 당직 촬영기자 2팀과 취재기자가 가양대교와 경기 고양경찰서에 가서 시신 발견 현장과 이 씨가 타고왔던 승용차를 촬영하고 형사과장 등을 취재한 기록이 남아있다. 당시 취재 기자는 취재 내용을 보고 형태로 기사작성시스템에서 정리해 올렸다. 제목은 '코리아나호텔 부인 변사 발견'이었다. 하지만 취재 내용은 KBS 뉴스를 통해 보도되지 않았다. 취재영상은 사용이 금지됐고, 보고 내용은 기사 작성 시스템에서 삭제됐다. 언론사 기사의 경우 사실 관계가 틀릴 경우 사후에 삭제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출고 목적이 아니라 내부 보고를 삭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당시 비보도를 결정하고 보고 삭제를 지시한 건 사건 담당인 사회부장이었다. '저널리즘토크쇼J' 35회차 방송을 준비하던 소속 신지원 기자가 지난 15일 당시 부장에게 삭제 경위를 물었다. 그는 "방용훈 부인이라는 사실이 확실하지 않았고, 자살보도준칙에 따라 보도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난다"고 답했다. 그로부터 반년이 흐른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됐다. 방용훈 부인의 자살을 단신으로조차 보도하지 못했던 KBS 보도본부에도 약간의 변화가 찾아왔다. 2017년 4월 24일 KBS는 방용훈 사장과 아들이 처형, 즉 故 이미란 씨 언니 집을 무단침입한 CCTV 영상을 단독으로 입수해 보도했다. 영상에는 방용훈 사장 아들이 돌로 현관문을 여러차례 내려찍는 장면과 이후 방용훈 사장이 '얼음도끼'를 들고 집앞에 찾아와 발로 상자를 걷어차는 장면이 선명하게 찍혀있었다. 2019년 3월 'PD 수첩'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렸던 그 영상이었다. KBS는 영상을 단독으로 입수했지만 후속 보도에 나서지 않았다. 다른 언론도 인용보도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방용훈 사장과 아들의 '섬뜩한 행동'은 CCTV가 공개됐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저널리즘토크쇼 J' 신지원 기자는 "최초에 경찰 수사가 굉장히 미진했던 부분은 KBS 취재기자 본인도 그때 당시에 취재를 하면서 느꼈고 그 부분을 굉장히 다루고 싶었다고 한다. 또 조선일보가 평소 경찰들을 관리하고 있다는 의심도 나오는 상황이어서 그 부분을 조금 더 심층적으로 파고들고 싶었지만 여러 가지 여건상 못하게 돼서 굉장히 아쉬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저널리즘토크쇼 J'의 고정 패널인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는 "2017년 당시 KBS의 단독 보도가 뉴스 가치가 충분했음에도 불구하고 2보, 3보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 의아하다. 그 기저에는 '무언의 공조'가 있었을 것이다. 같은 업계에 불행한 일이 일어났는데, 사안이 복잡하니 더 이상 다루지 않는 게 좋을 거 같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본다. 언론계에는 조선일보와 일정의 관계성을 각각의 매체가 고려하는 '동류의식'이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KBS 기자들의 취재와 전문가 패널의 토크를 통해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는 신개념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 J'. 오늘(17일) 밤 10시 30분 KBS 1 TV와 유튜브를 통해 방송되는 35회에서는 PD 수첩 서정문 PD가 나와 방송에서 미처 못 다한 이야기를 전달한다.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 팟캐스트 MC 최욱, 독일 ARD 안톤 숄츠 기자가 패널로 나서고, KBS 최경영·신지원 기자도 출연한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