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카톡’ 사태를 보는 네 가지 시선

입력 2019.03.1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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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경 "수사권 조정에 영향줄까" … '긴장'
■ 군(軍) "괜히 불똥튈라" … '고심'
■ '승리 유착' 경찰, 靑 민정수석실 파견 이력 … 경찰도 '당황'
■ '장자연·김학의 사건' 또 묻힐라 … 감시 늦추지 않는 대중

의혹이 의혹을 덮는 '폭탄 돌리기'

클럽 '버닝썬' 사건이 빅뱅 승리로, 승리가 가수 정준영으로, 정준영이 (다시 승리를 거쳐) 총경급 경찰 간부로…. 서로 폭탄을 돌리듯 의혹이 의혹을 덮는 모양새다.

카카오톡 대화방을 둘러싸고 일파만파 퍼지고 있는 이른바 '카톡방 사건'. 서로 다른 네 가지 시선으로 정리했다.


경찰 "수사권 조정 명운 걸렸는데" … 검찰, 직접 수사할까

승리와의 유착 정황이 보도된 '경찰총장'의 정체는 일선 경찰들 사이에서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강신명 전 경찰청장이 해명 입장을 내는 등 소란 끝에 특정된 인물은 윤모 총경.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광수대)는 16일 윤 총경을 소환해 조사했다. 광수대는 또, 클럽 '버닝썬'에서 관할 경찰관에게 돈이 흘러갔다는 의혹, 연예인 음주운전과 관련된 언론 보도를 경찰이 무마했다는 의혹도 수사하고 있다.

경찰이 경찰을 수사하게 된 아이러니한 상황. 별도로 제보를 접수한 국민권익위원회는 이 사건을 대검찰청에 수사 의뢰했다. 대검은 서울중앙지검에 사건을 다시 내려보냈다.

현재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광수대는 이미 중앙지검 형사부의 수사 지휘를 받고 있는 상황. 중앙지검이 경찰에서 사건 자료를 넘겨받아 직접 수사에 착수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다만 수사권 조정으로 검·경이 맞붙은 시점에서 검찰이 당장 직접 수사를 시작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게 중론이다.

검찰이 칼을 빼 들면 경찰에 선전포고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검찰의 아픈 손가락인 '김학의 별장 성접대 의혹'도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검·경 사이에 정말이지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승리 입대 연기해야 하나?" … 고심하는 軍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소환돼 16시간의 조사를 받고 나온 승리는 "25일로 예정된 군 입대를 연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수사가 시작되자 군으로 도망간다"는 여론에 정면돌파를 선언한 모양새다.

병역법 시행령 제129조에서 정한 입영일 연기 조건 가운데 승리에게 해당하는 조항은 하나, '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다. 승리 사유가 부득이한지 아닌지는 결국 군이 판단하기 나름이다.

쇄도하는 질문에 국방부와 병무청은 "관련 규정에 따라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승리가 18일 병역 연기를 신청하면 이틀 뒤인 20일까지 결정하면 되는 만큼, 군은 그때까지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대중의 관심이 쏠린 상황에서 입영을 연기하지 않는다면, 승리의 도피를 돕는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입영 연기를 허가하지 않으려면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하는 지에 대한 판단 근거가 필요하다.

이와 별개로 경찰은 앞서 "승리가 입대해도 군과 협조해 수사를 이어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서도 "입대한 이후 결정할 일"이라며 유보적인 입장이다. 의혹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만큼 군에 불똥이 튀진 않을까 조심하는 모양새다.


윤모 총경, 현 靑 민정수석실 파견 이력 … 논란 확산

'경찰총장'으로 지목된 윤 총경은 2015년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과장(경정)으로 일하다 이듬해 총경으로 승진했다.

지난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파견되면서 최근엔 '현 정부 실세'라는 말까지 나오던 인물이다. 논란이 커지는 이유다.

조선일보는 15일 "지난 1월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 의혹’ 등을 제기한 김태우 전 검찰수사관의 폭로 내용에도 A 총경(윤 총경)의 이름이 등장한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도 15일 "(윤 총경이) 지난해 8월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더 커질 전망"이라고 썼다.

실제 경찰 조사에서 윤 총경은 승리, 최종훈 등과 식사를 하고 골프를 쳤다고 진술한 상황. "설마 경찰청장이 20대 연예인을 만났겠느냐"며 반신반의하던 경찰은 당혹스런 분위기다.

연예인 성추문이 경찰 유착 등 권력형 비리로 확산할지 눈길이 쏠린다.


"다른 사건 묻히지 않도록" … 감시 늦추지 않는 시민들

이번 사건과 공교롭게 겹친 뉴스가 있다. 검찰 과거사위원회 진상조사단이 들여다보고 있는 '고 장자연 씨 성접대 사건'과 '김학의 별장 성접대 사건'이다.

두 사건 모두 부실 수사 의혹이 일었다. 가해자는 법망을 빠져나가고, 피해자만 오랜 시간 고통받았다는 의구심이 있었다.

검찰 과거사위가 새롭게 들여다보며 진실이 밝혀질 마지막 기회가 생긴 찰나, 클럽 '버닝썬'과 '승리·정준영 카톡' 사건이 터진 것이다.

고 장자연 씨의 지인인 윤지오 씨는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이슈가 이슈를 덮는 불상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피해자라고 밝힌 여성도 직접 뉴스 스튜디오에 출연해 부실수사 정황을 증언했다.

"이번엔 묻을 수 없다"며 나선 이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검찰 과거사위는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시민들은 감시를 늦추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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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17 12:01:10
    취재K
■ 검·경 "수사권 조정에 영향줄까" … '긴장'
■ 군(軍) "괜히 불똥튈라" … '고심'
■ '승리 유착' 경찰, 靑 민정수석실 파견 이력 … 경찰도 '당황'
■ '장자연·김학의 사건' 또 묻힐라 … 감시 늦추지 않는 대중

의혹이 의혹을 덮는 '폭탄 돌리기'

클럽 '버닝썬' 사건이 빅뱅 승리로, 승리가 가수 정준영으로, 정준영이 (다시 승리를 거쳐) 총경급 경찰 간부로…. 서로 폭탄을 돌리듯 의혹이 의혹을 덮는 모양새다.

카카오톡 대화방을 둘러싸고 일파만파 퍼지고 있는 이른바 '카톡방 사건'. 서로 다른 네 가지 시선으로 정리했다.


경찰 "수사권 조정 명운 걸렸는데" … 검찰, 직접 수사할까

승리와의 유착 정황이 보도된 '경찰총장'의 정체는 일선 경찰들 사이에서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강신명 전 경찰청장이 해명 입장을 내는 등 소란 끝에 특정된 인물은 윤모 총경.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광수대)는 16일 윤 총경을 소환해 조사했다. 광수대는 또, 클럽 '버닝썬'에서 관할 경찰관에게 돈이 흘러갔다는 의혹, 연예인 음주운전과 관련된 언론 보도를 경찰이 무마했다는 의혹도 수사하고 있다.

경찰이 경찰을 수사하게 된 아이러니한 상황. 별도로 제보를 접수한 국민권익위원회는 이 사건을 대검찰청에 수사 의뢰했다. 대검은 서울중앙지검에 사건을 다시 내려보냈다.

현재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광수대는 이미 중앙지검 형사부의 수사 지휘를 받고 있는 상황. 중앙지검이 경찰에서 사건 자료를 넘겨받아 직접 수사에 착수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다만 수사권 조정으로 검·경이 맞붙은 시점에서 검찰이 당장 직접 수사를 시작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게 중론이다.

검찰이 칼을 빼 들면 경찰에 선전포고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검찰의 아픈 손가락인 '김학의 별장 성접대 의혹'도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검·경 사이에 정말이지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승리 입대 연기해야 하나?" … 고심하는 軍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소환돼 16시간의 조사를 받고 나온 승리는 "25일로 예정된 군 입대를 연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수사가 시작되자 군으로 도망간다"는 여론에 정면돌파를 선언한 모양새다.

병역법 시행령 제129조에서 정한 입영일 연기 조건 가운데 승리에게 해당하는 조항은 하나, '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다. 승리 사유가 부득이한지 아닌지는 결국 군이 판단하기 나름이다.

쇄도하는 질문에 국방부와 병무청은 "관련 규정에 따라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승리가 18일 병역 연기를 신청하면 이틀 뒤인 20일까지 결정하면 되는 만큼, 군은 그때까지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대중의 관심이 쏠린 상황에서 입영을 연기하지 않는다면, 승리의 도피를 돕는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입영 연기를 허가하지 않으려면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하는 지에 대한 판단 근거가 필요하다.

이와 별개로 경찰은 앞서 "승리가 입대해도 군과 협조해 수사를 이어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서도 "입대한 이후 결정할 일"이라며 유보적인 입장이다. 의혹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만큼 군에 불똥이 튀진 않을까 조심하는 모양새다.


윤모 총경, 현 靑 민정수석실 파견 이력 … 논란 확산

'경찰총장'으로 지목된 윤 총경은 2015년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과장(경정)으로 일하다 이듬해 총경으로 승진했다.

지난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파견되면서 최근엔 '현 정부 실세'라는 말까지 나오던 인물이다. 논란이 커지는 이유다.

조선일보는 15일 "지난 1월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 의혹’ 등을 제기한 김태우 전 검찰수사관의 폭로 내용에도 A 총경(윤 총경)의 이름이 등장한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도 15일 "(윤 총경이) 지난해 8월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더 커질 전망"이라고 썼다.

실제 경찰 조사에서 윤 총경은 승리, 최종훈 등과 식사를 하고 골프를 쳤다고 진술한 상황. "설마 경찰청장이 20대 연예인을 만났겠느냐"며 반신반의하던 경찰은 당혹스런 분위기다.

연예인 성추문이 경찰 유착 등 권력형 비리로 확산할지 눈길이 쏠린다.


"다른 사건 묻히지 않도록" … 감시 늦추지 않는 시민들

이번 사건과 공교롭게 겹친 뉴스가 있다. 검찰 과거사위원회 진상조사단이 들여다보고 있는 '고 장자연 씨 성접대 사건'과 '김학의 별장 성접대 사건'이다.

두 사건 모두 부실 수사 의혹이 일었다. 가해자는 법망을 빠져나가고, 피해자만 오랜 시간 고통받았다는 의구심이 있었다.

검찰 과거사위가 새롭게 들여다보며 진실이 밝혀질 마지막 기회가 생긴 찰나, 클럽 '버닝썬'과 '승리·정준영 카톡' 사건이 터진 것이다.

고 장자연 씨의 지인인 윤지오 씨는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이슈가 이슈를 덮는 불상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피해자라고 밝힌 여성도 직접 뉴스 스튜디오에 출연해 부실수사 정황을 증언했다.

"이번엔 묻을 수 없다"며 나선 이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검찰 과거사위는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시민들은 감시를 늦추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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