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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안리해수욕장은 서럽다
입력 2019.03.17 (14:02) 수정 2019.03.17 (14:03) 취재K
광안리해수욕장은 서럽다
   ▲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광안리해수욕장은 서럽다. 푸른 바다와 넓은 백사장만으로 관광객을 끌기에는 충분하다. 밤이면 광안대교 형형색색 조명이 낭만을 선사하기도 한다. 지난해(2018년) 여름, 광안리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은 921만 명. 가을에는 여의도 못지 않은 세계불꽃축제까지 열리는 부산, 아니 전국의 대표적인 관광지다. 그런데 광안리해수욕장이 왜 서럽단 말인가?

부산시는 2007년부터 광안리해수욕장 주변을 '지구단위계획' 구역으로 지정해 놓고 있다. 해수욕장 주변을 친환경 도시로 조성하고 시민 누구나 바다를 조망할 수 있도록 도시미관을 관리하겠다는 게 이유다. 덕분에 광안리 해변은 해운대해수욕장과 달리 고층 건물로 둘러싸이는 신세는 면할 수 있었다.

〔광안리 주변은 '공사 중'…우후죽순 주거시설〕

광안리 해변과 맞닿은 땅에 고층 건물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2017년 6월 이후 광안리 주변 땅에 건축 허가가 난 신축 건물은 모두 12곳. 이 가운데 7곳이 주상복합 건물이다. 건설업체들은 하나같이 '바다 전망'을 강조하며 상가, 오피스텔 분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개발 열풍은 2017년 6월, '지구단위계획'이 변경되면서 시작됐다. 지구단위계획 구역으로 지정된 전체 309,500㎡ 땅 가운데 13.9%였던 일반상업지역은 32.6%로 대폭 늘었다. 덩달아 일반상업지역으로 바뀐 땅의 용적률도 400%에서 7~800%로 두 배 정도나 완화됐다. 고층 주상복합 건물이 들어설 수 있게 된 것이다.


부산시 수영구를 비롯해 수영구의회는 줄곧 '광안리해수욕장 주변 개발이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여왔다. 지구단위계획에 묶여 주거환경이 낙후되고 지역경제도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고층 건물로 빼곡한 해운대와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이 들어선 부산시 남구 용호동 사이에 끼어 광안리해수욕장이 초라하다는 말이다. 이들의 바람대로 고층 건물이 속속 들어서고 있는데 문제는 없을까?


〔해변 둘러싸는 주거시설…자연경관 사유화·교통난 등 도시문제 우려〕

해변은 시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공재다. 이런 공공재가 개발 논리에 밀려 주거시설에 잠식되고 있다. 정주철 부산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광안리 해변은 지구단위계획 덕분에 지킬 수 있었지만, 이제는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며 말을 이어 나갔다. 정 교수는 "지구단위계획을 완화해줌으로써 건설사와 땅 소유자 등 일부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형국"이라며 해수욕장 주변 개발 바람을 두고 "우리나라 공공성 측면에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문제는 교통난과 주차난. 출퇴근 시간은 물론 주말이면 해변을 찾는 사람들로 해수욕장 일대는 그야말로 '교통지옥'이다. 현재 공사가 한창인 주상복합 건물이 완공되면 1,000가구 정도가 입주한다. 해변에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는 꼴이다. 그러나 교통 대책은 없다.


부산시 '교통영향평가 대상사업 범위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오피스텔과 같은 일반 업무시설의 경우 건물 바닥면을 모두 합친 '건축 연면적'이 20,000㎡ 이상일 때만 교통영향평가를 받는다. 현재 짓고 있는 주상복합 건물 5곳 가운데 연면적이 가장 넓은 곳은 17,000여㎡. 모두 교통영향평가 대상이 아니다. 또 작은 면적의 오피스텔이 대부분인 주상복합 건물은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주차시설도 가구당 0.5대뿐이다. 교통난에다 주차난까지 겪을 게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실제로 부산시 수영구도 광안리해수욕장 주변 지구단위계획을 완화하면 오는 2023년, 해변 도로를 지나는 차량이 하루 7천 대 넘게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때문에 부산시도 수영구에 교통 대책을 세우라고 주문했지만, 수영구가 내놓은 대책은 공영주차장 1곳을 만들고 건설사에 법정 주차대수를 가구당 0.7대 이상 설치하도록 권고하는 것뿐이다. 심지어 수영구는 '해변 주변은 이미 개발이 완료돼 추가로 도로를 만들거나 확장은 어렵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실상 대책이 없는 것이다.

〔광안리해수욕장 난개발…"주거시설 제한해야"〕

그렇다면 건설사들은 왜 고층 주상복합 건물을 고집할까? 일반상업지역이지만 '바다 전망'을 자랑하는 곳인 만큼 더 많은 분양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상복합 건물은 대부분 1, 2층에는 상가를, 그 위층부터 오피스텔과 아파트를 이어서 배치하는데 다 이유가 있다.

부산시 도시계획조례에 따라 일반상업지역에서 주상복합 건물을 지을 경우, 건물 전체 면적의 10% 이상을 상가 등 '비주거시설'로 채워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건설사는 건물 1, 2층에 상가를 넣은 뒤 일부 층은 오피스텔로 지어 이 의무비율을 맞춘다. 오피스텔은 사실상 주거용으로 쓰이지만, 업무시설로 분류돼 비주거시설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주상복합 건물이 계속 들어서고 있는 광안리 해변이 '주거화'돼 과밀에 따른 교통 등의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다.


광주광역시는 지난달 도시계획조례를 개정해 고층 주상복합 건물로 상업지역이 난개발되는 걸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놨다. 먼저 주상복합 건물 내 의무적으로 넣어야 할 '비주거시설' 비율을 늘렸다. 주상복합 건물을 지을 때 비주거시설의 비율을 건물 전체 면적의 15%까지 높이도록 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오피스텔을 비주거시설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김남균 광주광역시 도시계획과장은 이번 조례 개정으로 "상업지역에서 주상복합 건물이 고층화, 고밀화되는 것이 감소할 것"이라며 "의무적으로 채워야 하는 비주거시설에서 오피스텔을 제외했기 때문에 실질적인 상업시설이 건립돼 상업지역 본래의 목적이 달성되고 도시경관 악화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광주시의 이런 움직임에 부산도 도시계획조례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한영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지금까지 부산의 도시계획은 개발 이익에 많이 좌우됐다"며 "시민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도시계획이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규제를 완화할 땐 언제고 부산시는 지난해 2월, 해양경관을 보존하겠다며 광안리해수욕장 주변을 '중점경관관리' 구역으로 지정했다. 광안리해수욕장은 해운대해수욕장과는 또 다른 여유를 만끽할 수 있어 관광객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도 고층 건물로 둘러싸여야만 하는 광안리해수욕장은, 서럽지 않을까?
  • 광안리해수욕장은 서럽다
    • 입력 2019.03.17 (14:02)
    • 수정 2019.03.17 (14:03)
    취재K
광안리해수욕장은 서럽다
   ▲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광안리해수욕장은 서럽다. 푸른 바다와 넓은 백사장만으로 관광객을 끌기에는 충분하다. 밤이면 광안대교 형형색색 조명이 낭만을 선사하기도 한다. 지난해(2018년) 여름, 광안리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은 921만 명. 가을에는 여의도 못지 않은 세계불꽃축제까지 열리는 부산, 아니 전국의 대표적인 관광지다. 그런데 광안리해수욕장이 왜 서럽단 말인가?

부산시는 2007년부터 광안리해수욕장 주변을 '지구단위계획' 구역으로 지정해 놓고 있다. 해수욕장 주변을 친환경 도시로 조성하고 시민 누구나 바다를 조망할 수 있도록 도시미관을 관리하겠다는 게 이유다. 덕분에 광안리 해변은 해운대해수욕장과 달리 고층 건물로 둘러싸이는 신세는 면할 수 있었다.

〔광안리 주변은 '공사 중'…우후죽순 주거시설〕

광안리 해변과 맞닿은 땅에 고층 건물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2017년 6월 이후 광안리 주변 땅에 건축 허가가 난 신축 건물은 모두 12곳. 이 가운데 7곳이 주상복합 건물이다. 건설업체들은 하나같이 '바다 전망'을 강조하며 상가, 오피스텔 분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개발 열풍은 2017년 6월, '지구단위계획'이 변경되면서 시작됐다. 지구단위계획 구역으로 지정된 전체 309,500㎡ 땅 가운데 13.9%였던 일반상업지역은 32.6%로 대폭 늘었다. 덩달아 일반상업지역으로 바뀐 땅의 용적률도 400%에서 7~800%로 두 배 정도나 완화됐다. 고층 주상복합 건물이 들어설 수 있게 된 것이다.


부산시 수영구를 비롯해 수영구의회는 줄곧 '광안리해수욕장 주변 개발이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여왔다. 지구단위계획에 묶여 주거환경이 낙후되고 지역경제도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고층 건물로 빼곡한 해운대와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이 들어선 부산시 남구 용호동 사이에 끼어 광안리해수욕장이 초라하다는 말이다. 이들의 바람대로 고층 건물이 속속 들어서고 있는데 문제는 없을까?


〔해변 둘러싸는 주거시설…자연경관 사유화·교통난 등 도시문제 우려〕

해변은 시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공재다. 이런 공공재가 개발 논리에 밀려 주거시설에 잠식되고 있다. 정주철 부산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광안리 해변은 지구단위계획 덕분에 지킬 수 있었지만, 이제는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며 말을 이어 나갔다. 정 교수는 "지구단위계획을 완화해줌으로써 건설사와 땅 소유자 등 일부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형국"이라며 해수욕장 주변 개발 바람을 두고 "우리나라 공공성 측면에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문제는 교통난과 주차난. 출퇴근 시간은 물론 주말이면 해변을 찾는 사람들로 해수욕장 일대는 그야말로 '교통지옥'이다. 현재 공사가 한창인 주상복합 건물이 완공되면 1,000가구 정도가 입주한다. 해변에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는 꼴이다. 그러나 교통 대책은 없다.


부산시 '교통영향평가 대상사업 범위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오피스텔과 같은 일반 업무시설의 경우 건물 바닥면을 모두 합친 '건축 연면적'이 20,000㎡ 이상일 때만 교통영향평가를 받는다. 현재 짓고 있는 주상복합 건물 5곳 가운데 연면적이 가장 넓은 곳은 17,000여㎡. 모두 교통영향평가 대상이 아니다. 또 작은 면적의 오피스텔이 대부분인 주상복합 건물은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주차시설도 가구당 0.5대뿐이다. 교통난에다 주차난까지 겪을 게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실제로 부산시 수영구도 광안리해수욕장 주변 지구단위계획을 완화하면 오는 2023년, 해변 도로를 지나는 차량이 하루 7천 대 넘게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때문에 부산시도 수영구에 교통 대책을 세우라고 주문했지만, 수영구가 내놓은 대책은 공영주차장 1곳을 만들고 건설사에 법정 주차대수를 가구당 0.7대 이상 설치하도록 권고하는 것뿐이다. 심지어 수영구는 '해변 주변은 이미 개발이 완료돼 추가로 도로를 만들거나 확장은 어렵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실상 대책이 없는 것이다.

〔광안리해수욕장 난개발…"주거시설 제한해야"〕

그렇다면 건설사들은 왜 고층 주상복합 건물을 고집할까? 일반상업지역이지만 '바다 전망'을 자랑하는 곳인 만큼 더 많은 분양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상복합 건물은 대부분 1, 2층에는 상가를, 그 위층부터 오피스텔과 아파트를 이어서 배치하는데 다 이유가 있다.

부산시 도시계획조례에 따라 일반상업지역에서 주상복합 건물을 지을 경우, 건물 전체 면적의 10% 이상을 상가 등 '비주거시설'로 채워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건설사는 건물 1, 2층에 상가를 넣은 뒤 일부 층은 오피스텔로 지어 이 의무비율을 맞춘다. 오피스텔은 사실상 주거용으로 쓰이지만, 업무시설로 분류돼 비주거시설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주상복합 건물이 계속 들어서고 있는 광안리 해변이 '주거화'돼 과밀에 따른 교통 등의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다.


광주광역시는 지난달 도시계획조례를 개정해 고층 주상복합 건물로 상업지역이 난개발되는 걸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놨다. 먼저 주상복합 건물 내 의무적으로 넣어야 할 '비주거시설' 비율을 늘렸다. 주상복합 건물을 지을 때 비주거시설의 비율을 건물 전체 면적의 15%까지 높이도록 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오피스텔을 비주거시설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김남균 광주광역시 도시계획과장은 이번 조례 개정으로 "상업지역에서 주상복합 건물이 고층화, 고밀화되는 것이 감소할 것"이라며 "의무적으로 채워야 하는 비주거시설에서 오피스텔을 제외했기 때문에 실질적인 상업시설이 건립돼 상업지역 본래의 목적이 달성되고 도시경관 악화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광주시의 이런 움직임에 부산도 도시계획조례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한영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지금까지 부산의 도시계획은 개발 이익에 많이 좌우됐다"며 "시민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도시계획이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규제를 완화할 땐 언제고 부산시는 지난해 2월, 해양경관을 보존하겠다며 광안리해수욕장 주변을 '중점경관관리' 구역으로 지정했다. 광안리해수욕장은 해운대해수욕장과는 또 다른 여유를 만끽할 수 있어 관광객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도 고층 건물로 둘러싸여야만 하는 광안리해수욕장은, 서럽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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